도서 소개
25년의 시간을 건너 다시 이어지는 문학의 계보
다채로운 ‘이야기의 숲’ 『문학림』
2026년 가을, 열림원에서 계간 『문학림』이 출간된다. 문학은 언제나 시대의 변화를 포착하는 동시에, 그 시대의 속도와는 다른 시간 속에서 쓰이고 읽혀왔다. 당대의 삶을 가까이에서 포착한 문학이 시간의 간극을 건너 다음 세대에 다시 읽힐 때, 한 시대의 문학은 비로소 현재를 넘어 문학사의 한 장면으로 남는다. 『문학림』의 출발 역시 이러한 시간 위에 놓여 있다. 25년 전 열림원이 펴냈던 계간 『문학판』의 맥을 이어, 오늘의 문학을 새롭게 발견하고 기록하는 지면으로 다시 문을 연다. 문예지의 역사를 잇는다는 것은 과거를 되살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 지난 25년 동안 달라진 문학의 환경과 독서의 조건을 돌아보며 오늘의 문학이 서 있는 자리를 가늠하고, 아직 모습들 드러내지 않은 가능성을 다음 세대에 건네는 일이다.
단편소설과 해외소설, 중편소설을 중심에 두고 시와 산문, 평론까지 함께 담은 『문학림』은 오늘의 문학이 지닌 다양한 결을 살피며 그 변화와 가능성을 탐색하는 계간지다. 동시대 한국문학의 지평을 넓혀온 조경란(소설가), 염승숙(소설가⦁평론가)이 편집위원으로 참여해 『문학림』이 나아갈 방향을 함께 모색한다. 그 첫 지면에는 김선준, 김채원, 윤성희, 이상하, 이주혜, 정용준, 정찬, 구병모, 신용목, 최은미, 신샛별이 함께해 서로 다른 문학적 세계를 펼쳐 보인다. 삶과 시대를 응시하는 문학은 인간과 세계를 하나의 명제로 환원하지 않은 채, 그 안에 공존하는 모순과 불확정성을 끝까지 탐문한다. 『문학림』은 이러한 문학의 고유한 힘에 주목한다. 독자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작가부터 새로운 감각과 언어로 아직 이름 붙지 않은 세계를 펼쳐 보이는 작가까지 폭넓게 아우르며, 서로 다른 세대와 문체의 작품을 한 지면에 모아 읽는다. 이를 통해 지금 한국 소설이 도달한 자리를 가늠하고, 그 너머에서 출현하는 새로운 변화를 포착하고자 한다. 오늘 쓰이는 소설이 시간이 흐른 뒤 어떤 문학으로 남게 될지를 긴 호흡으로 지켜보는 것, 그것이 『문학림』이 시작하는 일이다.
출판사 리뷰
흩어진 문학의 현재를
하나의 자리로 불러 모으다
문학이 존재하고 독자에게 도달하는 방식은 지난 25년 동안 끊임없이 달라졌다. 작품을 발표하는 매체는 다변화되었고 취향과 담론은 더욱 세분화되었다. 이제 한 시대의 문학을 단일한 중심이나 경향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서로 다른 작품이 각자의 자리에서 존재하는 것과 한 권 안에서 만나 새로운 맥락을 이루는 것은 다른 일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문예지의 역할은 여전히 중요하다. 세대와 미학, 문제의식을 달리하는 작품을 한데 모아 그 사이의 미처 발견되지 않았던 접점을 드러내는 것. 문예지는 작품을 수록하는 데 그치지 않고 지금의 문학을 바라보는 하나의 독법을 제안하며, 개별적인 성취를 보다 넓은 문학적 관계 속에서 읽어낼 수 있게 한다.
2026년에 다시 계간지를 창간한다는 것은 이미 존재하는 문학에 새로운 지면 하나를 더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계절마다 거듭되는 선택과 구성은 그때 출현하는 여러 움직임을 포착하고, 시간이 흐르면서 그 윤곽을 조금씩 선명하게 드러낸다. 그렇게 한 호씩 쌓여가는 기록은 훗날 한 시기의 문학을 되돌아보게 하는 흔적이자 그 시간을 이해하는 단서가 된다. 25년 전 『문학판』이 잠시 멈춘 자리에서 『문학림』이 다시 시작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특정한 경향을 규정하기보다 아직 이름 붙지 않은 문학에 자리를 내어주고, 완결되지 않은 한국문학의 오늘을 차곡차곡 기록해가기 위해서다. 이와 함께 『문학림』은 새로운 작가를 발굴하기 위한 ‘문학림 신인문학상’을 마련한다. 미등단 신인을 대상으로 중편소설 또는 단편소설을 공모해, 아직 발견되지 않은 문학적 가능성이 독자와 만나는 새로운 출발점을 마련하고자 한다.
서로 다른 세계가 만나 비로소 완성되는
『문학림』의 첫 계절
『문학림』은 소설을 중심에 두고 서로 다른 형식과 시선의 작품들을 한자리에 모아, 오늘의 문학이 지닌 다층적인 가능성을 펼쳐 보인다. 이를 위해 서사의 형식과 규모, 그것이 발원하는 문화적 토대를 폭넓게 살필 수 있도록 「단편소설」과 「해외소설」, 「중편소설」을 주요 코너로 마련했다. 「단편소설」에는 정찬, 윤성희, 정용준, 이주혜, 김채원, 이상하, 김선준까지 오랜 시간 고유한 작품 세계를 일구어온 작가부터 이제 막 자신만의 문학적 문법을 만들어가는 신인에 이르기까지 일곱 작가의 신작을 수록했다. 각자의 시선과 고유한 서사적 방법으로 현실을 포착하는 작품들을 통해 동시대 한국 소설이 지닌 폭과 깊이를 가늠한다. 「해외소설」에서는 왕웨이롄의 작품을 소개한다. 언어와 문화적 토대에 따라 현실이 어떻게 새로운 서사로 재구성되는지를 살피며, 한국 소설을 넘어 동시대 소설을 읽는 시야를 확장한다. 「중편소설」에서는 구병모의 신작을 선보인다. 한 편의 소설이 구축한 유일한 세계에 깊숙이 진입하며, 그 안에서 새롭게 발현되는 작가의 문제의식과 서사적 가능성을 집중해서 살핀다.
『문학림』이 문학을 탐색하는 방식은 시와 에세이, 평론을 통해 한층 깊고 넓어진다. 「특집 시」에서는 신용목 시인의 작품을 집중적으로 소개하며, 한 시인의 시 세계를 조망한다. 「특집 에세이」에서는 최은미 소설가가 ‘최은미의 장소들’을 주제로 일 년 동안 『문학림』에서만 만날 수 있는 글을 이어간다. 한 작가를 이루어온 장소와 기억이 어떻게 문학의 언어로 전환되는지를 네 계절에 걸쳐 살펴보는 기획이다. 「평론」에서는 신샛별 문학평론가가 같은 기간 연재를 이어가며 작품과 문학을 새롭게 독해하는 비평적 시선을 더한다. 시와 산문, 비평은 고유한 언어와 형식으로 문학의 여러 층위를 드러내며 한 권의 지면에 풍부한 해석의 가능성을 더한다. 『문학림』은 이처럼 장르를 가로지르는 다양한 시선과 언어를 통해 문학을 깊이 탐구하고, 오늘의 문학이 품고 있는 가능성을 지속적으로 발견해나간다.
한 권에 모인 작품들은 독자의 읽기를 통해 비로소 저마다의 의미를 얻는다. 한 편의 작품이 또 다른 작품을 불러오고, 서로 다른 이야기와 시선이 새로운 질문으로 이어질 때 『문학림』의 한 계절도 마침내 완성된다. 그렇게 시작된 문학의 시간이 독자들과 함께 계절을 거듭하며 오래 이어질 수 있도록 따뜻한 관심과 성원을 부탁드린다.
함께 있지만 혼자인 기분. 코니는 그것이 편하다. 하지만 오늘은 빱비에게 묻고 싶다. 갑자기 왜 일을 그만두는지. 이십 년이나 일하던 곳을 무슨 이유로, 누구 때문에 그만두는지. 다른 데서라도 만화를 계속할 건지. 그게 아니라면 평생 해오던 일을 어떻게 그만둘 수 있는지. 그런 것들.
― 김선준, 「구십일 세기 코믹스」 중에서
미랑은 엄마와 함께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입에 맞는 저녁을 먹고 기념사진도 찍고(뭘 기념하는지는 미랑도 엄마도 몰랐다) 보폭을 맞춰 적당히 걷다가 입구에 새와 그보다 약간 더 작은 새가 그려진 은행 앞에서 손을 흔들며 알겠지, 이제 정말로 못 보는 거야, 다짐을 받듯 인사하며 헤어졌다. 미랑은 마지막에 이르러 그 말을 이렇게 바꿔 듣기도 했다: 알겠지, 찾아오면 가만 안 둘 거야.
― 김채원, 「작은 신」 중에서
엄마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나라의 언어로 아빠에게 인사를 했다. 그러자 아빠와 처음 만났던 날이 마치 어제처럼 생생
하게 떠올랐다. 다른 언어로 인사를 할 때마다 엄마가 아는 풍경과 엄마가 모르는 풍경이 하나가 되었다. 모르는 풍경 속에서 아빠는 늘 살아 있었다.
― 윤성희, 「작은 상자 속 작은 사람」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열림원 편집부
<문학 판 제21호 - 2006년 겨울>
목차
창간호를 펴내며
지면에 관하여
단편소설
김선준 구십일 세기 코믹스
김채원 작은 신
윤성희 작은 상자 속 작은 사람
이상하 시공
이주혜 위치의 정치학을 향한 메모
정용준 친구
정찬 양의 문
해외소설
왕웨이롄(김택규 옮김) 영원히 닿지 않을 편지
중편소설
구병모 왓츠 인 유어 백
특집 시
신용목 대극장 외 4편
특집 에세이
최은미의 장소들―1회
최은미 산분지강
평론
신샛별 삶은 여기에 가만히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