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평생 노년의 삶을 연구해 온 일곱 연구자, 이제 자신의 ‘나이 듦’을 이야기하다
간호학을 기반으로 30년 가까이 함께 연구하고 공부해 온 학자들이
처음으로 꺼내놓은 삶의 이야기
신간 에세이집 『살아온 날들의 온기』간호학을 기반으로 오랜 시간 사람의 건강과 삶, 특히 노년과 돌봄을 연구해 온 일곱 명의 연구자가 이제 연구 대상이 아닌 자신의 삶을 이야기한다.
김남초·김춘길·김희경·공은숙·안수연·이영휘·장성옥. 이들은 대학에서 간호학 교수로 재직하며 교육과 연구에 몸담아 온 학자들이다. 오랫동안 노인 돌봄이라는 공통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연구와 학술 활동을 함께해 왔으며, 교수직에서 정년퇴임한 이후에도 오랜 동료이자 친구로 인연을 이어오고 있다.
이들의 만남은 30년 가까이 거슬러 올라간다. 논문을 읽고 토론하며 새로운 연구 방법을 함께 공부했고, 학술지에 논문을 발표하고 교과서를 집필했으며 번역 작업도 함께했다. 같은 학문을 하는 동료로서 때로는 서로의 스승이 되고, 때로는 가장 엄격한 심사자가 되며 긴 시간을 함께 걸어왔다.
그런 이들이 이번에는 논문도, 교과서도 아닌 자신들의 삶을 담은 에세이를 함께 펴냈다.
논문 속에 미처 담지 못했던 ‘한 사람의 삶’이 책은 저자들의 한 가지 생각에서 시작됐다.
“우리는 너무 오랫동안 학문만 남기며 살아온 것은 아닐까?”
논문에는 연구가 있지만 연구자의 삶은 잘 드러나지 않는다. 교과서에는 지식이 있지만 그 사람이 살아오며 경험한 웃음과 눈물은 담기기 어렵다. 학생들은 스승이 무엇을 연구했는지는 기억할 수 있어도 그가 어떤 사람으로 살아왔는지까지 알기는 어렵다.
저자들은 바로 그 생각에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쓰기 시작했다.
평생 객관적인 학술문장을 써온 사람들에게 자신의 마음을 드러내는 수필은 오히려 낯선 글쓰기였다.
“수필을 어떻게 써야 할까.”
“논문만 써 왔는데.”
처음에는 이런 이야기가 오갔다. 연구에서는 자신을 뒤로 물려야 했지만 수필에서는 자신의 기억과 마음을 마주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살아온 날들의 온기』는 학자로서의 업적을 정리한 책이라기보다 일곱 사람이 살아온 시간을 솔직하게 꺼내놓은 기록에 가깝다.
평생 노년을 바라보던 사람들이 자신의 나이 듦을 마주하다책에는 나이 듦과 죽음, 부모와 자녀, 부부와 친구, 스승과 제자, 사랑과 이별, 은퇴 이후의 삶, 그리고 평범한 하루에서 발견한 행복이 담겨 있다.
젊은 날에는 미처 알지 못했던 관계의 깊이와 곁을 지켜주는 사람에 대한 고마움, 먼저 떠난 사람에 대한 그리움도 있다. 삶의 마지막과 죽음을 바라보며,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에 대한 생각도 곳곳에 담겼다.
특히 이들은 오랫동안 노인 돌봄이라는 공통 관심사를 가지고 연구하고 책을 번역하며 학문적 교류를 이어온 연구자들이다. 지금은 모두 은퇴했지만 전국 각지에서 정기적으로 만나며 오랜 동료이자 친구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그동안 연구자의 눈으로 바라보았던 ‘노년’이 어느덧 자신의 삶이 된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에서 말하는 나이 듦은 이론이나 연구 결과가 아니다. 직접 나이가 들고, 은퇴하고, 부모와 가까운 사람을 떠나보내고, 자녀와 손주를 바라보고, 오래된 친구와의 인연을 돌아보면서 비로소 알게 된 삶에 대한 이야기다.
일곱 사람이 들려주는 49가지 삶일곱 저자는 저마다 다른 기억과 경험에서 출발하지만, 글 속에는 나이 듦과 가족, 인연과 이별, 삶의 마무리를 바라보는 각자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김남초는 「나이 듦에 대하여」, 「인생이란?」, 「나는 돈의 노예였다」, 「소소한 일상의 행복」 등을 통해 나이가 들며 달라진 삶의 가치와 돈, 가족, 오래된 인연, 평범한 일상에서 발견하는 행복을 솔직하게 풀어낸다.
김춘길은 「나의 죽음에 대하여」, 「마지막은 슬프다?」, 「떨어지는 낙엽에서 보이는 나」, 「아직도 친구가 그립다」 등을 통해 죽음과 나이 듦을 담담하게 마주하며, 삶의 유한함 속에서 더욱 선명해지는 사랑과 우정의 의미를 돌아본다.
김희경은 「영화 한 편, 김치찌개 한 그릇, 그리고 우리 부부의 소소한 행복」, 「길 위의 작은 턱, 사람의 큰마음」, 「딸의 항로, 사랑의 도착지」 등 가족과 부부, 딸과 함께한 일상의 장면들을 통해 가까이 있어 미처 알아채지 못했던 행복과 관계의 소중함을 이야기한다.
공은숙은 「봉순이가 보고 싶다」, 「소소한 행복: 대자연미술관」, 「아빠의 거센 반대」, 「저 까만 동그라미는 뭐지?: 유년 시절의 공포」 등을 통해 가족과 유년의 기억, 자연과 일상 속에서 되살아나는 장면들을 꺼내놓으며 자신을 만들어온 시간의 흔적을 되짚는다.
안수연은 「나이를 느끼는 차이」, 「다 때가 있는 법」, 「엄마와 마지막 여행을」, 「함께 늙어가기」 등을 통해 나이가 들어 비로소 보이기 시작하는 삶의 변화와 어머니에 대한 기억, 새로운 삶의 터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나이 들어가는 의미를 담담하게 들려준다.
이영휘는 「은사와의 마지막 만남」, 「죽음에 대한 의미」, 「아름다운 마무리에 대한 짧은 생각」, 「퇴임 후 나의 생활」 등을 통해 스승과의 인연에서부터 죽음과 삶의 마무리, 행복의 의미, 은퇴 이후 새롭게 맞이한 일상까지 삶의 후반부에서 마주하게 되는 질문들을 풀어낸다.
장성옥은 「엄마, 함께 걸으실래요?」, 「엄마, 가지 마!」, 「손자, 그 특별한 인연」, 「사람을 키워낸다는 것」, 「은퇴」 등을 통해 어머니와의 이별과 그리움, 손자와의 새로운 인연, 사람을 가르치고 키워온 시간과 은퇴를 돌아보며 세대를 이어가는 사랑과 관계의 의미를 이야기한다.
일곱 사람의 이야기는 서로 다르다. 살아온 환경도, 만난 사람도, 마음속에 오래 간직해온 기억도 다르다. 그러나 49편의 글을 따라가다 보면 그 밑바탕에서 하나의 공통된 마음을 만나게 된다.
사람과 삶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다.
『살아온 날들의 온기』의 성격을 가장 잘 보여주는 문장은 머리말에 있다.
“학자는 논문으로 기억되지만, 사람은 이야기로 기억됩니다.”
저자들에게 논문을 엮는 것이 지식을 남기는 일이었다면, 이번 수필집을 엮는 것은 사람을 남기는 일이다.
평생 사람의 건강과 삶을 연구하고 학생들을 가르쳐 온 이들이 이제 연구자와 교수라는 이름을 잠시 내려놓고 자신의 삶을 돌아본다. 그리고 학문적 성취보다 한 사람으로서 살아온 기억과 관계, 사랑과 이별, 행복과 그리움을 글로 남긴다.
『살아온 날들의 온기』는 노년의 독자에게는 “그래, 나도 그렇게 살아왔다”는 공감을 건네고, 아직 노년이 먼 독자에게는 부모 세대의 마음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하고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를 건넨다.
나이 듦을 이야기하지만 노년만을 위한 책은 아니다.
부모를 바라보는 자녀에게도, 은퇴를 앞둔 중년에게도, 아직 삶의 전반부를 살아가는 젊은 세대에게도 결국 같은 질문을 남긴다.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 남은 시간을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