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영화는 보는 이로 하여금 자기 자신에게 고집스럽게 맺혀 있던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게 한다. 어딘가 깨어지고 부서진 주인공들이 어떻게든 다음으로 나아가 서사의 매듭을 짓는 모습을 보면서 우리는 종종 자신의 삶을 되돌아본다. 우리는 영화를 통해 다른 사람의 삶을 통과하고, 조금 더 너그럽고 깊어진 시선으로 자기 삶을 새롭게 바라보는 법을 배우게 된다.
『혼자 영화관에 갔어』는 영화평론가이자 각본가, 『씨네21』 김소미 기자의 영화 에세이로, 지치고 무력한 날에 찾아든 영화관이라는 어둠과, 그 속에서 나를 재해석하고 다시 살게 한 서른여섯 편의 영화를 이야기하는 책이다. 최근 몇 년 새 개봉한 작품 가운데 영화사(史)적으로 의미 있는 영화, 우리 삶과의 접촉면을 충실하게 그려낸 영화를 추려 김소미 기자만의 섬세한 시선으로 살피고, 그 자신의 삶을 포개어 오늘의 맥락 속에서 깊이 있게 읽어냈다.
저자는 말한다. “영화는 우리를 삶을 더 세심하게 바라보는 사람으로 만든다. 우리는 삶으로 돌아가 제대로 보는 법을 연습하고, 그리하여 영화 속 세부를 더 잘 보는 독자가 되며, 다시 삶을 더 잘 읽는 독자가 된다.” 영화와 삶이 서로를 비추는 순간을 포착한 저자의 유려한 문장은 독자로 하여금 영화에서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표정과 몸짓, 침묵과 풍경을 새롭게 인식하게 하고, 우리를 자기 삶을 더 잘 읽는 독자로 만든다. 짧고 빠른 콘텐츠가 범람하는 시대에, 우리에게 영화가 필요한 이유를 선명하게 보여주는 책.
출판사 리뷰
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이해하는’ 사람이 된다
나에게 맺혀 있던 시선을 돌려 영화라는 또 다른 세계를 본다는 것
“영화가 나를 간신히 살게 한다면,
이 책은 내가 기꺼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었다.”
― 여성학‧평화학 연구자 정희진
“현미경이 되었다가 망원경이 되고,
이내 눈을 감고도 무언가 볼 수 있게 만드는 글”
― 영화감독 윤가은보는 이를 절망하게만 하는 영화는 없다. 우습고 즐거운 코미디도, 장엄한 비극도, 지극한 슬픔과 분노의 드라마도 관객을 결국 ‘관람 이후’로 나아가게 한다. 우리는 주인공과 함께 웃고 울고 공감하며 잠시나마 그의 인생을 산다. 그리고 그렇게 좀 더 깊어진 눈으로 우리 생의 다음 장면을 바라보는 방법을 배우게 된다.
『혼자 영화관에 갔어』는 비평, 에세이, 인터뷰, 시나리오 등 다양한 형식을 통해 영화를 사랑하는 수많은 이들과 만나온 『씨네21』 김소미 기자의 영화 에세이다. 다시 흐르기 위해 잠시 고여 있는 영화관에서의 시간과 우리 삶의 이음매를 들여다보게 하는 영화의 순간들을 이야기한다.
저자는 말한다. “영화는 우리를, 삶을 더 세심하게 바라보는 사람으로 만든다.” 영화관에서 우리는 나를, 타인을, 세계를 ‘이해하는’ 사람이 된다. 김소미 기자는 영화를 보는 사람으로서, 그 소식을 전하는 사람으로서, 사람들과 대화하는 사람으로서, 그리고 쓰는 사람으로서 다양한 정체성으로 텍스트로서의 영화를 깊이 있게 읽어낸다. 영화에 매혹되어 살아온 시간에 더해 평론가로서의 신실한 관찰과 30대, 여성, 도시 생활자로서 자신의 위치성을 견고하게 엮어 영화에 대한 날카롭고 정확한 해석을, 동시에 오늘의 우리를 반영하는 영화-에세이로서 그 자체로 아름다운 영화 이야기를 독자에게 전한다.
영화를 보는 일은 어쩌면 거울을 보는 일 “영화는 나에게 벌어진 일이면서 동시에 나 없이 벌어지는 일”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스크린 위에는 내가 없지만, 훌륭한 이야기는 “우리들의 이야기”가 되어준다. 저자는 때로는 연약하고 때로는 지친 한 사람으로서 영화를 보며 자신을 발견하고 삶의 답을 헤아리는 순간들을 정직하게 고백한다.
엄마와의 갈등을 뒤로하고 영화관을 찾은 어느 날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를 보며 인생의 허무함, 지독한 절망을 딛고 엄마와 딸이 서로를 향해, 사랑을 향해 기어이 손을 뻗는 마음에 대해 생각한다. 「애프터썬」을 보면서는 “일상의 귀퉁이에서 문득 지치고 멍한 표정을 짓곤 했던 어른들의 얼굴”을 상기한다. 부모가, 나의 어른들이 지금 나의 나이와 별반 다르지 않았을 때, 그들도 여리고 약한 인간으로서 피곤을 숨기지 못했음을 떠올리고 뒤늦게 깊이 연민한다.
「서브스턴스」를 보면서는 젊은 나와 늙어가는 나, 진보하는 나와 퇴색하는 나를 한 장면 안에서 발견하고 외모 강박과 성 상품화라는 속박 아래서 여성들이 내면화한 자기혐오를 씁쓸하게 인식한다. 「세계의 주인」에서는 친족 성폭력 피해자이‘지만’ 쾌활하게 살아가는 주인공의 속내를 들여다보고, 우리는 덜 민첩하고 덜 전형적이어도 된다고, 그러니 아프다고 말해도 된다고 다독인다. 실패한 사랑 다음, 새로운 관계로 희망차게 나아가지 않고 홀로 집 안으로 조용히 들어가는 주인공의 뒷모습을 포착하는 카메라를 두고는 “그 누구의 증명이나 구원 없이 혼자서 통과하는 길에 대한 묵묵한 직시”(「사랑의 고고학」)라고 덧붙인다. “우리는 실패한 사랑의 영향 아래에 좀 더 있어도 괜찮다. 생산적인 극복, 통렬한 복수, 깔끔한 탈피 같은 것을 재빨리 해내지 못해도 괜찮다”라고 가만히 우리를 위로한다.
저자는 그만의 섬세한 눈으로 화면의 모퉁이에 담긴 조연의 삶도 충실하게 살핀다. 「더 웨일」에서는 모든 인물들을 먹이고 달래는 돌봄노동자로서의 여성 캐릭터 리즈를 읽어내고, 언젠가 영화가 다시 만들어진다면 그녀가 자기돌봄을 하는 장면이 주어지기를 상상한다. 「지옥만세」에서는 주인공들의 복수의 대상인, 과거 ‘일진’이었던 캐릭터를 보며 “덜 불행했다면 덜 나빠졌을 누군가, 우리 인생에 대부분 한 명쯤은 있는 허황된 내면의 소유자”라고 담담하게 덧붙인다. 영화 속 인물들의 면면을, 그들이 지닌 서사의 맥락을 자신의 모든 경험을 다해 읽어내면서, 언제나 최선은 아니었던 우리 자신의 모습들을 포착한다.
“예술은 계속되어야 한다”영화 속 인물들은 때로 위악을 부리고, 때로 문제를 회피하고, 때로 비겁한 선택을 하지만 그러면서도 어떻게든 자신을 추슬러 삶의 다음 장면으로 나아간다. 그 결연한 얼굴들을 보며 우리는 잊었던 삶의 의미를, 그 찬란함을, 우리 자신에게 주어진 ‘다음 장면’을 깨닫는다. 영화가 알려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라는 해답을 따라 우리는 삶을 더 잘 살기 위해 영화관 바깥으로 걸음을 옮기고, 어느 지친 날 또다시 영화를 찾는다.
영화를 본 뒤 우리는 어떤 사람이 될 수 있을까? 책 속의 모든 글은 릴스, 쇼츠, AI의 범람 속에서도 왜 여전히 영화가 우리에게 필요한지, 결국 예술이 우리에게 무엇을 주는지를 찬찬히 역설한다. 『혼자 영화관에 갔어』는 혼자 어둠 속으로 걸어 들어가 화면이 내뿜는 빛을 향해 몸을 두는 마음, 우리의 시간을 기꺼이 영화에 저당 잡히는 마음에 대하여 이야기하는 책이다. 영화를, 삶을 더 잘 읽고자 하는 이들, 영화를 사랑하는 영화 세계의 모든 이들에게 전하는 책.

● 멀티버스의 원리가 얼마나 거창하든 그녀에게 이제 가장 중대한 문제는 따로 있다. 모든 우주를 보아버린 끝에 아무것도 믿지 못하게 된 딸의 옆자리에 서는 것. 캄캄한 전부를 같이 들여다보고도 초라한 우주의 모난 딸을 다시 택하는 것. 그렇게 실패한 인생이라는 오랜 판결을 딸의 손을 잡은 채로 뒤집는 것이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와의 접속이 끝나고 나는 다시 이번 생으로 돌아왔다. 응답 없는 딸에게 엄마는 또 문자를 보내놓았다. 내가 아무리 도망가도 그녀가 나를 계속 쫓아올 거라는 걸 안다. (…) 나는 나를 포기하지 않는 사람과 다시 계속 싸우고 싶어졌다. (‘이토록 다정한 전투: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 이변이 없는 한 대부분의 인간은 자기 부모의 나이를 언젠가는 따라잡는다. 인식의 지평이 넓어진 채로 상대를 다시 이해하는 순간은 반드시 온다. 그때는 놓칠 수밖에 없었던 것을 지금은 이해하게 되었다고 말할 때 깃드는 것은 기쁨보다는 쓸쓸한 감정이다. 나 자신이 어린이일 때 가끔 넋 나간 어른의 표정을 대하는 일은 불안하고 두려웠다. 그리고 나 자신이 어른이 된 지금, 아무리 노력해도 때로는 무구한 어린 존재에게 내 피로를 들킬 수밖에 없다는 사실에 항복한다. 그 괴리 속에서 나는 다시 과거의 많은 얼굴들을 애틋히 떠올린다. (‘당신이 내가 될 때: 「애프터썬」’)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소미
영화기자, 평론가.2013년 영화잡지 『anno.』를 만들면서 비평을 시작했고, 2017년 개봉한 영화 「꿈의 제인」으로 제5회 들꽃영화제 시나리오상을 받았다. 2017년부터 주간지 『씨네21』에 몸담아 현재 취재팀장으로 일하고 있다. 비평, 에세이, 인터뷰, 시나리오 등의 형식을 오가면서 영화의 표면과 내면이 만나는 지점을 쓴다. 먼저 펴낸 책으로 『불이 켜지기 전에』가 있다.
목차
들어가며
1부 _ 거울을 보는 일
이토록 다정한 전투 _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
흐르는 감각 _ 「너의 눈을 들여다보면」
당신이 내가 될 때 _ 「애프터썬」
그러므로 나는 도리 없음을 받아들인다 _ 「패스트 라이브즈」
천국보다 낯선 _ 「콘크리트 유토피아」
돌보는 조연 _ 「더 웨일」
거듭되는 것 _ 「어느 멋진 아침」
그들 각자의 팬티와 고통 _ 「같은 속옷을 입는 두 여자」
우리의 가장 좋은 부분 _ 「이처럼 사소한 것들」
사랑도 개발이 되나요? _ 「사랑의 고고학」
끝과 시작 _ 「6번 칸」
2부 _ 어떤 삶이 말하는 것
진실 대신 상처 _ 「추락의 해부」
들르는 감각 _ 「나의 올드 오크」
사랑은 괴리감 _ 「러브 라이프」
(죽지 마) 부활할 거야 _ 「지옥만세」
이름 앞에서 우는 사람 _ 「수프와 이데올로기」
우리 사이의 작고 친절한 것 _ 「말없는 소녀」
내가 사는 집 _ 「센티멘탈 밸류」
살라는 당부 _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외로운 방조자들의 우주 _ 「스파이더맨: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3부 _ 이격과 감각
어둠 속에서만 가능한 것 _ 「키메라」
아프다고 말해줘 _ 「세계의 주인」
조금 덜 비겁한 사람이 된다는 것 _ 「아마겟돈 타임」
성장이라는 이름의 생존 _ 「클로즈」
자기혐오의 끝 _ 「서브스턴스」
열리기 위한 문 _ 「스즈메의 문단속」
만신창이 연인 _ 「사랑은 낙엽을 타고」
당신은 나의 당신보다 크다 _ 「클레오의 세계」
냉소와 사랑 사이의 칸 출장기 _ 「슬픔의 삼각형」
4부 _ 장르, 미장센, 숏 사이에서
오래된 무명의 강인함 _ 「기차의 꿈」
잃어버린 캠코더의 모험 _ 「이어지는 땅」
사랑 이야기를 믿다 _ 「3000년의 기다림」
용감한 안녕 _ 「로봇 드림」
후유증 _ 「파묘」
험난한 21세기 관객의 길 _ 「아바타: 물의 길」
술과 목련의 나날 _ 「봄밤」
나오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