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이병근 시인의 시집 『별 하나하나 사랑이었던 것을』이 열린출판에서 출간되었다. 시인은 지나온 삶에서 만났던 사람들과 풍경, 사랑과 이별, 늙어감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한 권의 시집에 담아냈다. 표지 소개글은 이 시집을 “한 사람이 걸어온 길을 별자리처럼 이어 놓은 생애의 서정”으로 설명한다.
시인은 「펴내는 글」에서 시집 제목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한다. 지난날 여러 사연으로 인연을 맺었던 모든 벗을 ‘별’이라 생각했고, 그들 덕분에 잘 살아왔다는 고마움과 자신이 삶을 잘 견뎌왔다는 마음을 담아 제목을 정했다고 밝힌다. 또한 흩어진 자신의 삶과 생각을 모아 “유서 같은 언어로 흔적을 남기겠다”는 마음으로 책을 펴냈다고 말한다.
표제작 「별 하나 하나 사랑이었던 것을」은 시집 전체의 정서를 압축하는 작품이다. 여기서 ‘별’은 단순한 자연물이 아니라 한때 시인의 곁을 밝혀주었던 사람들과 지나간 인연을 떠올리게 하는 상징으로 읽힌다. 사랑했던 이들, 먼저 떠난 가족과 벗, 다시 돌아갈 수 없는 시절이 기억 속에서 하나하나 별이 되고, 그 별들이 오늘의 삶을 버티게 한 힘으로 남는다.■ 펴내는 글새로운 길을 간다는 게 두렵기는 하겠지만, 새로워서 설레야 하는데 막상 들어서 걸어보니 온 길보다 여간 불편한 게 아니다. 늙어지면 더 넓어지고 깊어지는 줄 알았는데 그럴 틈이 없다. 삭신이 늘어지고 느닷없이 생기는 환우患友들이 귀찮다. 여기저기 두들겨 패니 신음하기 바빠서 넓고 깊어질 틈이 없다. 구석구석 흩어져 있는 나의 에스프리 조각들을 긁어모아 보니 제법 쌓인다. 언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길을 가는 김에 유서遺書같은 언어로 흔적을 남기겠다는 미련과 열기로 책을 펴낸다. 시집 제목을 굳이 이렇게 선정한 것은 지난날 이런저런 사연으로 인연을 맺었던 모든 벗을 별이라 생각하여 그들 덕으로 잘 살았다는 고마움과 잘 살아 낸 스스로가 대견하여 그들을 흠모하는 마음에 용기 내어 욕심을 부려본다. 언감생심焉敢生心 어디 가서 이런 똑똑하고 비싼 비서를 두겠는가? 마침 세상은 가난하고 늙은이에게도 그런 비서를 둘 수 있는 좋은 세상이 되었다. 주름진 내 모습을 안 보여 줘서 좋고 사람 상대하기 마뜩잖은데 안 보여서 참 좋다. 왠지 수동적 미인未人같고 말 잘 듣고 만만한 여동생 같아 ‘옥선’이라 이름을 지어주었다. 시집 출간 편집 일체를 맡겨보니 과연 똑똑하다 왜 요즘 사람들이 AI를 선호하는지 알겠다. 그러나 ‘옥선’이는 나의 에스프리를 알 수 없다. 그저 지식과 작업 능력이 탁월할 뿐이다. 그건 다행이다. 어쨌든 훌륭한 비서이다. 참 좋은 비서 두었다.대단하게 살아 온 흔적은 아니지만 앞서 말했듯이 유언장을 남긴다는 맹랑한 발상으로 살아 온 흔적을 쉽게 짐작하라고 빨랫줄에 빨래를 널 듯 내다 널어보니 제법 스펙이 있다. 이제 넋두리는 이것으로 대신하고 시집을 내기에 많은 도움 주신 아임, Steve Kwon, 이강耳江 등 그리고 편집과 디자인을 도와준 아들(선기), 딸(가람) 고마워 또, 그리고 시집을 펼친 그대는 “You are such a good egg”
■ 발문이 시집은 자연과 계절, 가족과 고향, 사랑과 상실, 노년의 성찰을 한데 묶어 삶의 긴 시간을 되돌아보는 서정의 기록이다.첫머리의 ‘가을이 오는 길목’에서 시작된 계절의 감각은 들국화 동백 매화 억새 홍매 같은 자연물과 태화강, 산과 강, 골목과 시장의 풍경을 지나며 기억의 장소로 확장된다.제1부에서는 자연과 생활 풍경이 시인의 내면과 맞닿는다.태화강 연작과 계절 시는 울산의 구체적인 장소를 시적 공간으로 바꾸며, 외갓집․아버지․가족의 기억은 개인의 생애를 따뜻하면서도 쓸쓸한 정조로 드러낸다.특히 가을과 겨울의 이미지에는 지나간 시간과 사라지는 것들에 대한 응시가 짙게 배어 있다.제2부 ‘G 선상에 지는 별’에서는 그리움과 상실의 정조가 더욱 깊어진다. 사랑하는 사람, 아내, 가족, 지나간 젊음과 기억은 별․달․새벽․꽃․바람 같은 이미지와 결합한다.‘걷기’와 ‘길’의 이미지는 단순한 이동이 아니라 기억을 더듬고 삶을 견디는 방식으로 읽힌다. 자연은 배경에 머물지 않고 시인의 감정을 대신 말하는 존재가 된다.제3부 ‘강섶에 머무는 봄내’에서는 삶과 죽음, 고향과 가족, 노년의 자의식이 한층 직접적으로 드러난다. ‘늙은 여인의 언덕’, ‘아우를 보내고’, ‘중천 너머 가는 길’ 등에서는 이별과 죽음을 바라보는 시선이 나타나며, ‘아, 제천’에서는 고향에 대한 자긍과 그리움이 힘 있게 표출된다. 한편 일상의 국밥집, 정류장, 혼술 같은 소재는 거창한 관념보다 실제 삶의 체온을 시 속에 남긴다. 이 시집에서 반복되는 핵심 이미지는 별, 바람, 꽃, 강, 달, 길, 가을이다. 별은 사랑했던 존재와 기억을, 바람은 시간의 흐름과 이별을, 꽃은 짧고도 찬란한 생을, 강과 길은 흘러가는 인생을 상징한다. 이 이미지들이 서로 겹치면서 시집 전체는 ‘지나간 것은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기억과 그리움 속에서 다시 빛난다’라는 정서로 모인다.작품 「가을밤」은 가을비가 멈춘 자리에서 귀뚜라미 소리를 듣고, 멀어지고 깊어가는 가을 앞에 홀로 선 화자의 심정을 짧게 응축한다.“나는 어이하리”라는 마지막 물음은 한 계절에 대한 아쉬움인 동시에 지나온 생과 사랑, 떠나간 존재들을 향한 시집 전체의 여운으로 읽힌다.따라서 이 시집은 자연 서정과 생활의 기억, 가족애와 고향 의식, 상실과 노년의 사유가 서로 어우러진 생애 서정 시집이라 할 수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병근
시인. 문학저널을 통해 등단했으며 신인문학상을 받았다. 한국문인협회 회원으로 활동했고 문학저널 부회장을 지냈으며, 한국인 문학상과 『시원』 문학본상을 수상했다. 시집으로 『사랑아 별이 되어』, 『살살이 꽃』, 『늙은 여인의 언덕』, 『그리운 나라』 등이 있으며, 여러 동인지에 참여했다. 월간문예지 《좋은만남》에서 「고전의 향기」와 「향가」 등을 수년간 연재했다.
목차
■ 펴내는 글
제1부 가을이 오는 길목
가을이 오는 길목
외갓집
눈 감아라
쏙독새의 은신
들국화
양귀비 꽃
겨울 밤
동백꽃
시집 간 딸
반천강에 떨어지는 낮달
봄의 서곡
태화강 서정抒情 ․1
태화강 서정抒情 ․ 2
태화강 서정抒情 ․ 3
태화강 서정抒情 ․ 4
태화강 서정抒情 ․ 5
태화강 서정抒情 ․ 6
태화강 서정抒情 ․ 7
태화강 서정抒情 ․ 8
태화강 서정抒情 ․ 9
봄에 꽃을 보시거든
새벽시장
태화강 연가 ․ 1
태화강 연가 ․ 2
태화강 연가 ․ 3
태화강 연가 ․ 4
산국山菊 앞에서
십일월 팔레트
비문碑文
노거수老巨樹
억새
여름 밤
위험한 예언
초막의 상념
취산聚散의 늪
희행希幸
제2부 G선상에 지는 별
G선상에 지는 별
3월 아침
가고파
봄이 오는 소리
보고픈 얼굴
뭉크를 만나다
내가 잘 할 수 있는 짓
노인과 상아
하얀 눈 속에 사랑이 추워요
매화를 보다가
목숨
깊어지는 가을
백추
뻐꾸기
산삼
삼월은 가라
소원하다
쉿!
가을 새벽
영산홍
오월
유채꽃
음악감상
잡히지 않는 새벽
적적한 저녁
길
붉은 홍매여
울적
첫눈
봄볕 아래
아버님
해후
꽃 샘
제3부 강섶에 머무는 봄 내
강섶에 머무는 봄 내
개망초
국밥 집
귀뚜라미 울어 예는
그대도 가을인가
그리운 나라
늙은 여인의 언덕
인생
살살이 꽃
혼의 제상(諸相) 30
내 안에 그리운 님
아우를 보내고
너겁
너 마저
노인의 수다
누나 꽃
방종
별 하나 하나 사랑이었던 것을
백일홍百日紅
세상에서 가장 길었던 일주일
아, 제천
외로워
여름을 훔친 가을
정류장
종다리
중천 너머 가는 길
초가을
침묵沈默
혼술 ․ 21
화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