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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설과 함께 읽는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당제 외
서연비람 | 부모님 | 2026.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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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단편소설은 짧은 분량 속에 인간 삶의 결정적인 순간과 시대의 모습을 압축해 담아내는 문학 장르다. 한국의 단편소설은 식민지 현실의 아픔, 전쟁과 분단의 상처, 산업화와 민주화의 격동, 현대인의 고독과 내면에 이르기까지 지난 100여 년의 역사를 예민하게 기록해 왔다. 『한국 대표 단편문학 선집』은 이러한 한국 단편문학의 빛나는 성취를 한자리에 모은 책이다.

  출판사 리뷰

한국 단편문학 100년의 빛나는 성취를 한자리에 담다
단편소설은 짧은 분량 속에 인간 삶의 결정적인 순간과 시대의 모습을 압축해 담아내는 문학 장르다. 한국의 단편소설은 식민지 현실의 아픔, 전쟁과 분단의 상처, 산업화와 민주화의 격동, 현대인의 고독과 내면에 이르기까지 지난 100여 년의 역사를 예민하게 기록해 왔다. 『한국 대표 단편문학 선집』은 이러한 한국 단편문학의 빛나는 성취를 한자리에 모은 책이다.
이 선집은 1945년 광복을 기준으로 2부 12권으로 구성되었다. 제1부는 1920년대부터 광복 이전까지의 작품을 통해 근대문학이 형성되어 가는 과정과 식민지 시대의 문학 정신을 살펴본다. 제2부는 광복 이후부터 현재에 이르는 작품들을 통해 분단과 전쟁, 산업화와 민주화, 급변하는 현대 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간의 삶과 내면을 폭넓게 보여 준다.
문학사적 의의와 예술적 성취가 뚜렷한 작품을 엄선하고, 작품 이해를 돕는 충실한 해설을 더했다. 청소년 독자는 물론 한국 문학을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고자 하는 독자에게 든든한 안내서가 되어 줄 책이다.

진실의 상징, 짖는 개와 질식당한 매미

사회의 부조리와 악을 감지하면 짖어대는 셰퍼드 ‘또철이’의 모습에서 이 작품의 풍자는 가장 선명하게 드러난다. 짐승조차 불의를 감지하면 짖어대는데 정작 기자는 외압을 두려워해 고발 기사를 폐기한다. 이러한 역설적 대비는 지식인의 침묵이 지닌 윤리적 파산을 분명하게 부각한다. 여기에 오랜 인고 끝에 땅속을 박차고 나와 힘차게 울어대는 ‘말매미’는 억압을 뚫고 터져 나와야 할 진실의 목소리를 상징한다. 그러나 결말에서 처남이 잡아 온 말매미는 아이의 손에 끌려다니다가, 끝내 책상 위 분재 소나무에 실이 친친 감긴 채 죽은 모습으로 발견된다. 이는 1980년대 군사 독재 아래에서 언론이 겪어야 했던 탄압과 강요된 침묵을 적나라하게 형상화한다.

지식인의 자기 기만과 내면의 붕괴

결국 박영하는 시대적 사명과 공포 사이에서 갈등하다 내면이 철저히 붕괴하고 만다. 만취한 그가 동네가 떠나가라 악을 쓰며 “개 주둥이를 묶어버리겠다”고 절규하는 대목은 이 소설이 지닌 가장 뼈아픈 아이러니이다. 부조리를 향해 짖는 개의 주둥이를 언론인이 스스로 묶겠다고 분노하는 행위는, 진실을 감당할 용기를 잃은 지식인이 도리어 진실을 외치는 타자의 목소리마저 두려워하고 혐오하게 된 극한의 자기 기만이자 정신적 파탄을 의미한다. 이를 전해 들은 아내가 던진 가벼운 핀잔은 지식인의 모순과 허위의식을 객관화하여 조롱하는 탁월한 비판적 장치로 기능한다.

배달아이는 힐끔 돌아보더니 후닥닥 도망쳤다. 마치 무얼 훔치다가 들킨 꼴이었다. 진창까지 밟으며 정신없이 뛰었다. 운동화 한 짝이 벗겨져 공중으로 튕겨 올라갔다. 신을 집더니 제대로 신지도 않고 손에 들고 뛰었다. 골목을 거의 빠져나가서야 이쪽을 돌아보며 신을 신었다. 누구한테 붙잡혀 뺨이라도 얻어맞은 적이 있지 않았을까 싶었다.

그 며칠 뒤 성탄절 아침이었다. 전날 저녁에 술이 많이 취했으나 다섯 살짜리 아들 녀석이 고장난 장난감을 고쳐 달라고 극성을 피우는 바람에 일찍 눈이 뜨였다. 외할머니며 이모들한테서 받은 크리스마스 선물이었다.

그때 골목에서 ‘××일보요’ 하는 소리가 났다. 영하 집에서 제대로 구독을 하고 있는, 영하 회사의 경쟁지였다. 그 억지 신문은 아직 날아들지 않고 있었다. 언제나 그 신문이 먼저 날아드는데 오늘은 좀 늦는 모양이었다.

순간, 지난번 흙탕에서 튕겨 오르던 그 배달아이의 신발이 머리를 스쳤다. 영하는 거의 반사적으로 일어나 포켓을 뒤졌다. 오천 원짜리가 나왔다. 천 원짜리를 찾았으나 없었다. 그대로 손에 쥐고 대문간으로 나갔다. 신문대하고는 상관없이 운동화 한 켤레 사 신으라고 할 참이었다. 골목에는 눈이 허옇게 쌓여 있었다. 저쪽에서 배달아이가 달려오고 있었다. 달려오던 아이가 영하를 보더니 우뚝 멈춰 섰다. 대번에 주눅이 들어 조그맣게 오그라들었다.

짖는 개와 침묵하는 언론의 뼈아픈 대비

선생님 맞아. 그런데 이 소설의 진짜 주인공은 그 통쾌한 할아버지들이 아니라, 그 모든 상황을 지켜보며 식은땀을 흘리는 ‘박영하 기자’야. 박 기자는 노인들의 부탁을 받고 어떻게 행동했지?

지현 사생활 침해니 뭐니 핑계를 대면서 엄청 빼잖아요. 예전에는 한 달에 특종을 세 번이나 낼 정도로 유능하고 불의를 참지 못하는 기자였다고 나오는데, 지금은 그냥 산에 나무하러 간 게으른 머슴처럼 대충 기사를 쓰고 무기력하게 지내요. 솔직히 너무 답답하고 비겁해 보였어요.

선생님 겉보기엔 그저 답답하고 비겁해 보일 수 있어. 하지만 박 기자가 왜 그렇게 변해버렸는지 그 당시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는 게 중요해. 이 소설의 배경인 80년대는 ‘언론 통폐합’과 ‘보도지침’ 등으로 언론의 자유가 철저히 탄압받던 억압적인 군사 독재 정권 시기였어. 진실을 말하려고 하면 권력에 의해 가차 없이 해직되거나 끌려가던 시대였지.


태우 아! 그래서 중간에 과거 회상 장면이 나왔군요. 억지로 배달되는 신문을 막으려고 나갔다가, 신문 배달하는 가난한 소년이 눈길에 미끄러져서 박 기자를 엄청난 공포에 질린 눈으로 쳐다봤던 일이요.

  작가 소개

지은이 : 성석제
1995년 『문학동네』에 단편소설 「내 인생의 마지막 4.5초」를 발표하며 등단했다. 소설집 『그곳에는 어처구니들이 산다』 『첫사랑』 『호랑이를 봤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 『참말로 좋은 날』 『이 인간이 정말』 『ㅤㅁㅢㅤ리도 괴리도 업시』 『사랑하는, 너무도 사랑하는』, 장편소설 『왕을 찾아서』 『인간의 힘』 『도망자 이치도』 『위풍당당』 『투명인간』 『왕은 안녕하시다』(전2권), 산문집 『소풍』 『성석제의 농담하는 카메라』 『칼과 황홀』 『꾸들꾸들 물고기 씨, 어딜 가시나』 등이 있다.

지은이 : 송기숙
소설가. 1935년 전남 완도에서 태어났다. 전남대 국문과와 동대학원을 졸업했으며, 1965년과 1966년 『현대문학』에 각각 평론과 소설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민주화운동과 교육운동에 치열하게 참여하여 두차례 옥고를 치르기도 했으며, 분단현실과 민중의 삶을 깊숙이 파고든 중량 있는 작품을 속속 발표하며 민족문학의 중추 역할을 감당해왔다. 소설집 『백의민족』 『도깨비 잔치』 『재수 없는 금의환향』 『개는 왜 짖는가』 『테러리스트』 『어머니의 깃발』 『들국화 송이송이』, 장편소설 『자랏골의 비가』 『암태도』 『은내골 기행』 『오월의 미소』, 대하소설 『녹두장군』, 산문집 『녹두꽃이 떨어지면』 『교수와 죄수 사이』 『마을, 그 아름다운 공화국』, 민담집 『보쌈』, 어린이청소년도서 『이야기 동학농민전쟁』 『보쌈 당해서 장가간 홀아비』 등을 지었다. 목포교육대 국어교육과 및 전남대 국문과 교수, 한국현대사사료연구소장, 민주화를위한전국교수협의회 의장, 민족문학작가회의 이사장 및 상임고문, 5·18연구소장 등을 역임했다. 현대문학상, 만해문학상, 금호예술상, 요산문학상, 동학농민혁명 대상, 후광학술상 등을 수상했다. 2021년 12월 별세했다.

  목차

이 책을 추천하며
책머리에
이 책의 구성

송기숙
개는 왜 짖는가
당제

성석제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
다음에, 나머지 반도
처삼촌 묘 벌초하기
아무도 모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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