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태양이 처음부터 없었던 세계. 하늘에는 작고 이지러진 달들이 셀 수 없이 떠 있다. 달마다 모양과 밝기가 다르고, 사람들은 그 빛을 좋아한다. 달빛이 겹쳐지는 밤이면 거리는 환해지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그림자들을 데리고 걷는다. 그림자가 많다는 것은 이 세계의 오래된 질서다.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그 그림자가 타인의 슬픔, 이름 모를 결핍까지 함께 끌어안고 있다는 사실도.
출판사 리뷰
태양이 처음부터 없었던 세계. 하늘에는 작고 이지러진 달들이 셀 수 없이 떠 있다. 달마다 모양과 밝기가 다르고, 사람들은 그 빛을 좋아한다. 달빛이 겹쳐지는 밤이면 거리는 환해지고, 사람들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뻗어 나가는 그림자들을 데리고 걷는다. 그림자가 많다는 것은 이 세계의 오래된 질서다. 누구도 그것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다. 어느 순간부터 그 그림자가 타인의 슬픔, 이름 모를 결핍까지 함께 끌어안고 있다는 사실도.
노모의 곁을 지키던 어느 날 ‘그’는 집을 나선다. 길가에는 너무 오래 그 자리에 있었던 것들이 있고, 그는 그 곁에서 희미한 목소리를 듣는다. 그 목소리는 지쳤다고 말한다. 너무 지쳤다고.
그의 길은 별의 무덤이라 불리는 사막과, 호수인지 바다인지 알 수 없는 넓은 물가를 지난다. 손 안에서 빠져나가는 별의 모래를 붙들고 선 기사와, 그림자를 삼킨 수면을 마주하며, 그는 지금껏 데리고 살아온 그림자들 가운데 무엇이 자신의 것이었는지 묻게 된다.
《그림자 사이를 떠도는 이야기》는 빛이 많아질수록 어둠 또한 많아지는 세계를 배경으로, 타인의 빛 앞에서 생겨나는 결핍과 상실, 멈춰 있던 존재들의 시간을 따라가는 이야기이다. 여러 개의 달 아래 갈라져 있던 그림자들은 과연 하나의 빛을 향해 돌아갈 수 있을까.
태양은 처음부터 없었다.
적어도 그가 아는 세상에서는.
하늘엔 늘 달이 떠있었다.
하나가 아닌 달들은 크고, 작고, 이지러져 있었다.
그것들은 제각각의 속도로 떠다녔는데, 절묘하게도 서로 부딪히지 않았다.
마치 하늘이 짜놓은 무보를 따르듯, 보이지 않는 장단에 맞추어 저마다 제 박자로 선회하고 있었다. 서로의 성좌를 침범치 않는, 고귀하고 오래된 춤사위였다.
사람들은 그런 하늘을 좋아했다. 달들이 선회할 때마다 탄성을 냈고,
달빛이 유난히 밝은 밤이면 밖으로 나와 고개를 젖힌 채 한참을 서 있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소희
작가는 오랫동안 빠르게 변화하는 이미지와 콘텐츠를 다뤄왔다. 많은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만든 작업이 찰나의 소비 뒤에 사라지는 과정을 반복해서 보며, 작가는 휘발되지 않는 방식으로 지금 이 순간을 남기고 싶어졌다. 사진과 영상은 순간을 기록하지만, 화면 속 기록은 쉽게 복제되고 수정되며 또 다른 소비의 흐름 안으로 들어간다. 한 번 지나간 시간은 돌아오지 않고, 그것을 기억하는 감각 또한 반복될수록 조금씩 달라진다.작업은 지나가 버리는 감각을 붙잡아, 천천히 바라볼 수 있게 만드는 일에서 시작된다. 빛과 그림자는 시간의 흐름을 감각하게 하는 이정표다. 같은 물체라도 빛의 세기와 거리, 방향에 따라 다른 그림자를 남긴다. 그림자는 물체의 일부가 아니라 빛이 가려져 나타나는 현상이지만, 그 흔적을 통해 우리는 물체의 형태와 그것이 놓인 공간을 다시 이해하게 된다.작가는 그림자의 어두운 공간에도 질감이 있었으면 한다. 빛이 통과하는 공간과 빛이 비껴간 여백이 그저 비어 있는 곳이 아니라, 손끝으로 감각할 수 있는 형태로 존재했으면 한다. 사람의 삶에 멈춰 있던 시간과 상실 이후의 시간, 이력서에 적을 수 없는 공백같은, 그림자 역시 비어 있음만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은 존재가 견뎌낸 빛의 무게가 머무는 자리다.이 책은 빛이 비껴간 자리와 지나쳐버린 시간에 형태를 부여해 온 작가의 작업이 글로 확장된 결과물이며, 그의 첫 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