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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백을 가진 것들은 무너지지 않는다
글로우문 | 부모님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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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유선희의 첫 시집 『여백을 가진 것들은 무너지지 않는다』는 비움의 의미를 깨달아가는 시적 자아의 성찰을 담고 있다. 시인이 형상화하는 비움의 감각은 상징계의 주체가 자신을 비움으로써 질서 바깥의 존재와 마주하려는 시도다. 단순히 무(無)에 닿아가려는 것보다 사유의 방식을 전환하기 위한 지속적인 과정이 이 비움의 시학을 이룬다.

비운다는 행위는 이미 가지고 있던 것을 제거하여 없음에 도달하는 것을 가리키지만, 시인에게 비움은 스스로 터득해 나가야 하는 삶의 방법이다. 따라서 삶이란 한꺼번 자신을 없애지 않고 내면에 축적된 잔여들을 “조금씩” 덜어내는 장소가 된다. 비우는 곳이 아니라 비우는 법을 배우는 시간이 시인의 삶을 이룬다. 말하지 못하고 지우지 못해 쌓인, 그 상처들을 내려놓는 법을 익히는 셈이다.

그 자리는 ‘바다’로 비유되는 무한한 시간이면서 무수한 문장들이 모인 장소이다. 과거가 모여 유구한 역사가 되고 언어의 잔해가 모여 흐르고 깎이는 곳. 그렇게 현재와 과거, 기억과 실제가 모두 섞이는 곳을 향해 시인은 자신을 조금씩 덜어내는 연습을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출판사 리뷰

이번 시집을 통과한 자들은 ‘자기 비움’의 의미에 대해 다시 사유하게 될 것이다. 2천 년 전 바울은 이렇게 이어 기록하고 있다. “사람의 모양으로 나타나사 자기를 낮추시고 죽기까지 복종하셨으니 곧 십자가에 죽으심이라”(빌립보서 2장 8절). 케노시스는 자신을 낮추는 구원이다. 이는 세계에 축적된 근원적 죄에 대한 구원이면서, 그 원초적 죄를 쌓아 올린 무수한 모래알 같은 존재들의 미래에 대한 구원이다. 이것은 신성한 존재의 자기희생이기도 하지만, 누구보다 가장 낮은 자리를 향했던 존재의 자기 퇴거이자, 침묵이고, 그 심연의 고요로부터 다시 파생되는 기도이다. ‘여백을 가진 존재가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그 여백이 다시 채워질 시간을 예비해서가 아니다. 오히려 그곳은 보이지 않지만 이미 채워진, 그 유구한 슬픔과 사랑이 존재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이 사실만이 우리를 살게 하고, 다시 서로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유선희 시집에는 이러한 힘이 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유선희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충북 옥천군 동이면에 살고 있다. 대전신학대학교를 졸업한 뒤 대한예수교장로회 새생명교회에서 목회하고 있다. 『대전문학』 신인문학상을 수상했으며, 문정문학회 회원이다.

  목차

1부 의자 하나가 배가 될 때

카펠라 11
나를 바다에 붓는 시간 12
낮달을 등에 지고 15
마음산책 16
불 꺼진 이름들 17
17℃ 19
눈 21
문틈 23
구름의 발자국 25
마침표 26
빈방을 싣고 가는 기차 27
느낌표라는 옷 29
빈칸에도 표정이 있다 31
불을 낮추는 일 33
돌 35

2부 구멍 난 자리마다

호박 한 덩이 41
엄마는 포도알 42
끈 44
밥 냄새 좋다 46
대문 없는 집 49
두 짝의 신발 51
세, 시 53
질긴 봄을 부치다 55
밭매는 날 57
지문 59
강낭콩 무늬 이불 61
노란 생일 62
첫눈 64
입안에 남은 이름 66
알수록 깊은 맛 68
달리아의 기도 71

3부 서로의 조각을 맞추느라

말과 말 사이 75
접힌 하늘도 다시 펼쳐진다 76
가장 낮은 곳의 안부 78
우리라는 숲 80
메타세쿼이아 아래서 82
나비의 볼일 84
이면도로 86
물을 주는 법 88
다정한 각도 90
무릅쓴 해 91
묵상 93
간격을 지키는 일 95
푸른 덮개 97
붉은 눈동자 99
둥근 호흡 101
소나무 103

4부 나무는 여백으로 숨을 쉰다

얼굴들 107
포도나무 108
청풍정 110
감람나무 112
별의 하류 114
추신 115
버들마편초 117
비움의 시간 119
선 121
밑바닥에서 123
틈 125
밤사이 허리를 펴는 것 127
벚나무 128
한 병의 여름 130
여름 습작 132
청량음료 133

해설

비움의 시학 137
- 방승호(문학박사,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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