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엄기해 시인이 지나온 삶의 풍경과 기억을 시와 그림으로 함께 엮어낸 시화집이다. 저자는 작가 노트에서 고단한 삶의 여정에서 마주하는 생로병사의 순간들과 그 곁에서 무심하면서도 화려하게 빛나는 자연의 감각적 이미지를 담아내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책의 시편들은 거창한 사건보다 일상의 구체적인 장면을 통해 삶의 슬픔과 아름다움을 동시에 포착한다.
책에는 친정엄마에 대한 애틋한 기억부터 가난했던 시절의 아이들, 교사로서 마주했던 학생들의 삶, 남편을 만나러 오가던 군부대 면회길, 기차와 버스터미널에서 마주한 사람들의 모습이 담겨 있다. 「엄마의 기억」과 「친정엄마」에서는 가족을 향한 사랑과 상실의 정서가, 「가정방문」과 「2월의 아이들」에서는 가난한 아이들을 바라보는 교사의 미안함과 연민이 드러난다. 「200원짜리 우동」과 「불 켜진 집」처럼 소박한 일상의 한 장면에서는 고단한 삶을 잠시 견디게 해주는 작은 온기를 발견한다.
시간이 흘러 노년과 정년퇴직을 맞은 시인의 시선은 지나온 삶을 돌아보면서도 새로운 시간을 향해 열린다. 40년 교직생활을 마치며 저자는 고단했던 시간의 무게를 인정하면서도 그 시간이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이제는 삶의 굴레를 조금씩 내려놓고 자신이 원하는 대로 살아가고 싶다는 고백도 이어진다. 슬픔과 그리움, 후회와 상실을 지나 자연과 사랑, 기억과 새로운 시작을 바라보는 이 시화집은 결국 삶이 아무리 고단해도 그 안에는 여전히 낭만과 온기가 남아 있음을 보여준다.
출판사 리뷰
- 고단한 삶의 한가운데에도 꽃은 피고, 낭만은 남는다
- 지나온 시간을 돌아보는 순간, 슬픔마저 한 편의 시가 된다
엄기해 작가의 『슬픈 삶에도 낭만이 있다』는 한 사람의 생애를 따라 흐르는 기억의 시집이다. 시인은 특별한 삶을 과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어머니의 흰머리와 자식에게 챙겨 보내는 반찬, 장날의 풍경, 학교에 오지 못하는 아이, 남편을 만나기 위해 먼 길을 오가던 시간처럼 평범하고 구체적인 장면 속에서 삶의 진실을 길어 올린다. 그 장면들에는 가난과 이별, 기다림과 미안함이 있지만 동시에 사람을 향한 다정한 마음과 살아가는 힘도 함께 배어 있다.
특히 이 책에서 돋보이는 것은 기억을 바라보는 시인의 따뜻한 시선이다. 「유월의 일기」에는 산밭과 개망초, 아까시꽃, 장독대와 애호박이 등장하고, 「옥정호」에서는 아름다운 자연의 풍경과 고단했던 가족의 삶이 한 화면처럼 겹쳐진다. 「보리밭」에서는 어린 시절의 노동과 학교 앞산 너머로 일하러 갔던 십 대 아이들, 대학 시절 만났던 스승의 기억, 그리고 현재의 자신까지 한 공간에 불러낸다. 자연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지나온 시간을 감싸고 상처 입은 마음을 어루만지는 또 하나의 기억이 된다.
삶의 어두운 면을 바라보는 시선 역시 솔직하다. 「자갈길」과 「동두천 버스터미널」에서는 군인 가족으로 살아가며 감당해야 했던 기다림과 이별의 고단함이 드러나고, 「서울역」과 「유체인간」에서는 낯선 곳에서 홀로 버텨야 했던 젊은 날의 두려움과 절망이 되살아난다. 그러나 시인은 그 시간을 단순히 불행했던 과거로 박제하지 않는다. 「환생」에서는 깊은 구덩이와 무덤 같은 삶을 지나 나비가 되는 이미지로 새로운 생을 그려내고, 「이팝나무」에서는 비바람을 견디며 다시 자라나는 생명의 힘을 바라본다. 슬픔은 끝이 아니라 다른 계절로 넘어가기 위한 힘이 된다.
시집의 후반부에 이르면 시인의 시선은 지나온 삶을 정리하고 앞으로의 시간을 바라본다. 40년 교직생활을 돌아보는 정년퇴임사에는 학생들을 가르치며 함께 배우고 성장했던 시간에 대한 자부심과 고마움, 그리고 이제는 자신을 위해 살아보고 싶은 마음이 솔직하게 담겨 있다. 결국 『슬픈 삶에도 낭만이 있다』는 슬픔을 아름답게 포장하는 책이 아니다. 슬픔을 슬픔 그대로 품은 채 그 곁에서 피어나는 꽃과 바람, 사람과 기억을 바라보는 책이다. 시와 그림이 함께 놓인 페이지를 넘기다 보면 독자는 자신의 지나온 시간까지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문득 깨닫게 된다. 우리가 살아낸 슬픈 날들에도 분명 아름다운 순간이 있었으며, 그 순간을 기억하는 마음 자체가 삶의 낭만일 수 있다는 것을.
작가 소개
지은이 : 엄기해
1960년 충남 천안에서 태어나고 자랐다.공주사범대학 미술교육과, 한국교원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학과를 졸업했다.1983년 3월 전북 임실군 강진면 회진리 섬진중학교에서 교사로서 첫발을 내딛고,열두번 째인 생연중학교에서 2023년 2월 정년퇴직했다.전북에서 5년, 35년은 경기도에서 교직에 몸담았다.- 교원미술작품전 7회(전북, 경기도)- 개인전 1회(2023년)- 대한민국남부현대국제미술제 외 그룹전 50회- 현재 경기국제미술창작협회 회원
목차
작가 노트
[그림] 망각
엄마의 기억
친정엄마
[그림] 유월
유월의 일기
넝쿨장미
[그림] 투영
옥정호
가정방문
강진 장날
[그림] 겨울나무
2월의 아이들
함박눈
[그림] Rememberance
보리밭
[그림] Vain effort
산다는 것은
나에게 노년이란
? !
정년퇴직
소나기
거짓말
[그림] 어디쯤에 떨어질지라도
자갈길
동두천 버스터미널
서울역
200원짜리 우동
불 켜진 집
유체인간
[그림] 환생
환생
수면제의 효능
[그림] 늘 그러하듯이
사랑비
5월
[그림] One moment in time
이팝나무
라일락
[그림] Contrast
더 다 더
[그림] 초여름 바람맞이
초여름 바람맞이
[그림] 억년의 순수
가을
정년퇴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