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아버지의 죽음을 소화하기 위해 인도의 바라나시로 떠났던 날들을 기록한 사진집이다. 80장의 사진과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는 포토 에세이로, 상실을 통과하는 자의 시선으로 담은 장면들을 통해 살아가면서 잃고, 잊고,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전한다.
출판사 리뷰
상실과 애도의 시선으로 담은 인도의 바라나시
『이별 여행』은 아버지의 죽음을 소화하기 위해 인도의 바라나시로 떠났던 날들을 기록한 사진집이다. 80장의 사진과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는 포토 에세이로, 상실을 통과하는 자의 시선으로 담은 장면들을 통해 살아가면서 잃고, 잊고, 다시 만나는 이야기를 전한다.
인도의 바라나시는 삶과 죽음의 경계가 모호한 도시다. 갠지스강이라고 불리는 ‘강가’를 따라 사람들의 일상이 이어지고 여러 관광객이 오가고 강가 끝 화장터에서는 날마다 누군가의 장례가 치러진다. 누군가는 살기 위해, 누군가는 떠나기 위해, 그리고 잘 보내기 위해 그곳에 머문다. 그 시절 작가에게는 아주 멀고 낯선 장소가 필요했다. 이를테면 아버지의 부재가 너무도 당연한 곳이.
한 사람이 사라진 세계는 기이할 만큼 이전과 같지만, 일상은 모든 장면에서 그의 부재를 상기시킨다. 애도에는 정의도 절차도 경계도 완결도 없다. 상실은 회복하거나 해결할 문제가 아니다. 남은 이들에게는 떠난 이의 일부가 영영 남아 있다.

겨울에 아빠의 장례를 치르고 난 후로 나는 제대로 살아있지 않았다. 제때 출근하고 일을 하고 때가 되면 밥을 챙겨 먹었지만 나는 어쩐지 서 있지도, 앉아 있지도 누워있지도 않은 상태인 것 같았다. 내 몸에 붙어 있는 팔다리를, 어딘가로 이동하는 내 육체를 타인의 것처럼 느꼈다. 사는 게 뭐지, 어떻게 사는 거였지, 어떻게 살아야 하지, 왜 살아야 하지. 허공을 떠도는 물음 중 뭐라도 잡고 끈질기게 답을 구해야 할 것 같았는데 답을 찾고 싶은 마음이 들기도 전에 물음마저 하루하루 희미해져 갔다.
바라나시의 봄은 무더웠다. 몹시 더운 날은 한낮 기온이 사십 도를 넘기기도 했다. 아주 느릿하게 걷는다고 해도 금세 온몸이 땀으로 흠뻑 젖었다. 걷다가 바닥에 물방울이 떨어져서 올려다보면 내 몸에서 떨어진 땀이었다. 해를 정면으로 받은 정수리는 깜짝 놀랄 만큼 뜨거웠고 이마와 눈 밑, 인중으로, 목덜미와 등허리와 허벅지로 땀이 줄줄 흘렀다. 미끄덩거리는 팔을 손으로 문지르면 손바닥이 축축하게 젖었고 고개를 흔들면 방금 세안한 것처럼 땀이 사방으로 튀었다. 그렇게 온몸이 땀에 젖는 게 좋았다. 젖은 귀에 이어폰을 꽂은 채로 죽은 그를 그리워하는 노래를 들으면서 나는 내 몸이 울고 있다고 느꼈다. 내가 지금 온몸으로 울고 있구나. 사람은 이렇게도 울 수 있구나 알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곽다영
오롯이 나로 살기를 소망하며, 나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글을 씁니다.에세이 『덜 슬픈 쪽으로』와 『우리는 여전히』, 사진 단상집 『삶의 겨를마다』를 지었습니다.공저로 『조금만 고치면 ‘완벽’할 텐데』, 『제가 아니고요, PMS예요!』, 『괄호 안 하트』, 『혼자 남은 마음에게』가 있습니다.일인 출판사 <그다음>을 운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