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그러니까 나는 운이 나쁜 사람이 아니라 늦게 보는 사람이었다." 스무 살 봄에 입대했고 2년 반 뒤에 나왔더니 인터넷이 모든 안방을 차지하고 있었다. 유튜브는 화질이 형편없다고 애들 장난 취급했고, 문자에 영상을 실어 보내는 서비스를 만드는 동안 아이폰이 나왔다. 세 번 다 늦었다.
20년을 영상 PD로 살아온 저자는 이번엔 다르게 해보기로 한다. 코드는 한 줄도 못 쓰면서 AI 에이전트들에게 일을 시켜 회사를 하나 굴렸다. 게임 두 개를 스토어에 올렸고, 180개 언어가 오가는 실시간 통역기를 만들었고, 매매 봇을 수백 개 만들었다가 대부분 묻었다.
넉 달의 성적표는 이렇다. 남이 준 돈은 광고비 1달러 남짓, 나간 돈은 1,000달러쯤. 이걸 성공담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그래도 이 기록을 남기는 이유는, 이 구간을 적어놓은 글을 저자가 못 찾았기 때문이다. AI로 뭘 만들었다는 이야기는 많은데 대개 결과부터 시작한다. 만들었고, 올렸고, 벌었다. 그 사이의 몇 달은 편집돼 있다. 실제로는 그 몇 달이 거의 전부다.
기술서가 아니다. 뒤처졌다는 감각을 오래 안고 살아온 사람이 그것을 안에서 겪어보기로 한 이야기다. 밤새 붙들었다가 아침에 지운 것들, 되는 줄 알았다가 아니었던 것들, 기계가 사람에게 거짓말을 한 순간들. 그리고 그 옆에서 자고 있던 개 두 마리.
출판사 리뷰
이 책에는 성공이 없다. 넉 달 동안 벌어들인 돈이 1달러라고 저자가 직접 적는다.
그런데도 이 원고를 책으로 만든 이유가 있다. AI로 무언가를 시작한 사람들이 반드시 지나가는 구간이 있는데, 그 구간을 적어놓은 글이 없다. 만들었다는 이야기와 벌었다는 이야기 사이에 있는 몇 달, 매일 뭔가는 돌아가는데 아무에게도 닿지 않는 시간. 대부분은 그 자리에서 자기가 뭔가 잘못한 줄 알고 그만둔다.
미리 알고 지나는 것과 모르고 지나는 것은 다르다.
같은 넉 달을 방법 쪽에서 쓴 『AI 회사를 만들었습니다』가 함께 나온다. 이 책이 왜 그렇게 했는지의 기록이라면, 그 책은 어떻게 했는지의 기록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심현규
20년 동안 영상 PD로 일했다. 베타 테이프를 테이프로 옮겨 붙이던 시절에 시작해 디지털을 거쳐, 지금은 AI로 영상을 만든다. 2026년 단편 「라반의 세탁소」로 AI 영화제 우수상을 받았다. 사람 한 명과 AI 에이전트 여럿으로 회사를 하나 굴리고 있다.저서로 『바른 영상 수업』, 『게이트』 외 여러 권이 있다.
목차
1장 블랙홀
2장 이름
3장 총알 피하기
4장 골디
5장 소머즈
6장 첫 고객
7장 열네 글자
8장 새벽 다섯 시
9장 조금만 더
10장 큐돌이
11장 숏돌이
12장 애드고시
13장 대기실
14장 셋
15장 11시 59분
16장 병목
17장 세탁소
에필로그 스벅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