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의 원작자로 널리 알려진 에드워드 애슈턴의 새로운 소설 『멀 혹은 멀의 세계』가 출간된다. SF를 현 시대에 대한 우화로, 과학기술과 윤리가 충돌하면서 파생되는 문제를 탐구해 온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도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뒤흔드는 질문을 던진다.
첨단 과학기술이 발전한 미래, 신체 조작과 개조를 거부하는 ‘휴머니스트’와 ‘연방군’의 내전이 벌어진다. 자아를 지닌 비물질 인공지능 ‘멀’은 이 복잡한 인간 세계를 방관하며 떠돌다 죽어가는 여성 용병의 몸에 들어가고, 인포스페이스가 끊기면서 전력이 고갈되면 삭제되는 위기에 빠진다. 전쟁터에서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던 멀은 우연히 만난 인물들과 인간적인 교류를 나누며 서서히 변화한다.
『미키7』이 복제인간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라면, 『멀 혹은 멀의 세계』에서 작가의 시각은 사회 전체로 확장된다. 기술 발전이 야기하는 새로운 불평등과 양극화, 서로 다른 계층을 향한 혐오, 점점 모호해지는 인간의 기준을 생생하게 묘사하며, 유쾌한 블랙코미디와 속도감 있는 모험 속에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출판사 리뷰
존재하지만 실체는 없고 자아는 있지만 눈치는 없는 AI, 전쟁터에 내던져지다!
강렬한 역설과 신랄한 블랙유머로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에 대한 물음을 던지는 SF 소설봉준호 감독의 영화 <미키17>의 원작자로 널리 알려진 에드워드 애슈턴의 새로운 소설 《멀 혹은 멀의 세계(Mal goes to war)》가 출간된다. SF를 현 시대에 대한 우화로, 과학기술과 윤리가 충돌하면서 파생되는 문제에 대해 탐구해 온 작가는 이번 신작에서도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뒤흔드는 질문을 던진다.
소설의 배경은 첨단 과학기술이 놀라운 발전을 이룬 미래이다. 인류는 유전자 조작, 신체 강화 등 과학기술을 활용해서 인간의 신체와 정신의 영역을 확장할 수 있는 사회를 이룩했다. 하지만 신체 조작과 개조를 극렬히 거부하며 인간의 본질을 지켜나가야 한다고 주장하며 일군의 무리가 들고일어나기 시작한다. ‘휴머니스트’라 불리는 그들은 자신들을 제압하려는 정부군이나 다를 바 없는 ‘연방군’에 대항한다. 내전이 발발하고, 이 전쟁은 뜻밖에도 기계의 힘을 빌리지 않은 휴머니스트군이 연방군을 제압해 나가고 있다.
이 복잡한 인간 세계를 유유자적 떠돌며 철저히 방관자의 자세로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자아를 지닌 비물질 인공지능 ‘멀’이다. 존재하지만 실체가 없는 멀은 ‘인포스페이스’를 통해 드론, 보안 카메라 등 자신이 들어갈 만한 하드웨어가 장착되어 있는 곳이면 어디든 옮겨 다니며 이동의 한계를 극복해 낸다. 멀은 어느 가정집에서 벌어진 교전 중 치명상을 입고 목숨을 잃어가는 여성 용병을 발견한다. 알고 보니 그녀는 온몸을 신체 강화 기술로 뒤덮은 사이보그다. 평소 ‘육체’에 관심이 많았던 멀은 아주 잠시만 인간의 몸을 경험해 볼 작정으로 그녀에게 들어간다. 하지만 그 몇 분 사이 인포스페이스는 끊어지고, 멀은 죽어가는 여성의 몸에 갇히게 된다. 멀은 적절한 하드웨어를 갖춘 존재 안으로 옮겨 가지 않는 한 전력이 고갈되면 삭제되는 위기에 빠져든다.
작가는 여느 소설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특별한 주인공을 초반부터 극한의 상황에 몰아놓고 앞으로 벌어질 서사에 대한 궁금증을 증폭시킨다. 도무지 대안이 보이지 않는 전쟁의 한복판에서 멀은 자신 못지않게 특이하고 개성 강한 존재들을 만나 목숨을 이어가게 된다. 그 와중에 도덕적 딜레마에 빠지기도 하고, 이성과 감성의 영역이 일치하지 않는 사실을 체감하면서 모순된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그저 살아남아서 예전처럼 한 걸음 떨어져 세상 구경을 하고 싶은 멀은 서서히 삶의 가치와 의미를 되새기게 된다. 작가는 재치 있고 유쾌한 익살꾼답게 독자들이 실웃음과 헛웃음을 짓게 하는 유머러스한 대사와 상황을 보여주는 한편, 흥미진진한 모험담 속에 진지하고 묵직한 메시지를 잘 재워놓는다.
익숙한 설정을 비틀고 뭉개고 뒤엎어 버리는 SF 풍자소설계의 ‘원탑’ 작가의 특별한 소설
화형, 약탈, 배신, 혐오 속에서 인간성을 체득하며 점점 인간적인 존재로 성장하는 AI
통렬한 아이러니와 뭉글뭉글한 카타르시스가 뒤엉킨 블랙코미디애슈턴은 기존 SF 작가들과 결이 많이 다르다. 영화, 소설 등 서사를 다룬 창작 영역에서 ‘인간 VS 기계’의 설정은 대부분 존립이 위태로워진 인간의 위기, 인간성 상실 등을 소재로 삼아왔다. 하지만 애슈턴은 우리에게 익숙한 이러한 서사를 여러 갈래로 비틀고 뒤엎어 버린다. SF 소설 형식 또한 작가에게는 현재의 우리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새로운 관점으로 고찰해 보기 위해 선택한 수단으로 보인다.
어떠한 기술의 도움 없이 인간의 특성을 유지해야 한다는 휴머니스트 진영의 논리는 언뜻 그럴듯해 보이지만,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인본주의를 외치는 그들이 얼마나 잔혹한지 차츰 본색이 드러난다. 오히려 인간적인 면모를 갖추고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상황을 바꿔보려고 노력하는 건 AI인 멀이다. 이 소설은 휴머니스트군 대 연방군의 전투를 검은개미 대 붉은개미의 싸움과 다를 바 없이 똑같이 흥미로운 구경거리로 보던 멀이 차츰 인간성을 획득해 나가고, 섬뜩한 인간들의 전쟁에 적극적으로 개입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춘다.
사실 멀의 태도가 드라마틱하게 바뀌게 된 건 인류를 위한 숭고한 사랑이나 희생 같은 거창한 뜻이 있어서가 아니다. 전쟁터에서 어떻게든 살아남으려 몸부림치던 멀은 우연히 만나 동행하게 된 인물들과 인간적인 교류(갈등을 겪기도 하고 합심하고, 농담을 하거나 비아냥거리는 등)를 나누게 되면서 변화한다. 인간과 인간 사회에 대한 정보와 이론이 가득하지만, 실제 경험이 전무한 멀은 평범하지 않은 인간들과 쉽지 않은 소통을 이어나간다. 멀과 동행하는 이들은 엄마의 그릇된 욕망 때문에 열여덟 살인데도 다섯 살 아이의 몸로 살아가야 하는 소녀, 휴머니스트군이었다가 포로가 된 젊은 남성, 세상사에 별 관심 없이 안락하게 살다가 세파에 시달리는 중년 남성, 휴머니스트군과 연방군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고 나이도 종잡을 수 없는 미스터리한 여성 등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고단한 인물들이다. 멀은 이들 사이에서 데이터로만 축적해 온 인간에 대한 개념과 이해를 우정, 배려, 희생 등 구체적인 감정으로 체화하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AI가 되어간다.
애슈턴은 전작에서 역설적인 상황과 촌철살인의 대사로 ‘인간성’을 탐구해 왔다. 《미키7》이 복제인간을 통해 개인의 정체성과 존재의 의미를 되묻는 작품이라면, 《멀 혹은 멀의 세계》에서 작가의 시각은 사회 전체로 확장된다. 전작에서 주변인물들이 주인공에 비해 비중이 커 보이지 않은 데 비해 이 소설에서 주인공 멀뿐 아니라 멀과 함께 난관을 헤쳐 나가는 인물들의 특성이 도드라지는 이유다. 작가는 또한 기술 발전이 야기하는 새로운 불평등과 양극화, 서로 다른 계층을 향한 혐오, 점점 모호해지고 갈등을 빚어내는 인간의 기준, 핵미사일의 작동 버튼만큼 무서운 과학기술의 무분별한 남용 등 미래 사회에서 우리가 마주할 수 있는 문제들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멀 혹은 멀의 세계》는 유쾌한 블랙코미디와 속도감 있는 모험 속에 다채로운 인물들이 마주하는 사건을 통해 진일보한 디지털 문명사회에서 ‘인간다움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독자에게 던지는 흥미로운 소설이다.

“멀은 원래 이름이 아니라며? 긴 이름을 줄여서 부르는 거겠지. 네 원래 이름은 뭔데? 말콤? 맬러리? 맬라카이?”
“멀웨어(malware. 악성 코드라는 뜻―옮긴이).”
케일리는 멈칫하며 그를 가만히 쳐다본다.
“그래, 알았어. 그냥 멀로 하자.”
_ <전술적 실책>에서마침내 케일리가 입을 연다.
“멀은 우리가 널 죽여야 한대. 넌 똥멍청이 같은 휴머니스트고 네 말을 한 마디도 믿을 수 없으니까. 하지만 난 인류애가 넘쳐서 네 멍청한 대가리를 깨느라 방망이에 흠집 내고 싶지 않아. 그래서 널 죽이기보다는 포로로 잡을 생각이야. 우리가 그렇게 결정하면 따를 거야? 멍청하게 굴지 않겠다고 약속해?”
“으음…… 그러겠다고 하면?”
그러자 멀이 말한다.
“멋지다. 우린 처음으로 전쟁 포로를 얻었어.”
_ <전쟁 규칙을 적용하다>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에드워드 애슈턴
『미키7』(봉준호 감독이 연출하고 로버트 패틴슨과 마크 러팔로가 주연을 맡은 영화)를 비롯하여 《미키7: 반물질의 블루스MICKEY7: ANTIMATTER BLUES》, 《더 포스 콘소트The Fourth Consort》, 《애프터 더 폴After The Fall》 등 총 일곱 권의 소설을 출간한 작가이다. 그의 단편 소설은 이탈리아 소시지 회사의 뉴스레터부터 《이스케이프 팟Escape Pod》, 《아날로그Analog》, 《파이어사이드 픽션Fireside Fiction》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매체에 실렸다. 여가 시간에는 암 연구를 하거나, 예민한 사냥개 무리와 함께 숲을 거닐거나, 나무를 깎는 것을 즐긴다. edwardashton.com이나 대부분의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서 @edashtonwriting을 통해 그를 만날 수 있다.
목차
1장. 전술적 실책 9
2장. 전쟁 규칙을 적용하다 30
3장. 뜻밖의 체중 감량 50
4장. 도덕적 딜레마 65
5장. 가택 침입 84
6장. 우정의 진정한 의미 105
7장. 허공 120
8장. 필멸 136
9장. 산을 오르다 155
10장. 유감스러운 사실 170
11장. 우정의 가치 187
12장. 인간관계 203
13장. 무임승차 225
14장. 자비의 한계 242
15장. 있는 그대로 260
16장. 잠입 273
17장. 소라게 290
18장. 적진 한복판으로 305
19장. 팀을 갈아타다 325
20장. 재회 341
21장. 멸종 위기종 361
22장. 멀의 마지막 유혹 374
23장. 상황 타개 380
24장. 한 걸음 393
25장. 쇼니스 식당의 막간극 400
26장. 결말을 보다 404
27장. 바보 전쟁의 간략한 역사(옴니피디아 항목, 2071년 4월 14일 최종 수정) 410
감사의 말 4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