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프랑스에서 10만 부 이상 판매된 『그만해 거짓말』은 메종 드 라 프레스상을 수상하고 영화와 연극으로도 만들어졌다. 1984년, 전혀 다른 세계에 속했던 열일곱 살의 ‘나(필리프)’와 과묵한 소년 토마는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되는 비밀스러운 첫사랑을 한다. 작품은 1984년의 첫사랑, 2007년의 만남, 2016년에 전해진 인사를 오가며 한 사람의 생애에 남은 사랑의 흔적을 복원한다.
소설가가 된 필리프 베송은 이 책에서 허구 뒤에 숨지 않고 평생 써온 이야기의 시작과 정면으로 마주하며 토마 앙드리외에게 헌정하는 소설을 출간했다. 끝나버린 첫사랑의 회고담을 넘어, 열일곱 살의 한순간이 이후의 사랑과 이별, 한 사람의 삶 전체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성장과 기억의 소설이다.
출판사 리뷰
◆ 프랑스에서 10만 부 이상 판매, ‘메종 드 라 프레스상’ 수상작
◆ 올리비에 페용 감독 영화화 · 프랑스 무대 연극화
모든 글은 누군가를 위해 쓰이고
이 책은 오직 한 사람을 위해 쓰였다
“어째서 나야?”
근시 안경, 허름한 스웨터, 괜히 한 대 치고 싶게 생긴 학생, 지나치게 좋은 성적, 여자아이 같은 몸짓. 나의 이런 모습들이 떠올라 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대답했다.
“네가 남들과 전혀 달라서. 너는 모르고 있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너뿐이야.”
그리고 내가 절대로 잊지 못할 말을 덧붙였다.
“왜냐하면 너는 떠날 거고, 우리는 남을 테니까.” _44쪽
1981년, 프랑스에서 동성애는 정신질환이었다. 1982년, 프랑스는 18세 이전에 동성애를 하면 징역형에 처했다. 1983년, 프랑스에서 에이즈란 동성애자의 병이었다. 1984년, 프랑스 바르브지외에 살던 필리프와 토마라는 두 소년은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할 첫사랑을 했다. 그리고 2017년, 프랑스의 소설가 ‘필리프 베송’은 ‘토마 앙드리외’에게 헌정하는 소설, 《그만해 거짓말》을 출간했다.
소설의 서문에서, 어린 시절부터 다른 이들의 삶을 멋대로 상상해 지어내기를 좋아하던 ‘필리프’에게 어머니는 이렇게 말한다. ‘그만해, 거짓말.’ 소설가가 된 필리프 베송은 두 번째 소설 주인공의 이름을 ‘토마’라고 지었고, 《이런 사랑》에서는 여자와 남자 사이에서 이중생활을 하는 인물을, 《이별과 이별하기》에서는 떠난 연인에게 답장 없는 편지를 보내며 세계를 떠도는 여성을 그렸다. 실제 삶에 얽혔던 이름과 감정, 상실을 인물의 세부 요소와 상황만 바꾸어 여러 소설 속에 흩어놓은 것이다. 베송은 《뉴요커》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지난 20년 동안 발표한 모든 소설이 결국 토마를 중심으로 맴돌고 있었다고 고백했다. 그러나 이 책에서만큼은 허구 뒤에 숨지 않는다. 마침내 거짓말을 멈추고, 평생 써온 이야기의 시작과 정면으로 마주한다.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던 첫사랑과
32년이 지나 도착한 작별 인사
1984년, 열일곱 살의 ‘나’는 교장의 아들이자 장래를 촉망받는 우등생이고, 토마는 졸업 뒤 아버지의 농장을 물려받아 고향에 남아야 하는 과묵한 소년이다. 전혀 다른 세계에 속한 두 사람은 서로에게 강렬하게 끌리지만, 그들의 사랑은 누구에게도 들켜서는 안 되는 비밀이다. 남들 앞에서는 모르는 사이인 척하고, 날짜와 시간만 적은 쪽지를 사물함에 넣어 만남을 약속하고, 다른 누구도 보지 못하는 곳에서만 서로를 사랑한다. 졸업 시험 이후 여름이 끝날 무렵 토마는 인사도 없이 스페인으로 떠나고, ‘나’ 역시 보르도에서 새로운 삶을 시작한다.
작품은 1984년의 첫사랑, 2007년의 뜻밖의 만남, 2016년에 전해진 인사를 오가며 한 사람의 생애에 남은 사랑의 흔적을 복원한다. 화자가 기억하는 토마의 사소한 몸짓, 냄새, 옷차림과 함께 보았던 풍경은 지나간 청춘을 생생히 되살리는 동시에 기억이 어떻게 사실을 선택하고 변형하는지를 보여준다. “진실보다 중요한 것은 그럴듯함이고, 정확성보다는 적절함”이라고 말하는 작가는 본인의 기억과 소설의 허구성, 진실과 거짓말의 경계를 끊임없이 넘나든다. 《그만해 거짓말》은 끝나버린 첫사랑의 회고담을 넘어, 열일곱 살의 한순간이 이후의 사랑과 이별, 한 사람의 삶 전체를 어떻게 만들어가는지를 보여주는 성장과 기억의 소설인 셈이다.
비밀은 사랑을 지켜주지만
사랑은 비밀로 남을 수 없다
베송은 당시의 관계를 두고 “비밀은 이 사랑을 꽃피울 수 있게 해주었지만, 동시에 그 사랑을 죽였다”고 말한다. 남들의 시선을 피해 사랑하는 일은 짜릿한 일탈이자 둘만의 세계를 지켜주는 방패지만, 언제까지나 그늘 속에서 살아갈 수는 없기 때문이다. ‘나’는 유복한 가정에서 자랐고 자신의 성적 지향을 비교적 일찍 받아들인 편이다. 반면 토마의 어머니는 독실한 가톨릭 신자였고, 그는 강인한 남성으로 살아야 한다는 요구와 장남이자 외아들로서 가족과 농장을 책임져야 한다는 기대에 둘러싸여 있다. 그에게 사랑은 욕망인 동시에 수치심이며, 삶의 궤도에서 벗어나는 위험한 일탈이다. 두 사람 사이의 거리는 성격의 차이를 넘어 교육, 계급, 종교와 가족, 떠날 수 있는 사람과 남아야 하는 사람의 간극으로 확장된다.
토마가 후에 직접 썼듯이 그는 ‘평생 말을 할 줄 몰랐’기 때문에, 그들은 말 대신 서로의 몸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 작품 내 감각적인 육체 묘사는 사랑을 말할 언어가 없었던 두 소년의 침묵을 대신한다. 베송은 토마의 선택을 비겁함이라는 말로 단정하지 않는다. 오히려 자기 본성과 화해하지 못한 사람을 ‘너무 넓고 빽빽한 숲에서 길을 잃은 사람’에 비유하며, 한 시대와 공동체가 개인에게 강요한 침묵의 무게를 헤아린다. 사랑을 지키기 위해 택한 비밀이 결국 사랑의 존재마저 지우고, 한 사람이 평생 자기 자신을 부정하게 만드는 과정을 오직 당사자만이 관찰할 수 있는 시선으로 따라간다.
부재하는 사람을 되살리는 증언,
소설이라는 액자에 담은 첫사랑의 얼굴
《그만해 거짓말》에서 글쓰기는 지나간 사랑을 기억나는 대로 미화하는 일이 아니라, 세상에 자신을 그대로 내보이지도 못한 채 사라진 한 사람의 삶을 증명하는 행위다. 베송은 “책에는 부재하는 사람을 현존하게 하는 힘이 있다. 책은 사라짐을 바로잡고, 어떤 의미에서는 죽음을 폐기한다”고 말한다. 숨겨야만 했던 사랑은 아무런 증거도 남기지 않았으므로 존재하지 않았던 일이 될 수도 있다. 작가는 닥쳐오는 소멸에 맞서 토마의 몸짓, 목소리, 당시의 노래와 영화, 지방 도시의 풍경을 문장 속에 되살린다. 뒤라스와 기베르, 트뤼포의 작품과 당대의 노래들이 소설 곳곳에 흐르는 가운데, 개인의 사랑은 한 시대의 사회적·문화적 공기와 포개지고 한 소년의 비밀은 오랫동안 말할 수 없었던 수많은 사람의 기억으로 넓어진다. 1984년부터 2016년까지, 33년이라는 시간을 가로지르는 절제된 서술을 통해, 《그만해 거짓말》은 한 작가가 평생 써왔던 이야기의 실체를 비로소 고백하는 문학적 증언으로 드러난다.
2017년 메종 드 라 프레스상을 수상한 이 작품은 영화와 연극으로도 만들어졌고, 그때마다 토마는 새로운 독자와 관객 앞에 다시 나타났다. 살아 있고, 생동하며, 사랑에 빠진 소년의 모습으로. 작가가 지어낸 허구가 아닌, 그의 삶이 직접 쓴 이 이야기에는 거짓말이 없다. 그리고 누군가 기억하고 기록하는 한, 한 사람의 삶과 사랑은 결코 사라질 수는 없는 것이다. 30여 년 전, 필리프 베송은 첫사랑을 앓았다. 우리는 그가 사랑했던 소년을 오직 이 책으로만 만나볼 수 있다.
나는 오래전부터 그 일을 좋아했다. 잠깐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의 삶을 지어내고 그들의 모습에 관심을 기울이는 일에 편집증적으로 집착했다. 아주 어릴 때부터 그랬던 것 같다. 그러고 보니 그 점을 염려한 엄마가 늘 주의를 주던 게 기억난다.
“그만해, 거짓말.”
엄마가 ‘이야기’라고 하지 않고 ‘거짓말’이라고 한 것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 있다.
나는 열일곱 살이다.
나는 알지 못했다. 두 번 다시 열일곱 살이 될 수 없다는 것을. 젊음이란 영원하지 않은 한순간이며 금세 사라진다는 것을. 우리는 젊음이 다 지난 뒤에야 너무 늦게, 그 시간이 그대로 날아가버린 뒤에야, 젊음을 잃어버린 뒤에야 비로소 그 사실을 깨닫게 된다는 것을. 이 사실을 먼저 깨달은 몇몇 이들이 이야기해줘도, 어른들이 끊임없이 일러줘도 나는 그들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래서 이 질문이 자연스럽게 나왔다.
어째서 나야?
근시 안경, 허름한 스웨터, 괜히 한 대 치고 싶게 생긴 학생, 지나치게 좋은 성적, 여자아이 같은 몸짓. 나의 이런 모습들이 떠올라 그 질문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가 대답했다.
“네가 남들과 전혀 달라서. 너는 모르고 있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너뿐이야.”
그리고 내가 절대로 잊지 못할 말을 덧붙였다.
“왜냐하면 너는 떠날 거고, 우리는 남을 테니까.”
작가 소개
지은이 : 필리프 베송
프랑스 바르브지외-생틸레르에서 교사인 아버지와 공증인 사무소에서 일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법학을 공부한 뒤 법률 고문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으며, 이후 인사 담당 이사로 일했다. 파리에 살던 그는 서른네 살에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오롯이 글쓰기에 전념하기로 결심했다.2001년 첫 소설 《남자들이 없는 동안》을 발표해 에마뉘엘 로블레스상을 받았다. 같은 해 발표한 《그의 동생》은 페미나상 최종 후보에 올랐고, 이후 파트리스 셰로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 베송의 작품은 처음부터 내밀하고 섬세한 문체로 두드러졌으며, 상실과 이루어질 수 없는 사랑, 그리고 우리의 삶을 빚어내는 침묵을 꾸준히 탐구해왔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그만해 거짓말》은 메종 드 라 프레스상을 받았으며, 2022년 올리비에 페용 감독에 의해 영화화되었다.그 밖의 주요 작품으로 《포기의 순간》, 《아빠가 엄마를 죽였어》, 《이탈리아의 하숙집》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