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산문집 『그랬다고 적었다』와 함께 김애란의 첫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의 개정판을 펴낸다. 지난 2019년에 출간되어 오랜 시간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산문집으로, 햇살이 내리쬐는 시골길, 잘 익은 빨간색 수박, 천천히 돌아가는 선풍기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우리 삶에 선선한 바람을 쐬어주는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맑고 깊은 글이 담겨 있다. 지금의 삶을 긍정하는 사람의 시선이 곳곳에서 반짝이고, 김애란의 초기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유머러스함도 녹아들어 있어 더욱 반갑다.
이번 개정판은 차례를 전체적으로 새롭게 매만지고, 말 자체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관심을 보여주는 다섯 편의 글을 ‘단어 사전’이라는 별도의 제목으로 묶음으로써 김애란 특유의 시적인 여백을 천천히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 아이의 등단 소식이 마을 전체의 축제가 되는 작은 동네에서 무럭무럭 자라난 유년 시절부터 “삶의 앞통수와 뒤통수, 옆통수”(109쪽)를 보는 여러 일을 겪으면서도 끝내 삶을 체념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갖추게 된 삼십대의 시절까지, 활기와 젊음으로 생동하는 작가의 빛나는 청춘 시절이 이 한 권에 담겨 있다.
출판사 리뷰
김애란을 키운 소중한 8할과 삶의 방향을 바꾼 결정적 2할
새롭게 탄생한 김애란 첫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 개정판
신작 산문집 『그랬다고 적었다』와 함께 김애란의 첫 산문집 『잊기 좋은 이름』의 개정판을 펴낸다. 지난 2019년에 출간되어 오랜 시간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은 산문집으로, 햇살이 내리쬐는 시골길, 잘 익은 빨간색 수박, 천천히 돌아가는 선풍기처럼 화려하지 않지만 우리 삶에 선선한 바람을 쐬어주는 것들을 떠올리게 하는 맑고 깊은 글이 담겨 있다. 지금의 삶을 긍정하는 사람의 시선이 곳곳에서 반짝이고, 김애란의 초기 소설에서 느낄 수 있는 유머러스함도 녹아들어 있어 더욱 반갑다.
이번 개정판은 차례를 전체적으로 새롭게 매만지고, 말 자체에 대한 작가의 남다른 관심을 보여주는 다섯 편의 글을 ‘단어 사전’이라는 별도의 제목으로 묶음으로써 김애란 특유의 시적인 여백을 천천히 따라갈 수 있도록 구성했다. 한 아이의 등단 소식이 마을 전체의 축제가 되는 작은 동네에서 무럭무럭 자라난 유년 시절부터 “삶의 앞통수와 뒤통수, 옆통수”(109쪽)를 보는 여러 일을 겪으면서도 끝내 삶을 체념하거나 포기하지 않는 태도를 갖추게 된 삼십대의 시절까지, 활기와 젊음으로 생동하는 작가의 빛나는 청춘 시절이 이 한 권에 담겨 있다.
살랑 미풍이 불 때 마음은 부풀고 우리는 조금 자란다
은은히 반짝이는 것들을 디디며 마침내 당도한 이곳
지금의 삶을 힘껏 껴안는 김애란의 작고 오래된 비밀
김애란은 어떤 시간을 보내 지금과 같은 소설가가 되었을까. 아마 김애란의 소설을 읽는다면 자연스레 품게 될 궁금증일 것이다. 『잊기 좋은 이름』은 그 비밀에 처음으로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탐스럽고 훌륭한 보고이다. 이번 책은 각 부의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나’에게서 시작하여 ‘너’로, 그리고 다시 ‘우리’로 뻗어나가는 세 개의 부로 구성되어 있다. 그 방향은 자연스러운 변화의 흐름을 하나의 지향으로 꿰어내는 작가의 의도가 담긴 것이리라.
1부 ‘나를 부른 이름’은 “누군가의 겸연쩍은 ‘뽕치기’로부터 ‘소설’이란 그럴듯한 ‘뻥치기’에 이른”(90쪽) 작가의 과거가 유쾌하면서 울림이 있는 목소리로 전해진다. 마음을 부풀게 하는 학창시절 누군가와의 간지러운 주고받음, 고향인 지방에서 상경해 뜨거운 햇볕 속에서 몸을 누일 작은 방을 찾아다니던 스무 살의 헤맴, 대학교 컴퓨터실에서 처음 등단 소식을 들었을 때 크게 울렁이던 마음이 선명한 해상도로 펼쳐짐으로써 이번 책을 청량하고 짙푸르게 수놓는다. 특히 “교육이나 교양으론 대체할 수 없는, 구매도 학습도 불가능한 유년의 정서”(10쪽)가 만들어진 어머니의 칼국숫집 맛나당에 대한 이야기를 비롯해 부모의 연애담을 능청스럽게 풀어내는 몇몇 에세이는 김애란 소설이 지닌 사람과 삶을 긍정하는 힘이 어디에서 비롯되었는지를 알게 하는 소중한 글이다.
2부 ‘너와 부른 이름’은 신뢰와 애정을 담아 건네는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인사가 담겨 있다. 김연수, 윤성희, 편혜영 작가 등 소설이라는 세계를 통해 처음 만나 관계를 이어나가는 동료 작가와의 일화는 우정이 어떻게 시작되고 두터워지는지 내밀하면서 보편적인 양상을 들여다보게 한다. 또한 작가가 들려주는 책 이야기도 빠뜨릴 수 없다. 박완서에서 헤르타 뮐러에 이르기까지 자분자분한 음성으로 책 속 세계로 안내하는 작가의 손길을 따라 이야기를 다채롭게 받아들이고 음미하는 또하나의 방식을 알 수 있다.
3부 ‘우릴 부른 이름들’은 우리라는 넓은 단어로 담아낸 공동체의 모습을 비춘다. 폴란드 그단스크를 찾았다 방문한 제2차세계대전박물관을 거치며 시대의 압력에 굴복하지 않은 귄터 그라스의 『양철북』을 포개어 읽는가 하면, 우리 삶의 돌이킬 수 없는 표징이 된 세월호 사건 앞에서 느낀 혼란과 낙망을 여과 없이 고백한다. 그러한 어지러움과 실망 속에서도 마치 책장 사이사이에 은근히 감춰진 꽃잎처럼 타인에게 건네받은 따뜻하고 물컹한 것이 3부 갈피 속에 들어가 있어 우리에게 숨쉴 자리를 내어준다.
김애란은 이번 책을 ‘이름’이라는 공통의 단어로 묶으면서 ‘내가 부른 이름’이라거나 ‘너를 부른 이름’ ‘우리가 부른 이름’이라 하지 않고, ‘나를 부른 이름’ ‘너와 부른 이름’ ‘우릴 부른 이름들’이라는 제목을 달았다. 이는 스스로에 대해 말할 때조차 오롯하게 혼자 있는 독자적인 개인이 아니라 타인들 속에서 함께하는 개인의 모습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본다는 뜻일 것이다. 일인칭이 아니라 그 너머를 향해 힘껏 뻗어나가는 움직임, 그렇기에 혼자에게는 필요치 않은, 늘 둘 이상이 모여 있을 때 의미와 필요가 생겨나는 이름이라는 단어가 이번 책을 감싸안는 이유일 것이다.
나는 우리 삶에 생존만 있는 게 아니라 사치와 허영과 아름다움이 깃드는 게 좋았다. 때론 그렇게 반짝이는 것들을 밟고 건너야만 하는 시절도 있는 법이니까.(「나를 키운 팔 할은」)
몸에서는 퀴퀴한 냄새가 나고 맘속에선 미풍이 불던 우리의 여름. 창문 너머론 거대한 초록이 넘실거리고, 그 시절 대중에게 사랑받던 젊은이 둘이 “나 더이상 무얼 바라겠니”라 노래하고 있었다. 대걸레와 빗자루를 든 그애와 내가 서 있는 창밖으론 일본 애니메이션에 나올 법한 하얀 뭉게구름이 흘러갔고, 힙합 문법에 맞게 사회 비판을 일삼던 두 가수는 그때만큼은 서정적인 멜로디에 몸을 맡긴 채 지금이 참 좋다고, 젊어서 참 기쁘다는 식의 가사를 읊고 있었다.(「언제나 꿈꿔온 순간이」)
이따금 나는 내 성정의 경박하고 아름다운 어떤 부분, 내가 껴안는 상스러움의 많은 부분은 그 별들의 영향에서 나온 게 아닐까 생각한다. 토성의 영향 아래 있는 우울한 기질의 학자처럼, 빛을 흡수한 뒤 천천히 사라지는 야광 별의 영향을 받으며, 길을 걷고, 물건을 사고, 가끔은 그 대가리가 커다란 모니터 앞에 앉아 글을 쓰다, 전화가 오면 다시 벌떡 일어나 놀러 나갔던 것은 아닐까 하고.(「야간 비행」)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애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안녕이라 그랬어』,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이중 하나는 거짓말』, 산문집 『그랬다고 적었다』가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한무숙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최인호청년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달려라, 아비』 프랑스어판이 프랑스 비평가와 기자들이 선정하는 ‘리나페르쉬 상(Prix de l’inapercu)’을 받았다.
목차
1부 나를 부른 이름
나를 키운 팔 할은 … 009
언제나 꿈꿔온 순간이 … 015
야간 비행 … 023
여름의 풍속 … 029
당신과 조우 … 046
현수막 휘날리며 … 054
한여름 밤의 라디오 … 060
나의 기원, 그의 연애 … 071
카드놀이 … 078
안아볼 무렵—이효석문학상 수상 소감 … 091
몸과 바람 … 096
속삭임—단어 사전 1 … 099
기우뚱–하다—단어 사전 2 … 102
2부 너와 부른 이름
생일 축하—창비 오십 주년 축사 … 107
여름의 속셈—김연수 『청춘의 문장들』 십 주년 발문 … 114
그녀에게 휘파람 … 126
연호관념사전 … 140
그녀의 푸른 손—황순원문학상 축사 … 150
두근두근 산해경山海經 … 159
말言 주변에서, 말주변 찾기—박완서, 「닮은 방들」 … 164
특별하고, 더럽고, 수치스럽고, 아름다운—헤르타 뮐러, 『숨그네』 … 170
부사副詞와 인사—단어 사전 3 … 176
초겨울—단어 사전 4 … 180
3부 우릴 부른 이름들
알록달록한 점점點點 … 185
리듬의 방향—귄터 그라스의 『양철북』과 폴란드 북부 도시 그단스크 … 193
문장 영향권 … 204
점, 선, 면, 겹 … 213
기우는 봄, 우리가 본 것 … 229
아는 얘기, 모르는 노래 … 245
빛과 빚 … 257
잊기 좋은 이름—「물속 골리앗」 작가노트 … 264
말의 약점—단어 사전 5 … 271
초판 작가의 말 … 273
개정판 작가의 말 … 2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