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소설가 김애란이 새 책과 함께 여름 인사를 건넨다. 최근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2024)과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2025)를 펴내며 허구의 세계 안에서 지금 한국사회의 풍경을 세밀하게 그리는 데 집중해온 작가가 이번에 새 이야기를 담아낸 그릇은 소설이 아니라 산문이다.
소설 속 화자가 아니라 작가 자신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울려퍼지는 바로 그 장르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오랫동안 사랑해온 작품을 써낸 작가 김애란의 생생한 다면(多面)과 만난다. 그 면면은 생활인이자 창작자, 사회인의 모습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활인으로서 김애란은 제주도의 너른 쉼터를 뛰어다니는 강아지를 바라보며 대도시에서와 다른 초록의 풍경을 눈에 담기도 하고, 오랜 시간 오해했던 누군가의 면모를 새롭게 발견하기도 한다.
창작자로서 인공지능 챗봇 챗지피티의 등장을 지켜보며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성찰하기도 하고, 사회인으로서 우리 모두가 함께 겪은 코로나 시기를 돌아보며 진정한 자립과 타인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한다. 이 면면은 엄밀히 구분되기보다 서로 섞이고 간섭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 바탕에는 공통적으로 몸과 마음의 한계를 지닌 사람으로서의 스스로를 인정하는 겸허하고 유연한 태도가 깔려 있다.
출판사 리뷰
한국문학의 유일무이한 목소리, 김애란 7년 만의 신작 산문집
사람을 사람답게, 언어를 언어답게, 삶을 삶답게
가장 인간적인 기술로 써내려간 소소하고 놀라운 우리의 오늘
소설가 김애란이 새 책과 함께 여름 인사를 건넨다. 최근 장편소설 『이중 하나는 거짓말』(2024)과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2025)를 펴내며 허구의 세계 안에서 지금 한국사회의 풍경을 세밀하게 그리는 데 집중해온 작가가 이번에 새 이야기를 담아낸 그릇은 소설이 아니라 산문이다. 소설 속 화자가 아니라 작가 자신의 목소리가 나직하게 울려퍼지는 바로 그 장르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오랫동안 사랑해온 작품을 써낸 작가 김애란의 생생한 다면(多面)과 만난다. 그 면면은 생활인이자 창작자, 사회인의 모습으로 이루어져 있다. 생활인으로서 김애란은 제주도의 너른 쉼터를 뛰어다니는 강아지를 바라보며 대도시에서와 다른 초록의 풍경을 눈에 담기도 하고, 오랜 시간 오해했던 누군가의 면모를 새롭게 발견하기도 한다. 창작자로서 인공지능 챗봇 챗지피티의 등장을 지켜보며 인간이라는 존재 자체를 성찰하기도 하고, 사회인으로서 우리 모두가 함께 겪은 코로나 시기를 돌아보며 진정한 자립과 타인의 의미를 되새기기도 한다. 이 면면은 엄밀히 구분되기보다 서로 섞이고 간섭하며 영향을 주고받는다. 그 바탕에는 공통적으로 몸과 마음의 한계를 지닌 사람으로서의 스스로를 인정하는 겸허하고 유연한 태도가 깔려 있다.
그리고 그 태도는 ‘내가 되지 않는 꿈’이라는 인상적인 표현과 연결된다. 김애란은 말한다. 진정한 내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은 얼마나 해방적이냐고. 내가 되지 않는다는 건 나라는 작은 테두리에서 벗어난다는 뜻이고, 그렇게 나의 “농도를 조금씩 옅게”(19쪽) 만듦으로써 다른 무언가가 새롭게 들어설 자리를 마련한다는 의미이다. 마치 바람이 선선하게 드나들듯이 나라는 창문을 통해 다른 무엇이 부드럽게 오갈 수 있도록 여러 방향을 향해 스스로를 열어놓는 것이다. 그 문을 통해 가족과 동료, 과거의 자신이 들어오고, 그 문을 통해 우연히 접하거나 적극적으로 들여다본 글과 영상이 들어오고, 그 문을 통해 우리가 함께 겪은 사회문제가 들어온다. 그러는 사이 조용하게 맺혀드는 생각과 확장되는 인식의 테두리를 모두 아울러 김애란은 다만 ‘그랬다고 적었다’라고 간명하게 표현한다.
그렇게 이번 산문집은 곁에 있는 사람에게로, 동시대인에게로, 사회 바깥으로 향하며 품을 넓힌다. 『그랬다고 적었다』는 김애란이 그저 좋은 소설가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동시대인 곁에서 ‘우리의 오늘’을 써내려가며 함께 호흡하는 유일무이한 목소리를 지닌 작가임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품위와 예의를 갖추고 도달한
놀랍고도 아름다운 산문적 진실
『그랬다고 적었다』는 총 세 개의 부로 이루어져 있다. 김애란이 오랫동안 들여다본 주제이자 이즈음에 접어들어 더 깊고 넓어진 시선으로 바라보게 된 세 가지 관심사, ‘사람’ ‘이야기’ ‘일상’에 대한 탐구가 바로 그것이다.
1부 ‘사람의 얼굴’은 고유명사로서의 사람을 재발견하는 일에서 시작해 일반명사로서의 사람 그 자체를 재인식하는 일로 나아가는 긴 호흡의 글들이 묶여 있다. 김애란은 자신의 아버지에게 생긴 예기치 않은 병과 그로 인해 달라진 생활을 담담하게 적어내려가며 그 사건이 ‘앎’의 측면에서 불러일으킨 변화에 대해 말한다. 그 변화는 이미 충분히 안다고 생각했기에 더는 궁금해할 여지가 없었던, “하나의 완결된 서사”(62쪽)로 꽉 닫혀 있던 아버지에게 자신이 몰랐던 이야기가 있음을 깨닫는 것에서 온다. 작가는 닫혀 있던 이야기의 문을 용기를 내어 열고,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것들로 정갈하고 소담하게 채워진 아버지의 작은 세계를 마주한다. 그 세계를 기록하는 작가의 문장은 어느 때보다 단정하고 간결하지만, 우리는 많은 감정과 상황이 응축되어 있는 그 글들을 통해 품위와 예의를 갖추며 가까스로 도달한 놀랍고도 아름다운 산문적 진실을 접하게 된다.
그와 더불어 김애란은 무엇이 사람을 사람답게 하는지 고찰하는 방향으로 나아감으로써 이번 산문집의 뼈대를 탄탄하고 독자적으로 만든다. 올봄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 출연해 많은 사람의 마음을 사로잡은 ‘AI와 인간의 차이점’ 등에 대한 토대가 되는 이야기가 이번 책 1부에 실린바, 단점이라 여겨지는 어떤 특징들이 사람을 다른 무엇과도 구분시켜주는 고유한 점임을 인상적인 에피소드를 통해 전한다.
2부 ‘이야기의 얼굴’은 어린 시절 매혹되어 오랫동안 자기 문학의 원류로 자리잡은 유령 문학에 대한 뜻밖의 애정을 밝히며 시작된다. 학창시절 반 친구들 앞에서 무서운 이야기를 들려주었을 때 “교실 안을 가득 메운 집중의 에너지”(99쪽) 속에서 맛본 희열이 작가로서의 자신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었는지 고백하는 대목은 작가 김애란을 이루는 구성요소를 짐작하게 하는 흥미로운 일화이다. 이 요소는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새롭고 다양한 것들로 채워지는데, 김애란은 우리의 전통인 판소리를 즐긴 어느 하루를 돌아보며 요즘과 같이 요약과 빠름이 미덕인 시대에 수용자이자 창작자로서 하게 되는 고민을 천연스럽고도 날카롭게 짚어내기도 하고 다양한 작품을 예시로 들며 우리의 일상에서 이야기가 작동하는 양태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 구체적인 목록은 생각의 힘줄이자 삶의 태도로서 이야기가 가진 힘을 느끼게 할 뿐만 아니라 그 자체 우리에게 또다른 이야기로 건너가는 유연한 파도가 되어준다.
3부 ‘일상의 얼굴’은 우리가 아무렇지 않게 흘려보내는 평범한 하루하루부터 문득 삶이 정지되는 듯 비일상적인 일이 벌어지는 특정 순간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통과해나가는 나날의 면모를 그린다. 김애란은 지난 2020년 부분일식 현상으로 어린이부터 어른까지 설렘과 기대감으로 너울졌던 어느 하루를 애정을 담아 기록하기도 하고, 어린 시절 ‘메이커’ 코트가 다른 사람 눈에 잘 띄도록 상표 위치를 바꿔 달았던 일화를 소개하기도 한다. 한편으로 ‘혼자 있는 상황’이 자유로움이 아니라 어떤 무서움과 두려움으로 몸에 새겨졌던 코로나 시기의 경험을 밝히거나 세월호 사건이 일어난 해와 그로부터 칠 년이 지난 시기에 눈으로 선명히 목격하고 마음에서 지워지지 않는 것을 고백하기도 한다. 우리 모두가 겪은 공통의 사건을 다시 불러오며 타인과 이웃, 공동체의 의미를 되새기는 김애란의 문장은 과거가 될 수 없는 어떤 일에 대한 이야기이도 할 것이다.
“타인에게로, 또 세상에게로. 먼 데서 희미하게 들려오는
이웃들의 기척 쪽으로, 동시대인들의 체온 쪽으로.”
또하나 특기할 만한 점은 각 부 끝에 수상 소감 또는 축사가 부록 형식으로 실린 것이다. 세 편 모두 마치 마주앉은 상대에게 대화를 건네는 듯 쾌청하고 부드러운 기운이 감돌아 독자를 글 가까이로 당겨 앉게 하는데, 1부에는 공개 당시 SNS에서 큰 화제를 불러일으킨 「죽지 않는 꽃」이 실렸다. 사람들 사이에서 챗지피티가 화제되기 시작했을 즈음 챗지피티와 나눈 대화를 바탕으로 “서툴고 오류 많은”(93쪽) 인간 존재에 대해 말하는 글로, 뜨거운 변화를 받아들이는 김애란 작가 특유의 활달하고 넉넉한 사유를 즐거이 따라갈 수 있다. 2부 끝에는 작가의 모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삼십 주년을 축하하는 글 「각각 한 손씩 빌려」가 자리해 있다.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아 다양한 것을 “시도하고 도모하며 즐거워하던 어린 학교”(151쪽)에서 낯설고 생경한 것을 흠뻑 흡수하며 푸릇하게 자라난 작가가 그 배움을 가능케 한 학교와 한 시기를 향해 건네는 축사이자 헌사가 감동적으로 다가온다. 3부에는 역시 작가의 모교인 대산초등학교 백 주년을 축하하는 글인 「다시 나가 놉시다」가 배치되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한다. 무한한 가능성으로 열린 어린 시절을 경유해 맞은편에 있는 어린이들을 애정을 담아 마주보며 “이제 다 함께 다시 나가 놉시다”(214쪽) 청유하면서 끝나는 이 글은 책 바깥에 있는 우리에게로 건너와 책이 마무리된 후에도 무언가가 새로이 시작될 듯한 기대감을 갖게 한다. 그 무언가는 아마 작가가 다채롭게 풀어놓은 여러 이야깃거리를 둘러싼 우리의 대화이리라.
우리가 바라보는 누군가, 무언가의 얼굴은 시간의 집약체로 만들어진 하나의 공간이다. 어떤 시간을 가뿐하게 흘려보내거나 간신히 넘기면서 새겨진 인상과 표정, 눈빛이 그 안을 채운다. 그러니 김애란이 가까이 혹은 멀리 있는 사람의 얼굴을 바라볼 때, 오랫동안 그 자신의 세계를 이루고 있는 업이자 태도인 이야기의 얼굴을 바라볼 때, 어느 때는 소소하게 지나가고 어느 때는 놀라운 모험으로 펼쳐지는 일상의 얼굴을 바라볼 때, 다시 말해 시간의 얼굴을 바라볼 때 우리는 ‘거울 앞에 서지 않는 한 결코 볼 수 없는 우리의 얼굴’(199쪽)을 마치 손전등을 환히 켠 듯 구석구석 들여다볼 수 있게 된다. 그것이 언어가 지닌 실질적인 힘과 품격이자 김애란이 이번 책을 통해 마법처럼 해낸 일일 것이다.
★
언젠가 한 산문에서 “시간은 어떻게 생겼을까?” 질문한 적이 있습니다.
십여 년 전 쓴 문장입니다.
당시 삼십대였던 저는 제 나름의 답을 적어넣었습니다.
정답이라기보다는 하나의 심상, 상상에 가까운 문장을요.
그뒤 많은 시간이 흘렀습니다.
삶은 여전히 여러 얼굴로 다가와 제게 같은 질문을 던집니다.
그 얼굴의 잔영을 여러분과 나눕니다.
잔상인 동시에 자국, 흔적에 가까운 무엇을요.
그 안에는 당연히 웃거나 놀라는 얼굴, 그늘지거나 찡그리는 얼굴이 있습니다.
그것을 투박하게나마 3부로 나눠 책에 담았습니다.
그중 1부에는 점점 기억과 말을 잃어가는 한 인간과 언어능력이 날마다 발전하는 한 프로그램을 대비해 꾸린 글을 모았습니다.
몇 년 전에 쓴 글인데다 요즘 기술 변화 속도가 워낙 빨라 어떻게 읽힐지 모르겠습니다.
은유와 비유로 이뤄진 구멍 많은 그물을 걱정스레 바라보다, 구멍을 논리와 방어로 다 메워 커튼으로 만들지는 말자고 생각합니다.
전보다 그저 나이를 좀더 먹었을 뿐인데 몇몇 만남과 헤어짐을 반복하느라
문득 말이 줄고 눈이 깊어졌을 여러분을 떠올립니다.
앞으로 우리가 마주할 시간은 또 어떤 모습으로 다가올까요?
아직 알 수 없지만 그 시간을 여러분과 함께 인간의 문장으로 건널 수 있다면 더없이 기쁠 것 같습니다.
2026년 한여름
김애란
긴 시간, 나는 나였다가, 또 나였다가, 충분히 나였다가, 혹은 나인 줄 알았다가 ‘내가 되지 않는 꿈’을 꾼다. 자연인으로서도 창작자로서도 그렇다. ‘진정한’ 내가 되지 않아도 된다는 건 얼마나 안심이 되나. 얼마나 해방적인가.(「내가 되지 않는 꿈」)
다 드러내고 다 털어놓는 대신 감추는 마음. 그리고 그걸 알아채고 헤아리는 마음. AI 앞에서 요즘 그런 마음을 자주 생각한다. 어쩌면 문학은 AI와 반대로 자신의 무지를 아주 길게, 다양한 방식으로 고백해온 장르가 아닐까 하는 생각과 함께.(「세 개의 빛」)
다만 그동안 내가 진부한 주제라 여긴 어떤 종류의 이야기가 왜 그토록 인류에게 오랜 시간 반복돼왔는지는 조금 알 것 같다. 살면서 우리는 누구나 사방의 모든 불이 갑자기 꺼진 듯한 상황을 맞으니까. 그러다 가끔은 저마다 영혼에 저축된 빛으로, 과거 자신이 받은 줄도 몰랐던 유산으로 눈앞을 밝히기도 하니까.(「산문적인 세계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애란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극작과를 졸업했다. 소설집 『달려라, 아비』 『침이 고인다』 『비행운』 『바깥은 여름』 『안녕이라 그랬어』, 장편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 『이중 하나는 거짓말』, 산문집 『그랬다고 적었다』가 있다. 한국일보문학상, 이효석문학상, 오늘의 젊은 예술가상, 신동엽창작상, 김유정문학상, 젊은작가상 대상, 한무숙문학상, 이상문학상, 동인문학상, 오영수문학상, 최인호청년문화상 등을 수상했고, 『달려라, 아비』 프랑스어판이 프랑스 비평가와 기자들이 선정하는 ‘리나페르쉬 상(Prix de l’inapercu)’을 받았다.
목차
1부 사람의 얼굴
내가 되지 않는 꿈 … 009
세 개의 빛 … 022
산문적인 세계에서 … 038
없는 자리 … 057
(부록) 죽지 않는 꽃 — 최인호청년문화상 수상 소감 … 086
2부 이야기의 얼굴
나의 유령 문학 유랑 … 097
절정부란 무엇인가 … 110
인간은 그런 존재 … 120
어떤 책은 … 123
아름다움은 자란다 … 126
없어지지 않는 말 … 133
그랬다고 적었다 … 138
(부록) 각각 한 손씩 빌려 — 한국예술종합학교 연극원 삼십 주년 축사 … 144
3부 일상의 얼굴
모두의 일곱 해 … 155
숨 나누기 … 162
코로나 극장전 … 171
종말은 가볍고 투명하게 … 180
새 발자국, 삶 발자국 … 192
진짜로 가짜 같은 진짜 … 198
(부록) 다시 나가 놉시다 — 대산초등학교 백 주년 축사 … 208
작가의 말 … 2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