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향수를 뿌리고 지옥으로 들어갔다.’
번아웃에 빠진 기자 서정화에게 어느 날 수상한 제보 메일 한 통이 도착한다.
발신자는 환락가 ‘모름지기’에서 일하는 여성.
최근 그곳에서 사람을 쾌락에 빠뜨리고 끝내 망가뜨리는 기묘한 ‘향’이 퍼지고 있다는 것이다.
약도, 주사도 아니다.
그저 향을 들이마셨을 뿐인데 사람들은 이성을 잃고, 발작하고, 쓰러진다.
더 기이한 것은 어떤 검사에서도 기존의 마약 성분이 검출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정화는 제보자의 문장에서 잊고 살았던 한 사람을 떠올린다.
이다정.
가난했던 학창 시절을 함께 보냈고, 누구보다 가까웠으며, 한때 친구라는 말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을 나누었던 사람. 그러나 열아홉의 마지막 여행을 끝으로 완전히 멀어져 버린 옛 친구다.
다정이 그곳에 있다는 직감 하나로 정화는 모름지기의 가장 깊은 곳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은 사람의 욕망을 조향하는 정체불명의 향과 그 향을 만들어 낸 인간, 그리고 정화 자신조차 알지 못했던 오래된 과거다.
‘향기는 사라져도, 어떤 냄새는 끝내 사람에게 남는다.’
《조향사》는 향수의 Top Note, Middle Note, Base Note, Sillage 구조를 한 인간의 기억과 추적, 진실과 잔향의 서사로 변주한 심리 범죄 스릴러다.
한 통의 제보에서 시작된 추적은 결국 묻는다.
우리가 사랑이라 믿었던 것은 정말 사랑이었을까.
선의라 믿었던 것은 정말 선의였을까.
인간의 욕망에도 향이 있다면, 그것을 조향하는 순간 인간은 어디까지 인간일 수 있을까.
《조향사》의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향’을 단순한 소재나 범죄의 도구에 머물게 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작품 전체는 향수가 완성되는 방식처럼 Top Note, Middle Note, Base Note, Sillage로 구성된다. 처음 코끝을 스치는 사건에서 출발해 점차 인물의 기억과 관계 깊숙한 곳으로 침잠하고, 모든 사건이 끝난 뒤에도 지워지지 않는 감정의 잔향을 남긴다.
이 구조를 따라 독자는 기자 서정화와 함께 환락가 ‘모름지기’의 비밀을 추적한다. 사람의 욕망을 극단으로 밀어붙이는 정체불명의 향, 기존 검사로는 정체를 밝힐 수 없는 물질, 그 중심에 존재하는 수수께끼의 인물. 사건은 빠르게 범죄 스릴러의 얼굴을 갖춘다.
그러나 이 소설의 진짜 중심에는 범인을 잡는 문제보다 훨씬 불편한 질문이 자리한다.
‘우리는 타인을 사랑하면서도 그 사람을 자신보다 아래에 놓고 있지는 않은가.’
서정화와 이다정은 학창 시절 누구보다 가까웠다. 그러나 두 사람 사이에는 우정과 애정만 있었던 것이 아니다. 가진 사람과 가지지 못한 사람, 도움을 주는 사람과 도움을 받아야 하는 사람이라는 보이지 않는 높낮이가 존재했다.
정화에게는 순수한 호의였던 행동이 다정에게는 동정으로 느껴질 수 있었다. 사랑이라고 기억한 순간이 다른 사람에게는 자신의 가난과 결핍을 확인하는 순간이 될 수도 있었다.
그래서 《조향사》에서 과거는 아름다운 추억으로만 소비되지 않는다. 현재의 사건이 깊어질수록 정화가 믿었던 과거 역시 조금씩 다른 냄새를 풍기기 시작한다.
작가는 여기에 ‘후각’이라는 감각을 효과적으로 결합한다. 시각은 눈을 감으면 피할 수 있지만 냄새는 숨을 쉬는 한 몸 안으로 들어온다. 향기는 기억을 불러오고, 욕망을 자극하며, 때로는 한 인간이 잊었다고 믿었던 시간을 강제로 현재로 되돌려놓는다.
그 점에서 이 작품의 제목인 《조향사》 역시 중의적으로 읽힌다. 누군가는 향을 배합하지만, 누군가는 사람의 욕망을 배합하고, 또 누군가는 타인의 인생에 자신의 의도와 감정을 섞는다.
빠른 추적과 잠입, 위험한 대치가 장르적 긴장을 끌어올린다면, 그 아래에는 계급과 자존심, 선의와 오만, 사랑과 집착이라는 훨씬 오래가는 냄새가 깔려 있다.
결국 이 소설이 독자에게 남기는 것은 사건의 해결만이 아니다.
향수는 시간이 지나면 날아간다.
사건도 언젠가는 끝난다.
하지만 사람에게 밴 어떤 냄새는 끝내 지워지지 않는다.
《조향사》는 바로 그 ‘잔향(Sillage)’을 끝까지 따라가는 심리 범죄 스릴러다.
작가 소개
지은이 : 현영강
서점에 들어서면 책을 향해 달려가고 싶은 사람.볼펜을 쥐면 그날의 누군가를 꼭 메모하는 사람.죽음이란 놈이 찾아오는 그 순간까지 글을 쓸 사람.디스토피아 세계관의 소설을 애정하지만, 세상 누구보다 그와 같은 세상이 오지 않기를 바라는 역설적인 사람.글쟁이 '현영강'저는 그런 사람입니다.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할까요.활자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기쁜데.오늘 같이 좋은 날,저의 책을 펼쳐 주어 감사드립니다.마음껏 즐기세요.저는 당신의 영원한 글벗이 되어 드릴 테니.인스타그램 & 브런치스토리 : swimmist7
목차
Top Note
① 번아웃
② 조사
③ 재회
④ 회상 너머로
⑤ 진실의 시간
⑥ 단절의 비행
⑦ 기만과 연기
Middle Note
① 낮
② 밤
③ 탄생
④ 추적
⑤ 회상 너머로 2
Base Note
① 지워지지 않는 체취
② 김덕철
③ 무간지옥
Sillag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