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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사롭지 않아
시절 | 부모님 | 2026.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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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퀴어? 하고 "혹여나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이 있다면, 그대 인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여러모로 무르익은 시대, 한국 문학의 최전선에서 활약 중인 일곱 명의 시인이 뭉쳤다. 권누리, 김리윤, 김선오, 김현, 송희지, 정재율, 황인찬 시인이 퀴어 당사자의 목소리로 외치는 울림. 예사롭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가 시와 산문으로 펼쳐진다.

  출판사 리뷰

예사롭지 않은 문장으로 그려낸 퀴어의 삶과 쓰기. 권누리, 김리윤, 김선오, 김현, 송희지, 정재율, 황인찬 시인의 시·산문집.

퀴어? 하고 "혹여나 (아직도) 잘 모르겠는데 고개를 가로젓는 사람이 있다면, 그대 인생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겠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여러모로 무르익은 시대, 한국 문학의 최전선에서 활약 중인 일곱 명의 시인이 뭉쳤다. 권누리, 김리윤, 김선오, 김현, 송희지, 정재율, 황인찬 시인이 퀴어 당사자의 목소리로 외치는 울림. 예사롭지 않은 이들의 이야기가 시와 산문으로 펼쳐진다.

"거기까지 가면 안 되지"라는 말에 시인은 골몰한다. 어디인지 모를 거기에 대해 생각해 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대체 거기는 어디이며, 나는 어디까지만 갈 수 있는 걸까. 이는 우리가 함께 궁리해야 할 숙제이므로 질문은 이곳을 넘어 멀리 뻗어나간다. 어디까지 쓸 수 있을지, 사랑할 수 있을지, 살아갈 수 있을지, 나일 수 있을지. 그렇다면 문학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오늘날에도 발견 안 된, 혹은 태어나지도 못한 종류의 퀴어 문학이 아직 너무 많아서" 쓸 수밖에 없다는 말은 비관적인가 낙관적인가. "오늘은 무엇이 될지 알 수 없음이 두렵고 어색했던 나는 당혹스럽게도 여전히 오늘의 내가 무엇인지, 내일의 내가 무엇이 될지 잘 모르겠다"는 어리둥절함 앞에서 어찌하면 좋은가.

지금 여기, 형체 없는 슬픔 끝에서 절망이 아닌 희망을 외치는 사람이 있다. 욕망을 직면하고 미학에 다가서는, '정상성'이라는 제도적 틀 너머 관계의 지평을 넓히는 이야기가 있다. 존재하면서도 존재하지 않는 것. 테두리로 밀려나 본 적 있는 이라면 공감할 것이 분명하기에 멈칫한다. 나라는 존재가 낯설고 이상하고 두렵던 시절은 누구에게나 있었을 테다. 삶의 넋두리를 통해, 이제껏 없던 주석을 달아가며 일곱 명의 시인은 아직 그곳에 있는 이들에게 쌍둥이 선배가 되어주려는 건지도 모른다. 더불어 시인으로서 창작과 한 인간으로 살아가는 일의 누비질을 통해서 오지 않은 미래를 먼저 그려보는 중이기도 하다.
"불 꺼진 건물의 유리창"에 나를 비춰보던 때를 지나 "어두운 마음에 불 밝히는" 의지로 지금 이 시대의 가장 선명한 궤적을 그리는 일곱 시인을 전사, 혹은 천사라 불러 마땅하지 않을까. 혹, 요괴나 괴물이 아니냐 묻는다면, "나는 요괴를 그만두고 싶은 것이 아니다. 요괴인 채로 그저 살아가고 싶을 뿐"이라 덧붙이겠다.

퀴어 시인을 한데 모은 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예사롭지 않아』는 당신이 타인의 시선이나 세상의 채점표에 자신을 가두지 않고, 오롯이 나로서 멈추지 않기를 응원하는 마음을 담아, 연대의 힘으로 함께 감응하고자 쓰기 시작한 것이다. "이 세계에는 오답이 없다"는 문장을 새기고서 세상의 기준을 뛰어넘어 저마다의 고유한 정답으로 인정받는 모두가 예사롭지 않음을 우리는 알고 있다. 마침내 펼쳐진 퀴어한 세계는 이제 막 시작한 셈이다. 왜냐하면 "퀴어는 일종의 선로"이므로 삶은 계속 뻗어 나갈 테니.




산책하며 아이스크림을 나눠 먹는 것, 눈이 많이 오는 날 함께 눈사람을 만드는 것, 4인용 식탁에 앉아 함께 식사하는 것, 반려동물과 함께 울고 웃는 것, 잠이 들기 전까지 오늘 있었던 일들에 대해 말하는 것, 어린 시절을 이야기하며 서로를 꼭 안아주는 것, 병원에 보호자로 가는 것, 평생의 동반자가 되는 것, 유서에 우리 사이를 말할 수 있는 것.

-「형체가 없는 슬픔」

가족 아닌 타인과, 그것도 연인과 함께 사는 것은 나에게 처음 있는 일이었다. 퇴근하면 기다리는 사람이 있다는 것, 혼자 있고 싶을 때마저 누군가 옆에 있어야 한다는 사실은 아주 고맙고도 곤란한 일이다. 나는 그 고마움과 곤란함을 두루 즐기는 중이다. 일단은 어머니가 가면 안 된다는 곳까지는 온 셈이다. 다음에는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작가 소개

지은이 : 황인찬
1988년 안양 출생. 2010년 <<현대문학>>등단, 시집 <<구관조 씻기기>>, <<희지의 세계>>, <<사랑을 위한 되풀이>>, <<여기까지가 미래입니다>>, <<이걸 내 마음이라고 하자>>가 있다. 그림책으로 <<내가 예쁘다고?>>, <<백 살이 되면>>이 있다.

지은이 : 김현
2009년 작가세계 신인상을 수상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글로리홀』 『입술을 열면』 『김현 시선』 『호시절』 『낮의 해변에서 혼자』 『다 먹을 때쯤 영원의 머리가 든 매운탕이 나온다』 『장송행진곡』 『깨끗한 슬픔』(공저), 소설집 『고스트 듀엣』 『고유한 형태』, 산문집 『걱정 말고 다녀와』 『아무튼, 스웨터』 『질문 있습니다』 『당신의 슬픔을 훔칠게요』 『어른이라는 뜻밖의 일』 『다정하기 싫어서 다정하게』 『우리 반에도 있다』 『사람이 할 수 있는 아름다운 일』 『당신의 자리는 비워둘게요』(공저)가 있다.

지은이 : 정재율
2019년 《현대문학》 신인 추천으로 등단했다. 시집 『몸과 마음을 산뜻하게』 『온다는 믿음』이 있다.

지은이 : 김선오
2020년 시집 『나이트 사커』를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세트장』 『싱코페이션』 『말 꿈 몸』, 산문집 『미지를 위한 루바토』 『시차 노트』 등이 있다.사진출처 : ⓒ 배태욱

지은이 : 권누리
미술관, 박물관, 도서관에 자발적으로 갇혀 홀과 복도를 배회하고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을 좋아하는 시인. 이를 ‘실내산책’이라 불러본다. 이름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자모는 ‘니은’이다. 살아가는 게 왜 이 모양인지 궁금해지면, 이름을 검색해 설명과 용례를 찾아 한참을 들여다본다. 삶이 이름을 따라간다는 말은 누가 처음 한 것일까. 투명한 세계라면 눈물에도 쉽게 오염되고 훼손될 텐데, 함께라면 가능했을지도 모를 어느 순간의 ‘요쿨’에 대해 알려주고 싶다. 당신이 ‘펀’에 대해 모른다면 영원히 끝나지 않는 끝말잇기가 얼마나 무섭고 아름다운지에 대해서도. 이상해지는 것이 삶의 전략이었던 때도 있었다. 그게 나의 ‘주인공’ 인식이었는데 이제는 애써 과장하지 않아도 충분히 이상한 이 삶이 꽤 마음에 든다. 시집 《한여름 손잡기》, 《오늘부터 영원히 생일》 등이 있다.

지은이 : 김리윤
연두와 함께 걸으며 언어의 실패와 상상력을, 보이는 세계라는 환상을, 나의 윤곽을 부드럽게 조정하는 사랑을, 사랑 안의 부끄러움을 배우는 중이다. 시집 『투명도 혼합 공간』 『야생의 눈과 눈 안쪽의 야생』이 있다.

지은이 : 송희지
2019년 『시인동네』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 있다. 문지문학상(2024)을 수상했다.

  목차

정재율
시 | 성당과 식물
산문 | 형체가 없는 슬픔

황인찬
시 | 축구가 싫어서
산문 |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

김선오
시 | 바위와 바위 사이 틈이 있다 그곳에는
산문 | 퀴어됨의 지겨움에 대하여

김현
시 | 진지한 연애를 찾지만 캐주얼해도 괜찮아
산문 | 스와이프

김리윤
시 | 웅크리기 껴안기
산문 | 천사의 아름다움에 대한 주석

권누리
시 | 훼손과 심취
산문 | 훼손과 심취

송희지
시 | 연인 괴물
산문 | 멈출 수 없는 퀴어와 쓰기와 삶의 누비질

전승민
발문 | 머리 위에 불빛이 깜빡깜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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