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작가의 첫 소설창작집은 단편소설 12편으로 엮은 『몽상』은 제3회 소설미학문학상 수상집이다.
출판사 리뷰
서평
단편소설이 지녀야 할 압축성, 문체의 간결함 등을 두루 갖춘 이 소설은 서사의 힘과 윤리적 감각과 언어 감각의 밀도를 높이 평가된다. 공간의 냄새와 신체의 촉감, 미세한 욕망의 방향이 정교하게 조직된 「꽃이 필 때 누군가는 고통받는다」의 작품은 어린 시절부터 부모없이 외할머니 손에서 자란 화자(나)는 성인이 되어 결혼 후에도 마치 숲속에서 사는 것처럼 아무도 알아주지도 않고 봐주지도 않는 고난의 고통을 섞어 발화할 수밖에 없는 인물의 사정은 작가 특유의 문체와 어우러져 있어 멋진 시너지를 만들어낸 ‘들꽃은 누가 돌보지 않아도 숲속에서 홀로 아름답게 피어난다.’ 이 들꽃처럼 살아가는 삶이었다. 「칠일간의 사랑 그리고 삼일」은 무엇하나 정상적인 것이 없는 세월이 흘러가고 있는 여주인공은 배고픈 맹수처럼 사랑을 움직이게 하는 능력으로 모든 걸 정상적으로 돌려놓는 잘 정돈된 이야기다. 「붉은 편지」와 「나만의 봄」 외 작품들도 마찬가지로 공간을 활용하는 방식을 잘 알고 만들어 내는 단단한 문장력과 서사를 끌어가는 안정적이다.
어둑어둑한 숲에 홀로 꽃이 피었다.
그 꽃을 보고 외로워 보인다고 한다.
어두워서 외로워 보이는가?
외로워서 어둠이 짙어 보이는가?
4년 전에 그 남자와 결혼했다. 사랑했었냐고 묻는다면 그건 절대 아니었다. 내 나이 겨우 23살이었고, 그저 도피처를 찾고 싶었을 뿐이었다. 하지만 삶 어느 구석에도 도피처는 없었다. 인생은 그저 떫고 떫은 쓴맛이었다. 그러다 아름다운 꽃을 보았다. 진한 유혹의 손길이 폭우가 지나간 뒤에 오는 맑은 하늘처럼 청량했다. 그리고 나는 웃었다.
지겹게 들리는 울음소리에 나는 억지로 눈을 떴다. 새벽 5시였고, 내 나이 겨우 9살이었다. 엄마는 멀건 얼굴로 우는 동생을 바라보며 어떤 행동도 안 하고 있었다. 아빠가 떠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 6개월 동안 집 안은 급속도로 무너져 내렸다. 특히 엄마는 삶을 포기한 얼굴이었다. 다정했던 모습은 완전히 사라졌고, 울지도 화내지도 않았다. 아빠가 떠난 한두 달 동안은 성질내고 울던 엄마가 이제 모든 걸 포기한 것 같았다.
아빠는 바람이 났다. 바로 아래층에 사는 여자였고 엄마보다 5살 아래인 여자였다. 평소 엄마와도 친했던지라 절대 의심하지 않았던 듯했다. 그 여자는 자주자주 우리 집에 놀러 왔던 터라 나도 잘 알고 있었다.
미연아! 어찌하여 너는 네 경치 속에 나를 자꾸 끌어들이려 하느냐?
씻고 주방에서 밥을 먹으려고 찌개를 데우고 있을 때 네가 전화했었지. 오늘 만날 수 있냐고. 누가 나오느냐고 했더니 ‘김석’만 같이 온다고 했어. 웃음이 나왔지. 참 자주 네 남자 친구와의 데이트에 나를 끼우는구나, 했다. 그날은 무슨 오기였는지 모르겠다. 알았어, 딱 세 마디만 했다. 물론 전화를 끊고 후회하고 후회했다. 같이 있으면서 느끼는 그 허전함 외로움 분노 질투…. 걷잡을 수 없는 감정들의 향연, 그런 감정이 격해질 때는 차라리 누가 나의 머리를 내리쳐 죽여주거나 내 심장 한복판에 칼을 찔러 피 한 방울까지 빼내 갔으면 좋겠다고. 그것은 고행 정도가 아니었다. 사형선고 받은 사람이 죽을 날만 기다리며 째깍째깍 소리에 몸을 부르르 떨면서 그저 할 일은 과거를 후회하고 우는 것밖에 할 수없는 정해진 불운이었다.
아내가 임신한 지 4개월에 접어들었을 때 어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나는 어머니 전화를 회피하고 있었고 아내만이 그래도 여전히 상대해주고 있었다. 저녁 8시에 퇴근한 나에게 아내는 아버지가 쓰러져 병원에 있다는 소식을 접했다. 다음날 회사에 연차를 내고 병실에 찾아갔다. 뇌경색으로 전했는데 빠른 치료로 어느 정도 호전은 했지만, 반신불수가 되었다. 어머니 혼자서 아버지를 보기는 힘들어졌다. 그날부터 아내는 주말마다 시댁에 찾아갔다. 어머니는 주말만큼은 아버지에게 벗어날 수 있었다. 너무 힘든 일이었고 가혹했다. 어머니도 서서히 아내에게 다시 마음을 열었다.
아내가 임신한 지 5개월이 조금 넘었을 즈음 쓰러지는 아버지를 잡으려다 쿵 넘어져 병원에 실려 갔다. 아이는 유산했다. 아버지는 고개를 들지 못했고 어머니는 아이는 다시 만들면 된다며 어물쩍 넘겼다. 아내도 큰 화를 내지 않고 웃었다. 나는 그 모든 상황이 싫었다. 점차 밖으로 돌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장주희
∙1976년, 경복 경주 출생∙제12회⟪소설미학⟫신인소설상에 단편소설로 등단∙계명대학교 국어국문학과 졸업∙서울사이버대학 웹 문예창착학과 중퇴∙제3회 소설미학문학상 수상∙소설미학작가협회 회원▪저서∙ 소설집 : 『몽상』
목차
011 _ 꽃이 필 때 누군가는 고통받는다
035 _ 칠일간의 사랑 그리고 삼일
055 _ 악몽
075 _ 붉은 편지
095 _ 유채꽃 붉게 물들 때
119 _ 기억상실은 자유
141 _ 마흔아홉 살
159 _ 나만의 봄
179 _ Resting Place(안식처)
207 _ 추석
225 _ 새로운 종
277 _ 고슴도치의 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