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제19회 차범석희곡상 수상에 빛나는 극작가 구두리의 두 번째 희곡집. 「말뫼의 눈물」 「당신의 손」 「어디 가세요 복구 씨」 등 극단 미인의 대표작 세 편을 실었다.
2002년 스웨덴 말뫼의 조선업체 코쿰스(Kockums)는 도시의 자부심이던 세계 최대급 골리앗 크레인을 한국 조선사에 단돈 1달러를 받고 팔았다. 크레인이 해체되어 실려 나가던 날, 말뫼 시민들이 흘린 눈물에서 딴 ‘말뫼의 눈물’은 산업 쇠퇴와 도시의 상실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표제작 「말뫼의 눈물」은 바로 그 크레인이 도착한 한국의 남쪽 섬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저거 덕분에 우리 다 잘 먹고 잘살 끼다”라던 호황의 약속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으로 갈라진 위계와 산업재해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구두리 작가는 한 마을 구성원들의 삶으로 증언한다. 말뫼의 눈물은 바다를 건너 누구의 눈물이 되었는가. 작품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출판사 리뷰
조금 더 높은 곳에서 바라보는 고단한 생의 풍경들
제19회 차범석희곡상 수상 작가 구두리의 두 번째 희곡집
“크레인에 올라가려고요.
제일 잘 보이는 데서 이야기해보려고요.”제19회 차범석희곡상 수상에 빛나는 극작가 구두리의 두 번째 희곡집. 「말뫼의 눈물」 「당신의 손」 「어디 가세요 복구 씨」 등 극단 미인의 대표작 세 편을 실었다.
2002년 스웨덴 말뫼의 조선업체 코쿰스(Kockums)는 도시의 자부심이던 세계 최대급 골리앗 크레인을 한국 조선사에 단돈 1달러를 받고 팔았다. 크레인이 해체되어 실려 나가던 날, 말뫼 시민들이 흘린 눈물에서 딴 ‘말뫼의 눈물’은 산업 쇠퇴와 도시의 상실을 상징하는 말이 되었다. 표제작 「말뫼의 눈물」은 바로 그 크레인이 도착한 한국의 남쪽 섬에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저거 덕분에 우리 다 잘 먹고 잘살 끼다”라던 호황의 약속이 정규직과 비정규직, 원청과 하청으로 갈라진 위계와 산업재해로 되돌아오는 과정을, 구두리 작가는 한 마을 구성원들의 삶으로 증언한다. 말뫼의 눈물은 바다를 건너 누구의 눈물이 되었는가. 작품이 우리에게 던지는 가장 중요한 질문이다.
특히 주목할 것은 극이 현재의 조선소 위로 1931년 평양 을밀대 지붕에 오른 한국 최초의 고공농성자이자 평원고무공장 노동자인 강주룡을 겹쳐 놓는다는 점이다. 하청 노동자 황진수가 역사 속 인물 강주룡과 무대 위에서 엇갈리며 주고받는 대사,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네! 노동3권 보장하라!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여기 사람이 있다”는 이 희곡집 전체의 문제의식을 압축한다. 식민지 시대의 고공 농성에서 오늘의 조선소 크레인까지, 작품은 한 세기에 걸친 한국 노동의 계보를 같은 무대 위에 세운다.
세 편의 희곡에는 ‘김수현’이라는 같은 이름을 가진 인물이 모습을 바꿔가며 등장한다. 조선소 마을에서 죽순을 캐던 소녀는 동네 슈퍼를 지키는 중년의 여성이 되고, 어쩌다 거제도 할머니들과 동고동락하는 도시의 작곡가가 된다. 하나의 이름이 ‘노동자’(「말뫼의 눈물」), ‘고립된 개인’(「당신의 손」), ‘소수자’(「어디 가세요 복구 씨」)라는 각기 다른 주제의 무대를 관통하는 것이다. 이러한 구성은 세 희곡이 독립된 작품인 동시에 한 사람의 생애를 다각도로 비추는 연작처럼 읽히게도 한다.

황진수, ‘노동의 역사’라는 책을 펼쳐 든다.
황진수의 반대쪽으로 한복을 입은 강주룡이 지붕 위에 올라 앉아 있다.
황진수 주룡 누님, 저에게 힘을 주이소. 누님! 제발!
강주룡 나는 평원고무공장에서 일하는 강주룡이올시다.
황진수 그래, 일제시대를 생각하자. 여자 몸으로 그 위에서 얼마나 무서웠겠노.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강주룡 올해로 서른하나 되앗시오.
황진수 고무 공장에서 일하는 동안 양철 지붕 밑에서 화로를 안고 비지땀을 흘리며 일했다.
강주룡 내가 지금 이 을밀대 지붕에 오른 것은
황진수 고무 냄새 때문에 늘 코가 얼얼하고 머리가 아팠다.
강주룡 우리의 요구를 들어달라고 말하고자 함입니다.
황진수 회사의 갑작스러운 임금 인하 통보에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그래서 파업을 시작했다.
강주룡 죽고 싶을 만큼의 비통함으로 몸을 던지려 했으나
황진수 돈을 못 받아 굶어 죽으나 파업하다가 굶어 죽으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싸웠다.
강주룡 어차피 죽을 목숨 억울함이라도 풀고자 광목 한필을 사서 밧줄처럼 엮어 12미터나 되는 이곳을 올라왔소.
황진수 회사는 일본 경찰을 불러 밤 11시에 직원들을 회사 밖으로 내쫓았다.
황진수, 순간 보던 책을 덮어버린다.
호각 소리가 들린다.
강주룡, 소리가 나는 쪽으로 돌아본다.
거친 바람에 강주룡의 치맛자락이 날린다.
황진수 이런 개새끼들! 옛날이나 지금이나 똑같네! 헌법에 나와 있다! 노동3권 보장하라!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여기 사람이 있다!
「말뫼의 눈물」에서
김수현 미쳤나 봐요. 어떻게 거기까지 따라 들어간 거지? 정말 순식간이었어요. 정신을 차리고 보니 시간표를 들고 학원 밖에 서 있더라고요. 한국무용 선생이었구나. 그래서 그렇게 몸이 가늘었던 거야. 어쨌든 그 여자에 대해 알아낸 게 있다는 사실에 기뻤어요. 전 그 시간표를 구겨버렸어요. 춤출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었거든요. 하지만…… 그 여자를 포기할 수 없었어요. 아는 거라고는 춤춘다는 것이 전분데 전 뭔가 더 알아내야 할 것만 같은 생각에 사로잡혔어요. 적을 알고 나를 알아야 백전백승! 싸우고 있는 거 절대 아니라면서도 전 이미 그 여자와의 경쟁을 시작한 것이었죠. 말도 안 되게 전 그랬어요. 구겨진 시간표를 잘 편 다음 시간을 확인했어요. 그리고 다음 주 전 20년 만에 처음으로 수현24시를 닫고 학원으로 향했어요. 2시에 그가 여지없이 담배를 사러 왔지만 아무 말도 하지 않았어요. 딱히 뭐라고 하겠어요? 그를 돌려보내고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이게 뭐 하는 짓인가. 돌아가자, 돌아가자’ 백 번도 더 생각했지만 ‘그냥 취미 생활을 시작한 거뿐이야’라는 생각이 백한 번이었던 관계로 전 한국무용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당신의 손」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구두리
거제 바다를 보며 자랐다. 초등학생 때 연극을 처음 보았고, 고교 시절부터 연출가를 꿈꿨다. 2007년에 첫 희곡 「어쩌자고 서로 만나 알게 되었는가」를 썼다. 이후 다양한 글쓰기를 이어가다가 2023년부터 ‘구두리’라는 필명으로 활동하고 있다. 어두운 객석에 앉아 무대를 바라보며 빈 공간을 무엇으로 채울지 상상할 때가 가장 행복하다. 제19회 차범석희곡상을 받았으며, 희곡집 『금성여인숙』을 펴냈다.
지은이 : 극단 미인
‘아름다운’ 혹은 ‘아름답고자 하는’ 사람들이 모여 만든 연극 집단. 2007년 창단 이래 지금까지 창작극을 중심으로 꾸준히 활동을 이어오고 있다. 연극적 미학과 사회적 가치를 담아 여성과 노동, 정치 등을 대전제로 한 이야기들을 만들어냈다. 최근에는 빠르게 발전하는 과학기술을 반영하여 무대에서 다양한 연구와 실험을 시도하며 동시대성을 찾아가는 중이다. 대표작으로 <금성여인숙> <수성다방> <화성골 소녀> <거의 인간> <아버지들> <공장> 등이 있으며, 연극 <아들에게>로 제60회 백상예술대상 백상연극상을 받았다.
목차
서문
말뫼의 눈물
당신의 손
어디 가세요 복구 씨
리뷰|평범한 이들이 만드는 비범한 순간들 ? 이보람(극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