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학교폭력법」)은 점점 강화되어 왔지만, 학교폭력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있다. 중고등학교에서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한 저자는 학교에서 목격하고 경험한 여러 사건들과 풍경들을 풀어놓으면서 지금의 법 제도의 문제점을 짚는다. 학교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법으로 대처할 수 없는 괴롭힘과 갈등, 사법화되는 처리 과정, 침묵하고 외면하게 되는 학교의 구조 등을 비춘다. 이 책은 학생을 돕지 못했고 때로는 비겁했던 한 교사의 반성문이자, 학교 안의 폭력과 상처에 대한 증언이며, 「학교폭력법」의 한계와 문제점에 대한 비판이다.
출판사 리뷰
학교폭력법은 과연 학교폭력을 해결할 수 있는가
학교폭력 담당 교사로서 마주한
학생들의 고통과 학교의 한계
저자는 학교폭력 담당 교사의 역할이 “학교 안의 작은 경찰서” 같다고 말한다. 학교 안에서 일어나는 사건을 접수하고, 조사하고, 가해자 징계와 피해자 지원까지 모두 해내야만 한다. 문제는 이 모든 과정이 학교공동체로부터 떨어져 나와 ‘학교 안 경찰서’로 외주화된 듯이 진행된다는 것이다. 지금의 「학교폭력법」은 학교폭력을 가해자와 피해자 사이의 일로만 간주하고, 가해와 피해를 딱 잘라 나누려고 하고, 문제가 되는 폭력과 사건에 대해서만 조치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사건의 처리 과정에서 학교 구성원들은 개입하지 않고 침묵해야만 하며, 학교폭력 담당 교사가 가해자와 피해자에 대한 조치를 정할 뿐이다.
그러나 실제로 학교 현장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갈등, 문제들은 보다 더 복합적이고 관계적이다. 저자는 학생들이 여러 얼굴을 가지고 다층적인 삶을 살아가는 인간임을 강조한다. 학급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누군가를 조롱하고 괴롭히는 환경이 되기도 하고, 오해가 쌓여서 가해자는 없는데 상처를 입은 학생만 있는 사건도 있다. 학교폭력 사안 처리가 끝난 후에도 학생들은 같은 공간에서 생활해야 하기에, 관계를 회복시키지 못하면 모두가 괴로운 학교생활이 되어 버리기도 한다. 이 책에 나온 수많은 사례는 ‘학교폭력’이 그저 가해자를 처벌한다고 해서 사라지거나 해결될 수 없는 문제임을 보여 준다.
책 속에는 저자가 목격하고 경험한 다양한 폭력들, 일방적인 괴롭힘 또는 다툼과 갈등 상황 등이 서술되어 있다. 또한 교사로서 이에 대처하려 했던 시도와 실패, 가끔은 성공의 경험이 담겨 있다. 저자의 진솔한 성찰과 통찰은 학교폭력 경험이 있는 독자에게는 공감과 위로를 주고, 학교폭력 해결을 위해 노력해 온 독자에게는 현실과 법 제도의 괴리에 대한 고민과 과제를 남겨 줄 것이다.
교실은 개방되어 있으면서 은폐된 곳이라는 생각을 많이 한다. 교실에서 함께 살아가는 교사와 학생들이 각자의 입장에서 각자의 이야기들을 꺼내기도 하지만, 순수한 의도에도 불구하고 진실이 있는 그대로 드러나기는 어렵다. 나의 이야기 역시 그럴 수 있다. 나의 시선에서 읽힌 어느 한 면의 이야기일 수 있다.
그럼에도 말하는 것은 매뉴얼에 담기지 못하는 학교 안 폭력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달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보이지 않는 곳으로 지워진 이름들을 다시 불러, 닫힌 교실을 열고 존재들을 살게 하고 싶었다.
- 〈들어가며: 지워진 이름들〉
기정이 자퇴하고 1년쯤 뒤에 나에게 걸었던 전화를 잊지 못한다. “선생님 왜 그러셨어요?” 그런 말이었다. 원망의 말이었을 것이다. 나는 기정의 전화에 반가워했고 기정도 의례적인 인사말을 했지만 진짜로 하고 싶었던 건 원망의 말이었을 것이다. 그때는 기정도 나도 잘 몰랐지만, 시간이 지나고 나서 내가 기정을 충분히 보호하지 못했다는 것을 기정도 알고 나도 알게 되었다. 나는 기정에게 사과하지 못했고 기정도 나에게 더 이상의 말은 하지 않았다.
그때 기정이 겪었던 상황은 명백한 따돌림, 집단 괴롭힘이었다.
- 〈연주와 기정〉
긴 시간이 흐르고 결국 경호는 ‘혐의 없음’ 처분을 받았다. 경호는 사건이 마무리되는 순간 후련했을까. 경호가 행복해 보이지는 않았다. 나는 끝까지 경호와 이 사건에 대해 말할 수 없었다. 나뿐만 아니라 피해 학생과 목격 증언을 했던 학생들도 이 사건에 대해 더 이상 말할 수 없었을 것이다. 진실은 분명 존재하지만 법에 의해서 부정되었다. 경호와 학생들은 이 사건에서 무엇을 배웠을까. 끝까지 싸우면 거짓이 진실을 이기기도 한다는 교훈? 때로는 진실이 너무나 힘이 없다는 현실?
- 〈경호의 거짓말〉
작가 소개
지은이 : 오선
15년 차 중등 교사입니다.2020년, 2024년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했습니다.‘두려움은 용기다’라고 믿고 살아가려고 합니다.
목차
들어가며 지워진 이름들 6
1부 숨겨진 교실의 이야기
01 연주와 기정 11
02 경호의 거짓말 18
03 교사의 성희롱 22
04 어떤 교권 침해 26
05 열려 있지만 닫힌 교실 32
06 비밀을 지켜 주는 것과 고립되는 것 37
07 자해하는 아이들 41
08 교실 안의 싸움들 45
09 교실 안의 계급 49
10 다수와 다른 아이들 54
11 나쁜 학생을 사랑하는 일 58
2부 학교폭력법에 담기지 못하는 이야기
01 학교 안 경찰서 67
02 담임 교사가 배제되는 학폭 절차 75
03 홀로 통과해야 하는 프로세스 82
04 학교를 떠나는 아이들 86
05 가해자? 피해자? 90
06 피해자만 있는 사건 94
07 무서운 아이, 선하 99
08 강전 온 아이 103
09 일진 명선을 신고하다 107
10 옳고 그름의 기준 111
11 학교는 경원을 돕지 못했다 116
12 ‘진상 학부모’ 123
13 학폭 담당은 젊은 남자 기간제 교사? 129
14 학교폭력법, 하나를 얻고 모든 것을 잃어버린다 132
3부 평화로운 학교공동체는 어떻게 가능할까
01 학교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 145
02 회복적 생활교육 154
03 무엇이 가해를 뉘우치게 하는가 161
04 무엇이 피해를 회복하게 하는가 170
05 책임과 용서 177
나가며 새로 만날 이름들을 기다리며 1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