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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열과 문학
1920년대의 공방
초타원형 | 부모님 | 2026.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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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고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라지만, 그 자유는 점점 더 정교한 제한 속에서 작동하는 듯 보인다. 『검열과 문학 : 1920년대의 공방』은 ‘검열’이라는 낡은 단어를 다시 꺼내, 단지 과거를 복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조건을 되묻는다.

고노 겐스케는 급진적인 사상과 이념이 어떻게 서적의 형태로 출현했고 또 어떻게 통제되었는지를 추적한다. 잡지와 책이라는 매체가 역사와 어떻게 조응했는지를 복원하며, 창작의 욕망, 편집의 욕망, 대중적 영향력에 대한 의지가 서로 얽히며 형식을 만들어냈다는 점에 주목한다.

문학 연구자 우한나가 번역한 이 책은 독자들이 일본 문학사를 들여다보는 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한국 문학과 복합적이고 다양한 미디어에서의 표현의 조건에 대해 질문을 확장해 보기를 바란다. 1926년의 논의가 2026년에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다는 사실은, 문학과 표현 역시 예외 없이 세계의 일부임을 다시 상기시켜준다.

  출판사 리뷰

[발행인의 말]
검열과 문학을 발행하며


문학책을 만든다는 것, 그것이 지금 시대에 어떤 의미를 갖는지 다시 묻게 된다. 표현의 자유가 헌법에 명시되어 있고, 누구나 책을 낼 수 있는 시대라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유는 점점 더 정교한 제한 속에서 작동하는 듯 보인다. 국가의 직접적인 금지나 삭제라는 형태는 줄어들었을지 몰라도, 플랫폼의 규칙과 시장의 판단, 여론의 압력과 같은 또 다른 기준이 보이지 않는 선을 긋는다. 그런 조건에서 '검열'이라는 낡은 단어를 다시 꺼내는 일은, 단지 과거를 복기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 여기의 조건을 되묻는 일이기도 하다.

독립출판사를 설립한 지 어느덧 14년이 되었다. 2014년 겨울, 첫 책 『PBT』를 낸 이후로 실제 출판 활동은 거의 12년 가까이 이어 졌다. 출판사를 왜 만들었느냐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늘 "자유로운 형태의 책을 만들고 싶어서"라고 답해왔다. 크고 작은 판형, 컬러와 흑백, 이미지와 텍스트, 중철과 양장 등 대중적인 출판사들이 쉽게 시도하지 않는 양식을 실험해보는 것 자체에 집중하고 싶었다. 책의 내용만이 아니라, 책이라는 사물이 어떤 형식을 가질 수 있는지 시험해보는 일이기도 했다.

돌이켜보면 '자유로운 형태의 책'이라는 것도 사실은 만든이가 설정한 제약 속에서만 가능했던 셈이다. '나'라는 단일 저자,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 '내'가 마음에 드는 디자인 ? 모든 것이 철저히 개인의 판단과 취향에 의한 선택이다. 의사결정은 단순했고, 주변의 걱정 어린 조인도 굳이 따르지 않아도 된다. 초타원형이 출판계의 큰 흐름과는 다른 방향을 걸어온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아는 대부분의 책은 그렇게 만들어지지 않는다. 출판이라는 행위에는 피치 못할 경제적, 사회적 조건이 뒤따른다. 문학전집이든 잡지든 책이라는 형식은 외부의 압력 속에서 구성된다. 고노 겐스케의 『검열과 문학-1920년대의 공방』(2009)은 바로 그 지점에서 시작한다. 급진적인 사상과 이념이 어떻게 서적의 형태로 출현했고 또 어떻게 통제되었는지를 추적한다. 단순히 억압의 역사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잡지와 책이라는 매체가 역사와 어떻게 조응했는지를 복원하려는 시도다. 어떤 글은 연재 형식으로 분절되어 등장하고, 어떤 사상은 평론이나 번역의 형태로 나타나며, 또 어떤 목소리는 문학적 장치 속으로 숨어 독자에게 전달된다.

고노 겐스케는 오늘날 당연하게 여겨지는 출판 형식이 검열이라는 시스템과 함께 태어났다는 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각 사례에서 창작의 욕망, 편집의 욕망, 대중적 영향력에 대한 의지가 서로 얽히며 형식을 만들어냈다고 말한다. 어떤 경우에는 작가가 자신의 사상을 직접적으로 드러내기보다 서사 속 인물의 목소리로 우회하고, 어떤 경우에는 편집자가 자체 검열을 통해 표현의 가능성을 확보한다. 때로는 번역이나 평론이라는 장르가 새로운 사상의 통로가 되기도 한다. 검열은 단순히 삭제하거나 금지하는 행위로만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표현은 살아남고 어떤 표현은 다른 형식으로 변형되도록 압력을 가하는 환경이 되기도 한다.

이 책은 문학이 고고한 정신의 산물이기 이전에, 어떤 제약 조건과의 교섭 속에서 만들어지는 구조물임을 보여준다. 강한 신념을 가진 저자뿐 아니라, 정보를 편집하고 다듬는 또 다른 창조자들?때로는 검열자들?의 역할까지도 포함해서 말이다. 검열은 억압인 동시에 시스템이며, 협업의 대상이기도 하다. 오늘날의 풍경도 다르지 않다. 국가의 명시적인 금지나 삭제 대신, 플랫폼의 규칙과 알고리즘이 어떤 글이 더 널리보이고 어떤 글이 조용히 사라질지를 결정한다. 직접적인 금지보다는 노출의 조정에, 삭제보다는 가시성의 관리에 가깝다. 표현은 여전히 자유롭게 생산되지만,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유통되고 어떤 경로로 독자에게 도달하는지는 또 다른 시스템에 의해 조절된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오늘날의 출판 환경 역시 과거의 검열 체계와 전혀 무관한 세계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100여 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 우리는 검열과 표현 사이에서 벌어진 장면들을 보다 겸허한 시선으로 돌아볼 수 있게 되었다. 어떤 글이 살아남고 어떤 글이 사라졌는지, 편집자가 무엇을 지우고 우회했는지, 검열관과 출관인이 어떤 방식으로 교섭하고 때로는 협력했는지. 당대에는 도저히 설명할 수 없었던 여러 움직임과 맥락들이 이제는 거리를 두고 조망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 속에서 다시 보이기 시작한다.

문학 연구자 우한나가 번역한 『검열과 문학-1920년대의 공방』(2026)은 초타원형의 새로운 시도다. 그간의 책들이 대부분 '나' 라는 저자와 편집자의 시선에서 만들어졌다면 이번 책은 철저히 타인의 글을 번역하고 발행하는 작업이었다. 책의 형태보다는 내용에 무게가 실렸고, 이는 기존 출판사에서는 당연하게 여겨질 일이지만 초타원형에는 새로운 감각의 확장처럼 느껴졌다. 독립출판물 최초로 크라우드 펀딩을 시도하고 ISBN을 부여했던 그 시절처럼, 기존의 어법을 다르게 바라보고 흡수해보는 시도이기도 하다.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이 단지 일본 문학사를 들여다보는데 그치지 않고 오늘날 한국 문학과 더 나아가서는 복합적이고 다양한 미디어에서의 표현의 조건에 대해 각자의 자리에서 질문을 확장해 보기를 바란다. 초타원형이 이 책을 첫 번역서로 선택한 것도 그런 시도의 연장이다. 내가 쓴 글이 아닌 원본이 있고, 그 위에 번역이 있다. 보이지 않는 형식과 언어가 겹쳐지며 제작된 책. 건축 도면에 서 구축선 (construction line)이 최종 도면에는 남지 않지만 배치와 구성을 먼저 결정하는 임시의 기준선으로 작동하듯, 이 책 역시 여러 겹의 선 위에 있다. 1926년의 논의가 2026년에도 여전히 유효해 보인 다는 사실은, 문학과 표현 역시 예외 없이 세계의 일부임을 다시 상기시켜준다.

정현

  작가 소개

지은이 : 고노 겐스케
1956년 도쿄에서 태어났다. 와세다대학 대학원 문학연구과 박사 후기과정을 만기 퇴학했다. 아자부(麻布) 중고등학교 교사를 거쳐 니혼(日本)대학 문리학부에서 근무했다. 전임강사, 조교수, 교수를 거쳐 학부장(단대학장), 대학 이사를 역임하고 2023년에 퇴직했다. 니혼대학 명예교수, 일본근대문학관 이사이다. 현재는 학자로 활동하면서 도쿄 신주쿠구 와세다쓰루마키초(早稻田鶴卷町)에서 창작 일식(創作和食)과 숯불요리점 ‘밥집 다마리(ごはん屋たまり)’를 경영한다. 주요 저서로는 이 책 외에 『투기(投機)로서의 문학』(新曜社, 2003), 『검열과 문학』(河出書房新社, 2009), 『이야기 이와나미서점 백년사 1-「교양」의 탄생』(岩波書店, 2013), 『국어교육의 위기』(筑摩書房, 2018), 『국어교육-혼미(混迷)하는 개혁』(筑摩書房, 2020), 『직업으로서의 대학인』(文學通信, 2022), 『말(ことば)의 교육』(靑土社, 2023) 등이 있다.

  목차

『검열과 문학』 한국어판 간행에 즈음하여 5

들어가는 말 9

제1장. 검열에의 어프로치 13
검열은 전이한다 / 대일본제국에서 출판의 자유 / 내무성의 논리 /
검열관과 작가 그리고 편집자

제2장. 출판법과 신문지법 29
검열의 이중기준 / 검열의 역사와 변모 / 일본의 특수성 /
애매한 기준

제3장. 야마모토 사네히코의 잡지 〈개조〉 45
종합잡지의 시대 / 개조사 이전의 야마모토 사네히코 /
〈개조〉 창간으로

제4장. ‘내 각’이라는 관행 59
내열제도와 절취삭제 / 최초의 발매배포금지 / 암묵적 규칙 /
관동대지진과 검열

제5장. 두 편의 희곡?후지모리 세이키치의 「희생」과
구라타 햐쿠조의 「붉은 영혼」 77
문학에의 개입 / 「희생」이라는 희곡 / 과잉된 다이쇼 교양주의 /
아리시마 다케오 신드롬

제6장. 1926년 7월의 미스터리 97
7월의 필화 처분 / 정당 정치의 표류 / 박열 · 가네코 후미코의 괴사진 사건 /
이노우에 데츠지로와 “ 우주의 법칙”

제7장. 문예가협회와 발매금지방지기성동맹 117
문예가협회의 동향 / 문학 · 연극 · 영화 / 내무성과의 교섭 /
마사무네 하쿠초의 비평

제8장. 항의운동의 균열과 엔본의 등장 147
〈문예전선〉과 〈문예시장〉 / 동맹의 내부 대립 / 건곤일척의 출판기획 /
선거학의 수사학 / 총 독음과 셰익스피어

제9장. 나카자토 가이잔 「몽전」의 절취삭제 183
가이잔의 등단 / 내열제도의 폐지 / 분할환급의 편법 / 사실상의 전례 /
부상하는 금기 / 문학자와 선거

나가는 말 217

주 227

발행인의 말 223

옮긴이의 말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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