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촛불이 살랑이면 내 마음은 일렁일렁!‘촛불 끄기’를 향한 아이의 귀여운 집착에 퐁당 빠져드는 그림책좋아하는 음식이 가득한 생일상에 좋아하는 사람들이 건네는 축하와 선물까지, 생일만큼 설레는 날이 또 있을까요? 아이들은 손가락을 꼽으며 생일이 오기만을 기다리곤 해요. 그리고 그 기다림의 끝에는 진짜 하이라이트가 있지요. 달콤한 케이크와 어둠 속에서 빛나는 촛불, 그 위로 흐르는 축하 노래 그리고 ‘촛불 불기’ 말이에요. 엄마 생일이든 아빠 생일이든 촛불 불기는 언제나 아이들 몫이고, 형제자매가 있다면 서로 끄겠다고 다툼이 이는 통에, 생일 축하 노래를 두 번, 세 번 다시 부를 때도 있지요. 작디작은 불꽃 하나에 대체 어떤 매력이 있길래 아이들 마음을 이토록이나 두근두근하게 만드는 걸까요?
반복되는 일상이 색달라지는 관찰과 상상, 평범한 풍경도 마법처럼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을 그려 온 이소라 작가의 새 그림책 《후후후 내가 불 거야!》가 출간되었습니다. 성별 불문, 나라 불문, 아이들의 마음을 끌어당기는 ‘촛불 불기’, 바로 그 순간에 주목하는 책이지요. 이 책의 주인공인 일곱 살 서연이 역시 촛불 불기의 매력에 폭 빠져서 다가오는 생일에는 혼자 힘으로 완벽하게 촛불을 불어 끄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있어요. 과연 서연이는 원하는 바를 이루고 생일의 진짜 진짜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요?
“다 비켜! 오늘의 주인공은 바로 나니까!”짧디짧은 ‘후-’에 실어 보내는 아이의 사랑스러운 각오달력에 친 빨간 동그라미를 보는 서연이의 눈이 반짝 빛나고 있어요. 이번 생일은 특히 더 기다려 왔지요. 생일 파티나 선물 때문이냐고요? 아니요. 올해에는 혼자 힘으로 한 번에 후- 촛불을 불어 끄는 일을 꼭 해낼 작정이거든요.
서연이는 촛불 끄기를 좋아해요. 촛불을 끄는 순간에는 모두가 나만 바라보는 진짜 주인공이 되고, 또 촛불이 꺼져야 연기와 함께 하늘로 날아간 내 소원이 이루어지니까요. 그런데 사실은요, 혼자서 촛불을 분다는 게 절대 쉽지 않아요. 입김 부족, 조준 실패, 치열한 경쟁……, 서연이도 여태껏 성공한 적이 없지요. 그래서 올해는 만반의 준비를 했어요. 숨 크기를 키우기 위한 풍선 불기 연습, 순식간에 소원을 욀 수 있도록 달달 읊는 연습, 예기치 못한 상황에도 빠르게 반응하기 위한 눈치 보기 연습 등, 준비는 끝났고 실전만 남아 있었지요. 드디어 생일날, 일곱 개의 초에 불이 켜지고 생일 축하 노래가 울려 퍼져요. 쿵, 쿵, 쿵! 뛰는 심장을 꼭 붙들고 서연이는 소원을 빌기 시작했어요. 그런데 그때, 가느다란 연기가 솔솔 흘러와 눈을 콕콕 찌르지 뭐예요? 아뿔싸, 올해도 실패한 걸까요?
주인공 서연이는 누구보다 치열하게 생일 전쟁을 치렀어요. 과거에서 문제점을 찾고, 해결 방법을 고민하고, 결전의 날을 위한 연습까지, 어른으로서는 별것 아닌 예삿일일지라도 서연이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고 진지해야 하는 임무였지요. 그래서인지 일곱 개의 촛불을 무사히 지킨 아이가 단번에 촛불을 불어 껐을 때 독자가 느끼는 뿌듯함은 아이 못지않습니다. 어쩌면 더 잘하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했던 기억, 혼자 힘만으로 무언가를 처음 해냈을 때의 보람이 떠올랐기 때문 아닐까요. 그뿐만 아니라 작은 성취 속에 담아낸 아이의 성장, 상대의 마음을 헤아리고 기다리는 따뜻한 배려도 느낄 수 있답니다.
성장의 한 틈을 포착하는 다정한 눈, 포근한 질감의 그림으로 전하는 유쾌한 상상아이들이 촛불 끄기를 좋아하는 이유는 단순한 행동 속에 여러 경험이 한꺼번에 담겨 있기 때문이라고 해요. 노래를 부르고 소원을 비는 과정이 하나의 의식처럼 이어지며 흥분감을 높이고, 자신에게 모이는 모두의 시선은 아이들의 주목 욕구를 충족해 주기도 해요. 무엇보다 후- 불면 촛불이 꺼지는 분명한 결과를 통해 스스로 해냈다는 성취감을 느낄 수 있고, 흔들리다 사라지는 불꽃이나 피어오르는 연기 같은 감각적 변화도 큰 재미를 줍니다. 부모님이 허락한 합법적인 불장난이라는 점, 촛불을 끄는 것으로 소원이 이루어진다는 특별한 상황도 아이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며 강렬한 즐거움이 되고요.
이소라 작가의 그림은 이러한 순간을 더욱 생생하게 살려 줍니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또렷한 표정과 몸짓으로 아이의 감정을 직관적으로 전하고, 간결한 화면 구성으로 독자의 시선을 촛불과 인물에 집중시켜요. 비슷해 보이지만 변주되는 장면은 자연스럽게 긴장감을 쌓아 올리고, 자칫 심각해지지 않도록 깨알 같은 유머도 곳곳에 숨어 있지요. (면지에 그려 둔 뒷이야기도 꼭 찾아보세요!) 누구나 한 번씩은 지나온 순간, 그때의 마음을 떠올려 보면 빨갛게 일렁이는 촛불을 마주하는 순간이 더욱 특별해질 거예요.

“얼마 안 남았다!”
나는 달력을 보고 또 봤어.
이날만을 손꼽아 기다렸거든.
근사한 선물, 달콤한 케이크, 신나는 파티…….
그중에 제일 중요한 건 당연히 촛불 불기야.
왜냐고?
촛불을 부는 순간에는 온 세상이 나만 바라보잖아.
진짜 진짜 주인공이 되는 거지!
그런데 스물한 번째 소원을 빌려던 때였어.
가느다란 연기가 솔솔 흘러와 눈을 콕콕 찌르는 거야!
‘동생이 불어 버렸나 봐!’
눈이 뜨겁고 콧속이 시큰해졌어.
깜깜해진 머릿속에서는 열심히 외운 소원 말고
불 꺼진 초들만 맴맴 돌았지.
그때 동생이 소리쳤어.
“누나, 눈 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