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2016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비평 활동을 시작한 문학평론가 김영임의 첫 비평집이다. 박사학위논문 「2000년대 이후 한국문학에 나타난 비인간 재현 양상 연구」로 제2회 한국현대문예비평학회 신진연구자상을 수상한 저자가 데뷔 이래 써온 34편의 비평문을 총 4부로 나누어 묶었다. 작품을 단일한 제언과 형식으로 집약하기보다 각 문학작품이 지닌 고유한 부피와 깊이를 살피려는 비평적 태도를 바탕에 둔다.
1부에서는 ‘취향’과 ‘비평의 순간’, 젠더 정체성의 변화, 문학의 정치와 타자에의 공감, 비인간 주체와의 공생을 다룬다. 2부에서는 임승유, 허연, 이장욱, 장석주, 최문자, 강성은, 권박, 박세미, 오은 등의 시 세계를 살피며, 시의 메시지 자체보다 메시지에 접근해가는 과정에 주목한다. 각 시 세계에서 키워드를 끌어내되 이를 토대로 함부로 비약하지 않는 읽기를 이어간다.
3부와 4부에서는 김경후, 배수연, 강혜빈, 주민현, 조명, 유희경, 이영주 등 동시대 시인들의 시집을 다양한 분석적 도구로 검토한다. 카뮈와 루이스 캐럴 등의 텍스트를 함께 읽으며 외로움과 낯선 시공간, 비인간 주체, 식물과 동물, 관계와 얽힘의 문제를 살핀다. 작품에 대한 가치판단보다 작품이 담고 있는 문학과 세계에 관한 이해가 자신의 것과 얼마나 닮아 있거나 다른지를 논증하는 작업으로서 비평을 제시한다.
출판사 리뷰
“단순한 관람자, 개인으로부터
예술을 분석하려는 욕구를 지닌 취향의 인간으로 분리되는 경험,
그것이 ‘비평의 순간’의 첫 출발이었다”
쓰는 이의 노랫소리와 읽는 이의 숨소리가 공존하는 다성(多聲)의 비평
문학평론가 김영임의 첫 비평집
2016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비평 활동을 시작한 문학평론가 김영임의 첫 비평집 『시인과 재규어』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데뷔 당시 “2000년대 이후 한국문학에 대한 평론의 ‘위치감’을 의식하”는 신중함과 “다종다양한 대중문화적?예술적?문헌적 재료를”(2016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 심사평) 적재적소에 배치하는 능란함으로 주목받은 그는 박사학위논문 「2000년대 이후 한국문학에 나타난 비인간 재현 양상 연구」로 제2회 한국현대문예비평학회 신진연구자상을 수상하는 등 평단의 꾸준한 조명을 받고 있다.
문학평론가로서 김영임이 갖춘 가장 빛나는 미덕과 강점은, 자신이 부리는 평어의 무게를 끊임없이 의심함으로써 이를 온전히 감당하고자 하는 비평적 책임감 그리고 엄숙한 자의식이나 손쉬운 예찬과 거리를 두고자 분투하는 성찰적 경계심이다. 이 책에 묶인 34편의 글을 찬찬히 읽어 내려가다 보면 문학이 제기하는 여러 층위의 문제의식을 단일한 제언과 형식으로 집약하지 않으려는, 그럼으로써 각 문학작품이 갖는 고유한 부피와 깊이를 훼손하지 않으려는 태도가 그의 밑바탕에 깔려 있음을 알 수 있다. 비평이 “순전히 시와 독자 사이에 자리하길 바라는” 김영임의 평론가적 섬세함은 읽고 쓰는 이 그리고 작품 스스로가 내는 목소리까지, 그 모든 음성을 하나도 꺼뜨리지 않는다. 겹겹의 소리를 일관된 음정으로 뭉뚱그리지 않고 풍성하게 중주(重奏)하는 다성의 비평이 지금 여기 한국문학장에 울려 퍼진다.
이 책은 내가 평론가임을 확신에 차서 선언하는 자리가 아니라, 부끄러움과 주저 속에서도 그 이름을 피하지만은 않겠다고 말하는 자리다. 나는 여전히 작품 앞에서 자주 늦고, 자주 모른다. 내 문장은 작품이 이미 도달해 있는 자리를 쫓아가기에 바쁘며, 그마저도 끝내 다다랐다고 쓰지 못한 채 머뭇거린다. 하지만 그 모름 속에서 문장을 시작해왔고, 앞으로도 그렇게 읽고 쓰고 싶다. 하나의 질문으로 문학을 너무 쉽게 관통하지 않는 일, 작품보다 먼저 도착하지 않는 일, 작품이 내게 요구하는 속도와 거리를 매번 다시 배우는 일. 그것이 지금의 내가 비평이라는 이름 아래 계속할 일이다.
―‘책머리에’에서
재규어처럼 경계를 내달리며 비상하는 시의 언어
갈라진 땅 너머로 새로운 미학을 꿈꾸는 비평의 상상력
문학평론가 김영임이 데뷔 이래 집요한 비평적 시선을 견지하며 성근하게 써 모아온 비평문들을 총 4부로 나누어 구성한 『시인과 재규어』는 그간 한국 현대 시가 형성해온 리듬과 이미지, 그것들이 기존 질서에 남겨온 균열과 그 틈새로 내다보이는 가뜬한 미래를 폭넓게 조망한다.
책의 1부에서는 저자가 문학평론가로서 자신의 좌표를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다. 조르조 아감벤의 서술과 스스로의 내밀한 경험을 경유하며 평론가의 중요한 덕목으로 ‘취향’을 지목하고 거기서 움트는 ‘비평의 순간’을 이야기하는 「취향의 인간」, 한국문학 내 젠더 정체성의 변화상을 들여다보며 그에 상응하는 적극적 읽기의 필요성을 짚는 「미학과 읽는 자의 경험」, 여러 서구 텍스트에 출몰해온 ‘재규어’를 필두로 진은영의 시를 살펴보며 문학의 정치와 타자에의 공감을 도모하는 「시인과 재규어」, 역사적 흐름에 따라 변모해온 인간과 동물의 관계, 반려종 ‘로미’ ‘유리’ ‘토모’와의 일화, 동물이 주요 시상으로 자리하는 동시대 시편들을 촘촘히 연결함으로써 비인간 주체와의 공생과 교감을 고민하는 ‘반려 문학’의 가능성을 타진하는 「내 ‘반려종’들에 대한 소고―몇 편의 시와 집사의 산문」이 여기 묶였다.
2부는 1970년대 말~2010년대 중반부터 작품 활동을 전개한 시인들이 열어젖힌 다채로운 시 세계를 두루 톺아본다. 임승유, 허연, 이장욱, 장석주, 최문자, 강성은, 권박, 박세미, 오은의 시편들을 아울러 살피는 그의 작업에서 돋보이는 탁월함은, 각각의 시 세계로부터 명징한 키워드를 적절히 끌어내되 이를 토대 삼아 함부로 비약하지 않는 균형감에서 비롯한다. ‘아포리즘’이라는 키워드 아래 개인적이면서도 보편적인 허연의 시를 통찰하고 ‘꿈’이라는 키워드를 통해 강성은의 시 속 보이지 않는 지평의 잔흔과 환상을 풀어내는 등, 김영임의 비평은 독자로 하여금 “시의 ‘메시지’라는 결과보다는 ‘메시지에 접근해가는 과정’에 더 집중하”(「Nothing은 다른 꿈을 꾸게 한다―최문자의 시 세계」, p. 115)도록 이끈다.
3부와 4부에 이르러서는 다양한 분석적 도구를 통해 동시대 시인들이 펴낸 시집들을 면밀하게 검토한다. 예컨대 김경후의 『울려고 일어난 겁니다』(문학과지성사, 2021)에 나타나는 외로움과 쓸쓸함의 정서를 알베르 카뮈의 단편소설 「요나 혹은 작업 중의 예술가」와, 배수연의 『여름의 힌트와 거위들』(문학과지성사, 2024)이 자아내는 낯선 시공간을 루이스 캐럴의 동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포개어놓는 그의 독해는 단선적 인유의 차원을 넘어 주제 의식을 탄탄하게 밀어붙이는 완력으로 이어지며 비평 읽기의 충만한 즐거움을 선사한다. 강혜빈의 『미래는 허밍을 한다』(문학과지성사, 2023)와 주민현의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창비, 2023)에서 새로운 정상성과 표준을 제시하며 등장한 비인간 주체의 면면을 탐구하고, 조명의 『내 몸을 입으시겠어요?』(민음사, 2020)가 추동하는 강렬하고 생생한 감각적 열림을 그간 여성 시인들이 구축해온 식물 시의 계보 위에 올려놓는 시도도 눈여겨 특기할 만하다. “개와 고양이가 끊임없이 삶에 연결되어 있고, 정원의 수많은 식물과 곤충, 벌레 들이 얽혀 있는 관계”(「태도가 시가 될 때―유희경의 『겨울밤 토끼 걱정』, 이영주의 『좋은 말만 하기 운동 본부』」, p. 265) 안에서, “나라는 인간이 아니었다면 존재하지 않았을 얽힘 앞에서 나의 선택과 행동이 옳은 것인가를”(p. 266) 계속하여 돌아보는 삶의 자세가 그의 평어에도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김영임은 “작품에 대한 가치판단이 아니라, 작품이 담고 있는 문학과 세계에 관한 이해가 자신의 것과 얼마나 닮아 있는지 또는 다른지를 논증하는 작업”(「유쾌하고 아름답고 슬프고―이다희의 『시 창작 스터디』」, p. 201)이 비평이리라는 견고한 믿음을 글로써 천명하고 있다.
이전의 비평적 판단이 예술 작품을 분석하기 위해, 예술을 예술의 그림자 속으로 끌어들이고 예술을 예술이 아닌 무엇으로 구성해냈듯이, 예술은 스스로 예술과 비예술을 서로 일치시키려는 경향을 드러내면서 스스로 비평적 성찰을 해나가고 있다. 한국문학의 장 안에서도 이러한 예들을 찾는 것은 그리 힘든 일이 아니다. 문예지들의 쇄신, 소설이나 시의 정형성을 벗어나려는 여러 시도, 출판에 관련된 새로운 방식들. 이 모든 것들이 예술이 자신의 정형성을 깨고 예술이 아닌 것들과 관계 맺는 과정에서 변혁을 모색하는 것과 관련되어 있다.
―「취향의 인간」
시는 사실 전달과 감정 생산이라는 언어의 두 가지 기능의 타협이거나 일정한 비율의 균형이다. 시가 정치적일 수 있다는 것은 사실 전달의 성공 여부가 아니라, 감정 생산으로 인해 기존의 지배적 담론에 균열을 내고 새로운 감각적 분배를 가능하게 하는 데 있다. 그 속에는 새로운 미학 주체의 탄생이나 아니면 새로운 미학 주체-되기와 같은 존재의 체험이 포함되어 있다. 시의 감각적 분배가 미학과 정치 사이의 간극을 메우고 효과적으로 우리 자신을, 그리고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애초에 ‘문학의 종언’ 같은 담론은 생산되지도 않았을 것이다.
―「시인과 재규어」
사건은 언제, 어디서나 누구에게도 일어날 수 있다. 사건이 ‘사건’으로서의 의미를 획득하기 위해서는 그다음 과정에서 ‘명명’과 같은 외부적 개입이 필요하다. 사건을 구성하는 요소들의 나열만으로는 ‘사건’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책을 읽는 행위가 그저 독서라는 상황을 구성하는 데 그치거나, 내면의 규칙과 동일성을 반복하는 데 그친다면 책은 사건이 될 수 없다. 책이 ‘사건’이 되기 위해서는 텍스트가 읽히는 순간순간 개인의 내면에 충돌을 일으키는 예견치 못한 상황들을 명명할 수 있는 개입, 새로운 언어가 필요하다.
―「읽기, 쓰기 그리고 비타 노바Vita Nova―장석주의 시 세계」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영임
2016년 문학과사회 신인문학상을 통해 비평 활동을 시작했다. 2024년 경희대학교 대학원 국제한국언어문화학과에서 「2000년대 이후 한국문학에 나타난 비인간 재현 양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해당 논문으로 제2회 한국현대문예비평학회 신진연구자상을 수상했다. 공저로 『유토피아의 귀환』 『나는 반려동물과 산다』 『유토피아 문학』이 있다. 현재 경희대학교 현대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목차
책머리에1부
취향의 인간
미학과 읽는 자의 경험
시인과 재규어
내 ‘반려종’들에 대한 소고―몇 편의 시와 집사의 산문
2부
감정의 구조화―임승유의 시 세계
시가 흔드는 깃발, 아포리즘―허연의 시 세계
망토 속 빗소리를 듣다―이장욱의 시 세계
읽기, 쓰기 그리고 비타 노바Vita Nova―장석주의 시 세계
Nothing은 다른 꿈을 꾸게 한다―최문자의 시 세계
견고한 악몽의 세계―강성은의 시 세계
블루스타킹 서클Bluestocking Circle의 예언가―권박의 시 세계
범선이 되고 싶은 시―박세미의 시 세계
꿈 밖에서 꿈꾸다―오은의 시 세계
3부
사막의 횡단과 우물의 무게―김중식의 『울지도 못했다』, 이영광의 『끝없는 사람』
왜 ‘새’죠?―김혜순의 『날개 환상통』
달리트와 하리잔―김안의 『아무는 밤』
현전(現前)의 부정적 ‘대리보충’―황혜경의 『나는 적극적으로 과거가 된다』
해변에서 읽는 두 권의 시집―하재연의 『우주적인 안녕』, 손미의 『사람을 사랑해도 될까』
유쾌하고 아름답고 슬프고―이다희의 『시 창작 스터디』
유머리스트의 그림자, 멜랑콜리아―임지은의 『때때로 캥거루』
꿈의 열쇠: 달걀-아카시아…… 설탕에 절인 포도-빈 유리병―조해주의 『우리 다른 이야기 하자』
불확실성에 머물기―오은경의 『한 사람의 불확실』
‘어린 귀신’과 시적인 것―유계영의 『이런 얘기는 좀 어지러운가』
뉴노멀New Normal의 ‘벙커’와 ‘문지방’―강혜빈의 『미래는 허밍을 한다』, 주민현의 『멀리 가는 느낌이 좋아』
태도가 시가 될 때―유희경의 『겨울밤 토끼 걱정』, 이영주의 『좋은 말만 하기 운동 본부』
4부
‘붉은빛’에서 ‘호양나무’까지―박미란의 『누가 입을 데리고 갔다』
솔리테르solitaire에서 솔리데르solidaire까지―김경후의 『울려고 일어난 겁니다』
어른의 성장통―이다희의 『머리카락은 머리 위의 왕관』
원더랜드의 ‘거위들’―배수연의 『여름의 힌트와 거위들』
낯선 주체들의 탈주―김복희의 『희망은 사랑을 한다』
비가의 정치―이선영의 『60조각의 비가』
‘생물’과 ‘물리’의 시어―조명의 『내 몸을 입으시겠어요?』
‘손목’을 자른 엘렉트라―황성희의 『너에게 너를 돌려주는 이유』
골목의 소요자: ‘보이지 않는 나머지 풍경’―김예강의 『오늘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