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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리콘
정착 없는 세계의 틈새 메우기
바른북스 | 부모님 | 2026.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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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이종숙의 네 번째 소설집 『실리콘』에는 어딘가로부터 떠나왔거나, 혹은 어딘가로 끊임없이 이동해야 하는 유목민의 숙명이 들어 있다. 인간은 이주(移住)를 통해 익숙했던 세계와 결별한다. 그리고 낯선 환경 속에서 자신의 영토를 재구축하며 정착을 시도한다.

떠나온 고향의 기억을 품고 살아가는 존재들의 질문, 나는 어디에서 왜 왔는가? 8편의 이야기 속에 살아 있는 아마르, 미링, 경자 씨, 태오 그리고… 흔들리면서도 결코 삶을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이야기.

  출판사 리뷰

“언니는 프랑스 과자 좋아해요?
그게 부드럽긴 해도 당기는 맛은 부족하지 않아요?”

불교계 독립운동 역사를 다룬 장편소설 『푸른 별의 노래』를 발표하면서 꾸준히 보듬고 살피는 불교적 삶을 형상화한 글을 발표해 온 작가의 네 번째 작품집이다. 서로를 보살핀다는 것은 사랑의 마음에서 비롯하고 보살핌은 보살행과 다를 바 없다. 세계 곳곳에서 정착을 꿈꾸는 디아스포라의 삶의 이야기가 나지막이 들린다.
방글라데시 이주 노동자 아마르와 그의 여자 친구 쑥(「실리콘」)이 있다. 쑥의 가족들은 결혼을 반대하지만, 두 사람의 사랑은 변함없이 진행 중이다. 그들에게 또 다른 벽은 같은 집이면서 하나의 벽으로 나뉜 한국인 가정이다. 각자의 음식 냄새로 불편을 겪던 중 아마르는 실리콘으로 모든 틈새를 막기에 이른다.
경자 씨(「헤이 경자 씨」)는 파독 간호사 출신으로 독일인 남편이 죽자 고국으로 영구 귀국을 선택한다. 공항에서 맞닥뜨린 건 마중 나오기로 한 오빠와 조카의 연락 두절이다. 그녀의 노년을 뒤흔드는 혈연의 배반은 목숨을 버릴 지경까지 이르게 하지만, 산책길에 찾은 암자에서 노년의 비구니를 만나 새로운 생활을 시작하게 된다.

그 외 6편의 주인공들 또한 디아스포라의 삶을 살아야 하는 이의 시고 떫고 씁쓸하지만, 뒷맛이 남는 모습을 보여준다. 선택의 자유라고는 없는, 그 길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아야 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은 그저 위로를 가장한 허방다리에 불과할 뿐인가. 잃어버린 고향의 기억을 품고 떠난 자, 디아스포라에서 아직 도착하지 않은 세계를 향해 움직이는 노마드적 존재가 될 수 있을까?
아메리칸드림을 꿈꾸며 도착한 땅에서 모든 것을 잃고 다시 일어선 「스마일 마켓」의 태오와 분단된 나라의 최북단에 살면서 언젠가 자신이 운전하는 자동차를 타고 고향의 어른들을 만나기를 꿈꾸는「손가락」의 지상.
늦은 밤 모니터 앞 청년 학예사가 그린 홀로그램 속에서 육백 년 전 세상을 떠난 묘덕의 자비심이 거푸집 속 쇳물처럼 타오르는「묘덕의 마음」.

작가는 서로 다른 쓰임과 상처를 지닌 존재들이 어우러질 때 완전히 새로운 세계가 창조된다고 믿는다. 새 영토에서 뿌리내리려는 이들을 바라보는 외부의 시선은 차갑거나 조심스럽거나 경멸에 차 있다. 하지만 인간이라는 존재는 누구나 어느 구석 허술한 부분이 남아 있어서 한순간 야멸찼던 눈빛이 따스하고 몽롱한 아지랑이처럼 녹아내리기도 한다. 겹겹이 쌓이는 시간, 지속되는 관계가 있는 한 우리에게는 높고 거대한 장벽을 무너뜨릴 힘이 남아 있다고 믿는 마음, 이것이 모든 흔들리는 존재들을 향한 작가의 힘찬 응원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종숙
2013년 계간《불교문예》신인상으로 등단했다. 장편소설 『푸른 별의 노래』,소설집 『아 유 레디?』『스마일마켓』, 여행에세이 『오늘은 경주』, 앤솔러지 『우리가 다녀온 자리』 외 공저가 있다. 법계문학상, 한국소설작가상, 직지소설문학상을 수상했다.sum*thing 동인

  목차

실리콘
미링
헤이, 경자 씨
손가락
갑천 허니문
이주(移住)
묘덕의 마음
스마일 마켓

해설 정착 없는 세계에서 서로의 틈새를 메우는 법_김세연
작가의 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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