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부산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가로 등단한 이병순 작가의 첫 산문집 『사물하는 마음』이 걷는사람에서 출간되었다.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 살고 있는 작가는 시대의 빠른 흐름 속에서 사라지고 새로 태어나고 바뀌고 바스러지는 사물에 귀를 기울인다. “똑같은 사물이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는 시선으로 사물과 함께 변해 온 사람과 삶의 풍경을 바라본다.
종이컵을 비롯해 모자와 광어, 국화빵과 빙수, 성냥개비와 담배, 두쫀쿠 등 일상의 사물부터 영화, 야구, 오디션 프로그램, 권투, 소설, 음악 콩쿠르, 권총, 단추와 살인 사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대상을 다룬다. 익숙한 사물에 새로운 감각과 역할, 시각을 부여하고, 이젠 보이지 않는 골목의 사람들과 이야기에도 다시 생명을 불어넣는다. 사물의 시간을 새롭게 발견하며 그 안에 담긴 삶의 모습과 의미를 살펴보는 산문집이다.
출판사 리뷰
걷는사람 에세이
이병순 산문집 『사물하는 마음』 출간
사물의 말로 삶의 지혜와 온기를 전하다
담담하고 다정한 일상의 글이
일상을 빛내는 순간, 『사물하는 마음』
사물하는 마음으로 삶을 바라보고 삶을 사랑한다
이병순 작가의 첫 산문집 『사물하는 마음』이 걷는사람에서 출간되었다. 이병순 작가는 부산에서 태어나 부산에 살고 있으며 《부산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소설가로 등단했고, 부산에서 계속 살 거라고 자신을 소개한다. 시대의 빠른 흐름과 함께 물질과 문화는 물론 사람 사는 풍경이 속절없이 변한다. 사람 사는 풍경 따라 사물이 변하기도 하지만 사물이 변하면 사람과 삶이 변한다. 한 곳에서 그 모든 변화를 지켜보고 함께한 작가에게 그 풍경과 사물은 새로운 지각이자 인생이고 언어일 것이다. 그것의 총체를 우리는 ‘사물하는 마음’이라고 부른다.
“똑같은 사물이라도 때와 장소에 따라 다르게 들린다는 것을 사물에 귀 기울이면 알 수 있다”는 작가의 말대로 이병순 작가는 사라지고 새로 태어나고 바뀌고 바스러지는 모든 사물에 정성껏 귀를 기울이고 따스하고 심층적으로 바라본다. 자신의 태도를 반추하고 뒤집어보고 이젠 보이지 않는 골목의 사람들과 이야기들에 생명을 불어넣어 주기도 한다. 새로운 감각과 역할, 시각을 부여하여 우리에게 다른 겹의 사물을 선사한다.
종이컵을 쓰면 환경을 해친다는 생각은 작가뿐 아니라 우리 모두 많이 듣고 그렇게 알고 있다. 종이컵을 유해하고 악한 것으로 취급하는 건 쉽고 단순하다. 그러나 작가는 종이컵을 다시 바라보고 우리 안의 종이컵에게 말을 걸고 아주 작은 말을 들어 준다. “믹스커피만큼은 사기나 유리잔 따위보다 종이컵에 타 마시는 게 맛있”을 뿐 아니라 “병원 로비”의 종이컵 커피는 우리에게 “안심을 준다”. “금세 흐물흐물해”지고 “액체의 온기에 따라 찌그러지는 모양새가 달라지”고 “물기가 닿으면 축축해지고 형태를 다소 잃”지만 “형사 M은 종이컵이라는 종이 물성을 알고 그것으로 범인을 걸러” 낸다. 용의자가 “긴장한 나머지 손에 땀이 흠뻑 뱄을 거라는 M의 추측”대로 용의자는 “떨리는 몸을 가누려고 종이컵을 꽉 움켜잡”을 수밖에 없었다. 과연 종이컵은 무엇일까. 이와 같이 이병순 작가의 『사물하는 마음』은 사물의 시간을 새롭게 발견해 주고 동시에 삶을 더욱 의미 깊게 발굴해 준다.
종이컵뿐 아니라 모자와 광어 국화빵과 빙수, 성냥개비와 담배, 두쫀쿠 등의 일상의 사물들과 영화, 야구, 오디션 프로그램, 권투, 소설, 음악 콩쿠르, 권총, 단추와 살인 사건에 이르기까지 정교하고 투명한 시각으로 사물의 마음을 전한다. 그리고 우리는 그 사물들의 마음만큼 풍요로워진다.
자, 칠 테면 쳐라! 나는 타석을 향해 공을 던진다. 바위같이 무겁게만 여겨졌던 공이 내 손을 떠났지만, 전혀 홀가분하지 않다. 내가 뿌린 공이 스트라이크 존을 통과해 포수의 글러브에 쏙 들어갈지, 대포 방망이에 맞아 허공으로 솟구쳐 높고 긴 궤적을 그을지, 내 앞으로 데굴데굴 굴러올지 공만이 안다. 내 손을 떠난 공은 내 것이 아니다.
이런 상상을 하니 내가 정말 투수가 된 것 같다. 끊임없이 타자와 수싸움을 해야 하는 투수는 몇 갈래의 길에서 갈팡거리는 우리네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 포커페이스에 능하지 못한 우리는 견제구를 날리거나 로진 가루를 손에 묻히면서 불안함을 애써 감춘다. 내가 만든 페이크 구간에 내가 빠지곤 한다. 투수 입장에 서 보니 세상을 대처하는 데 유인구와 직구만으로 힘들다는 걸 깨달았다.
―「투수」 부분
인도의 한 청년이 왜 자신을 낳았느냐며 부모를 고발했다고 한다. 자신은 태어나기를 원하지 않았는데 부모가 그를 낳았다는 거다. 청년은 학업과 취업을 위해 경쟁해야 하는, 그야말로 삶은 고해(苦海)인데 부모는 즐거움을 위해서 자식을 낳았으니 자식한테 평생 생활비를 지불해야 한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청년의 엄마는 변호사답게 ‘네가 태어나기 전에 엄마 아빠가 어떻게 너에게 사전 동의를 구할 수 있었을지 합리적 설명을 제시한다면 내 실수를 인정하마’라고 맞받았다. 누구도 청년의 변호사로 나서지 않아 소송은 지지부진했다. 변호사들도 청년의 부모가 청년을 낳아 주어 세상 구경시켜 준 것만으로 고마워해야 할 텐데 웬 시비인가 싶었을 거다. 인도의 저 청년만이 아니라 누구나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세상에 내던져졌다. 저런 식으로 부모에게 소송을 제기하면 법원은 주민 센터처럼 동네 곳곳에 있어야 할 것이다. 그보다 웬만한 사람들은 아이를 낳지 않을 것이다. 태어나는 순간 인생이 불공평하다는 걸 알았다면 태어나고 싶은 이가 몇이나 될까.
―「아모르 파티」 부분
비닐이나 수저 같은 일회용을 쓸 때마다 죄책감이 이는 것은 나뿐만이 아닐 거다. 나는 웬만한 것은 일회용품을 거의 쓰지 않지만, 종이컵은 쓰고 있다. 믹스커피만큼은 사기나 유리잔 따위보다 종이컵에 타 마시는 게 맛있다.
내가 자판기 커피를 마시는 것도 종이컵에 커피가 나오기 때문이다. 공원이나 휴게소에 커피 자판기가 보이면 믹스커피 한 잔부터 뽑고 본다. 아무리 더워도 커피는 따뜻해야 제맛이다. 요즘처럼 쌀쌀한 날씨라면 말해 무엇하랴. ‘종이컵 믹스커피가 폐에서 생기는 일’ 따위의 글은 안 읽는다. 그런 글을 일일이 읽는다면 세상에 맛있게 먹을 만한 게 없다. 이슬만 먹고 살아야 한다. 믹스커피 자판기가 병원 로비에 턱 버티고 있는 것만으로 일단 안심한다. 나는 교회 아줌마가 타 준 커피 맛을 다시 음미하려고 믹스커피를 한 잔 탔다. 믹스커피 봉지 대신 찻숟가락으로 저었다. 팔팔 끓은 물을 종이컵에 붓자, 컵은 금세 흐물흐물해졌다. 뜨겁지만 잡을 만했다. 액체의 온기에 따라 찌그러지는 모양새가 달라지는 것은 종이컵의 특징이다. 종이컵은 물기가 닿으면 축축해지고 형태를 다소 잃어 종이의 물성을 드러낸다.
―「종이컵」 부분
작가 소개
지은이 : 이병순
부산에서 태어나서 부산에서 살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 부산에서 살 거다. 2012년 《부산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끌」이 당선되어 등단했다. 소설집으로 『끌』이 있으며 장편소설 『죽림 한풍을 찾아서』와 『태안선』이 있다.
목차
1 사물 가는 대로
멀리 간 공
투수
단톡방
한눈팔기
산길에서
아모르 파티
종이컵
나는 모나리자
국화빵
수채화
2 사물의 구멍
신발 한 짝
두쫀쿠
리지윤, 림지영
사평역
책상이 있던 자리
귀빈
셀프
천재
가챠
골목골목
3 사물의 일상
호랑이 꼬리
운세
보이스 피싱
〈싱어게인〉 오디션 프로그램을 보면서
꽃과 더불어
보수동 헌책방 골목
벤치 클리어링
소설 청탁을 받아 놓고
진위의 숲
아이 엠 복서
4 사물하는 마음
권총
성냥개비
낙엽
단추
명함
명
바코드
담배
모자
광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