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보리 청소년 고전 ‘만남’ 시리즈 여덟 번째 책 《채봉감별곡, 장화홍련전―청소년들아, 채봉과 장화 홍련을 만나자》가 출간됐다. 1910년대 활자본으로 처음 출간된 소설 〈채봉감별곡〉과 잘 알려진 조선 후기 소설 〈장화홍련전〉을 함께 엮었다. 오랜 시간 독자들의 사랑을 받은 두 소설에는 운명과 사회에 맞선 여성들이 등장한다. 채봉과 장화, 홍련은 욕심에 눈이 먼 부모와 무조건 순종을 강요하는 사회에 맞서 진실한 사랑과 정의를 포기하지 않았다.고전소설을 현직 교사인 이삼남 작가가 청소년들이 읽기 쉽도록 다시 쓰고 친절한 해설을 달았다. 흥미진진한 이야기를 읽으면서 소설 속 시대와 배경도 함께 살펴볼 수 있다.
출판사 리뷰
▎억압에 굴하지 않고 사랑과 정의를 지킨 여성들
채봉과 장화, 홍련은 모두 부모에게 버림을 받았다. 채봉이 아버지 김 진사는 벼슬자리를 얻기 위해 채봉을 세도가 허 판서의 첩으로 보내려 하고, 장화, 홍련의 의붓어머니 허 씨는 거짓 누명을 씌워 장화와 홍련을 죽인다. 부모에 대한 순종과 집안을 위한 희생을 강요하는 세상에서 채봉과 장화, 홍련은 주저앉아 울고만 있지 않았다. 스스로 기생이 되고 물에 빠져 넋이 되어서도 지켜내야 할 것이 있었다.
역경을 맞아 채봉이 한 선택과 장화, 홍련이 한 대응을 보면 이들 사이에도 분명한 차이가 있다. 장화 홍련이 살던 17세기와 〈채봉감별곡〉이 탄생한 1910년대가 차이 나는 만큼, 채봉은 스스로 선택하고 움직여 문제를 해결한다. 장화 홍련은 의붓어머니의 모함 속에서 제대로 저항하지도 못한 채 죽지만, 채봉은 부모에게서 도망쳐 스스로 기생이 되고 끝까지 사랑하는 임을 찾아낸다. 평양 감사를 도와 공무를 맡은 것을 보아도 채봉은 이전 고전소설 인물들에서 한 발짝 나아간 인물이다.
《채봉감별곡, 장화홍련전》에는 진실한 사랑을 지켜내고 떳떳하게 살고 싶다는 소망, 억울한 누명을 벗고 명예를 지키고 싶다는 뜻, 악한 이가 벌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까지, 수많은 여성들의 바람이 담겨 있다.
▎시대를 담아 오늘을 비추는 거울이 되다
〈채봉감별곡〉은 1910년대에 딱지본 소설 또는 육전소설이라고 불리던 활자본 소설로 태어나 지금까지 많은 사랑을 받아 왔으며 작품의 배경은 19세기 세도정치가 극심하던 시기다. 〈장화홍련전〉은 1640년쯤 평안도 철산 부사 전동흘의 실화에서 비롯된 이야기라고 알려져 있다.
시대가 서로 다르긴 하지만 채봉과 장화, 홍련이 살던 세상에서 여성들은 자기 삶을 스스로 선택하기 어려웠다. 가장의 명을 무조건 따르라고 강요받았고, 가문의 명예를 더럽혔다는 이유로 죽기도 했다. 《채봉감별곡, 장화홍련전》은 이런 시대에 살던 여성들의 삶을 잘 담고 있다. 또〈채봉감별곡〉에는 돈으로 벼슬자리를 사고파는 썩어빠진 관리들, 곳곳에서 일어난 민란과 도적떼, 신분제가 붕괴되는 시대의 모습까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청소년들이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시대와 비교해 지금 우리 사회의 모습과 방향은 어떤지 살펴보고, 소설 속 인물의 선택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면서 의견을 나누고 성찰할 수 있다.
▎국어 교사 길잡이를 따라 함께 읽는 옛 소설
우리 고전소설 원문에는 읽기 어려운 한자어와 중국 고사들이 많아 그대로 읽기 어렵다. 《채봉감별곡, 장화홍련전》은 북녘 학자의 번역본을 바탕으로 현직 국어 교사이자 시인인 이삼남 작가가 문장을 쉽게 다듬고 설명을 달아 청소년들이 읽는 데 힘이 들지 않는다. 원문 속 긴 가사를 다듬고, 어려운 고사들을 쉽게 풀어 썼다. 또 남녘에서는 잘 쓰지 않는 표현이지만 북녘에서는 흔히 쓰는 입말과 방언을 곳곳에 살려 두어 다양한 우리말의 모습을 볼 수 있게 했다.
책 마지막 부분에 ‘우리 고전 깊이 읽기’를 더하여 이 소설들의 시대 배경들을 소개하고 청소년들이 고전소설을 읽으면서 생각해 볼 만한 문제들을 제시했다. 친절한 길잡이를 따라 재미있게 책을 읽다 보면 여러 관점에서 깊이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있다.
“아가, 너 재상집 소실이 좋으냐, 여염집 아낙네가 좋으냐? 아비 어미 앞에서야 부끄러울 게 있느냐. 네 생각대로 말해 보거라!”
보통 여염집 처녀 같으면 아무리 부모 앞이라 해도 제 속마음을 선뜻 입 밖에 내지 못했을지 모른다. 그러나 채봉은 워낙 속이 깊었고 필성을 사모하는 마음 또한 간절했다. 게다가 방금 부모들이 주고받은 말도 엿들었기에 그 담찬 성미에 낯빛을 바로 하고 선뜻 대답했다.
“아버지, 저는 차라리 닭의 부리가 될망정 소꼬리가 되기는 싫습니다.”
“허허허! 고놈 참…….”
_ <채봉감별곡>
쓸쓸히 방 안에 앉아 붓으로 매화며 난초를 그리고 있던 송이는 대동문 밖 장 도령이란 말에 금세 낯빛이 해쓱하니 질리고 가슴속은 방망이질하듯 울렁거려 어찌할 바를 몰랐다. 그립고 그립던 임을 만나 소원을 풀게 되었으니 오죽 반가우랴! 그런데 정작 만나려니 제 신세가 전날과 너무도 달라 반가움보다는 분한 마음과 부끄러운 생각이 겹쳐 들어 눈앞이 아찔했다. 송이는 이내 마음을 다잡고 조용히 일어섰다.
_ <채봉감별곡>
어지러운 마음도 잊어버리고 잠깐 책상머리에 기대어 졸던 채봉은 기러기 소리에 놀라 눈을 떴다. 달빛이 창문에 드리운 발에 가득 비치고 고즈넉이 떨어지는 가랑잎 소리가 쓸쓸한 마음을 부추겼다. 잠시 꿈결에 잊었던 애달픈 생각이 다시금 가슴에 차올라 어느덧 눈물이 쏟아졌다. 창문을 열고 달빛을 바라보니 한숨이 절로 나왔다.
“달아, 너는 내 마음을 알겠구나. 지난해 이맘때 뒷동산 밝은 달 아래 만났던 내 임, 달은 다시 떠오르는데 어찌해서 내 임은 다시 볼 수 없단 말인가. 그 옛날 강물에 덩실 배 띄우고 거문고를 뜯던 여인은 마음속에 그리던 시인을 달빛 속에서 만나 가슴에 맺힌 사연 다 털어놓고 마음껏 소원을 풀었다던데. 나는 복이 없어 이토록 밝은 달 아래 가슴속에 서리고 쌓인 사연을 풀 길이 없네. 가엾구나, 내 신세야. 말 못 하고 가슴에 맺힌 사연 글로나 적어 보리라.
_ <채봉감별곡>
작가 소개
지은이 : 옛사람
〈채봉감별곡〉은 활자본 소설이 활발하게 출판되던 1910년대 나온 소설인데 작가가 누군지 알려져 있지 않다. 〈장화홍련전〉은 지은이와 지은 시기가 알려져 있지 않지만, 1656년(효종 7년)에 평안 부사 전동흘이 철산에서 부사로 근무하던 때에 실제로 일어난 사건을 소재로 하여 지어진 것으로 보인다. 이본이 수십 종이나 되는 인기 소설이었다.
목차
채봉감별곡
김 진사 딸 채봉의 남다른 인연 8
달빛 아래 인연 맺은 군자와 숙녀 21
중매 할멈 왔는가 29
사윗감 알아본다더니 벼슬부터 얻은 김 진사 33
서울에서 얻은 사위 46
평양 살림 몽땅 팔고 서울 가자 54
불길 속에 사라진 채봉 62
기생이 될망정 재상 첩은 싫소 70
기생 송이가 되어 다시 만난 임 79
평양 감사 일을 돕게 된 채봉 89
가을밤에 추풍감별곡을 짓누나 94
채봉과 필성이 맺어지는구려 112
장화홍련전
아름다운 꽃 두 송이, 장화와 홍련 118
허 씨의 계교 124
억울한 죽음을 하늘이 밝혀 주소서 131
언니 따라 나도 가오 135
사또 앞에 나타난 원혼 142
배 좌수 내외를 잡아들이라 146
천벌을 받은 허 씨 150
장화와 홍련이 다시 태어나니 155
우리 고전 깊이 읽기
• 과거와 현재의 만남, 고전소설을 읽다 162
• 개화기 베스트셀러 〈채봉감별곡〉 164
• 장화와 홍련의 슬픈 이야기 171
• 가부장제 시대에 소외된 여성의 삶 17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