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천부인(天符印)의 기록을 바탕으로 『단군신화』와 고조선, 천부삼인의 실체를 추적한다. 천부인은 세 인수(印綬)를 서로 조화롭게 통합한 삼위일체의 신물이며, 천지도와 삼역, 여러 부족이 사용한 옛 부호문자인 삼부문으로 이어졌다는 기록을 전한다.
한월 김씨 가족에게 대대로 전해진 구전과 제183대 월사 김기복의 전승, 김성찬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통해 조선의 기원과 부족연맹, 천부인의 전승, 양저문화와 옥 기물, 부호문자, 갑골문, 선사시대 문명에 관한 다양한 해석을 담았다.
또한 조선 국명의 의미와 삼족오부족·곰부족의 연맹, 강화도와 백두산, 성자산 등으로 이어지는 고대 문화와 신앙의 흔적을 살피며, 신화와 문헌, 구전 전승을 바탕으로 고조선과 선사시대 문명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한다.
출판사 리뷰
천부인(天符印)의 기록(記錄) 이야기이다.
‘조선’은 문헌상으로 단군 왕검(王儉)이 세웠다고 전하는 한(조선)민족 최초의 고대 국가이다. 본래의 국호인즉 조선(朝鮮)이나 훗날 태조 이성계(李成桂)가 건국한 이씨조선과 구별하기 위해 다들 고조선(古朝鮮)으로 부른다는 것이다. 문헌상의 기록에 따라 상고시대의 실존 국가라는 사실은 분명하지만 관련 기록이 아주 적고 전설적이다. 고조선의 것이라고 실증되는 유물과 유적이 거의 발견되지 않았기 때문에 고조선의 연대와 강역, 역사, 문화 등에 대해서는 아직도 많은 논란이 있다.
“‘조선’은 부족시대에 여러 부족의 다수의 부락이 한데 합쳐서 세운 나라 방국(邦國)이었다고 전하는데요. 『단군신화(檀君神話)』의 이야기가 나오기 전에 벌써 옛 부호문자로 이름을 지어 부른 ‘조선’이라는 이 국명이 있었다고 합니다.”
상고시대 대륙의 여러 지역에서 여러 부족에 의해 각각 사용되었던 다종의 이런 부호문자인즉 바로 훗날 『단군신화』에 출현한 천부(天符)의 세 인수(印綬)의 하나라는 것이다.
이 기록은 한월(寒月) 김씨 가족(상고시대의 늑대부족, 훗날의 경주 김씨의 족장 계열)에 대대로 전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이 이야기를 손자 김성찬(金成燦)에게 들려준 족장 김기복(金基福)은 『단군신화』의 전승인으로 제183대 월사(月師)이다.
월사는 고대의 점성술, 부호문자, 역경(易經)에 다 도를 깨친 큰무당(大巫師)을 지칭한다. 월사의 전신은 『단군신화』에 앞서 웅녀(熊女)의 곰부족과 더불어 대륙 8대 부족의 하나인 늑대부족의 수령이었으며 또 이 부족의 성사(星師, 점성가)를 일임하고 있었다.
실제로 김씨의 선조는 그 후 또 단군의 부족연맹에서 큰무당으로 있었고 가야국부터 신라, 고려, 이씨조선까지 쭉 반도 왕실의 점성가로 있었다. 천연(天緣)이었다. 그는 천자(天子 환웅(桓雄)이 지니고 땅위에 내렸던 천제 환인(桓因)의 인수 천부인을 다 전수 받을 수 있었다.
천제(天帝)의 인수(印綬)는 종국적으로 환웅(桓雄)의 아들 단군(檀君)에 의해 다른 부족에도 허락되어 그들에게 일부 전수되었다. 그리하여 미구에 반도는 물론 열도와 대륙의 일부 부족에게도 상당수 유출되었으며 현재로선 대륙 서남부의 옛 부락에 자주 출현하고 있다. 그러나 수천 년의 오랜 세월이 지나도록 세간에는 천부인(天符印)인즉 세 인수(印綬)라며 3종(개)라는 이 숫자만 확실히 전해지고 있을 뿐 천부인의 내실은 여전히 베일에 가려있다. 그리하여 천부(天符)의 인수(印綬) 3종(개)이 도대체 뭔지에 대해 지금도 그냥 이러쿵저러쿵 논란이 많다. 하긴 최초로 이것을 기록한 문헌이라고 하는 『삼국유사(三國遺事)』에도 정확히 적혀있지 않기 때문이다. 와중에 분명한 것은 천제 환인(桓因)이 서자(庶子) 환웅(桓雄)에게 땅 위의 세계를 잘 다스리라고 내려준 3종(개)의 신물(神物)이라는 것이다. 그리하여 천부인이라고 하면 아직도 통상 천부경(天符經)과 인(印, 도장)인 줄로만 알고 있으며 천(天)지(地)인(人) 삼재(三才)와 원(○)방(□)각(△) 삼묘(三妙), 성(性)명(命)정(精) 삼진(三眞), 인(仁)지(智)용(勇) 삼달(三達)의 표상(表象)으로 추정, 주장되고 있다. 또 청동검청동거울청동방울의 3종(개)으로 추측하기도 한다. 하필이면 청동의 기물로 주장하는 것은 『단군신화』가 곧 고조선으로 이어지며 청동기의 문화인즉 초기 국가 성립의 지표(指標)로 인식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 범주의 무허도(毋虛)에 근접한다.
“다들 3종(개)의 인수(印綬)를 약칭 3인(三印)이라고 말하던데요. 실은 이 삼인을 쉽게 ‘333’이라고 부릅니다. 3종(개)의 신물 역시 각기 다 3종(개)의씩이거든요.”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인다면 천부(天符) 삼인(三印) 3종(개)의 인수(印綬)는 또 샴쌍둥이처럼 늘 한데 붙어있으며 서로 결합하여 두셋씩 함께 출현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천부삼인인즉 실은 하늘과 땅, 하천의 경맥(經脈)을 그린 천지도(天地圖)의 성도(星圖), 지맥도(地脈圖), 수맥도(水脈圖) 등 삼도(三圖) 그리고 음양 술수의 원천인 연산(山), 귀장(藏), 건곤(乾坤)의 삼역(三易)과 여러 지역의 여러 부족이 각기 사용하던 옛 부호문자의 귀등문(鬼藤文. 이하 약칭 귀문), 신음자(神音字), 연음부문자(蓮音符文字) 등 삼부문(三符文)을 지칭한다. 와중에 삼도(三圖)는 경우에 따라 천문도(天文圖)의 천기도(天圖), 현기도(玄机圖), 음양도(圖)의 그림, 지도를 가리키며 삼역은 원본(原典)의 하도(河圖)와 낙서(洛書), 산적(山籍)을 뜻한다. 항간에서 역(易)이라고 하면 곧 눈앞에 떠올리는 주역(周易)은 실은 후세의 주문왕(周文王, BC 1152~BC 1056)이 이 삼역을 하나로 통합, 64괘(卦)를 세우고 괘명(卦名)과 괘사(卦辭)를 지어 상용화한 역경(易經)의 이름이다.
어찌하든 삼도나 삼역, 삼부문은 지도와 괘의 그림, 부호문자의 형식으로 세상 만물과 만사의 변화, 발전의 이치, 읽는 방법을 밝히고 있다.
천부인의 이야기를 주고받는 내내 김성찬은 그 무슨 과일을 쟁반에 담아 밥상 위에 올려놓듯 일상처럼 무덤덤했다. “천부인(天符印)인즉 삼인(三印)이나 ‘333’의 약칭처럼 3종(개)의 인수(印綬)를 서로 조화롭게 통합한 삼위일체의 신물(神物)이지요.”
대륙과 반도, 열도에는 아직도 천부삼인의 흔적이 여기저기 남아있단다.
아니, 선사시대의 사람들은 과연 다 나뭇잎과 짐승의 가죽으로 몸을 얼추 가리고 땅굴 집에서 초근목피로 근근이 연명하던 우매한 원시인들이었던가. 그렇다면 베일에 가려있는 역사의 진실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때 그 시절 촌락이나 부락인즉 여러 씨족이나 부족의 집단 주거지이었다면 성(城)은 이런 촌락이나 부락의 결합체이었다. 여러 성의 결합은 또 방(邦, 씨족이나 부족의 연합, 결합)을 형성하였으며 미구에 하나의 덩어리로 뭉쳐 사는 집단으로 되어 그들의 통치권이 미치는 구역의 영지(領地, 領土), 즉 나라 국(國)을 이루었다.
대륙 중남부 장강(長江) 하류의 양저(良渚) 고성(古城)인즉 바로 5,000여년 전의성(城)과 방(邦) 문명을 입증하는 증거로 오늘날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로부터 ‘탁월한 보편적 가치’(OUV)를 인정받은 문화 유적지이다.
김성찬은 양저의 옥 기물 사진들을 유심히 살피다가 어릴 때의 옛 기억을 떠올렸다. “할아버지는 양저 고성 일대에서 발굴되는 유물들은 대개 여러 부락 결합체 방국(邦國)의 산물이라고 말씀하시던데요. 지화(地火)씨, 염(鹽)씨, 열산(烈山)씨, 소(巢)씨, 웅(熊)씨의 다섯 씨족 연합체가 이 고성 지역에 방(邦)의 큰 부락을 형성했다고 합니다.”
지화씨는 바로 대륙에서 불을 얻은 발명자라고 일컫는 수인(燧人)씨의 전신이다. 김씨 가족의 기록에 따르면 수인의 씨족은 훗날 대륙 남부의 염수(鹽燧), 북부의 산수(山燧) 씨족으로 각기 나뉘었다고 한다. 대륙 북부 지역의 산수 씨족은 나중에 치우(蚩尤) 부족연맹에 그들의 얼굴을 드러냈다.
그런데 불은 재래의 교과서에 적힌 이야기처럼 언제인가 하늘의 벼락이 마침 땅의 마른 나뭇가지나 풀숲에 불씨처럼 떨어져서 인간에게 발견, 사용된 게 아닌 듯하다. 하늘 아래의 땅에 난데없는 불더미가 문득 나타나고 물을 동이로 끼얹어도 땅 틈새에서 훨훨 솟구치며 꺼질 즐 모른다면 ‘신’이 내린 ‘기적‘이라고 해야 할까. 이 땅불의 지화(地火) 촌락은 아직도 대륙의 오지에 존재하고 있다. 사천성(四川省) 중경(重慶) 부릉(陵)의 지화촌(地火村)인즉 바로 마을이 생겨나던 수백년 전부터 땅 속에서 난데없는 불길이 솟아나서 그칠 새 없이 그냥 타오르는 기이한 곳이다. 참으로 귀신이 곡 할 노릇이지, 얼마 전에는 또 사천성 남충(南充)의 어느 채소밭에서 웬 불길이 샘솟듯 땅속에서 불쑥 뛰쳐나와 한길씩이나 솟구치며 며칠이 지나도록 좀처럼 꺼질 줄 몰라서 주변에 경계선의 울타리를 세우는 등 현지의 일대 화젯거리로 되고 있다.
“허줄한 뙈기밭이 갑자기 동네방네 달려와서 다투어 인증 샷을 찍는 명소로 발돋움을 한 거지요.”
아무튼 불을 다루면서 인류의 초기 문명이 시작된다. 문명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놓은 또 다른 열쇠도 양저(良渚) 문화에 나타나고 있다. 다종 부호문자의 ‘갑골문’이 5,000년 전의 옥종(玉琮, 다각형모양의 구멍 뚫린 옥그릇) 등 옥의 기물에 수두룩이 출현하는 것이다. 옛날부터 옥은 하늘이 만들고 땅이 가꾸어 기르던 것으로 ‘신’에게 공봉 할 때는 이 옥 가물을 사용한다고 했다. 맑고 순수한 깨끗함을 상징하는 옥의 기물에 음식을 담아 공봉하면 ‘신’이 이 음식의 기운을 쉽게 받아갈 수 있다고 한다. 제기(祭器)의 옥 기물일 경우 옛날에는 많이는 독산옥(山玉),수암옥(岫岩玉)을 사용했다고 한다. 독산옥은 질감이 부드럽고 맑으며 수암옥은 중국 사상 4대 유명한 옥의 하나로 색감이 투명하고 아주 귀중하다.
양저(良渚) 문화의 옥종 등은 실은 그젯날 법기(法器)나 예기(禮器)로 사용되었던 것들이다. 실제로 이런 옥 기물에 무당이 적어놓은 무축(巫祝) 등 다수의 옛 부호문자는 후세의 상(商)나라 갑골문(甲骨文)처럼 점복, 기원 등 의미를 담고 있었으며 천문, 역법 그리고 부족과 부락, 성(城), 나라(國)의 중대한 사건, 천재지변 등을 기록하고 있었다. 이런 기록문인즉 거개 『단군신화(檀君神話)』에 출현하는 ‘천부삼인(天符三印)’의 하나인 삼부문(三符文)의 귀문(鬼文) 일종이다. 문자로 기록되어 문헌상으로 그 내용을 알 수 있는시대를역사시대라고 하며 기존의 문헌상으로는 정확히 알 수 없고 유물의 사용 등 고고학적인 방법으로 알아낼 수 있는 시대를 선사시대(先史)라고 한다. 학계의 교과적인 틀에 따르면 문자는 청동기시대에 비로소 생성, 사용되었으며 이로써 인류는선사시대를 지나 역사시대로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가만, 이른바 대륙의 최초의 문자라고 일컫는 상(商)나라 왕조의 ‘갑골문 기록’은 신기하게도 이른바 ‘선사시대’이었다고 하는 양저(良渚) 문화의 옥 기물에도 다수 출현하고 있다. 그렇다면 양저(良渚)의 고대 부족들은 타임머신을 타고 왕조시대에 다녀왔던가.
그러나 양저(良渚) 문화의 이런 ‘갑골문’의 옛 부호문자는 아직도 대륙의 학계에서 판독(判讀)되지 못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양저(良渚) 유적은 아직 문자(문명)의 기록이라곤 없는 선사시대의 문화유적으로만 인식되고 있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것은 결코 개별적인 현상이 아닌 것 같다. 대륙의 다른 지역에서 이처럼 읽지 못하는 ‘갑골문’이 출현하면 ‘학자’와 ‘전문가’들은 대개 선사시대의 미상의 문화유적으로 얼렁뚱땅 뭉그러뜨리고 있으며 학계의 ‘권위’답게 그의 ‘독특한(?)’ 판독 해법을 내놓는다. 어이쿠, 삼부문(三符文)의 옛 부호문자를 통달했던 선사시대의 큰무당이 시공간을 꿰질러 이 세상에 다시 태어났던가.
“모르면 모른다고 솔직히 인정하지 않으며 한사코 아니라고 하거나 안다고 말한다.”
이런 무지한 ‘무지’는 종당(결국)에는 너와 나에게 모두 진실을 막는 벽으로 되며 심지어 자신이 ‘모른다’는 사실을 정말로 모르게 만든다.
사실상 옛 나라 ‘조선’도 이처럼 ‘문자’기록이 없는 방국(邦國)이며 일찍 8,000년 전의 모계씨족 사회에 출현한 ‘선사시대’의 문명고국이다. 월사 김기복의 기술(記述)에 따르면 이 ‘조선’의 도읍은 시초에는 반도가 아닌 만주의 서부에 있었다.
“도읍의 생김새는 흡사 머리를 바다 쪽으로 향하여 엉기적거리는 거북이의 모양 같았다고 해요. 그래서 ‘거북이성’이라고 불렸다고 합니다.” 김성찬은 이렇게 할아버지의 이야기를 되풀이했다.
“이 ‘거북이성’은요. 밖은 땅처럼 네모나고 안은 하늘처럼 둥글었다고 합니다. 동서남북 네 방향으로 다 그들의 영역을 확장, 발전했다고 해요.”
미구에 김성찬이 밝힌 ‘조선’의 초기 국명은 정말로 기존의 문헌 자료룰 통해 우리가 잘 알고 있던 그런 의미가 아니었다.
“‘아침’이나 ‘고을’ 이름의 조(朝)는 태양신의 사절 ‘삼족오(三足烏)를 뜻하고 물과 바닷가. 빛을 의미해요. 실은 바다에서 뜨는 해 즉 태양신을 말합니다. ‘아름답다’, ‘좋고 선명하다’, ‘새롭고 신선하다’는 의미의 선()은 산림의 곰으로 대륙 최초의 곰 원시부족을 뜻합니다.”
궁극적으로 아침 조(朝)와 고울 선(鮮)의 합성어로 되어있는 국명 조선(朝鮮)은 삼족오부족과 곰부족의 연맹이고 연합체라는 의미라는 것이다.
삼족오는 태양신의 사절로 부족들이 다 존숭하던 대륙의 강대한 역량이었으며 여러 부족의 위에 군림한 거물급의 존재였다. 그리하여 삼족오부족은 대륙 여타의 어느 부족 명부에 다 적히지 않는다. 삼족오는 대륙의 여러 부족에게 태양신 맞잡이의 거룩한 존재이었고 나중에 태양신을 공봉하는 부족, 나라의 토템과 상징으로 되었다. 태양부족은 이때부터 또 삼족오(三足烏), 금오(金烏) 부족이라고 불렸다고 한다.
곰부족은 약칭이며 유웅(有熊)과 현웅(玄熊), 소웅(巢熊), 화웅(火熊) 등 여러 분파의 곰부족을 아우르는 말이다, 『단군신화(檀君神話)』에 나오는 웅녀(熊女)의 곰부족인즉 유웅부족이다.
약칭은 정식 명칭을 간략히 줄인 것으로 많은 경우 이름을 제대로 이해하는데 자칫 걸림돌로 된다. 하긴 천부인처럼 1만여 년 전에 벌써 ‘신’에게 하늘 밖의 부호문자를 전수 받았던 고래부족은 뿔고래부족의 줄임자로 이름이 불리면서 열도의 동명의 부족이 반도의 이 이름의 부족과 한 족속인 것으로 오인되기도 한다.
아무튼 한(조선)민족을 ‘천손의 자식’이라고 하는 데는 하늘 밖의 부족 ‘신’과 잇닿는 각별히 의미가 들어있는 것이다.
‘신’의 기운을 물려받은 곰부족은 대륙의 크고 강한 굴지의 부족으로 그가 삼족오부족과 함께 세운 ‘조선’은 그야말로 강자끼리 뭉친 합체이었다.
훗날 삼족오부족은 곰부족이나 고래부족처럼 대부분 반도에 이주했다. 이주 과정에서 그들은 교룡(海蛟)부족의 도움을 받아 바다를 건너 반도의 육지에 상륙할 수 있었다. 교룡부족은 후세의 반도의 ‘조선’ 개국에도 참여하지만 거의 다 이웃한 열도 지역에 이주했다고 한다.
개국한 망족(望族)이라고 해서 내처 왕공(王公)으로 득세한 것은 아니었다. 절세의 단군(檀君)을 배출한 곰부족도 처음에는 늘 소금에 절인 양과 물고기를 팔았으며 이로 하여 동네방네 소문났다고 한다. 개국한 후에도 그들은 대개 반도의 서쪽 귀퉁이인 강화도 지역에 모여 살았다.
“그래서 강화도에 유달리 솟대가 많은 거예요?”
부지중 입 밖에 뛰쳐나오는 물음이 아닌 물음이었다,
솟대는 마을공동체 신앙의 하나로 옛날에는 소도(蘇塗)라고 했다. 마한(馬韓)시대에는 죄를 지은 자가 있어도 솟대가 있는 곳에 들어가면 잡지 못했다는 옛 기록이 있다. 솟대는 인간이 천신과 교접하는 성역의 상징이었기 때문이다. 깃을 접고 솟대의 꼭대기에 앉은 새가 바로 태양신의 사절인 삼족오, 금오를 뜻한다.
대륙 동쪽의 한 귀퉁이에서 시작한 ‘조선’의 세력은 나중에 바다를 건너고 제주도를 지나 반도의 남부까지 발전하였으며 종국에는 반도의 전부를 휩쓸었다. 그리하여 수천년 후 삼족오부족의 후손인 김수로(金首露)가 반도의 김해 지역에 그들의 나라 가야국을 세울 수 있었다.
지구의 땅 위에 내린 하늘 밖의 부족 ‘천신(天神)’은 거개 하늘의 고향이 각각이었으나 이때의 출발지는 다 천계(신계, 神界)의 천문(天門)이었다. 16세기 무렵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다 빈치의 명화에도 특별히 이 천문이 특별히 그려있다. 천상의 오리온(사냥꾼) 머리의 별 람다가 구세주의 왼손에 들려있는 수정구(水晶球)에서 빛나는 별의 점으로 찍혀 있는 것이다. 수정구는 수정(水晶)의 투명한 구형(球形) 물품으로 유럽의 법사에게는 우주를 상징하며 미래를 예측하고 전생을 보는 창으로 사용된다.
천계를 드나드는 천문의 이 별은 연길(延吉, 연변조선족자치주 수부) 동쪽의 성자산(城子山)에 분명하게 나타난다. 성자산의 머리 격인 산의 서남쪽 마루에 마침 오리온(사냥꾼) 머리의 별 람다와 대응하는 신단(神壇)이 있는 것이다. 성자산에는 한때 단군부족의 일부가 기거했고 고구려(高句麗), 동하국(東夏國) 등 나라가 성읍을 세웠다. 그들은 성자산 현지에 성벽, 석각, 구리도장 등 수천 점의 유적과 유물을 적지 않게 남겼다. 성자산은 기실 고대 부족의 제사장(祭司場) 그 자체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는 산의 머리 쪽과 발꿈치 쪽에 사찰과 제단을 따로 두고 있었다. 서남쪽의 강 건너 보습 같은 산의 기슭에는 또 무속의 을 두고 있었고 바로 북쪽의 옥지산(玉池山) 산정에는 옛날 물신(水神)에게 제사를 올리던 늪 그리고 삼태성(三台星)의 별들을 뜻하는 돌의 옛 제단이 잔존하고 있다.
연변조선족자치주 서북쪽의 모서리에 있는 백두산에도 삼태성의 옛 제사장이 있었다. 산정의 천지는 머리를 동해바다 쪽으로 향하여 기어가는 큰 거북이의 형국인데 3,4천년 전 이 거북이의 머리와 등, 꼬리 부분에는 각기 삼태성에 대응하는 단군부족의 세 제단이 있었다고 전한다. 본디 거북이는 하늘 밖의 천계와 제일 가깝게 잇닿는 신수(神獸)이다. 그리하여 상(商)나라 때 무당이 ‘신’과 주고받은 대화는 나중에 다름 아닌 거북이의 등 껍데기에 실려서 후세에 현시(顯示)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백두산 천지의 폭포수는 이 거북이가 땅에 엎드린 채 눈물을 좌락좌락 흘리는 슬픈 양상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것인즉 선사시대의 단군부족이나 단군 부족연맹은 물론 그 후 백두산 주변에 존속하고 있던 정체(政體, 정치단체), 국체(國體, 나라)의 하나같은 슬픈 해체와 종말을 예시하는 것이라고 무속인들은 말한다.
어쩌지, 아무래도 신화에서나 있을 법한 이야기를 제멋대로 엮는 것 같단다. 하긴 땅 위의 박달나무가 하늘 밖의 천계에 잇닿으며 달 속의 계수나무 아래에 두꺼비가 뛰놀고 태양 그림자의 오동나무 우듬지에 봉황이 깃들었다니?
사실상 동네의 할머니, 할아버지가 북산의 낙엽이 떨어지는 박달나무인즉 바로 신화에 나오는 성스런 나무의 그 신수(神樹)를 지칭한다고 얘기할 때부터 선사시대의 ‘문명’세계는 현세의 인간에게 더는 믿기 어려운 황당한 세상으로 비끼고 있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호림
북경 언론인· 작가.신라의 명장 김유신이 가문의 중시조이다. 고대의 인물, 유적, 유물에 깊이 매료되어 수십 년 동안 내처 세상에 매몰, 숨겨진 보물 같은 옛 이야기들을 수집, 정리했다.우리의 역사를 찾아 『무엽산의 연꽃과 세 발 가진 두꺼비』(2023), 『반도의 마지막 궁정 점성가:단군부족의 비록』(2020), 『여섯 형제가 살던 땅 그리고 고려영』(2018), 『『삼국유사』, 승려를 따라 찾은 이야기』(2017), 『조선족, 중국을 뒤흔든 사람들』(2016), 『대륙에서 해를 쫓은 박달족의 이야기』(2015), 『연변 100년 역사의 비밀이 풀린다』(세종도서 교양부문 선정 도서, 2013), 『고구려가 왜 북경에 있을까』(2012), 『간도의 용두레 우물에 묻힌 고구려 성곽』(2011) 등을 책으로 펴냈다.
목차
들어가는 말 / ‘조선’의 큰 거북이가 바다로 기어간다오
제1장 천년의 기록에서 시작하는 이야기
1절 이불에 숨긴 362점의 기록
2절 그곳 땅의 끝에 해가 떠오른다
제2장 천단에 눈물이 쏟아내린다
1절 8백리의 장성 위에 떠오른 신단
2절 짝이 없는 거기에 고래가 헤엄을 치네
3절 두루미 그리고 달빛의 궁전
제3장 하늘 밖에서 내린 옛 부족이라오
1절 두만강에 흘러간 옛 장수의 발자국
2절 구렁이가 똬리를 틀고 있던 개바위산
제4장 뿔고래에 찍힌 세상 유일의 토템
1절 대륙 여자들의 비밀부호 ‘신()’
2절 하늘 밖의 부족과 나눈 대화의 기록
3절 갑골문과 창힐글, 신지글
4절 고인돌에 썩는 고래부족의 이야기
제5장 태조대왕의 허리띠가 여기에 걸렸다오
1절 말안장에 놓인 용의 뿔
2절 용을 잡아먹던 하늘의 새
3절 용의 구슬로 피어난 황후의 꽃떡
제6장 육도 세계의 수레바퀴에서 벗어난 그 사람
1절 백두산 산속의 슬픈 감옥
제7장 사자가 웅크린 신단
1절 ‘호랑이의 굴’에 있던 암자
2절 띠의 조각으로 날아간 ‘육각성’
제8장 북경의 13층 천단
맺는말 / 사람을 홀리는 엉터리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