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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 감각
먹고 마시며 건너는 계절
샘터사 | 부모님 | 202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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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해 보면 우리는 늘 과거나 미래를 살고 있다. 지나간 일을 곱씹거나 아직 오지 않은 일을 걱정하느라, 정작 지금 이 계절이 지나가고 있다는 사실은 놓치기 쉽다. 나는 어쩌면 절기야말로 ‘지금’이라는 시간에 가장 집중하게 만드는 장치인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지금 가장 생기 있고 맛있는 것이 무엇인지, 내 몸을 기분 좋게 흔드는 것이 무엇인지 감각해 보는 일. 그게 내가 생각하는 절기다.

브로콜리는 비교적 최근에 우리 식탁에 편입된 채소다. 아마도 누군가는 브로콜리를 키우다, 나물 앞에서만큼은 한 치도 양보하지 않는 나물 DNA를 발휘해 그 잎을 그냥 두지 못했을 것이다. 삶아 말리고, 다시 불려 먹어봤을 게 분명하다. 그 장면을 떠올리면 괜히 웃음이 난다. 새로운 채소 앞에서도 결국은 나물로 귀결되는 상상이라니.

해보지 않은 요리에 도전하는 짜릿함, 내 손으로 하나의 식탁을 완성했다는 성취감, 그리고 새로운 사람들과 마주 앉아 시간을 나누는 즐거움. 그 모든 것이 겹쳐진 경험이었기에, 지금도 춘분이 떠오르면 가장 먼저 푸이퓌메 와인과 염소 치즈가 생각난다. 딱히 레시피를 정리해 두지 않아 다시 만들 수 있을지조차 알 수 없는, 신기루 같은 쑥 바게트도 함께.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주연
미식 칼럼니스트시네밋터블 운영자쓰기 위해 먹고 마시고, 먹고 마시기 위해 쓴다.어릴 적부터 무언가를 기획하고 살을 붙이는 일을 좋아했다. 어쩌다 커리어가 잡지로 흘러 〈MorningCalm〉, 〈ASIANA〉, 〈KTX 매거진〉에서 기자로 일했다. 2010년 크루즈 가이드북 《크루즈 100배 즐기기》를 출간하며 비로소 육해공을 모두 섭렵했다.지구온난화로 먹고 마시는 일이 위협받자, 위기감을 느끼고 기후 위기 매거진 〈1.5℃〉를 기획·편집했다. 기록해야 할 대상이 되어가는 봄을 주제로 한 에세이집 《봄은 핑계고: 놀고 먹고 일할 결심》을 썼다. 한식진흥원이 발간한 《한국의 장》 총서에는 공저자로 참여해 한식 장의 지속 가능성을 이야기했다.신사동 가로수길에서 ‘드슈(De Chou)’라는 우리 술 바(bar)를 기획·운영했다. 화요도, 일품진로도, 막걸리도 팔았으면 좋았으련만, 소규모 양조장의 술만 고집하다가 망했다. 2014년이었으니, 이르기도 했다.현재는 프리랜서 미식 칼럼니스트이자 콘텐츠 기획자로 밥벌이하고 있다. 영화 칼럼니스트인 남편과 암에 걸린 시한부 고양이 구니니를 모시고 살며, 자랑하며 살던 서촌 옥인연립을 떠나 명륜동으로 이사를 앞두고 있다.2020년 봄부터는 남편과 함께 영화와 미식을 접목한 소셜 다이닝 ‘시네밋터블(Cinemeetable)’을 기획·운영 중이다. 47번의 모임 동안 약 150명의 손님이 집을 다녀갔다. 몇 년째 기록은 멈춰 있지만, 이사하면 다시 시작할지도 모르겠다.인스타그램 @typicaljo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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