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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스 안락사 현장을 다녀온 후에
조력자살 한국인과 동행한 4박5일
열린생각 | 부모님 | 2026.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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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리뷰

이제 저는 2021년 8월 26일 목요일, 한국 시각 오후 7시경, 스위스 바젤에서 64세로 생을 마감한 한 남자에 대한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저의 오랜 독자라는 인연으로 스위스까지 동행했지만, 그전에는 얼굴 한 번 본 적 없던 분이었습니다.

그분은 폐암 말기 환자로, 몇 차례 수술 및 시술을 받았지만 2년 후 재발했고 저와 연결이 되었을 때는 주치의가 예상한 여명에서 석 달 정도를 더 지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두렵지는 않은데 어릴 때 달리기 출발선에 섰을 때처럼, 아니면 대중 앞에서 연설하기 전처럼 가슴이 두근거리고 긴장되네요. 어떤 면에선 설레기도 해요. 내일 아침에 데리러 온다고 했어요. 저승사자가 찾아오는 거지만 엄밀히는 내가 저승사자를 찾아가는 거지.”라고 하셔서 우리를 또 한 번 망연한 두려움 속으로 밀어 넣었습니다.


“오늘 밤은 잠들지 않으려고 해요. 생의 마지막 밤을 잠으로 보내고 싶지 않으니까. 모든 순간을 깨어서 느껴보려고 해요. 지상의 모든 순간, 모든 마지막을.”

안락사와 조력사는 둘 다 인위적으로 생명을 마무리하는 방법이지만, 안락사는 타인에 의한 생명 중단임으로 ‘타살’이며, 조력사는 타인의 도움을 받되, 본인 스스로 결정하여 선택하는 ‘자살’입니다. 이 개념을 분명히 하지 않으면 자살을 가장한 살인이 벌어질 수 있고, 안 죽을 사람이 죽을 수도 있게 됩니다.

‘존엄사’는 인간으로서의 품위를 지키면서(death with dignity) 죽는 것을 말합니다. 불치의 병이나 장애로 인해 의식 불명이나 심한 고통 상태에 있는 환자에 대하여, 연명만을 목적으로 하는 치료를 중지하고 인간으로서의 명예와 품위를 유지하면서 죽을 수 있게 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습니다.

조력존엄사란 말은 있어도, 안락존엄사란 말은 없죠. 나의 죽음을 스스로 결정한다는 의미에서 '조력사는 존엄사'라고 할 수 있지만, 내가 의식이 없는 상태에서 내 죽음을 타인이 결정하게 되는 '안락사는 존엄사라고 할 수 없'기 때문입니다. 개, 고양이의 안락사를 존엄사라고 하진 않잖아요. 그저 편안하게 죽게 한 것일 뿐. 안락사는 타살입니다. 살인이라고요. 살인이 존엄하다는 건 어불성설이죠.

조력사 확대의 오용과 위험성은 제도적으로 보완하면 되는 사안입니다. 자칫 고령자들에게 간접적으로 강제하는 사회 분위기를 조장할 수 있다고 하지만, 조력사는 고려장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분위기에 주눅 들어 떠밀리듯 죽음을 선택한다면 우리 모두 존엄성 상실, 주체성 망각의 사회에 살고 있음을 의미할 뿐입니다.

조력사 확대 논의는 타인의 시선이나 눈치에 개의치 않고 내 삶은 내가 결정한다는 주체성, 존엄성 교육의 실현 계기가 되어야 합니다. 국가는 조력사 확충 제안을 통해 국민 생명 하나하나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철저히 깨닫는 실험대를 마련해야 합니다.

신이란 '있다, 없다'의 대상이 아니라 '모르는 대상'입니다.

자, 신이란 존재할 수도 있고, 안 할 수도 있지만, 인간은 알 수 없다. 여기까지 이해가 되었다면 이제 학생의 질문으로 돌아갈게요.

신은 항상 선한 존재인가?

역시 '모른다'입니다. 인간의 인식으로는 신의 성품을 알 수 없다는 것이 내 생각입니다. 인간은 3차원 시공간에 갇힌 존재이기 때문에 인간의 차원을 벗어나 있는 존재에 대한 인식을 할 수가 없어요. 신이 있는지 없는지 인식을 할 수 없는데, 그 신이 선한 존재인지, 악한 존재인지를 어떻게 알겠어요? 모르는 것을 아는 척하거나, 안다고 확신해서는 안됩니다. 모르니까 없다고 해서도 안됩니다. 그것이 올바른 태도입니다. 있는 사람에겐 있고, 없는 사람에겐 없는, 그것이 신존재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신아연
소설가 / 칼럼니스트1987 이화여자대학교 철학과 졸업1992~2013 호주 거주 / 호주동아일보, 호주한국일보 기자2026~ 도서출판 ㈜열린생각 대표이사저서『사전투표, 개돼지의 발도장』 (2026)『스위스 안락사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2022)『좋아지지도 놓아지지도 않는』 (2020)『강치의 바다』 (2017)『사임당의 비밀편지』 (2016) 등 12권

지은이 : 황도수
법학박사 / 변호사1983 서울대학교 법과대학 졸업1985 제27회 사법시험 합격1989~1999 헌법재판소 헌법연구관1999~2006 변호사2006~ 2025 건국대 교수2025~ 정의법그릇소사이어티(Justice & Law) 이사장2026~ 변호사저서『사전투표, 개돼지의 발도장』 (2026)『네 것 내 것 정의롭게 내 법그릇 챙기기』 (2025)『법을 왜 지켜』 (2022)『헌법재판실무연구』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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