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이것은 성장의 속도를 늦추자는 것이 아니라
성장의 방향을 바꾸자는 제안이다
확장의 문법이 아니라
재생의 문법으로 도시를 해석하자는 요청이다.”건축가 황두진이 서울 도심의 미래를 새롭게 제안하는 신간 『사대문 안 인구 30만 프로젝트』를 출간했다. ‘도심 공동화’와 ‘광역화’로 특징지어지는 도시 구조의 변화와 그로 인한 문제를 분석하고, 지속 가능하고 친환경적인 도시로 전환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는 책이다. 지난 2005년 『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를 출간한 이후로 지금까지 변함없이 이어져온 저자의 도시 주거에 대한 긴 생각의 흐름을 마무리한다는 의미도 있다.
이 책은 조선 시대부터 서울의 중심이었던 사대문 안이 오늘날에는 업무 중심의 ‘비어 있는 도시’가 되었다는 문제 의식에서부터 출발한다. 대한민국의 도시들은 거의 예외 없이 원·구도심의 인구는 줄고 외곽은 비대해지는 과정을 밟아왔다. 이는 언뜻 도시가 성장하며 나타나는 자연적인 현상 같지만 실은 정부 주도로 각종 제도나 정책 등에 의해 강화된 결과다. 저자는 이렇게 중심은 비우고 외곽으로 팽창하는 것이 우리 도시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한 일인지, 대부분의 직장이 여전히 구도심에 있는 상황에서 거주 지역이 갈수록 멀어지는 것이 과연 ‘지속 가능한’ 도시 변화의 모델인지를 묻는다. 그리고 도시의 밀도와 일상의 농도를 함께 높일 수 있는 대안으로 ‘사대문 안 인구 30만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있다.
도심 공동화와 광역화로 우리가 잃어버린 것들2004년 기준 종로구와 중구의 인구는 259,984명이다. 이 중 절반에 이르는 약 10만 명 정도가 사대문 안에 살고 있으리라 추산된다. ‘사대문 안 인구 30만 프로젝트’는 현재 기준으로 인구 수를 약 세 배 증가시키자는 것으로, 언뜻 불가능한 목표처럼 보인다. 그러나 19세기 말 조선 시대 한양은 인구 20만 명이 거주하던 대도시였으며, 그보다 더 최근인 1980년대만 해도 종로구와 중구의 인구는 지금의 두 배 이상인 534,000명이었다. 많은 인구를 수용할 수 있는 건축적 수단이 이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확보된 오늘날, ‘사대문 안 인구 30만 명’이라는 목표는 의지만 있다면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
저자가 말하는 도심 공동화는 단순히 사람이 줄어드는 문제가 아니라 도시의 구조와 환경, 그리고 그 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의 삶의 질 전반을 무너뜨리는 복합적인 문제다. 직장과 집 사이 거리가 멀어지며 장거리 출퇴근이 일상화되고, 그로 인해 에너지 낭비와 환경 문제가 심화된다. 도로나 지하철, 공공시설 등 이미 엄청난 투자가 이루어진 도심 인프라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비효율성은 물론이고, 지역 커뮤니티가 무너짐으로써 도시가 가진 매력과 문화적 가치가 약화된다. 이런 맥락에서 도심 공동화는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도시 구조가 만든 사회적 문제가 된다. 저자는 이를 직주 근접의 도시계획을 통해 해소할 수 있다고 보며, ‘사대문 안 인구 30만 프로젝트’를 통해 그 구체적인 청사진을 보여주고자 한다.
무지개떡과 카멜레온, 도시의 유전자를 담은 건축의 문법저자가 말하는 ‘사대문 안 인구 30만 프로젝트’는 직주 근접의 도시를 실현함으로써 그 안에 거주하는 시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이동에 따른 탄소 배출을 줄이며 도시 인프라의 효율을 극대화하자는 제안이다. 책은 크게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1부에서는 직주 근접의 중요성과 함께 서울의 도시 변화와 해외 도시 사례를 분석하고 있으며, 2부에서는 직주 근접의 도시를 실현할 ‘그릇’으로서 ‘무지개떡 건축’과 ‘카멜레온 건축’이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3부에서는 미래의 시나리오를 통해 사대문 안에 인구가 다시 유입된 도시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그리며, 사대문 안을 하나로 묶는 행정구역으로서 ‘도성구’에 대한 제안을 담았다.
직주 근접 개념은 도시 구조의 변화와 함께 진화해왔다. 도시는 탄생에서부터 기본적으로 도보 생활권 안에 생산, 상업, 주거 기능이 혼합되어 있었다. 그러다 20세기 들어 기능적 분리를 지향하는 도시계획(zoning, 용도별 지역 지구제)이 등장하면서 교외에서 거주하고 도심에서 일하는 장거리 통근이 일상화되었다. 저자는 오늘날 인구가 감소하고 환경 문제가 악화되면서 다시금 직주 근접의 가치가 부상하기 시작했다는 데 주목한다. 일본의 경우 한때 세계적으로도 도심 공동화가 심했던 치요다구나 주오구의 인구가 늘고 있으며, 파리의 시장 선거에서 화제가 된 ‘15분 도시’ 같은 콤팩트 시티 개념이 각국의 도시계획에 영감을 주고 있다. 서울시 역시 복합 용도의 도시 개념에 바탕한 ‘2040 서울도시기본계획’을 발표했다.
도시 구조가 도심으로 인구를 수용하는 방향으로 전환될 때,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그러한 직주 근접을 실현할 건축적 수단이다. 저자는 ‘도시의 유전자를 가지고 있는 건축’으로 무지개떡 건축과 카멜레온 건축을 제시한다. 무지개떡 건축이 층별로 주거를 비롯한 서로 다른 도시 기능이 들어가는 복합 건축이라면 카멜레온 건축은 거기서 한 발 더 나아가 하나의 공간이 시간대별로 다른 기능을 갖는 ‘동적 기능주의 건축’을 구현한다. 무지개떡 건축과 카멜레온 건축은 모두 주거와 업무, 상업 기능이 결합된 복합 건축 모델이며, 변화하는 도시 환경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는 건축적 접근을 보여준다.
‘진정한 도시적 삶’을 실현할 사대문 안으로의 귀환직주 근접은 단순하게 생각하면 어디에 살 것인가를 결정하는 취향의 문제 같지만,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무엇을 사회적 가치의 우선순위로 둘 것인가에 대한 문제이다. 저자는 이 책의 후반부에서 사대문 안으로 인구가 다시 유입된 도시의 풍경을 그리며 이를 통해 독자들에게 ‘어떤 도시에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답하게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콤팩트 시티와 복합 도시, 그리고 원도심의 회복이라는 관점은 단기적 수치가 아니라 장기적 구조를 바라보는 시선을 요구한다. 그것은 도시를 바라보는 태도의 전환이다. 외곽으로의 도시 확산과 광역화의 관성에서 벗어나, 이미 존재하는 장소의 시간을 존중하고 그 안에 다시 사람을 채워넣는 일이며, 이동의 총량이 아니라 삶의 밀도를 기준으로 도시를 다시 상상하는 일이다. 이 책은 그 논의의 포문을 여는 시금석으로, 우리에게 ‘어디에서, 어떻게 함께 살아갈 것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한다.

이 책에서 나는 1980년대 이후 꾸준히 감소해온 사대문 안의 인구가 다시 증가하는 가상의 미래를 다룰 예정이다. 이를 통해 말하려는 것이 꼭 서울 전체 인구의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막아야 한다는 것은 아니다. 대한민국 총 인구 수가 감소하고 있다는 것은 이제 주지의 사실
이며, 서울 인구라고 예외가 될 수 없다. 다만 그동안 수도권과 서울 외곽으로 분산되어 있던 인구가 서울 구도심의 중심인 사대문 안으로 돌아와 가운데가 텅 빈 현재 서울의 인구밀도 그래프가 반전될 미래를 그려보자는 것이다.
― <1장 사대문 안의 변화> 중에서
현재 교외에 집중된 인구는 주거에 대한 자유로운 선호도를 반영한다기보다는 우리 사회가 만든 도시 환경이 이들에게 압력을 행사한 결과라 할 수 있다. 사대문 안으로 모이는 구심력에 비해 수도권으로 나가는 원심력이 훨씬 강하게 작동하고 있는 것이다. (…) 자신의 뜻에 반해 어쩔 수 없이 교외에 나가서 살게 되는 사람은 결국 ‘밀려난다’는 느낌을 갖게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이것은 사회문제다.
― <3장 도시계획의 근본 원리를 찾아서>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황두진
1963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와 예일대학교에서 건축을 공부했다. 김종성과 김태수의 사무실에서 실무를 익힌 뒤, 2000년 자신의 이름을 딴 건축 사무소를 열었다. 주요 작업으로 캐슬오브스카이워커스, 원앤원 63.5, 노스테라스 등이 있다.그는 건축가로서 도시에 복합 기능과 공공성을 불어넣을 수 있는 건축 유형을 오랫동안 고민해왔다. 도시를 살아 숨 쉬게 하는 ‘무지개떡 건축’은 그의 이런 사유를 관통하는 개념이며, 이 책에서 본격적으로 다루게 될 ‘사대문 안 인구 30만 프로젝트’는 건축을 넘어 도시 단위로 그의 문제의식을 확장한다는 의미가 있다. 서울시 건축상, 대한민국 공공디자인 대상, 대한민국 한옥대상 올해의 한옥, 김종성 건축상, 한국건축역사학회 작품상 등을 수상했으며, 『당신의 서울은 어디입니까?』 『무지개떡 건축』 『가장 도시적인 삶』 『은퇴 없는 건축』 등 다수의 책을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