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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경
나무향 | 부모님 | 2026.05.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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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차경』은 자연과 기억, 삶의 상처와 회복이 서로를 비추며 깊어지는 ‘마음의 풍경’을 담아낸 산문집이다.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바라본 모든 장면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차경(借景), 즉 ‘경치를 빌려 마음을 비춘다’는 개념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저자는 자연을 관찰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자연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통해 자연을 다시 바라본다. 제비 한 마리, 장미 한 송이, 앞산의 그림자, 빈집의 적막, 모내기 풍경까지도 삶의 의미를 되묻는 사유의 창으로 변모한다. 글마다 고향의 풍경이 배어 있지만, 그 풍경은 결국 독자의 마음속 풍경과 맞닿아 공명한다.

  출판사 리뷰

『차경』은 남해 다랭이마을 김희자 작가의 수필선집이다. 남해의 바다와 산, 다랑논, 폐교의 살구나무, 요양병원의 밤, 어머니의 생애와 떠남까지, 일상의 장면들을 ‘창밖의 경치가 곧 마음의 경치’가 되는 차경(借景)의 미학으로 풀어낸 글들이 40편 담겨 있다.
각 편의 글은 자연을 빌려 마음을 비추고, 마음을 빌려 자연을 다시 바라본다. 제비 한 마리, 장미 한 송이, 앞산의 그림자, 설흘산의 구름, 빈집의 적막까지도 삶의 의미를 되묻는 사유의 창이 된다. 삶을 견디고 사랑을 기억하며, 자연을 통해 자신을 다시 바라보고 싶은 이들에게 전하는 위로의 책이다.

『차경』은 자연과 기억, 삶의 상처와 회복이 서로를 비추며 깊어지는 ‘마음의 풍경’을 담아낸 산문집이다.이 책을 읽다 보면, 작가가 바라본 모든 장면이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차경(借景), 즉 ‘경치를 빌려 마음을 비춘다’는 개념이 책 전체를 관통한다.
저자는 자연을 관찰하는 데서 멈추지 않는다. 자연을 통해 자신을 들여다보고, 자신을 통해 자연을 다시 바라본다. 제비 한 마리, 장미 한 송이, 앞산의 그림자, 빈집의 적막, 모내기 풍경까지도 삶의 의미를 되묻는 사유의 창으로 변모한다. 글마다 고향의 풍경이 배어 있지만, 그 풍경은 결국 독자의 마음속 풍경과 맞닿아 공명한다.
특히 어머니를 돌보는 시간과 마지막 이별을 기록한 글들은 담담하지만 깊은 울림을 준다. 요양원에서 만난 죽음을 앞둔 사람과 그 가족의 이야기도 과장된 감정 없이, 오래된 슬픔을 조용히 꺼내어 놓아 오히려 더 큰 여운을 남긴다. 자연과 삶, 탄생과 죽음, 떠남과 돌아옴이 한 호흡으로 이어지며, 저자의 문장은 독자를 천천히, 그러나 깊숙이 끌어당긴다.
『차경』은 화려한 문장으로 감동을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삶을 견디며 쌓인 체험의 결, 오래된 감정의 무늬, 자연이 건네는 위로를 조용히 펼쳐 보인다. 그래서 읽는 동안 마음이 차분해지고, 잊고 지낸 감정들이 은은히 되살아난다.
이 책은 자연을 사랑하는 사람에게도, 삶의 무게에 지친 사람에게도, 잃어버린 감정의 결을 다시 찾고 싶은 사람에게도 깊은 위로가 될 것이다. 풍경을 빌려 마음을 치유하는 책, 그것이 『차경』의 힘이다.

들판에서 만난 바람이 힘을 모아 몰려온다. 바람이 몰려오자 물속 풍경이 사라진다. 물이 바람의 길을 알고 몸을 연다. 세상을 밟고 건너온 바람이 만나 못 위에서 하나가 된다. 손에 손을 잡고 몸을 비비며 물 위에 눕는다. 연못은 허공에다 몸을 내어주고 물은 바람을 위해 끝없이 자신을 낮춘다. 침묵하는 연못의 적막을 툭툭 치며 바람이 지나가자 물결이 일며 반영이 지워진다. 물속 풍경을 지우며 지문이 생긴다. 적멸의 여백을 흔드는 바람의 길이다. 꽃 진 후 반곡지를 찾은 이유는 순전히 연록의 반영을 보기 위함이다. 하나 나는 봄 언덕에 서서 생각지도 못한 풍경 하나와 우연히 만난다. 바람이 만드는 지문이다.

봄빛에 물든 나무의 그림자가 수면에 어린다. 물 위에 발끝을 세운 바람은 연못가에 선 나무속까지 낱낱이 훑는다. 아리아리한 연록들의 흔들림이 비친 연못은 곧 우주의 세계다. 바람의 지문 사이로 피어오르는 풍경이 눈부시다. 물의 촉수들이 일제히 수런거리기 시작하자, 바람이 재빠르게 물속을 빠져나간다. 눈부신 날개를 펼쳐 물 위로 날아오른다. 물을 흔들던 바람이 허공으로 사라진다. 바람의 길을 따라 물에 새겨진 지문이 사라졌다. 어디로 갔을까?

-〈바람의 지문〉 중

오늘 아침에도 나는 멋지게 차려입고 분과 립스틱을 짙게 발랐다. 그런데도 그리움과 기다림은 허무로 건너간다. 희망과 기다림은 산산이 무너져 내리고 기약도 없이 세월만 간다. 슬픔이 한꺼번에 몰려오는 날에는 두려움까지 인다. 이대로 이름값도 못 하고 시들고 말 것인가? 부질없는 생각으로 허무해지면 내 적막 위에 헛꽃 하나 피우고 절망을 내던진다. 존재의 힘은 행위를 통해 효력을 발휘한다. 철학자 사르트르는 실존이 본질에 앞선다고 했다. 존재하는 모든 것은 아무 이유 없이 태어나 연약함 속에 생존하다가 사라진다. 하지만 생명이 있는 모든 것들은 사라지기 전까지 자신의 존재를 맘껏 드러내고 싶어한다.

헛꽃을 피우고 앞서간 사람들의 발자국을 따라 길을 걷는다. 산그늘이 조금만 쉬어가라고 발길을 붙들지만, 또 길을 가야 한다. 더는 주저하지 말고 매 순간을 생생히 살자고 걸음을 뗀다. 아무런 힘도 없이 환골탈태할 수 있을까마는 생이 피처럼 내 몸 속속들이 돌게 나를 찾아야 한다. 오그라든 신심을 열어 나를 드러내야 한다. 허물어져 가는 자존 위에 헛꽃 하나 피워 놓고 내 존재를 수정해줄 벌을 기다려야 한다.

-〈헛꽃〉 중에서

무슨 일이든 일치, 하나가 되어야 깊어진다. 몸과 사유를 연결해야 글로 옮길 수 있다. 그것이 문학의 운율이다. 해금의 선율과 몽돌 위에서 내는 파도 소리 같은 리듬은 살아있는 생명 속에서 탄생한다. 탄주는 오직 몰입하는 시간 속에만 존재한다. 글을 창작할 때 나는 음악을 듣는다. 곡을 작곡하듯 음악을 들으며 창작을 꿈꾼다. 글은 몸속의 느낌으로 표현해내는 악보이기 때문이다. 내가 그려내는 글도 음악처럼 리듬이 있어야 한다. 시 같은 운율이 아니라 사람이 호흡하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리듬을 만들어야 한다.

현이 울릴 때마다 달빛이 물결친다. 해금 탄주를 들으며 나의 글이 해금의 소리를 닮았으면 좋겠다고 염원한다. 글은 내면의 뿌리에서 피는 꽃이다. 여인이 해금의 소리를 주물러 손바닥으로 반죽해 내듯 나도 내 문장을 맛깔나게 주물러낼 수 있었으면. 하나 지금의 내 짧은 사유로는 깊디깊은 문장을 만들어 낼 수가 없다. 하나의 문장을 우주로 만들어보고 싶은 열망만 가득할 뿐 서툴기만 하다. 그래서 오늘같이 봄비 내리고 무심한 밤에는 해금 탄주에 귀를 기울인다. 저녁 무렵부터 새벽이 올 때까지…….

-〈탄주彈奏〉 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희자
1965년 남해 가천 다랭이마을에서 태어나 열일곱 살에 도처로 나가 꿈을 키웠다.한국방송통신대학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한 후 2007년 수필에 입문, 2011년 계간 『수필세계』로 등단했다. 2009년 제1회 천강문학상 대상, 목포문학상, 근로자예술제 수필부문 금상 등 다수의 전국공모전에서 입상했다. 2018년, 어머니를 봉양하러 귀향하여 터를 잡고 숙소 설흘재雪屹齋를 운영하고 있다. 대구 범어도서관 수필 강사를 거쳐 현재 우배문학관 운영위원, 화전도서관 수필 강사로 활동 중이며수필사랑문학회, 남해문학회 회원이다.작품집『등피』(2012), 『꽃문이 열릴 때까지』(2015), 『바람의 지문』(2019), 『터』(2024).작품선집 『차경』

  목차

작가의 말

1부 차경借景
바람의 지문
차경借景
헛꽃
등피
탄주彈奏
흑과 백
영무靈舞

폐옥
밑불

2부 저녁

저녁
무지개 재
시간에 기대어
괘종시계
꽃단추
레일
영종靈鐘
술을 들다
그 남자 이야기
저무는 강

3부 동안거冬安居

동안거冬安居
낙화
권태
황국차
뒷짐
태양의 남자를 품다
깊고 두꺼운 고요 속에서
황혼
봄은 色, 은밀한 곳에서부터 온다
밤을 건너며

4부

꽃등
적소에서
설흘재雪屹齋
제비가 왔다
오월의 장미는 피었건만
앞산
빈집
나의 바다
푸른 축제
잘 가요, 우리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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