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젊은 작가 박선영의 첫 장편소설 『좋겠다, 아무것도 안 하고 월급 받으면』이 허블에서 출간되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대학원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을 전공한 작가는 테크니컬 아티스트로 게임 업계에 발을 들였고 지금은 버추얼 디자이너로 IT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신기술이 가장 먼저 도입되고 일하는 방식이 가장 빠르게 바뀌는 최전방에서, 과학 기술의 발전이 한 업계의 문화부터 노동의 속도, 평가의 기준까지를 어떻게 뒤바꾸는지 지켜본 산증인인 셈이다. 현장에서 길어 올린 구체적이고 생생한 감각이 물리학적 상상력과 맞물린 이 소설 속 세계는 SF적 과장이 아니라 현재의 연장처럼 읽힌다.
이야기는 사람의 뇌파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평가하는 ‘BCI 시스템’이 보편화된 근미래의 게임 회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직원의 집중도와 피로도는 물론 휴식 시간과 업무의 질까지 수집해 데이터로 환산하는 이 시스템은 2019년 일부 대형 게임사가 도입해 ‘직원 감시’ 논란을 빚고 2025년에도 비슷한 규정이 되풀이된 ‘분 단위 시간 근태 관리’를 극단까지 끌어올린 설정이다.
출판사 리뷰
정이현·장강명 소설가 추천
일과 쓸모, 시간의 의미를 새롭게 묻는
묵직하면서도 유쾌한 근미래 오피스 청춘 SF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 수상 작가 박선영의 첫 장편소설
“아무것도 안 하고 월급 받으면 정말 좋을까?
그런데 왜 많은 사람이 대기 발령 상태를 견디지 못하고 사표를 쓸까?”
_장강명(소설가)
테크니컬 아티스트, 버추얼 디자이너, 그리고 소설가
효율과 성과의 세계를 경쾌하면서도 예리하게 가로지르는 박선영의 첫 장편소설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한 젊은 작가 박선영의 첫 장편소설 『좋겠다, 아무것도 안 하고 월급 받으면』이 허블에서 출간되었다. 대학에서 물리학을, 대학원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을 전공한 작가는 테크니컬 아티스트로 게임 업계에 발을 들였고 지금은 버추얼 디자이너로 IT 업계에 종사하고 있다. 신기술이 가장 먼저 도입되고 일하는 방식이 가장 빠르게 바뀌는 최전방에서, 과학 기술의 발전이 한 업계의 문화부터 노동의 속도, 평가의 기준까지를 어떻게 뒤바꾸는지 지켜본 산증인인 셈이다. 현장에서 길어 올린 구체적이고 생생한 감각이 물리학적 상상력과 맞물린 이 소설 속 세계는 SF적 과장이 아니라 현재의 연장처럼 읽힌다.
이야기는 사람의 뇌파를 실시간으로 분석해 평가하는 ‘BCI 시스템’이 보편화된 근미래의 게임 회사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직원의 집중도와 피로도는 물론 휴식 시간과 업무의 질까지 수집해 데이터로 환산하는 이 시스템은 2019년 일부 대형 게임사가 도입해 ‘직원 감시’ 논란을 빚고 2025년에도 비슷한 규정이 되풀이된 ‘분 단위 시간 근태 관리’를 극단까지 끌어올린 설정이다. ‘일한 만큼 보상한다’는 명분 아래 노동 시간을 점점 더 촘촘히 계측하려는 지금의 흐름이 근미래에는 사람의 신경 신호까지 들여다보는 데 이른다면? 작가는 이 상상을 기반으로 효율과 성과만이 인간의 쓸모를 증명하는 오늘날,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의 의미를 되묻는다. 특히 ‘엔터테인먼트’를 만드는 일을 하는 노동자의 삶이 ‘엔터테인’하지 않다는 모순을 꼬집으며 동시대 직장인이 직면하는 ‘행복한 미래’에 대한 막막함을 장르소설의 언어로 정확하게 포착했다. 장강명 소설가는 「추천의 말」에서 이 작품이 기본소득의 우화이자, 근미래 SF이면서 지금 판교를 그린 리얼리즘 소설이고, 소박하고 따뜻한 직장 드라마이면서 불편하고 날카로운 블랙코미디라고 언급했다.
“하고 싶은 일. 하고 싶은 일이라.
애초에 회사에 ‘하고 싶은 일’이라는 게 존재할 수 있나?” _ 본문 중에서
직원의 뇌파를 감시하면서 성과 없는 팀을 해체하는 회사
그 회사조차 외면한 ‘잉여 팀’으로 떨어진 청년의 가장 빛나는 일과
진하는 판교의 게임 회사 ‘텔루즈게임즈’의 2년 차 막내 사원이다. 게임을 좋아하지도 즐기지도 않는 그가 이 회사를 택한 이유는 오직 높은 연봉과 복지 때문이다. “직원 대우가 좋은 회사이니, 일단 (이력서를) 넣은” 진하는 마치 주어진 길을 따라가듯 게임 회사에 입사했다. 회사의 BCI 시스템은 직원을 철저하게 데이터로만 관리하고 실시간으로 평가를 매긴다. 진하는 상위 평가와 진급을 위해 하루를 테트리스처럼 빈틈없이 쪼개며 ‘일감’과 ‘성과’에 매달린다. 그러던 어느 날 갑작스럽게 팀이 해체되고, 진하는 본의 아니게 BCI 기록 시스템을 쓰지 않는 팀에 배속된다. 40여 년 전 출시되어 사실상 방치된 가상 세계 게임 〈황금의 나라〉 팀이다. 수기로라도 성과를 기록해 부서 이동을 노리는 진하를 맞이한 건 프린세스 컬러링북 색칠하기, 비눗방울 불기, 제철 수박 먹기 등 ‘성과’에는 쓸모없어 보이는 일뿐이다. 이상하지만 새로운 것을 보면 눈을 반짝이는 팀장 태경과 ‘느낌 가는 대로’ 일하는 특이한 대리 규영 사이에서 진하는 좀처럼 적응하지 못한다. 성공은 하고 싶은데 정작 ‘하고 싶은 일’은 없고, 저들과 어울리자니 노는 방법도 모르기 때문이다. 진하는 혼란에 빠진다. 여기, 정말 회사가 맞기는 한 걸까.
“그래도 작가는 쓴다. 시스템 너머를 꿈꾸는 일이 불가능하지 않다고.
효율과 성과의 언어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어떤 시간과 마음,
작고 연약한 관계가 끝내 우리를 황폐로부터 구할지 모른다고.” _ 정이현(소설가)
『좋겠다, 아무것도 안 하고 월급 받으면』에서 주인공 진하와 독자를 함께 사로잡는 정서는 ‘불안’이다. 진하는 업무 평가가 대부분 ‘초록색’임에도 환각과 환청이 들릴 만큼 과로하고, 휴일마저 자기계발에 쏟는다. 자투리 시간에 논문을 읽는 동기를 보며 ‘저렇게 하지 않으면 실패한 인생을 살게 되지 않을까’ 초조해하고, 끼니마저 냉장고에 넣어 둔 샌드위치로 하나씩 때운다. “사자에게 쫓기는 사슴처럼” 자신을 습관적으로 다그치는 그 모습은 바쁜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의 자화상이다. 작가는 그 불안이 사라진다고 장담하는 대신, 불안 또한 삶의 일부이며 그것을 견디게 하는 힘은 일상의 작은 만남과 허술해 보여도 결국 이어져 있는 관계에 있다고 말한다.
진하는 어떻게든 부서를 옮기려 궁리한다. 방치된 자리에 눌어붙은 ‘지박령’이 되고 싶지 않아서다. 그러면서도 팀장 태경이 사주는 삼겹살을 더없이 맛있게 먹고, 팀원들과 강변을 걸으며 비비빅을 나눠 먹고 시시콜콜한 이야기를 주고받는다. 손익을 따지지 않는 그 시간 속에서, 또 가상 세계에서 만난 이름 모를 플레이어와 업무 시간에 몰래 노는 일탈을 즐기는 동안, 진하는 곁에 있는 사람을 저울질하던 자신을 처음으로 의심한다. 입사 동기 대훈은 ‘물들기 전에’ 부서를 옮기라 다그치지만, 사내 정치와 익명 커뮤니티에 매달리느라 굽어가는 그의 어깨는 ‘성공’이 실은 허상일지 모른다고 말한다. 퇴근길에 어깨를 들썩일 만큼 즐거운 하루를 함께 보낸 사이마저, 우리는 계산해야 하는 걸까. 사람을 득실로 나누는 데 익숙해진 우리에게 이 소설은 오래 잊고 있던 동심의 감각을 다름 아닌 ‘놀이’의 자리에서 되살려낸다. 우리는 좀 더 놀아야 한다. 그래야 ‘나’를 지킬 수 있고, 어쩌면 거기서부터 진짜 인생이 시작된다. 이 소설이 끝내 마음을 붙드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정치를 잘하는 게 뭔데?”
“실력이 없다는 걸 자기도 아는 거지.”
“다른 사람들은요?”
“사람‘들’? 없어.” 태경이 껄껄 웃었다.
태경과 규영은 나란히 서서 흐뭇한 표정으로 진하를 바라봤다. 성별도, 나이도 분명 달랐지만, 이상하게 두 사람의 얼굴이 자꾸만 겹쳐 보였다. 텐션. 분위기. 오라.
그런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것들이 완전히 동기화된 느낌이랄까. 마치 하나의 생명체처럼…. 이건 마치 뭐랄까.
‘지박령.’
진하는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 저 두 사람과 같은 얼굴을 하고 나란히 서 있는 자신의 모습이 머릿속에 스쳤다. 순간, 뒷골이 서늘해지며 등줄기가 쭈뼛 섰다.
띠링. 띠링. 띠링.
마음을 놓기가 무섭게 UI카드들이 서로를 마구 밀어올리며 로드됐다. 각 카드는 하나의 일에 대한 모든 정보가 담겨 있어 ‘일감’이라고 불렸다. 너울거리며 떠오르는 수십 개의 일감. 진하는 잠시 넋을 놓고 바라봤다. 심장이 빠르게 뛰고 숨이 막혀왔다.
진하는 프로젝트 LC의 프로그래머인 입사 동기 대훈의 말을 떠올렸다.
‘일이 많은 건 일이 없는 것보다 좋은 거야. 조직에 네가 필요하다는 증거니까.’
맞는 말이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선영
테크니컬 아티스트, 버추얼 디자이너 그리고 소설가.대학에서 물리학을, 대학원에서 애니메이션 제작을 전공했다.테크니컬 아티스트로 게임 업계에 종사했으며지금은 IT 업계에서 버추얼 디자이너로 일하고 있다.단편 「개인의 우주」로 제7회 한국과학문학상을 수상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크로스로드 웹진 수록 단편 「멜론, 웜홀 그리고 철학자」를 썼다.
목차
추천의 말 004
좋겠다, 아무것도 안 하고 월급 받으면 011
작가의 말 248
해설 25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