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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 꼭대기를 여행하다
대만에서 미국까지, 수관층 생태학자의 일곱 나무 이야기
사계절 | 부모님 | 2026.06.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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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판사 리뷰

나에게 수목 등반이란 그저 순수하게 나무에 오르는 행위였으며, 손발로 숲 전체의 생명력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나는 종종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슬그머니 나무 꼭대기 가까이에 웅크리고 앉아 수백 년 동안 살아 숨 쉰 나무의 목덜미(인간의 시선에서 보자면)를 힘껏 끌어안았다. 그럴 때면 마치 시간을 끌어안는 것만 같았다.

메인 로프 설치가 끝나면 매듭을 단단히 묶고 장비를 점검하고 가져갈 채집 도구를 확인한 뒤, 쓰러진 나무들이 어지럽게 뒤엉킨 나무 밑동에서부터 본격적인 등반을 시작한다. 두 개의 상승기를 번갈아 사용하며 마치 애벌레가 기어가듯 ‘앉았다가 일어서기’를 반복하며 꼬물꼬물 수관층을 향해 올라간다. 물기 가득한 지면을 벗어났는데도 숲의 습기는 여전히 몸을 휘감는다. 수관의 하층부에는 마른 가지가 무성하고, 그 위로는 이끼가 켜켜이 층을 이루고 있다. 이끼 위에서는 싹을 틔운 시기가 제각각인 어린나무와 아직 이름을 알지 못하는 관다발식물이 저마다 존재감을 드러낸다. 수관층의 수직 구조는 무수한 생명이 깃든 미소 서식지를 형성한다.

현장 작업 중에 겪는 별의별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나무에 오르는 일만큼은 언제나 즐거웠다. 생태학을 갓 접한 초보 연구자였던 나는 틈날 때마다 숲과 나무에 대한 낭만적인 상상을 펼쳤다. 수백 년, 때로 수천 년의 세월을 견뎌온 거대한 신목들은 시간을 가늠하는 척도와 같았다. 그들 앞에 서면 수천 년의 시간이 눈앞에서 형체를 드러내는 듯했다. 그 시간의 가지 끝에 앉아 저 멀리 구름이 산허리를 감싸고 산빛이 아른거리는 풍경을 보고 있노라면 가슴이 벅차 도무지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란융샹
1984년생. 전 세계에 몇 안 되는 수관층 생태학자canopy ecologist 가운데 한 명이다. 국립대만대학교에서 산림학과 화학을 복수 전공하고, 산림학과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오리건주립대학교 산림생태 및 사회학과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같은 학교에서 박사 후 연구원으로 일하고 있다. 주요 연구 분야는 수관층 생태와 미생물군 유전체, 온대 침엽수림 병해이다. 2005년 우연한 계기로 수목 등반 세계에 발을 들인 후 오래된 숲의 거목에 올라 수관층의 비밀을 밝히는 일에 매진해왔다.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여전히 나무 꼭대기를 여행하며 연구를 이어가고 있다. 이 책으로 2025 대만 문학상 금전장金典獎 본상과 신인상을 동시에 수상했고, 2025 대만 오픈북 어워드 ‘올해의 좋은 책’을 수상했다. https://piceask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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