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덜 슬픈 쪽으로
우린 저마다의 불행을 건너고 있다
여름의서재 | 부모님 | 2026.07.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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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되도록 불행이 보이지 않는 쪽으로 걸었다. 부모의 가난을 못 본 척했고 그들의 고난과 슬픔을 내게 말하지 못하게 했다. 나의 무능과 잘못을 어쩔 수 없거나 별일 아닌 일로 위장했고 점점 더 그럴듯하게 나를 감추거나 꾸몄다. 친구와 싸우면 그를 다시는 보지 않기를 택했고 애인과 헤어지면 금세 새로운 애인을 만들었다.
그러나 남편의 외도는 너무도 확실하고 철저한 불행이었다. 그건 여태껏 그래왔던 것처럼 못 본 척하거나 숨길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었다. 더없이 평온하고 안전하다고 믿었던 나의 아름다운 세계가 한순간에 무너졌고, 나는 아주 난폭한 방식으로 그 세계에서 끌려 나왔다.
_〈불행을 글로 쓰면〉중에서

온종일 병원에서 이곳저곳으로 이동하며 몇 번씩 피를 뽑거나 약을 투여하고, 어떤 기구 앞에 서거나 눕거나 엎드리고 가슴을 짓눌리면서, 앞으로 이런 일들을 얼마나 더 겪게 될지 생각했다. 내 몸에 대한 소유권이나 자유 의지가 무용해지는 순간들을.
결국 어느 시점이 되면 내 가슴의 일부 혹은 전부를 잘라내야 할 것이다. 셀 수 없이 많은 바늘이 내 피부를 찌를 것이고, 어떤 약물들이 내 혈관을 타고 흐를 것이다. 내 몸은 고스란히 그 약물의 작용과 부작용을 견뎌야 할 테고, 나는 아주 많이 아프고 괴롭고 슬플 것이다. 어떤 순간에는 차라리 죽는 편이 더 낫지 않을까 싶어지기도 할 것이다. 그러는 동안 내 몸과 마음은 또 무엇을 기다리게 될까.
_〈기다리면서〉중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곽다영
오롯이 나로 살기를 소망하며, 나에게 도움이 되기 위해 글을 쓴다. 일인 출판사 그다음을 운영하며, 에세이 《우리는 여전히》와 사진 단상집 《삶의 겨를마다》를 쓰고 만들었다. 공저로《혼자 남은 마음에게》, 《제가 아니고요, PMS예요!》, 《괄호 안 하트》가 있다.

  목차

프롤로그

1부 그럼에도 불구하고
불행을 글로 쓰면
아픈, 마흔
기다리면서
봄의 산책
이 다정함에 나는 안도한다
나는 괜찮은 걸까
좋은 날

2부 쓸수록 삶에 가까워졌다
쓰는 사람
봄날의 글방
나를 지키는 일
또 다른 시도

3부 눈앞에 있는 사람, 눈 뒤에 남은 사람
눈 뒤에 남은 사람
한강에서
끝나지 않는 밤
술은 무엇도 구원할 수 없다
엄마의 베란다
가장 오래된 사랑

4부 그렇게 나는 나를 더 믿게 된다
오늘 할 수 있는 만큼만
바다의 위로
그 세상에는 내가 없다
약을 먹으면서
밤바다
나에게 내준 숙제
아프면 아픈 대로
늙은 얼굴
에필로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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