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우리가 보는 나무의 모습은 어떤가? 가만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대개 꽃과 잎과 열매에 눈길을 준다. 그 싱그러움과 아름다움, 향긋함과 달콤함이라면 그럴 만도 하다. 허나 그것들은 때가 되면 떠나고 말 것들. 서리 지고 눈 내리는 겨울이 와도 제 자리 제 모습을 지키는 것은 결국, 꽃과 잎과 열매 뒤에서 그것들을 내고 받치고 키우던 가지와 줄기와 뿌리인 것이다. 그러므로 나무는, 꽃도 잎도 열매도 떠나보내고 그 자체로 남은 ‘겨울, 나무’가 비로소 ‘나무로서 나무’인 것이다. 이 그림책은 바로 그 나무의 참모습을 노래하고 있다.
출판사 리뷰
무엇이 나무의 참모습일까?파블로 피카소(1881~1973)가 ‘새로운 레오나르도 다 빈치’라 불렀던 브루노 무나리(1907~1998)는 그가 지은 책 《나무를 그리다》에서, 나무를 그리는 방법으로 줄기와 가지 그리기를 시종일관하게 제시합니다. ‘옛날의 레오나르도 다 빈치’ 또한 나무를 관찰하면서 줄기와 가지에 집중했지요. 나무를 나무답게 하는 가장 기본적인 모습이 바로 줄기와 가지가 이루는 형태라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보는 나무의 모습은 어떤가요? 가만 생각해 보면 사람들은 대개 꽃과 잎과 열매에 눈길을 줍니다. 그 싱그러움과 아름다움, 향긋함과 달콤함이라면 그럴 만도 하지요. 허나 그것들은 때가 되면 떠나고 말 것들. 서리 지고 눈 내리는 겨울이 와도 제 자리 제 모습을 지키는 것은 결국, 꽃과 잎과 열매 뒤에서 그것들을 내고 받치고 키우던 가지와 줄기와 뿌리인 것입니다. 그러므로 나무는, 꽃도 잎도 열매도 떠나보내고 그 자체로 남은 ‘겨울, 나무’가 비로소 ‘나무로서 나무’인 것이지요. 이 그림책은 바로 그 나무의 참모습을 노래하고 있습니다.
꽃 핀 적엔 보지 못했네아마도 겨울 아침 거리를 걷다가 문득 어느 나무 앞에 멈춰 섰을 화자는 이렇게 말합니다.
꽃 핀 적엔 보지 못했네 / 꽃 잔치 받치던 잔가지들 // 잎 난 적엔 보지 못했네 / 뻗으려 애쓰던 가지의 끝들 // 굳건하던 줄기와 억센 뿌리들 // 단풍 들고 낙엽 지고 서리 내리고 / 꽃도 잎도 열매도 떠난 / 겨울, 지금에야 나는 보았네
화려하고 싱그러운 것들에 취해 보지 못하던 가지와 줄기와 뿌리가 그것들 지고 난 지금에야 눈에 들어온 것이지요. 그리고 그것들을 내고 받치느라 겪어야 했던 고통의 흔적들...
푸르던 그늘 아래 벌레 먹은 자리들 / 가지를 잃은 상처들 / 상처마다 무심한 딱정이들 // 얼마나 줄기를 올려야 하나 / 어디쯤 가지를 나눠야 할까 / 머뭇거리던 시간들 // 견디다 견디다 살갗에 새긴 깊은 주름들
비로소 꽃도 잎도 열매도 아닌그제야 화자는 깨닫습니다. 바로 그것, 꽃과 잎과 열매 뒤에서 벌레 먹고 상처 나고 딱정이 앉은 몸뚱이, 아무렇지 않은 듯하였으나 말없이 번민하던 흔적을 살갗에 깊이 새긴, 주름진 그 몸뚱이가 바로 나무라는 것을. 그러고 나니 이제 볼 수 있습니다.
비로소 꽃도 잎도 열매도 아닌 / 저 나무가 햇살에 빛나는 것을 // 조용히 웃고 서 있는 것을
화자가 깨닫자 보게 된 것, 비로소 다른 무엇 아닌 제 자신으로서 빛나던 것이 단지 겨울나무뿐이었을까요? 그 아침, 나무가 서 있는 거리에서 그가 정말로 만난 것은 나무에 비친 어떤 사람 - 누군가를 또는 무언가를 내거나 받치거나 키우거나 지키느라 그것들에 가리어져 있다가, 비로소 제 모습을 되찾은 ‘겨울나무 같은 사람’이었을 겁니다.
그 사람이 어찌 자식들 다 키워내고 홀가분해진 나이 든 이들이기만 할까요. 자기를 가장 자기답게 하는 기본 - 줄기와 가지, 그리고 뿌리에 충실하고자 하는 모든 사람들일 테지요. 그러니 ‘겨울, 나무’는 바로, 당신의 어떤 모습입니다.
작가 소개
지은이 : 김장성
재미난 일을 의미 있게, 의미 있는 일을 재미나게 하고 싶은 글쟁이, 책쟁이입니다. 창령사 터 오백나한과 중도식 토기에 반해 이 책을 썼습니다. 쓰는 내내, 탐정놀이를 하는 듯 흥미로웠고 퍼즐 맞추기를 하는 듯 즐거웠습니다. 어린 시절의 비밀 장소를 아이와 함께 찾아가 손짓발짓하며 무용담을 들려주는 아빠처럼, 그 재미와 즐거움을 고스란히 아이들에게 전해 주고 싶습니다. 그 동안 《민들레는 민들레》 《수박이 먹고 싶으면》 《하늘에》 《겨울, 나무》 《골목에서 소리가 난다》 《나무 하나에》 《씨름》 《새 보는 할배》 《사과》 《까치 아빠》 등의 그림책과 《세상이 생겨난 이야기》 《가슴 뭉클한 옛날이야기》 《어찌하여 그리 된 이야기》 등의 이야기책을 썼으며, 《민들레는 민들레》로 2015년 볼로냐 라가치상을 받았습니다.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대학원에서 ‘그림책 창작론’을 강의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