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아빠가 오래도록 집에 오지 않는다.
꼭 투명 인간이 돼 버린 기분이다.
어느 날, 나와 똑 닮은 강아지 오즈를 만났다.
나처럼 오도카니 혼자인 녀석.
짖지도, 움직이지도, 다가오지도 않는…….
내가 혹시 이 녀석의 마음을 열 수 있을까?
세상과 소통하는 데 서툰 소년과 강아지가
마음의 빗장을 푸는 이야기!
반려견과 함께 닫힌 마음의 문을 여는 패트릭의 성장기 바야흐로 ‘반려동물 천만 시대’, 네 가구 중 한 가구가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할 만큼 사람과 동물의 공존은 자연스러워졌다. 하지만 반려동물이 주인의 곁에서 생을 마감하는 경우는 고작 12%에 불과하며, 해마다 증가하는 유기 동물의 수는 이제 13만여 마리를 넘어섰다.
최근 군산의 한 유기 동물 보호소는 자연 친화적인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진 뒤 유기 동물의 수가 급격히 늘어났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사람들이 자신이 키우던 동물을 군산 보호소에 너도나도 유기했기 때문이다. 동물을 향한 선의로 만든 공간이 ‘버리기 좋은 공간’으로 전락해 버린 셈이다. 반려동물 양육 인구가 늘어나는 현상과 대조되게도 점점 더 많은 동물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다.
반려동물을 키우는 일은 오랜 시간이 드는 만큼 번거롭고, 돈이 많이 들어 부담스러우며, 막중한 책임감이 따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만큼 긍정적인 효과도 많다. 특히 어린이가 있는 가정에서 반려동물을 키우게 되면 정서적인 안정을 얻는 것은 물론, 어려서부터 책임감과 배려심, 공감 능력 등을 배울 수 있다.
《아무 말도 하기 싫은 날》은 외할아버지 댁에서 여름 방학을 보내게 된 패트릭이 유기견 오즈를 입양하게 되면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패트릭은 사람에게 학대당한 기억 때문에 겁에 질려 있는 오즈를 지극정성으로 보살피며, 자신 역시 아빠의 부재로 외로웠던 마음을 위로받는다. 둘의 우정 속에서 사춘기를 겪는 소년의 고민과 성장은 물론, 생명에 대한 소중함까지 따뜻하게 일깨우는 작품이다.
소년과 강아지의 우정으로 풀어낸 가족 해체와 생명 존중 엄마와 함께 외할아버지 댁에서 여름 방학을 보내게 된 패트릭은 아빠가 바쁘다는 이유로 함께 오지 않아서 잔뜩 골이 나 있다. 그런 패트릭에게 엄마는 여름 방학 동안 강아지를 키워 보겠느냐고 제안한다. 다음 날, 외할아버지와 엄마와 함께 유기견 보호소에 간 패트릭은 운명의 강아지와 마주한다. 한껏 웅크린 채 귀퉁이에 앉아 있는, 작고 외로워 보이는 녀석……. 이 강아지가 자신과 함께할 친구가 될 거라고 직감한 패트릭은 녀석을 입양하기로 결심하고 ‘오즈’라는 이름을 지어 준다.
하지만 오즈에겐 문제가 있었다. 첫 주인에게서 학대를 당한 탓에 사람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던 것이다. 그 이유 때문인지, 집에 온 오즈는 케이지에서 나오기는커녕 먹지도, 짖지도 않는다. 그런데 오즈의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들은 외할아버지가 깜짝 놀란다. 오즈에게 음악적인 재능이 있다는 것이다! 그날 이후부터 패트릭은 매일 오즈에게 바이올린 연주를 들려주기 시작한다. 오즈는 바이올린 소리를 따라 부르면서 조금씩 움직이며 천천히 마음을 열어 나간다.
패트릭네 가족의 갖은 노력 끝에 지난날의 상처를 이겨 내게 된 오즈. 밝아진 오즈와 함께 패트릭도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여름 방학을 보낸다. 그런데 어느 날, 늘 슬픈 표정을 하고 있는 엄마에게 믿을 수 없는 소식을 듣게 된 패트릭은 큰 충격으로 입을 꾹 다물어 버리고 마는데…….
말하자면 이 작품은 갑작스러운 가족의 해체로 혼란스러운 감정에 빠진 소년이, 가족의 위로와 사랑으로 피할 수 없는 현실을 천천히 받아들이면서 한 단계 성장하는 순간을 극적으로 담아내어 독자에게 깊은 감동과 여운을 선사한다.
그리고 생애 처음 반려동물을 키우게 된 패트릭이 서툴지만 진심 어린 마음으로 오즈와 눈높이를 맞추고 마음의 소리를 들으려 노력하는 모습은 동물과의 공존이 당연한 세상이 되었음에도 여전히 동물을 낮잡아 보는 사회의 시선에 깊은 울림을 안긴다.
또한 《아무 말도 하기 싫은 날》은 소년의 성장과 생명 존중의 메시지를 섬세한 서술과 세밀한 삽화로 풀어내 아일랜드에서 “반려동물에 대해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하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오직 어린이 독자들만 투표하는 ‘FCBG(아일랜드 어린이 도서 협회)의 2019 어린이 도서 상 Top 10’에 선정되었다.
첫 만남동물 가게에 살던 한 이름 없는 강아지는 누군가에게 팔려 가지만, 학대를 당하고 버려진다. 이후 겨우 구조되어 유기견 보호소에 가게 된 강아지. 여름 방학 동안 외할아버지 댁에서 지내게 된 소년 패트릭은 강아지를 입양하기 위해 방문한 유기견 보호소에서 이 강아지를 만나게 되고, 첫눈에 동질감을 느낀다.
그러다가 그 방 맨 끝에 있는 철장 앞에서 우뚝 멈춰 섰다. 더는 갈 곳이 없어서 멈춘 걸까? 아니면, 그 안에 있는 강아지가 패트릭의 발길을 이끈 걸까? 패트릭은 가만히 서서 철장 안을 빤히 들여다보았다.
그 순간, 패트릭은 바로 이 녀석이 자신의 친구임을 직감했다. 강아지는 한쪽 귀퉁이에 앉아 몸을 동그랗게 말고 있었다.
‘너, 지금 외롭구나. 나도 그 느낌이 뭔지 알아.’
패트릭에게 친구가 한 명도 없는 건 아니었다. 학교에선 에릭과 가장 친했다. 하지만 에릭은 개학 때까지 못 보니까, 지금 당장 주위에 아무도 없는 건 사실이었다.
강아지는 패트릭을 보더니 몸을 공처럼 더 웅크렸다. 검은 털에 흰 얼룩이 군데군데 나 있었다.
‘얼룩 모양이 꼭 호주 지도같이 생겼네.’
패트릭은 아빠와 함께 세계 지도를 봤던 날이 떠올랐다. 아빠는 난생처음 호주에서 콘서트를 열게 됐다고 호들갑을 떨면서, 어디선가 엄청 큰 지도를 가져와 눈앞에 펼쳐 놓았다.
오즈, 아빠는 호주를 그렇게 불렀다. 호주에서 열리는 첫 콘서트의 제목이 ‘오즈’였기 때문이다.
“안녕, 오즈.”
마법의 열쇠가 있다면그렇게 오즈를 입양하게 된 패트릭. 그런데 오즈는 아직 학대의 상처가 마음에 남아 있어서인지 패트릭네 가족에게도 마음의 문을 열지 않는다. 케이지에서 나오지도 않고 먹지도, 짖지도 않는 오즈. 패트릭이 하루에 이름을 백 번씩 불러 주고, 매일 마주 앉아 밥을 먹어 봐도 소용이 없다. 그런데 어느 날, 패트릭의 방을 방문한 외할아버지가 오즈의 그르렁거리는 소리를 듣고는 깜짝 놀란다. 오즈가 음감이 무척 뛰어나다는 것이다! 마침내 오즈의 마음을 움직일 방법을 찾은 패트릭은 바이올린을 꺼내 든다.
패트릭은 외할아버지네 집에 온 이후로 한 번도 연주하지 않은 바이올린을 꺼냈다. 그사이 케이스 위에 먼지가 뽀얗게 쌓여 있었다. 날마다 연습하라고 잔소리를 하는 아빠가 없는 탓에 바이올린을 가져왔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패트릭이 바이올린을 어깨에 걸치고 현을 조율하자 오즈가 곧바로 반응을 보였다. 마치 바이올린 소리를 따라 하듯이 낮게 그르렁거렸다. 패트릭은 씩 웃었다.
“자, 오즈! 넌 음감이 좋대.”
패트릭은 오즈가 다시 조용해질 때까지 기다렸다가, 베토벤의 〈환희의 송가〉를 연주하기 시작했다. 오즈가 패트릭을 따라서 작게 울부짖었다. 역시! 이어서 영화 〈스타워즈〉의 주제곡을 연주했다. 이것도 마찬가지였다.
“잘하는데! 그럼 이것도 따라 불러 볼래?”
이번에는 아일랜드의 전통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 오즈는 머리를 한쪽으로 치켜들고 가만히 듣다가, 패트릭이 같은 음악을 여러 번 반복해서 연주하자 아까처럼 선율을 따라 그르렁대기 시작했다. 정말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오즈에게 진짜 음악적 재능이 있는 걸까?
어느덧 오즈의 앞발이 케이지 밖으로 나와 있었다. 패트릭은 오즈가 연주곡을 따라 부를 때마다 조금씩 뒷걸음질하면서 케이지에서 점점 멀어졌다. 그러면 오즈도 아주 조금씩 움직여, 이제 몸의 반 이상이 케이지 밖으로 나와 있었다. 드디어 오즈가 패트릭이 깨어 있을 때에도 케이지에서 나오게 된 것이다!
패트릭은 하도 좋아서 입이 귀에 걸렸다.
“우리, 드디어 친구가 될 수 있는 거야?”
오즈는 대답 대신 창가 쪽으로 총총 걸어가더니 신발에다가 오줌을 누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