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조마조마하던 심장이 쿵! 하고 떨어지는 날……왜 다들 겉만 보고 뭐라고 해? 나를 잘 알지도 못하면서! - 해진
나라고 항상 씩씩한 줄 알아? 나한테도 고민이 있다고! - 동권
남자애는 태권도나 검도만 하란 법 있어? 발레가 뭐 어때서! - 선유
착한 배역은 이제 그만! 오늘만큼은 확 삐뚤어지고 싶어. - 나라
마음이 울적할 땐 모퉁이 하얀 카페로 놀러 오세요!
고민을 딛고 성장의 한 고비를 넘는 변화의 순간을 담다누구에게나 말 못 할 고민이 하나쯤은 있다. 사람에 따라서는 말해도 그만 안 해도 그만인 사소한 비밀일 수도, 누군가에게는 하루 밤낮을 꼬박 새워 얘기해도 부족할 만큼 복잡한 문제일 수도 있다. 하지만 얄궂게도 대부분의 ‘말 못 할 고민’들은 아무리 작더라도 마음 한구석에서 점점 커져 이내 온몸을 짓누르는 짐덩이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리고 만다.
이런 말 못 할 걱정의 무게는 아이들에게는 더욱 크다. 친구 관계가 중요하고 주변 시선에 민감해지는 나이, 스스로를 알고 원하는 것을 찾으며 성장하기 시작하는 나이, 그러면서도 아직까지는 부모님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나이. 그 미묘한 시기에 아이들이 겪는 일들은 그야말로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어 혼자 끙끙 앓아야 하는 것투성이다.
《모퉁이 하얀 카페 심쿵 레시피》는 《우리들의 빛나는》, 《파트너 구하기 대작전》등 다양한 작품에서 아이들의 심리를 세심하게 파고들어 온 박현정 작가의 신작으로, 고민에 휩싸인 네 아이가 신비한 모퉁이 하얀 카페를 찾게 되면서 자신의 문제를 직면하고 성장의 한 고비를 넘는 순간을 담아낸 연작 동화이다. 그 나이대의 아이들이 겪을 법한 크고 작은 고민과 갈등이 아주 섬세하게 묘사되어 있다.
상처투성이가 된 날, 마음을 어루만지는 심쿵 레시피 하나이야기 속의 아이들은 하나같이 진짜 속마음을 겉으로 털어놓지 못한다. 제대로 이야기를 들어 주는 사람이 없어서, 부모님을 실망시킬까 봐, 내 잘못을 인정하는 게 어렵고 부끄러워서, 혹은 자기조차 알 수 없는 갈대 같은 마음이 목구멍까지 차오른 말을 머뭇거리게 만든다.
아빠의 사업 실패로 하루아침에 모든 게 달라진 해진이('잘 알지도 못하면서'), 의도치 않은 실수로 학폭위 가해자가 된 동권이('됐고 대마왕의 대굴욕'), 남자다움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아빠와 발레리노의 꿈 사이에서 흔들리는 선유('마음 속 새 한 마리'), 사람들이 원하는 이미지대로 일상을 연기해야 하는 나라('확 삐뚤어지고 싶은 날)', 저마다의 갑갑한 상황 속에서 네 아이들이 꺼내지 못한 말들은 마음속을 헤집어 놓는 커다란 회오리가 되어 온몸과 마음을 상처 입힌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의 놀림을 묵묵히 참아 왔던 해진이가 외마디 비명을 토해 내던 날, 늘 아이들의 중심에 있던 동권이가 원 밖으로 밀려나던 날, 안전하고 따뜻한 부모님의 보호 아래에 있던 선유가 차갑고 어두운 집 밖으로 쫓겨나던 날, 늘 착한 아이를 연기했던 나라가 이제 그 역할을 벗어나고 싶다고 생각하던 날, 아이들의 눈앞에 신비한 모퉁이 하얀 카페로 안내하는 발자국이 나타난다.
모퉁이 하얀 카페에 도착한 아이들은 카페 주인의 신비한 레시피를 통해 과거를 떠올리며 자신의 문제를 마주한다. 그리고 자신에게 없었던 것, 지금 필요한 것을 떠올리며 문제 해결을 위한 용기를 얻게 된다.
이 책은 ‘다 괜찮으니까 솔직하게 마음을 털어놓으라’며 아이들의 용기를 북돋는다. 한마디의 용기만 내면 복잡한 감정이나 마음의 짐이 한결 가벼워질 거라는 응원을 전하고, 자신이 원하는 진짜 모습을 스스로 찾아내도록 돕는다. 이를 통해 한없이 웅크린 것 같은 지금이 고치를 막 나오기 직전이라는 걸, 조금만 더 용기를 내 팔을 뻗으면 더 큰 세상을 날아다닐 나비가 될 수 있다는 걸 아이들에게 일러 주고 있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아빠 사업이 망하면서 해진이는 모든 것이 하루아침에 달라졌다. 가족은 뿔뿔이 흩어지고, 집은 좁고 눅눅한 반지하 방으로 이사했다. 학교에서는 유일한 친구였던 소윤이가 전학을 간 뒤, 말을 걸어 주는 친구가 없다. 아니, 말을 걸기는커녕 속사정도 모르면서 겉만 보고 비난을 쏟아 놓는 아이들뿐이다. 누구 하나 해진이의 속마음이 어떤지 궁금해 하지 않는다. 꾹 내리누를 수 있었던 아이들의 말이 유난히 큰 상처로 느껴지던 날, 해진이는 속에 있던 말들을 이제 그만 내뱉고 싶어진다.
소문은 들불처럼 참 빠르게도 퍼졌다. 불과 두세 시간 만에 5학년 전체에 ‘2반 이해진이 윤나라랑 같이 오디션을 봤다는 거짓말을 하고 다닌다’는 소문이 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오래전에 내가 아역 배우를 했으며, 나라랑 같은 연예 기획사에 다녔다는 거짓말까지 한 걸로 부풀려졌다. 내가 헬리시움에 사는 척하며 연기를 했는데, 알고 보니 윤나라가 거기 살고 있었다는 얘기까지 곁들여졌다.
쉬는 시간에 다른 반 아이들이 나를 일부러 보러 오기도 했다. 그 아이들 중 누구도 나에게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물어보지 않았다. 아이들은 내 말을 들어 보려고 하지도 않은 채 허언증에 관심 종자로 몰아붙였다.
누구든 붙들고 그게 아니라고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점점 속이 답답해졌다. 꿀꺽꿀꺽 삼킨 말들이 딱딱한 돌로 변해 목구멍을 꽉 틀어막았다.
〔……〕
“야, 굼벵이 이해진! 이 나물 좀 먹어 주겠니?”
누군가 개그맨 흉내를 내며 내게 말을 걸었다. 나를 굼벵이라고 부르는 아이는 보나 마나 나동권이다. 전에는 동권이가 그렇게 불러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았다. 어차피 동권이는 다른 아이들에게도 워낙 장난을 잘 치니까. 하지만 오늘은 그 말을 듣는 순간 속이 확 뒤틀렸다. 내가 정말 땅속의 굼벵이가 되어 버린 듯했기 때문이다.
‘나는 굼벵이가 아니야. 너희가 함부로 갖고 놀아도 되는 벌레가 아니라고!’
됐고 대마왕의 대굴욕동권이는 반 대항 야구 시합에서 지고 난 뒤 심기가 불편하다. 모든 게 다 갑작스럽게 불참을 선언한 선유 때문이다. 불만으로 가득 차 한참을 티격태격하던 그때, 그만 야구 방망이를 잘못 휘둘러 선유의 팔을 부러뜨리고 만다. 다음 날, 노발대발한 선유의 아버지가 학교로 찾아와 한바탕 난리가 나고, 친구들은 모든 잘못을 동권이 탓으로만 돌리며 모른 척하기에 급급하다. 꼼짝없이 학교 폭력 위원회의 가해자가 된 동권이, 두려움과 배신감으로 가슴이 터질 것만 같다.
선생님이 다그쳐 물었다.
“그러니까 야구 방망이를 가지고 있었던 게 누구야? 선유 팔을 다치게 한 사람 말이야.”
재서와 만호의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그리고 입을 모아 대답했다.
“동권이요!”
귓불에서부터 서서히 뜨거운 기운이 올라오기 시작했다. 마치 난로 위에 올라앉은 것처럼 온몸이 홧홧해졌다.
“때린 거 아니에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니라고요!”
나는 다급하게 외쳤다.
“그럼 바지를 벗겨 보자고 한 건 누구야?”
선생님이 또 물었다. 만호가 내 눈치를 보며 웅얼거렸다.
“도, 동권이가요……. 선유더러 아무래도 여자가 되려다 만 것 같다고 하면서…….”
나는 잠시 멍해졌다. 할 말이 너무나 많은데……. 가슴에 무거운 돌덩이를 얹어 놓은 것처럼 답답하기만 할 뿐, 무슨 말부터 꺼내야 할지 전혀 생각나지 않았다.
‘바지를 벗기려고 한 건 내가 아니었어. 여자가 되려다 만 놈이라고 농담한 건 맞지만. 너희도 웃으면서 맞장구쳤잖아. 야구 방망이에 선유가 맞은 것도 순전히 실수였고. 너희는……, 너희는 다 봤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