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아직 덜 여물었지만 반짝반짝 빛나는 초록토마토세상에 있는 대부분의 아이들은 늘 신선하고 생기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합니다.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에게서 미래를 보고, 또 희망을 읽습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들이 그런 것은 아니지요. 그 중에는 마냥 축 처져 있는 아이들도 더러 있습니다. 이 다음에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 무엇이 하고 싶은지, 자기가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내지 못한 아이들이 바로 그런 아이들이지요.
꿈도 없이, 미래에 대한 기대감도 없이 하루하루를 지내는 아이들.
자기를 사랑할 줄 모르는 아이들.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 미처 깨닫지 못하고 있는 아이들.
어른들은 그런 아이들을 보며, 혀를 끌끌 차거나 이 세상에 존재할 가치가 없는 아이들이라거나, 불쌍한 아이들로 치부해 버립니다. 하지만 조금만 더 자세히 들여다 보면 그 아이들은 목표를 찾는 과정에 있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런 과도기를 겪으며 확실한 목표가 정해지면 축 쳐져 있던 아이들도 어느새 반짝반짝 빛나며 그것을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또 노력합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나'모든 어린이들은 누구나 한 가지씩은 잘하는 게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발견하지 못해 '나는 별 쓸모 없는 아이다.'라고 생각하는 친구들이 많습니다. 그런 친구들을 위한 책이 바로 '초록토마토'입니다.
이 책의 제목인 '초록토마토'는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과일처럼 생겼지만 과일 대접은 못 받는, 지금 당장 먹을 수도 없는 초록토마토. 어른도 아니면서 어린아이도 아닌 십대, 사춘기에 접어들었지만 어른이 되기에는 아직 먼 풋풋한 십대 소년 소녀들- 바로 그 소년 소녀들을 나타내는 말입니다.
어찌 보면 어른이 된다는 것은 '나'를 찾아가는 긴 여행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긴 여행 동안 기쁜 일, 슬픈 일, 좋은 일, 나쁜 일 등 갖가지 일들이 일어나겠지요. 그러는 사이 초록토마토들은 빨갛게 익어 크고 멋진 토마토가 될 겁니다.
그 날을 만들기 위해 내 주위의 것들을 사랑하며 멋지게 생활해 나가세요!

밥을 먹자마자 나는 옥상으로 올라갔다.
"소리야, 어디 가는 거야? 숙제는 다 한 거니?"
엄마의 목소리가 소프라노처럼 올라갔다.
"쟤는 왜 저런지 몰라. 하라는 공부는 안 하고, 멍하니 딴 생각만 하고."
"쉿, 조용히 해요. 애가 듣겠어요."
"아니, 뭐 들으면 대수예요. 들으라고 하는 소린데. 내가 낳았지만 정말 속을 알 수 없어. 고집은 또 왜 저렇게 센지. 다니라는 학원도 안 다니고."
엄마의 잔소리가 계속 내 등 뒤를 따라온다.
"내일은 놀 생각하지 말고 밀린 학습지나 다 풀어놔!"
정말 엄마가 나를 낳기는 한 걸까? 엄마도 의심스럽다고 말씀하시지만 사실 나도 의심이 간다. 난 아무리 봐도 엄마랑 닮은 게 하나도 없다.
옥상에 올라오자 비로소 숨통이 트이는 것 같다.
"치, 공부 못하는 게 뭐 죈가?"
근데 가만히 생각해 보면 난 공부만 못하는 게 아니다. 마리 언니처럼 말도 조리 있게 하지 못하고, 주리처럼 옷도 세련되게 입지도 못한다. 엉뚱한 말만 하고, 공상에 빠져 허우적대기나 하고-이건 마리 언니가 나에게 한 말이다. 둘째 언니는 정말 돌연변이인가 봐-이건 주리가 한 말이다. 우리랑 똑같은 옷을 입어도 어쩜 저렇게 촌스럽냐-이건 마리 언니와 주리가 속닥거리는 말을 내가 어쩌다 들은 것이다.
"딸딸이네 청국장 집 손녀들은 어쩜 그렇게 인물이 좋은지."
"옛날부터 그래서 딸부자 집 딸들은 보지도 않고 데려간다는 말도 있잖아."
시장 사람들이 그런 말을 할 때 제일 듣기 싫다. 그 말이 나에게는 해당되지 않기 때문이다. 난 잘하는 거 하나도 없는,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가운데 낀 그럭저럭 둘째 딸이다.
"미안하지만 이왕 꺼내준 김에 말이야, 오늘 배울 곳까지 펴 주면 더 고마울 것 같은데."
그때 환희 옆자리에 앉은 건이가 나를 흘깃 쳐다보았다. 펴 주지 마, 펴 주지마. 꼭 그러는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오늘 배울 진도에 맞춰 수학책과 수학 익힘책을 환희 책상에 펼쳐놓았다.
우리 담임 선생님은 미리미리 수업할 준비를 하는 것을 학생이 갖춰야할 예의라고 늘 말씀하신다. 책을 펴주고 나서 자리에 돌아오면서, 나는 흘깃 환희네 아이들-짱클럽 아이들을 바라보았다. 무엇이 그렇게도 재미있는지 깔깔대고 웃고 있었다. 늘 환희를 에워싸고 다니는 아이들, 그 아이들은 꼭 왕비나 공주를 쫓아다니는 시녀 같다. 이름하여 짱조아 클럽-장환희를 좋아하는 아이들의 모임이란 뜻이다. 반 아이들 중에서 그 클럽에 끼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꽤 많다. 하지만 짱조아 클럽에 들고나는 것은 모두 환희 마음대로이다. 환희가 '너 우리
클럽에 들어올래?'하면 아이들은 기다렸다는 듯 들어간다. 환희가 '너, 정말 재수 없어.'하면 그 날로 짱조아 클럽에서 퇴출당하는 것이다.
그 아이들이 손바닥을 치며 프라이팬 놀이를 하고 있었다.
'자기는 놀면서 나보고 책을 펴 달라고?'
난 조금, 아주 조금 화가 났다. 그런데 바로 그때 환희랑 눈이 딱! 마주쳤다. 그런데 환희가 나에게 살짝 윙크를 했다. 마치 '넌 내 친구야, 그러니까 그 정도는 뭐~'하는 표정이었다. 그 순간 내 맘이 말랑말랑 부드러워졌다. 환희가 어떤 일을 시켜도 다 할 것 같은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꼭 최면에 걸린 것 같았다. 내 맘이 내 뜻대로 안 되는 상태. 그렇게 몽롱한 상태로 있는 동안 수업 시작종이 울렸다.
"박소리, 오늘도 공부할 준비가 안 됐네. 책도 안 꺼내 놓고 말이야."
아참! 그러고 보니 내 책을 안 꺼낸 것이다. 나는 또 선생님께 꾸중을 들었다. 그래도 기분은 좋았다. 환희가 나를 인정해 줬으니까. 환희가 날 보고 방긋 웃어줬으니까. 수학 시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 구름에 올라 둥둥 떠가는 느낌이라고나 할까.
"생일선물로 한 달 동안 내 책 좀 꺼내줄래?"
수학 시간이 끝나자, 환희가 내게 말했다. 생일선물? 속으로 나는 이렇게 말하며 눈을 동그랗게 뜨자, 환희가 또 윙크를 하며 웃었다.
"너 나한테 아직까지 생일선물 안 줬잖아. 네가 책 꺼내주니까 공부가 더 잘 되더라."
나는, 나도 모르는 새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환희가 만족스런 미소를 띠며 짱조아 클럽 아이들에게 둘러싸여 교실을 나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