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김영미 시인의 첫 동시집. <재개발 아파트>의 아이들은 세상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안다. 시에서 보이는 현실도 매정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작품 그 어디를 찾아봐도 '희망'을 포기하는 아이는 보이지 않는다. 어려움을 꿋꿋하게 이겨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지은이의 따스한 시선으로 빚어지고 있다.
「바다 이야기」라는 작품에서는 "엄마가 일 나가고 혼자 지키는 지하방"이지만 파란 방충망 사이로 놀러 온 햇살이 작은 물고기가 되어 바다 이야기를 자신에게 들려준다고 생각한다. 비록 컴컴한 지하방에 살지만, 실망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곳에서 밝은 햇살을 찾아내 함께 노는 친구로 삼은 것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어떤 곳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김영미 시인은 우리에게도 한번 생각해 보라는 눈치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있다.
출판사 리뷰
한 아이가 있다. 이 아이는 난생 처음으로 ×표를 받고 싶어졌다. 흔히 ×표란 시험을 잘 못 봤을 때나 숙제를 안 해왔을 때 받기 때문에, 아마 이 세상에서 ×표를 받고 싶어 하는 아이는 한 명도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 아이는 왜 ×표를 받고 싶어 할까?
날마다/옥수수 이 빠지듯/불 꺼진 창이 늘어 간다//관리실 아저씨는/떠나간 집마다/커다랗게 검은색으로/×표를 그린다//이제 통로엔/우리 집/하나 남았는데//갈 곳을 정하지 못해/날마다 조바심 내는 엄마//처음으로 나는/커다란 ×표를/받고 싶었다.
―「재개발 아파트」 전문
또 다른 한 아이는 욕조에서 동생과 함께 물장난을 하고 싶어 한다. 하지만 “욕조는 하루도 빌 날이 없”다. 보통 아이라면 입을 삐쭉거리며 떼를 쓸 만한데 이 아이는 “그렇지만 쬐끔도 불평 못 한다”며 체념하고 있다. 욕조에는 뭐가 있길래 그럴까?
하나밖에 없는/우리 집 욕조//날마다/아빠 청바지를/목욕 시키느라 바쁘다//건축 일로 시멘트 잔뜩 묻어/거북이 등가죽 같은 옷/하루는 푹 담가야 때가 빠지네(……)
―「아빠의 청바지」 일부
김영미 시인의 첫 동시집 『재개발 아파트』에 등장하는 아이들은 세상이 그리 녹록치 않다는 것을 안다. 시에서 보이는 현실도 매정하기 그지 없다. 하지만 작품 그 어디를 찾아봐도 ‘희망’을 포기하는 아이는 보이지 않는다. 어려움을 꿋꿋하게 이겨 나가는 아이들의 모습은 김영미 시인의 따스한 시선으로 빚어져 『재개발 아파트』 곳곳에 등장한다.
「바다 이야기」라는 작품에서는 “엄마가 일 나가고 혼자 지키는 지하방”이지만 파란 방충망 사이로 놀러 온 햇살이 작은 물고기가 되어 바다 이야기를 자신에게 들려준다고 생각한다. 비록 컴컴한 지하방에 살지만, 실망만 하고 있는 게 아니라 오히려 그곳에서 밝은 햇살을 찾아내 함께 노는 친구로 삼은 것이다.
「지하도의 아이」에서는 지하도 입구에서 “고개를 푹 처박고 손만 내민 아이”의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아이의 손에는 바람이 불 때마다 차디찬 공기만 가득 담길 뿐이다. 하지만 “가려 있던 구름 뚫고 지하 층계에 한 자락 햇살이 비”치자, 아이는 “햇살을 움켜쥘 듯 두 손을 모”은다.
「근로자 대기소」라는 작품에서는 “뽑히지 못한 아버지들이 옹기종기 모여 앉아 하얀 한숨을 날”리면서 뿜어내는 담배 연기를 “몽글몽글 하늘로 날아가는 아이들의 희망”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이 어떤 곳인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는 김영미 시인은 우리에게도 한번 생각해 보라는 눈치이다. 그리고 우리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옳은 것인지,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끊임없이 묻고 있다.
현실을 바라보는 날카로운 인식 위에 따뜻한 희망이 얹어 있는 『재개발 아파트』의 작품 속으로 들어가 어서 그 답을 찾아보자.
재개발 아파트
날마다
옥수수 이 빠지듯
불 꺼진 창이 늘어 간다
관리실 아저씨는
떠나간 집마다
커다랗게 검은색으로
×표를 그린다
이제 통로엔
우리 집
하나 남았는데
갈 곳을 정하지 못해
날마다 조바심 내는 엄마
처음으로 나는
커다란 ×표를
받고 싶었다.
작가 소개
저자 : 김영미
광주대학교에서 문예창작학을 공부한 후 황금펜문학상,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글을 쓰기 시작하였습니다. 어렸을 때부터 책 읽기를 좋아하던 습관이 그대로 남아 지금도 ‘어디 읽을 거리가 없나?’ 하고 자주 두리번거립니다. 그러다 요즘은 우리 옛이야기에 함빡 빠져 즐겨 읽고 있습니다.지은 책으로는 《할머니 사진첩》, 《다른 건 안 먹어》, 《내 똥에 가시가 있나 봐!》, 《신기한 바다 치과》, 《싱글벙글 쫄리 신부님》, 《학습지 쌤통》, 《우리 한과 먹을래요》 등이 있습니다.
목차
제1부 ×표를 받고 싶은 날
재개발 아파트 / 고구마 / 바다 이야기 / 할머니의 밭 / 아빠의 청바지 / 현수네 빈집 / 걸레 파업 / 할아버지와 솟대 / 지하도의 아이 / 타워 크레인 / 소방차 / 다리미 / 근로자 대기소 / 모두 한마음으로
제2부 새가 공중에서 똥 누는 이유
새가 공중에서 똥 누는 이유 / 콩알콩알 / 달팽이 / 비 오는 날 / 섬 / 감꽃 / 초승달 / 재촉쟁이 봄 / 수학 공부 하는 별 / 터널 / 바람은 미용사 / 바위 / 흙바람 / 굴 밭의 부표 / 새벽별과 연꽃
제3부 양파 아줌마
양파 아줌마 / 탐진댐의 감나무 / 가재도 깨워 주고, 뿌리도 적셔 주고 / 갯벌 / 햄버거 / 배추와 배추벌레 / 대나무 / 산이 아파요 / 망초꽃 / 울보 물고기 / 나무 / 호수 / 부분 월식 / 칡 / 갯벌 놀이터
제4부 눈물 대신 오줌만 찔끔찔끔
무지개 / 수양버들 / 지렁이 / 오줌싸개 / 그리움 / 아기별꽃 / 우리 동네 / 동영상으로 찍히는 사진 / 야, 단추 잠궈! / 용서 / 씨앗 / 달력 / 시험 보는 날 / 변덕쟁이 / 콩알 / 매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