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어린이문학에 ‘문학’은 있는가?
동화 창작 방법부터 문학하는 사람의 마음가짐까지
국내 창작동화, 양은 늘었으나 질은?
어린이 출판 시장은 지난 십여 년 간 꾸준히 성장해왔지만, 창작동화 쪽은 그렇지가 못하다. 대형 서점에 나가 보면 어린이책 매대는 기획동화들 중심으로 꾸며져 있다. ‘어린이 CEO’ ‘어린이 리더, 처세, 부자 되는 법’, 아니면 ‘용기, 인내를 키워 주는 책’ 이 태반이다.
실용서가 대세다 보니 어린이책 판도 같이 흔들린다. 게다가 최근 2~3년 사이에 이렇다 할 만한 창작동화를 찾아보기가 힘들다. 왜 이런 일이 벌어졌을까? 동화에 대한 관심이 줄어든 탓일까? 쓰고자 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결코 그렇지 않다. 최근 십여 년 사이 동화에 대한 관심은 점점 더 커지고 있고, 대학 문예창작학과에도 동화 관련한 과목이 많이 개설되었다. 현업 작가들도 계속해서 써나가고 있다. 그럼 읽는 사람들의 관심은 어떠할까? 글로벌시대인 만큼 재미와 작품성을 겸한 외서들은 끊임없이 수입되고, 영상시대에 맞게 볼거리, 놀거리가 너무나 많다. 웬만큼 잘 쓰지 않으면 독자들에게서 쉽게 잊혀진다. 결국 어린이 창작동화는 그 덩치에 비해 질은 충분히 충족시키지 못한 것이다.
『동화는 문학이다』의 저자 박상률은 “동화 창작 지망생이 늘어난 것을 호의적으로만 받아들일 수 없”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들 가운데 많은 이한테서 동화에 대한 고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기 때문이란다. 동화나 써보겠다고 쉽게 덤벼드는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박상률은 “동화는 무엇보다도 문학”이라고 역설한다. 동화 역시 문학의 도구인 언어를 써서 미학적으로 형상화하는 장르인데, 그렇기 때문에 동화에 맞는 자신의 언어를 갈고닦아야 하는데도 아이들을 상대로 하는 작업이라고 얕잡아 보고 허술하게 창작한다는 것이다.
박상률은 1990년에 시와 희곡을 발표하면서 작품활동을 시작했고, 그후 주로 동화와 청소년소설을 쓰면서 어린이 책에 전념하고 있다. 현재 숭의여자대학에서 문예창작 강의를 하고 있으며, 계간 『청소년문학』편집주간으로 있다. 『동화는 문학이다』는 동화 작가이자 대학에서 오랫동안 동화 창작 강의를 해온 필자가 『어린이와문학』『열린어린이』등에 동화와 관련해 최근 몇 년간 발표한 글들을 모은 것이다. 이 글들은 작가 입장에서 오랫동안 시행착오를 겪으며 터득해낸 동화 창작에 대한 방법론을 구체적으로 제시한다. 외국 이론이나 어려운 용어를 하나도 쓰지 않으면서 동화란 무엇보다 ‘문학’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춰 문학과 독자 사이의 관계를 형성해나가는 방법을 쉬우면서도 깊이 있게 파헤쳐 나간다. 동화 창작 지망생이라면 일독해 볼 만한 책이다.
동화 창작의 방법에서 문학하는 사람의 마음가짐까지
제1부 「동화는 문학이다」에서는 동화에 대한 정의와 동화 창작의 주 요소인 화자와 시점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놀이하는 아이와 상상하는 어른 모두가 즐기는 이야기’가 동화이며, 『나르니아』를 쓴 C. S. 루이스가 말했듯이 “열 살 때 가치 있게 읽은 책은 쉰 살이 되었을 때 읽어도 똑같이, 아니 그때보다 더 읽을 가치가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동화는 문학이 갖추어야 할 본질과 품격을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가 밝히는 동화 창작의 몇가지 방법은 다음과 같다. 무엇보다 동심을 자극하는 소재여야 하고, 작품 제목을 잘 지어야 하고, 등장인물의 이름을 함부로 지으면 안 된다. 첫 문장과 마지막 문장이 중요하며, 설명하기보다는 보여주기가 되도록 써야 한다는 것이다. 여기서 ‘동심’은 단지 어린이들의 삶, 어린이들의 마음이 아니다. 명나라의 이지라는 사람이 말했듯이 “동심은 참된 마음이다. 아이는 사람의 처음이요, 동심은 마음의 처음이다.” 즉, 마음의 처음인 참된 마음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면 누구나 읽을 수 있는 작품을 쓰는 게 동화작가가 할 일이라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화는 단지 아이들만 읽는 것이 아니라 어른 아이 할 것 없이 다 함께 읽을 수 있는 작품이어야 한다.
제2부 「왜 동화를 쓰는가」는 월간 『어린이와문학』 등을 통해 창작 지망생들이 보내온 응모원고를 읽고 심사평을 한 글들을 모은 것이다. 구체적 심사평을 통해 왜 동화를 쓰는지, 동화란 어떠해야 하는지, 어떻게 동화를 써야 하는지를 명확하게 전해준다. 작가는 자신이 왜 이 작품을 썼는지 누구보다 먼저 생각해야 하며, 유행에 민감하게 따를 필요는 없으며, 무엇보다 동화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문장력을 끊임없이 갈고닦는 장인정신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제3부 「열린 어린이와 닫힌 어른」은 어린이문학판과 우리 사회, 아이들에 대한 단상을 모은 글들이다. 독서도 운동으로 해야 하고, 영어에만 몰입하는 씁쓸한 우리 사회에 대한 비판과 그 속에서도 희망을 제시하는 아이들의 모습을 어린이문학판과 연결해 날카롭게 서술하고 있다. 어른아이 할 것 없이 한데 어우러져 사는 사회인만큼 어른들 문제는 어른들 문제로 끝나지 않고 곧장 아이들 문제로 이어지고, 아이들 문제 역시 어른들 문제로 이어진다는 것을 필자는 강조한다. 그래서 작가는 삶의 이면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눈에 잘 보이는 아름다운 풍경은 물론, 추한 풍경도 잘 알아보려고 애쓰는 마음이 필요하다.
박상률은 「머리말」에서 “동화가 문학으로서 정체성을 지녀야 일반문학, 특히 소설의 하위장르 개념이 아니라 동화라는 독립된 장르로 설 수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은 동화 창작 지망생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 이 시대에, 독자들의 지적 취향이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는 이 시대에, 창작동화가 주목받지 못하는 어려운 이 시대에 무엇보다 동화가 ‘문학’으로서 우뚝 서길 바라는 기성 동화 작가의 바람이자 독자들과 함께 고민하고 새로운 동화의 길을 열어 가는 작가가 되고자 하는 다짐의 책이다.
작가 소개
저자 : 박상률
1990년 「한길문학」에 시를, 「동양문학」에 희곡을 발표하면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96년엔 불교문학상 희곡 부문을 수상했다. 그밖에도 소설과 동화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통해 인간의 다양한 삶을 그려 내기 위해 애쓰는 한편 교사와 학생, 청년들을 대상으로 활발한 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한국 청소년문학의 시작점이라 불리는 『봄바람』은 성장기를 거친 모든 이들의 마음에 감동을 주는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 잡았다. 시집 『진도아리랑』, 소설 『나는 아름답다』『밥이 끓는 시간』『개님전』, 희곡집『풍경 소리』 등을 썼다.
목차
제1부 동화는 문학이다
동화는 문학이다
놀이하는 아이와 상상하는 어른의 이야기
화자와 시점
어린이문학에 문학은 있는가
제2부 왜 동화를 쓰는가
왜 동화를 쓰는가
아이는 사람의 처음이요,동심은 마음의 처음이다
동화쓰기의 어려움
동화는 이야기다
동심이 들어 있거나
동심을 자극하는 이야기
아이들을 알고 문학의 품격도 갖춘 동화 쓰기
제3부 열린 어린이와 닫힌 어른
열린 어린이와 닫힌 어른
애써 외면하지 말아야 할 것들
우리 시대 어린이문학 동네의 초상
독서도 '운동'으로 해야 하는 시대
아이들은 '통'하고 싶다
삶의 이면을 들여다볼 줄 아는 작가
소녀는 있는데 청소녀는 없다
제대로 앓는 성장통을 위해
이 어지러운 세상에 어린이문학은?
학교가 사라진다
아이와 함께 잘 곳이 없는 나라
영어 때문에 혓바닥 자르지 마시라
빛나던 태양조차도 아픔의 불덩어리로 느껴지던 시절
나는 왜 청소년문학을 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