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높다란 박물관 건물 꼭대기,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 놓인 가고일들은 밤이 되면 슬그머니 깨어납니다. 발끝을 세워 난간을 살금살금 지나 건물 외벽을 겅중겅중 뛰어내리면 인기척 하나 없던 박물관에는 삐걱삐걱, 덜거덕 삐그덕 덜거덕 삐그덕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리고 오롯이 가고일의 것이 밤의 세계, 어느 누구도 미처 상상하지 못한 익살맞고도 신비로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달빛을 등진 채 밤을 활보하는 가고일들은 무슨 일을 벌이는 걸까요? 무한한 상상력으로 여섯 차례 칼데콧 상을 수상한 그림책의 대가 데이비드 위즈너가 그리고,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작품 활동을 하며 1995년 칼데콧 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브 번팅이 쓴 작품으로,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우수 그림책’, ‘미국학교도서관저널 올해 최고의 책’ 등에 선정되었습니다.
한밤중, 가고일이 깨어나는 비밀스러운 시간높다란 박물관 건물 꼭대기,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아래 석상들이 놓여 있습니다. 멍하니 텅 빈 하늘을 쳐다보는 석상들의 생김새는 기괴하기 그지없습니다. 여러 짐승을 섞어 놓은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인간과 새 혹은 박쥐가 합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독특하다 못해 무섭기까지 한 이 석상을 ‘가고일’ 또는 ‘이무깃돌’이라고 부릅니다.
뉘엿뉘엿 땅거미가 질 무렵이 되면, 눈길 닿지 않는 구석진 곳에서부터 어둠이 낮게 깔리기 시작합니다. 사람들은 집으로 돌아가고, 새들도 둥지를 찾아 날갯짓하지요. 그러면 이제부터 그들의 시간입니다. 한낮의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도, 쉴 새 없이 똑딱거리는 시끄러운 시계 옆에서도 하릴없이 자리를 지킨 가고일들 말이지요. 짙은 어둠을 틈타, 어둠을 닮은 가고일들은 달빛을 등진 채 슬그머니 깨어납니다. 발끝을 세워 난간을 살금살금 지나 건물 외벽을 겅중겅중 뛰어내리면 인기척 하나 없던 박물관에는 삐걱삐걱, 덜거덕 삐그덕 덜거덕 삐그덕 소리가 울려 퍼집니다. 그리고 오롯이 가고일의 것이 된 밤의 세계, 어느 누구도 미처 상상하지 못한 익살맞고도 신비로운 이야기가 펼쳐집니다.
만약 조각상이 깨어나 움직인다면?
데이비드 위즈너와 이브 번팅, 가고일에 새 생명을 불어넣다무한한 상상력으로 여섯 차례 칼데콧 상을 수상한 그림책의 대가 데이비드 위즈너가 그리고, 전 연령층을 아우르는 작품 활동을 하며 1995년 칼데콧 상을 수상하기도 한 이브 번팅이 쓴 『가고일의 밤』은 ‘뉴욕타임스가 선정한 올해의 우수 그림책’, ‘미국학교도서관저널 올해 최고의 책’ 등에 선정된 작품입니다.
‘만약 조각상이 깨어나 움직인다면?’ 누구나 생각해 볼 수 있을 법한 질문에서 출발한 엉뚱한 상상력은 최고의 글과 그림이 만나, 검은색과 회백색이 매혹적으로 어우러진 흑백 그림책 『가고일의 밤』으로 탄생시켰습니다. 작품 속 가고일은 사뭇 낯설게 느껴질지도 모릅니다. 가고일은 본디 서양 건축물의 한 요소로, 지붕 혹은 처마에 놓여 물받이이자 배출구 기능을 하는 석상입니다. 지붕에 모아진 빗물이 가고일의 부리를 통해 빠져나가도록 했던 것이지요. 웅장하고 격조 높은 건물에 놓인 기괴한 석상은 여러 세대를 거쳐 오는 동안 끊임없이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상상력과 영감을 불러일으키게 했습니다. 판타지 소설, 게임, 애니메이션 등에 가고일이 괴수로 자주 등장하는 것도 그 때문인지 모릅니다.
군더더기 없이 간결하면서도 역동적인 이브 번팅의 글은 가고일에 생명을 불어넣었습니다. 단순한 석상을 밤이 되면 살아 움직이는 신비로운 존재로 거듭나게 한 것입니다. 여기에 더해진 기괴한 형상은 어둠에 휩싸인 가고일을 소름끼치도록 무섭게 보이게 했습니다. 데이비드 위즈너는 석상의 특징을 가장 잘 살릴 수 있는 목탄을 사용해 가고일을 더없이 정교하고 생생하게 그려 내어 으스스한 가고일의 모습에서 눈을 뗄 수 없게 합니다.
그러나 낯설고 무서운 생김새와는 달리, 가고일의 행동에서는 익살과 해학이 흘러넘칩니다. 위협적인 존재라기보다 오히려 장난기 많고 호기심 가득한 어린아이 같습니다. 자신들이 지키던 박물관 건물 안에 무엇이 있나 구경하기도 하고, 저희끼리 뒤엉켜 놀기도 합니다. 또 약속이나 한 듯이 모여 앉아 물장난하며 투덜투덜, 툴툴거리기까지 하지요. 가고일들이 늘어놓는 신세 한탄을 듣고 있노라면, 마치 투정부리는 친구처럼 친숙하게 느껴집니다. 그럴 때 가고일은 그로테스크하고 으스스한 생김새마저도 귀여워 보입니다. 때로는 겁에 질린 경비 아저씨를 놀려 먹는 짓궂은 장난을 쳐서 긴장을 놓을 수 없게 만들기도 하지만 말이지요.
어스름한 새벽빛이 밝아 오고, 동이 트려고 합니다. 아쉽지만 이제 가고일들이 제자리로 돌아갈 때가 된 것입니다. 다시 뜨거운 햇볕 아래에서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아야겠지만, 그럭저럭 버틸 만합니다. 밤은 다시 올 테니까요.
세계 문화와 가까워지는 작품 깊이 읽기낮에는 석상에 불과하지만, 밤에는 괴물로 돌변하는 신비한 존재로 표현되는 가고일은 밀라노 대성당, 랭스 대성당, 사크레쾨르 대성당, 세인트 메리 교회, 모들린 대학, 프라이부르크 대성당 등 고딕 양식의 건축물에서 어김없이 만날 수 있습니다. 물받이로써만이 아니라 교회에서 가고일은 악으로부터 지키고, 악을 씻어 내는 역할 또한 했습니다.
이렇듯 기괴한 형상의 괴물을 건축물에 장식하여 외부의 악귀로부터 신성한 곳을 지키는 풍습은 동서를 막론하고 아주 오래전부터 존재했습니다. 고대 그리스 건축에는 코니스에 사자 머리 형상을 한 배수구를 설치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예로부터 궁궐의 전각이나 문묘, 성루 등 격조 높은 건물의 추녀마루에 삼장법사, 손오공, 저팔계 모습을 한 장식기와를 얹었습니다. 이것을 ‘잡상’ 또는 ‘어처구니’라고 부르지요. 잡상은 건물을 위엄 있게 장식하는 역할도 하지만, 건물의 안전과 주인의 부귀영화를 비는 의미에서 두기도 했습니다. 또 우리 전통 사찰에 자리 잡은 사천왕상도 이와 유사합니다. 수미산 중턱에서 살며 동서남북의 사방에서 부처의 법을 지키는 수호신인 사천왕상은 사찰을 들어갈 때 일주문 다음으로 지나는 두 번째 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주로 험악하게 표현된 사천왕상은 악귀를 고 불법을 지키는 역할을 합니다.
시간과 공간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발한 상상력으로 새로운 가고일의 모습을 표현해낸 『가고일의 밤』을 통해 상상력과 창의력의 중요성을 새롭게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문화 교류가 활발한 오늘날, 서양 문화를 좀 더 가깝게 느끼고 세계 문화를 알아보며, 우리 문화와의 유사성과 차이점을 비교해 봄으로써 서로 다른 문화를 수용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가고일들은
높다란 구석 자리에 옹그리고 앉아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멍하니 텅 빈 하늘만 쳐다봐요.
밤이 올 때까지.
가고일들은 자기 자리가 어디인지
무엇이 보이는지 이야기했어요.
태양이 하늘 높이 뜨는 대낮에는
모퉁이 자리가 뜨겁다고,
시계 옆자리는 더 뜨겁다고,
시끄럽기까지 하다고 투덜투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