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척척박사 천하무적 디지털 보이 승모,
냉동 인간 왕할아버지를 만나다!
2055년, 냉동 인간 왕할아버지가 깨어났다!2030년 과학 혁명이 일어난 후, 로보 사피엔스(신체 일부를 기계와 바꿔 로봇과 결합한 사람을 가리킴)가 등장하는 시대를 거쳐 2055년이 되었다. 눈부시게 발전한 2055년 과학 도시, 그곳에 영하 196도의 냉동관에서 56년의 시간을 건너온 ‘냉동 인간’ 왕할아버지가 깨어났다. 20세기에서 살았던 왕할아버지가 낯선 과학 도시에 잘 적응할 수 있을까?
냉동 인간과 디지털 보이의 ‘향기롭지’ 못한 첫 만남0과 1의 디지털이면 무엇이든 가능하다고 믿는 ‘디지털 보이’ 증손자 승모는 아빠의 특명으로 왕할아버지의 적응 교육을 맡게 된다. 그런데 왕할아버지와의 만남은 시작부터 순조롭지 않다. 최신식 캡슐 식당에서 기분 좋게 식사를 마친 후, 화장실에 들른 왕할아버지가 그만 자동 변기를 끈 채로 볼일을 본 것이다! 구린내가 위생 농도를 초과한 탓에 비상벨이 사정없이 울렸고, 식당 주인은 안전 로봇을 두 대나 앞세워 헐레벌떡 달려온다. 이건 최첨단 과학 도시에서 일어나서는 안 될 대망신이다. 왕할아버지와 승모, 둘의 첫 만남은 그리 ‘향기롭지’ 못했다.
로봇 시대에 온 걸 환영합니다과학 도시의 일상은 왕할아버지가 상상하던 것 이상이다. 개인 심부름 로봇은 기본이고 인간형 로봇 ‘휴보’, 주인과 똑같이 생긴 아바타에 하늘을 나는 스카이카까지. 식품 스캐너는 버튼만 누르면 음식을 쏟아 내고, 자동 수면기는 정확한 수면 시간과 꿀잠을 보장한다. 자동 변기는 앉아 있기만 하면 대장 마사지를 통해 쾌변을 도와주고 혈압 상승에 냄새까지 막아 준다. 그뿐만 아니다. 인간은 자유롭게 달 기지를 드나들며 에너지 자원을 채취하고 화성 개척 및 이주까지 준비 중이다.
반면 이런 화려함 뒤에 가려진 어두운 이면도 존재한다. 초기 로봇화 과정에서 일어난 나노 로봇의 부작용으로 많은 사람들이 희생된 뒤, 과학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자연 지대나 쓰레기 지대로 밀려나 살게 된 것이다. 과학을 신뢰하는 과학 도시 시민들과 과학화를 반대하는 자연 지대 사람들 그리고 과학 도시에서 밀려나 형성된 쓰레기 지대의 빈민들. 이 세 부류의 계층은 서로의 가치관에 따라 보이지 않는 벽을 쌓은 채 살아가고 있었다.
완벽한 과학 도시에 딱 한 가지 부족한 것, ‘정(情)’“전부터 말씀드리려고 했는데요, 원치 않는 피부 접촉을 하는 건 실례예요.”
입이 떡 벌어질 만큼 화려하고 부족할 것 하나 없어 보이는 완벽한 과학 도시. 그런데 이곳에도 딱 한 가지 부족한 것이 있다. 바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정(情)’이다. 2055년 과학 도시는 왕할아버지가 눈을 감았던 1999년에 비해 철저히 개인화되었다. 사랑하는 손자를 마음대로 품에 안을 수 없고, 서로의 안부는 ‘패밀리 코드’에 메시지를 남기는 것으로 대신한다. 같이 잠을 자는 것도 함께 앉아 식사를 하는 것도 달가워하지 않는다. 승모에게는 너무도 당연한 것들이 20세기의 사고방식을 가진 왕할아버지에게는 조금 삭막하게 느껴진다.
왕할아버지는 섭섭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순전히 자기 마음대로 과학 도시에 적응해 간다. 두통에 시달리는 엄마의 눈을 피해 두 다리를 엇갈려가며 문어처럼 흐느적흐느적 개다리 춤을 추고, 알쏭달쏭한 구식 노래를 흥얼거린다. 저 푸른 초원 위에, 쿵자라작작 삐약삐약!
“가까이 가지 마세요. 병이라도 있으면 어쩌려고요.”
“내가 보기엔 계곡물처럼 건강해 보이는데?”
그러던 중 왕할아버지와 승모는 우연한 기회로 과학 도시 외곽에 위치한 자연 지대에 들르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자연족 사람들을 만난다. 시원한 계곡물과 건강하게 헤엄치는 물고기, 은은한 향기의 들꽃이 만발한 푸른 자연 지대에 발을 딛자, 왕할아버지는 비로소 숨통이 탁 트이는 것만 같다. 그에 반해 승모는 자연 지대에 있는 내내 우주 세균이 옮을지도 모른다며 불안해한다. 그날 밤, 왕할아버지와 승모는 자연 지대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내가 보기엔 승모나 과학 도시 사람들은 도넛을 닮은 거 같구나.
맛있지만 대신 가운데가 텅 비어 있어.”
과학의 편리함과 화려함을 자랑하고 싶은 승모의 바람이 커져 갈수록, 왕할아버지는 어쩐지 20세기의 따뜻한 정과 푸른 자연이 그리워진다. 얼마 후, 또다시 자연 지대를 찾은 왕할아버지와 승모. 그곳에서 잊지 못할 위험천만한 사건이 일어나는데……. 그 사건 이후 왕할아버지와 승모는 서로의 입장을 이해하게 된다. 마침내 과학 도시의 정식 시민이 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선 왕할아버지. 과학 도시와 자연 지대, 왕할아버지와 가족들의 선택은 어떻게 될까?
“그럼 왕할아버지가 꿈꾸던 미래는 어떤 곳인데요?”
“자연과 과학과 인간이 함께 어우러져 살아가는 곳.”
《꿈꾸는 수렵도》 《거꾸로 쌤》의 저자 권타오 작가의 새 작품이자, 고학년을 위한 SF 동화이다. 기존 미래의 이야기를 다룬 작품들과 달리 미래 사회를 비관적이고 어둡게만 그리지 않았다. 충분히 있을 법한 일들을 구체적으로 상상하여 풀어냈고, 그 속에 ‘미래의 가족 이야기’를 넣어 현재를 살아가는 어린이들에게도 ‘가족이란 무엇일까?’ 생각할 거리를 마련해 준다. 동시에 생명의 존엄성 문제, 인간의 정체성 문제까지 생각해 보게끔 한다. 또한 과학 발전이 옳고 자연주의는 그르다, 혹은 그 반대이다, 라는 이분법적 사고를 지양하고 있다. 작품은 다양한 이야기들을 보여 주며 독자 스스로 판단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 둔다.
또한 ‘내가 왕할아버지라면 어땠을까?’ 어린이들 자신이 바로 2055년에 깨어난 냉동인간 왕할아버지라고 생각하면 동화는 더욱 흥미롭게 다가올 것이다. 미래 여행을 하는 것처럼 실감 날 것이며, 이 속에 스며든 문제의식까지 어렵지 않게 잡아 낼 것이다.
미래 과학 도시의 주인이 될 ‘디지털 보이’들에게머지않아 우리의 미래는 상상 이상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화려한 로봇 세계가 실현될 것이고, 어쩌면 《디지털 보이》 속 과학 도시보다 더 발전된 현실이 펼쳐질 것이다. 삶은 지금보다 훨씬 편리해질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면 그런 세상에서 우리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할까? 무엇이 우리가 원하는 ‘행복한 미래’일지 한번쯤 고민해 봐야할 것이다. 2055년 과학 도시는 머나먼 이야기가 아닌 곧 다가올 우리의 미래이기 때문이다. 그 미래를 맞이하기 전, 과학 도시의 주인이 될 우리 어린이들이 《디지털 보이》를 통해 곰곰이 생각해 보길 바란다.

“냉동 인간으로 있을 때 기분이 어땠어요?”
나는 그게 궁금했다. 사람의 몸을 얼음과자처럼 꽁꽁 얼려버리면 어떻게 되는 걸까? 춥지는 않을까? 냉동 인간도 꿈을 꿀까? 감정은 있을까? 새로 생긴 냉동 인간 보험 회사에서는 침대에서 자는 것처럼 편안하다고 하지만, 그걸 가장 잘 알 사람은 왕할아버지였다.
왕할아버지는 도넛 구멍을 들여다보며 말꼬리를 이었다.
“내가 보기엔 승모나 과학 도시 사람들은 도넛을 닮은 거 같구나. 맛있지만 대신 가운데가 텅 비어 있어.”
왕할아버지의 말이 귓속으로 계속 흘러들었다.
“그래서 말인데 너부터 그 빈 곳을 채워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