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늘 혼자인 아이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주는 동시집『문학과어린이』에 동시가 당선되면서 문단에 나온 송명숙 동시인의 첫 동시집 『버스 탄 꽃게』가 청개구리 출판사에서 출간되었다. 송명숙 동시인은 이미 두 권의 일반 시집을 낸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동화작가이기도 하다. 다양한 문학 장르 안에서 활발하게 활동한 시인답게, 『버스 탄 꽃게』는 시 ? 소설 ? 동화 장르와 동시를 접목한 독특한 작품세계를 보여준다. 시와 소설 장르에서 어른 화자(서술자)만이 느낄 수 있는 깊은 사유가 동시라는 장르를 만나 아이들까지 포용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를 노래하거나, 동화 장르와 동시 장르가 만나 서사적 재미에 시적 감동까지 불러일으키는 것이 그러하다. 각각의 장르에 대한 정확한 이해 없이는 힘든 작업일 텐데, 송명숙 시인은 이러한 작품들을 동시집 한 권으로 너끈히 담아냈다.
이 동시집에서 시인이 주로 주목한 것은, 늘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외로운 도시 아이들이다. 그들은 그다지 눈에 띄지도 않는 평범한 외모와 성적을 가진, 우리 주위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아이들이다. 부모님이 경제적으로 여유가 있는 편이 아니어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주지도 못한다.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보내는 시적 화자들이 등장하는 것이다.
거울 앞에 상 놓고/너와 내가/밥을 먹는다//
―꼭꼭 씹어먹어/내가 숟가락에 김치를 얹어 준다//
―이거 먹어/너도 숟가락에 김치를 얹어 준다//
―너도 먹어/서로 숟가락에 김치를 얹어 준다//
―만날 김치만 먹기 싫어/―나도 먹기 싫어/―다음에는 좋아하는 반찬 해 줄게//
거울 놀이 하면서 둘이서
밥 다 먹었다.
―「거울 놀이」 전문
「거울 놀이」에는 앞서 말한 전형적인 도시 아이가 등장한다. 아마도 수없이 많은 저녁 시간을 아이는 외롭게 홀로 보내왔을 것이다. 혼자 집에 있기 싫다고, 밥 혼자 먹기 싫다고 엄마에게 떼도 써 보았지만, 자신을 바라보는 엄마의 미안하고 슬픈 표정은 그러한 마음을 체념하도록 만들었을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이에게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혼자 식사하기 전에 상 앞에 거울을 가져다 놓는 것이다. 거울에 비친 또 다른 ‘나’와 눈도 마주치고 함께 김치도 숟가락에 올려주면서 아이는 쓸쓸함을 달랜다. “만날 김치만 먹기 싫”다고 투정부리는 화자에게 “나도 먹기 싫어” 하며 거울 속 아이는 동조해준다. 자신의 마음을 알아주는 상대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화자는 속상한 마음이 쉽게 누그러진다. 그래서 “다음에는 좋아하는 반찬 해 줄게” 하고 도리어 거울 속 아이를 위로하고 달래주기까지 하는 것이다.
사람은 자신이 직접 경험해 보지 못한 감정을 이해하기 힘들다. 즉 외로운 감정을 겪어 보지 못한 사람은 다른 이의 외로움을 이해할 수 없다. 하지만 한 번이라도 그러한 감정을 겪어 보고, 그것 때문에 힘들어 했던 사람은 다른 이가 자신과 비슷한 상황에 처한 것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 못한다. 이 동시집에 나온 아이들도 마찬가지다. 그들은 다른 이의 마음에 쉽게 동조하고 도움을 주려 애쓴다.
엄마가 들고 있는/검정 비닐 봉투 속에서/부글부글 거품 흘리는/꽃게 한 마리//
버스 처음 타서/멀미하니?//
나도/속이 울렁거리고/입 안에 침이 고일 때/누군가 말 걸면/멀미 안 하는데//
손으로 톡 건드리며/말 걸었더니/집게발로 내 손/꼭 꼬집으며/거품 부글부글.
―「버스 탄 꽃게」 전문
표제작이기도 한 「버스 탄 꽃게」는 꽃게를 향한 어린 화자의 감정 이입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화자는 엄마와 함께 꽃게를 사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버스를 탔다. 그런데 엄마가 들고 있는 검정 비닐 봉투를 들여다보니, 꽃게가 부글부글 거품을 흘리고 있는 게 아닌가? 아이는 혹시나 꽃게가 버스에 처음 타서 멀미를 하는 건 아닌지 걱정스러워졌다. 아이도 버스를 타면 멀미를 하기 때문이다. 혼자 버스에 타서 속이 울렁거리고 입 안에 침이 부글부글 고였을 때를 회상해 보니, 꽃게가 너무 안쓰럽다. 그때 멀미가 났을 때 누군가 말을 걸면 한결 나아졌던 게 생각났다. 아이는 꽃게를 돕기 위해 손으로 톡 건드리며 말을 걸었다. 그러자 꽃게가 기다렸다는 듯이 집게발로 아이의 손을 꼭 꼬집는다. 이때의 꼬집는다는 표현은 너무 반가워 꼭 붙잡았다는 표현과 다름 아니다.
『버스 탄 꽃게』의 아이들은 이처럼 자신이 처한 현실을 회피하지 않고 받아들인다. 물론 그 과정이 아직 어린 그들에게 녹록치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이들은 결코 약하기만 한 존재는 아니다. 자신과 다름없이 약한 또 다른 존재들과 함께 하면서, 그리고 그들을 도우면서 아이는 성장한다.
봄에는 파란 모자 속에서/꿈을 담았어/바람이 불어 와/모자를 벗기려고/흔들었어//
여름에는 장맛비가/내 얼굴을 자꾸/때렸어/빗속에서 울었어//
가을이 바람을 타고/내 곁에 왔지/너는 아니?/모자보다 커진 내 모습을//
빗물도 바람도/날 몰라볼 거야/마알간 얼굴로 토실토실/웃고 있는 내 모습.
―「도토리의 꿈」 전문
도토리에게는 꿈이 있다. 하지만 바람과 장맛비는 늘 도토리를 못살게 군다. 도토리는 흔들리기도 하고 울기도 하면서 긴 나날을 보낸다. 하지만 가을이 되자 도토리는 자신이 어느덧 자신을 덮고 있던 모자보다도 더 훌쩍 커졌다는 걸 깨닫는다. 사실 바람과 장맛비는 도토리를 성장시킨 존재들이다. 시인은 “마알갈 얼굴로 토실토실 웃고 있는” 도토리를 만든 존재가 거센 바람과 장맛비라는 것을 독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것이다. 괴롭고 힘든 시간이 지나면, 자신을 덮고 있는 환경보다 더 큰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송명숙 시인은 늘 혼자 외로운 싸움을 해나가는 아이들에게 이야기해준다. 아이들에게 힘이 되는 동시를 들려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