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한 사람의 마음속 파문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작가, 김화진의 두번째 소설집 『텅 빈 마음 가진 채로』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때의 “텅 빈 마음”은 타인에게 자신을 내어주느라 소진되어버린 상태가 아닌, 미래의 또 다른 나를 위해 다시 한번 비움의 상태로 돌아가는 행위를 의미한다. 사랑과 우정을 과신하지 않으면서도 끝끝내 스스로를 저버리지 않는 굳센 마음, 몇 번이고 다시 상처받고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텅 빈 마음 가진 채로” 가뿐하게 발걸음을 내딛는 김화진의 소설 속 인물들에게 마음의 자리를 살피는 일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제47회 오늘의작가상 수상 당시 “나와 타인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욕망, 이를 위해 끝까지 쓰려는 태도야말로 ‘오늘의 작가’에게 필요한 용기이며 태도”라는 찬사와 함께 평단과 독자의 애정 어린 지지를 받은 그는 데뷔 이후 줄곧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감과 곧 깨질 것만 같은 균열을 섬세하게 그려왔다.
김화진의 이전 작품 속 인물들이 마치 짝사랑을 하는 것처럼 혼자 마음을 애끓고 오매불망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번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른 이의 마음을 혼자 추측하고 속단하기보단 그때그때 마주하는 이의 손을 덥석 잡으며 “관계 연습”(p. 93)을 이어나간다. 그 시절의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상황과 순간을 과거의 모습 그대로 두어도 괜찮다는 김화진식 위로는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매일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우리에게 용기가 되어준다.
출판사 리뷰
“기쁨과 슬픔을 나누기. 시간을 잘 분배하여 관계를 맺기.
그리고 그런 자신을 좋아하기”
매일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동안에도
내 앞에 있는 이에게 손을 내미는 유정한 마음으로
소설가 김화진의 두번째 소설집 『텅 빈 마음 가진 채로』
용기가 없어 미처 이름 붙이지 않고 흘려보낸 순간들에게,
자기 자신이 되기를 늘상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거짓말을 잘하지 못해 지키지 못한 비밀들에게,
〔······〕
그러니까 한시도 그런 마음과 멀리 떨어져본 적 없는 우리 모두에게
김화진은 연약하고 무른 마음의 한때를 다정히 매만져준다.
─편혜영(소설가)
한 사람의 마음속 파문을 찬찬히 들여다보는 작가, 김화진의 두번째 소설집 『텅 빈 마음 가진 채로』가 문학과지성사에서 출간되었다. 이때의 “텅 빈 마음”은 타인에게 자신을 내어주느라 소진되어버린 상태가 아닌, 미래의 또 다른 나를 위해 다시 한번 비움의 상태로 돌아가는 행위를 의미한다. 사랑과 우정을 과신하지 않으면서도 끝끝내 스스로를 저버리지 않는 굳센 마음, 몇 번이고 다시 상처받고 무너질 것을 알면서도 “텅 빈 마음 가진 채로” 가뿐하게 발걸음을 내딛는 김화진의 소설 속 인물들에게 마음의 자리를 살피는 일은 나를 알아가는 과정이라 할 수 있다. 제47회 오늘의작가상 수상 당시 “나와 타인의 감정을 정확하게 이해하려는 욕망, 이를 위해 끝까지 쓰려는 태도야말로 ‘오늘의 작가’에게 필요한 용기이며 태도”라는 찬사와 함께 평단과 독자의 애정 어린 지지를 받은 그는 데뷔 이후 줄곧 사람과 사람 사이에 흐르는 미묘한 긴장감과 곧 깨질 것만 같은 균열을 섬세하게 그려왔다. 김화진의 이전 작품 속 인물들이 마치 짝사랑을 하는 것처럼 혼자 마음을 애끓고 오매불망 불안해하는 모습을 보였다면, 이번 소설집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다른 이의 마음을 혼자 추측하고 속단하기보단 그때그때 마주하는 이의 손을 덥석 잡으며 “관계 연습”(p. 93)을 이어나간다. 그 시절의 내가 이해하지 못했던 상황과 순간을 과거의 모습 그대로 두어도 괜찮다는 김화진식 위로는 나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매일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가는 우리에게 용기가 되어준다. 가장 내밀한 이야기를 털어놓을 때조차 깊은 우울감에 빠지기보단 사는 것의 기쁨과 유머를 잃지 않는 그의 소설을 읽고 나면 오랫동안 연락을 않고 지내던 이에게 말을 붙이거나 잘 모르는 이를 붙잡고 시시콜콜한 긴 수다를 늘어놓고 싶을 것이다.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오는 한 시기를 가졌다는 것에는
이상한 자부심이 있었다”
흔히 우정을 한층 더 성숙하고 진지한 형태의 사랑이라 예찬하곤 한다. 상대를 있는 그대로 존중하는 태도야말로 가장 순수하고 이상적인 모습이라 여기는 것이다. 하지만 모든 인간관계가 그렇듯이 우정 역시 마땅한 방도가 없고 개인의 노력보단 주어진 상황이나 운에 자신을 내맡겨야 하는 순간이 있다. 대학교 교양 수업에서 만난 친구의 특별함을 동경하며 그 뒤를 부지런히 따르지만 결국 서서히 멀어지거나(「낯선 발자국」) 자신이 운영하는 서점의 글쓰기 모임에서 “한때 나에게 가장 자주 부끄러움을 안겼던”(p. 88) 십대 시절의 친구와 닮은 이를 만나는(「다른 사람」) 등 과거의 우정은 관계가 깨진 이후에도 조각으로 남아 현재까지도 영향을 미친다. 친구의 시간과 마음을 독점하지 못해서, 또래보다 뒤처지는 스스로를 견디지 못해서 이렇듯 과거의 기억으로 인해 자기 자신과 불화하는 이들에게 우정은 성숙보단 미성숙, 안정보단 불안을 야기하며 새로운 관계를 쌓아가는 데 걸림돌이 된다. 남이 쓰던 연필을 훔치거나 일터인 작은 영화관에서 팝콘을 챙기는 것만으로 자기 존재를 확인해왔던 이요 역시 우정에서의 ‘믿음’을 도둑맞은 이후로 새로운 미래를 꿈꾸지 못하게 된(「낯선 발자국」) 인물이다. 스스로를 “훔치는 사람”(p. 45)이라 말하는 그녀에게 남자친구 우영은 이요가 훔친 것들을 가만히 들어주고, 아무도 없는 바닷가로 가 함께 노을을 훔치기도 하는 등 그가 혼자 힘으로 “뿌리가 나는 사람”(p. 80)이 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지나간 시간과 사람으로부터 졸업하지 못한 채 부유하던 인물들은 낯선 이가 내민 손을 맞잡은 이후 조금씩 달라진다. “생각하면 마음이 아파오는 한 시기”가 나중에는 반드시 “이상한 자부심”(p. 36)이 된다는 사실만으로 김화진의 소설 속 인물들은 “텅 빈 마음 가진 채로” 낯선 곳으로 가는 용기를 얻는다.
“이것이 내가 모르는 온도일까. 세상과 타인의 온도.
내 마음 바깥의 서로 다른 모든 온도”
“내 마음 바깥의 서로 다른 모든 온도”(p. 209)가 낯설게 느껴지기 시작했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스스로 회복할 수 있는 시간을 충분히 갖는 것이다. 각박한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바닷가 마을에서 지난 시간을 되돌아보거나(「시간과 자리」) 10년 동안 다닌 회사를 그만두고 그동안 모른 척해왔던 마음과 마주하는(「온도 맞추기」) 인물들은 타인과 함께일 때 감지하지 못했던 자신의 불안을 차근차근 들여다본다. 사람과 장소를 핌계 삼아 더는 자기 자신을 속이고 싶지 않은 것이다. 반면, 끝까지 자신의 진심을 모른 체하고자 하는 경우도 있다. 전세 사기와 남자친구와의 갑작스러운 이별에 좌절하기도 하고(「거짓말은 하얗게」) 애인의 친한 친구를 향한 마음을 부정하기도 하며(「딱따구리가 우는 숲」) 눈앞에 닥친 상황을 어떻게든 외면하려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 역시 결국 중요한 것은 다른 이를 향한 원망과 애정이 아닌 “내 마음”이었음을 선선히 인정하게 된다. 그 마음은 “애써 까맣게 칠해놓고 중요한 순간에는 하얗게 지워야 하는”(p. 158) 것으로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할 수 있고 말하고 싶은 것을 말하지 않을 수도 있”(p. 300)다. 자신의 손을 잡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이에게 대답하지 않고 “잡은 손이 아닌 다른 한 손을 자신의 가슴에 얹어보”(p. 301)는 여자는 처음부터 자신의 마음에 의문을 가지지 않아도 되었음을, 그 마음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은 애인도, 애인의 친구도 아닌 자기 자신이었음을 깨닫는다.
김화진의 소설은 다른 이에 대한 마음을 내보이기에 열심인 듯하면서도, 가장 끝에서는 ‘나’로 연결되는 알맞은 마음 하나를 향한다. 타인을 생각하는 마음이 발화의 방식으로 가시화해야만 확인되었다면, ‘내 마음’이라 부르는 것은 뱉어내지 않아도 온몸으로 감각할 수 있는 것이다. 타인을 매개로 혹은 경유하여, 마침내 ‘나’에게로 이어지는 부단한 여정이 이 책 안에 있다.
─소유정 해설, 「둘 아닌 셋, 셋 아닌 하나」에서
아픈 것은 아픈 것, 슬픈 것은 슬픈 것, 사는 것은 사는 것이다. 아프고 슬퍼도 살기 좋은 나날이 있다. 그렇게.
이요는 훔치는 사람이다. 그중에서도 뛰어나게 잘 훔치는 사람.
나를 다치게 하는 건 나다. 나에게 가장 날카로운 것도 언제나 나 자신.
작가 소개
지은이 : 김화진
2021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를 통해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나주에 대하여』, 연작소설 『공룡의 이동 경로』, 장편소설 『동경』『악마는 열심히 산다』 등이 있다. 오늘의작가상을 수상했다.ⓒ신동민
목차
낯선 발자국
훔치는 사람
다른 사람
거짓말은 하얗게
온도 맞추기
시간과 자리
딱따구리가 우는 숲
해설│둘 아닌 셋, 셋 아닌 하나 · 소유정
작가의 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