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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노래한다
다람 | 부모님 | 2026.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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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유키의 입에서 흘러나오는 모든 문장을 꼭꼭 씹어 흠향할 수 있었다. 단어 하나하나를 소중한 씨앗처럼 내 가슴에 심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말이 되어 나와주지 않았고 나는 다 좋다는 뜻으로 그저 고개를 한 번 크게 끄덕거렸다. 유키 주위로 석양이 흩뿌리는 분홍빛 방울이 소나기처럼 우수수 쏟아졌다. 빛의 방울이, 빛의 줄기가 유키를 휘감으며 떨어져 내렸다.

아이누 신의 노래는 전부 ‘나’로 시작한단다. ‘나’라는 신이 일인칭으로 들려주는 이야기야. 그러니까 우리가 그 노래를 부르는 순간 ‘나’는 올빼미고 범고래고 곰이지만 동시에 다행이라는 뜻의 유키, 너일수도 있고 눈이라는 뜻의 유키, 나일 수도 있으며 나의 유키에일 수도 있어. 노래하는 순간 우리는 그렇게 모두 하나의 ‘나’, 동포, 우타리가 되는 거야.

다음 날부터 나는 교복을 뒤집어 입고 등교하기 시작했다. ‘우리 아이누’는 죽으면 옷을 뒤집어 입고 관에 들어간다고 유키가 알려줬다. 이승과 저승은 모든 게 반대이므로 망자가 무사히 저승에 당도해 조상신을 만나려면 그곳의 법칙대로 옷을 뒤집어 입어야 한다고 했다. 뒤집힌 옷은 이승과 저승의 경계를 표시했다. 유키의 생사를 확인할 수 없는 나는 이미 죽은 것과 다름이 없었다. 나는 이승에서 죽은 자가 되기로 했다. 그러면 유키가 저승에 가 있더라도 산 자로 돌아올 수 있을지 몰랐다. 그렇게 이승과 저승을, 죽은 자와 산 자를 맞바꿀 수 있을 것이다.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주혜
읽고 쓰고 옮깁니다. 『못해 그리고 안 할 거야』 『우리는 내륙으로 질주한다』 등을 우리말로 옮겼고, 소설 『자두』 『계절은 짧고 기억은 영영』 『여름철 대삼각형』 『괄호 밖은 안녕』 등을 썼습니다.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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