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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엔 늘 좋은 일이 생긴다
이윤희 만화집
고트(goat) | 부모님 | 2026.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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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편집자는 가끔 목수 같다는 생각을 한다.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는 나무를 사랑하는 나는, 결국 나무를 베는 사람이 아닌가 하고. 뿌리내린 그대로 있는 나무에 기대고 싶은 마음에서, 베어낸 나무가 아니라 살아 있는 나무 곁에 돋은 버섯들을 뜯어다가 독자에게 대접하는 단편집의 시리즈가 시작되었다.

보통 한 권의 책에는 일관적인 한 사람 몫의 페르소나가 담기지만, 친구를 떠올려보면 그렇지 않다. 친구가 미웠다가 존경스러웠다가, 또 다른 나인가 싶다가도 불가해지듯, 이 책은 잘 요약되지 않고, 그림체도 들쭉날쭉, 같은 사람이 그렸는지, 같은 사람이 쓴 건지 의심스러울 만큼 다양한 친구 같은 책이다.

사라진 풍경을 복원하는 단편의 정석. 공터가 있어야 할 자리에 들어선 건물, 재개발로 사라진 골목, 버드나무 아래 혼자 풀피리 부는 아이를 그린다. 이윤희의 단편들은 세대의 전환기 속에서 근원 모를 향수를 불러일으키며, 가본 적 없는 곳과 경험한 적 없는 이야기에서 희미한 그리움을 밀려오게 한다.

  출판사 리뷰

편집자 일을 해오면서, 가끔 목수 같다는 생각을 합니다. 나를 먹여주고 입혀주는 나무를 사랑하는 나는, 결국 나무를 베는 사람이 아닌가 하고요. 뿌리내린 그대로 있는 나무에 기대고 싶은 요즘입니다. 보통 한 권의 책에는 한 사람의 작가가 담깁니다. 일관적인 한 사람 몫의 페르소나가. 하지만 나의 친구를 떠올려보면 그렇지 않죠. 친구가 미웠다가 존경스러웠다가, 또 다른 나인가 싶다가도 불가해지죠. 그렇기 때문에 계속 이 친구를 공부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됩니다. 그런 책을 만들고 싶었어요. 잘 요약되지 않고, 그림체도 들쭉날쭉, 같은 사람이 그렸는지, 같은 사람이 쓴 건지 의심스러울 만큼 다양한. 친구 같은 책을 소개해서, 친구를 늘려주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작가들에게 부탁했어요. 누락하거나 탈락시키지 말고, 그냥 이제껏 창작해오면서 쌓인 부산물 같은 걸 그저 쌓아달라고요. 베어낸 나무가 아니라 살아 있는 나무 곁에 돋은 버섯들을 뜯어다가, 독자에게 대접하는, 그런 단편집의 시리즈랄까요. (편집자 선배들의 꾸지람이 들려오는 것 같은데!) 솔직히 고백하건대 이 책들은 어떤 의미에서는 전혀 편집되지 않은 책입니다. 그래도 회고전도 아닌 데서 늙지 않은 작가의 온 생 전체를 조망하는 일에 흥미가 돋지 않으시나요? 친구의 졸업앨범을 펼치듯, 완성된 연보가 아니라 현재진행형의 생활을 따끈하게 읽는 경험을 권합니다.

사라진 풍경을 복원하는 단편의 정석
공터가 있어야 할 자리에 들어선 건물, 재개발로 사라진 골목, 버드나무 아래 혼자 풀피리 부는 아이. 편집이 가해지지 않았다는 것은, 결코 과장이 아닙니다. 이 사람은 편집할 필요가 없어요…. 정말로. 컷의 배분도, 연출 흐름도, 이야기를 매듭짓는 방식도, 많지 않은 대사 하나하나, 손댈 곳을 찾을 필요가 없습니다. 겨우 나와 같은 또래의 이 작가가 가진 능숙함과 노련함에는 늘 혀를 내두릅니다. 이윤희는 우리의 어린 시절만이 아니라, 그 어린 우리에게 영향을 끼쳤던 언니와 형의 이야기까지 그리는 사람입니다. 그들의 시간을 곁에서 듣고 자란 사람이 그린 단편들은 세대의 전환기 속에서 근원 모를 향수를 불러일으킵니다. 가본 적 없는 곳과 경험한 적 없는 이야기에서 희미한 그리움이 밀려옵니다. 아마 그녀의 스타일이라고 하면, 기억을 양식화한 결과가 아닐까 짐작해봅니다.

다섯 살 때였나. 여섯 살 때였나. 유치원 갈 즈음부터 초등학교 들어가기 전까지, 공교롭게도 작은 동네에 동갑내기가 두 명 더 있어서 자주 놀았다. 얘들끼리만 말고, 어른들끼리도. 이모들보다도 가까운 아줌마들은 그 어떤 이모들보다 나를 더 잘 알았다. 가끔은 우리 엄마보다 더 잘 아는 것 같았다. 미래는 이렇구나. 고은이는 안 그러는데. 시완이는 이러는데. 미래는 이렇네. 이모들한테는 안 나오는 반말이 아줌마들을 향해서는 곧잘 튀어나왔다. 애기로 봐달라는 듯이 자기 자식으로 봐달라는 듯이 “그랬는데요?”하다가 어느 순간 “그래앴는데에?”하고 끝나는.

어떤 면에서 고은이나 시완이보다 고은이네 엄마랑 시완이네 엄마가 더 편했다. 우리 엄마랑 아줌마들이 앉아있으면 그 둘레를 괜히 느리게 스쳐 지나가면서 어른들의 이야기를 귀에 담았다. 이 어른들의 앉은 키를 훌쩍 뛰어넘을 즈음을 그려보면서 아주 가까이 그들을 스쳐 지나갔다. 그러던 하루. 그들을 지나치면서 나는 계속해서 목을 가다듬었다. 뭐가 걸렸는지, 간지럽고 따가왔다. 내 목소리가 아닌 것 같이 답답했다. 우리 집에서 아픈 것은 곧 부주의이자 죄악이므로 엄마 앞에서는 숨기던 기침을 그들 앞에서는 편하게 내색했다.

“미래 일부러 기침하는 것 같은데?” “애들이 저럴 때는 쓸쓸하다는 거라던데.” “관심받고 싶은 모양인데?” “감기 걸린 척하는 거 보면…” 그 말을 듣고 나는 내 방 아닌 방에 들어가 문들 닫았다. 그건 고은이 방이었을까, 시완이 방이었을까. 문손잡이를 잡던 손을 떼자마자 눈물이 흘렀다. 무엇이 그렇게 서운했던거니. 자세히 탐구해보지는 못했다. 그러고서 알마 지나지 않아 학교에 들어갔고, 어른들보다는 또래에게, 친구 집보다는 다른 장소들에 관심이 생겼다. 정신이 바빠졌다.

그런데 왜 이 지면에 이런 애길 하고 있느냐고? 윤희 언니 만화를 보면, 이런 기억이 하나씩 떠오른다. 다 잊은 줄 알았지? 아니 없는줄 알았지? 없는데 있었다. 진실에는 한참 못 미치는 기억. 거기 쓰이는 마음. 없어진 걸 있게 그리는 손과 펜. 윤희 언니 만화를 읽을 때면, 내게는 고향이 없는데, 그 고향이 정말로 그리워지곤 한다. - 김미래

허지영의 남편 최재훈 작가는 이윤희와 다시는 여행을 보내지 않기로 선언했으나, 이후에 또 군산에 둘이 가게 되는 일이 생겼고, 그때는 제목처럼 제 나이에 맞는 여행을 했다. 이번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 「제 나이에 맞는 여행」 후기에서


"어디가 아파서 오셨어요?”
이 말을 들으면 왜 늘 긴장이 되는지 모르겠다. 아픈 게 잘못도 아닌데, “어디가 아프다”는 설명 자체가 왜 이렇게 어색한걸까. 좀처럼 아픈 걸 말하지 않는 성격 탓인지, 나도 모르게 방어적인 심리가 통증을 억누른 건지 갑자기 어깨가 멀쩡해지고 말았다. ― 「병원에만 가면 낫는 병」후기에서

지난 초여름, 전주에 다녀왔습니다. 느슷한 나날이 이어질 때 문득 낯선 풍경 속에 던져지고 싶은 충동을 느낍니다. 혼자하는 여행 같은― 「지난 초여름 전주에 다녀왔습니다」에서

  작가 소개

지은이 : 이윤희
만화가, 일러스트레이터 만화책 『안경을 쓴 가을』 과 『열세 살의 여름』 을 냈다. 10대 20대에는 일기를 많이 썼다. 해마다 노트가 꽤 쌓였는데, 대부분은 겪은 일에 대한 기록과 한탄, 꾼 꿈들에 관한 것이지만 돌이켜보면 언젠가 다 이야기가 될 거라는 바람으로 써내려갔던 것 같다.이번 단편집에 만화들을 실으면서 오랜만에 그 일기장들을 꺼내 읽는 기분이 들었다. 펼쳐보고 싶지 않으면서도, 막상 들여다보면 아득하고 낯설어 마치 남의 이야기를 읽는 것처럼 재밌는 그런 기억들.“이야기를 좋아하면 가난해진다.”라는 옛말을 좋아한다. 물론 가난해지고 싶다는 뜻이 아니라, 이야기를 좋아하면 다른 것이 크게 필요없을만큼 삶이 풍요로워질 수 있다는 의미가 마음에 들어서다. 언젠가는 내가 그리는 이야기와 나의 삶이 조화롭기를 바란다.

  목차

제 나이의 맞는 여행
병원에만 가면 병이 낫는 병
지난 초여름 전주에 다녀왔습니다
버리기의 우선순위
고양이들
여름엔 늘 좋은 일이 생긴다
숙면
사과를 먹을 때면
주말에 언니와
서원전
눈 오는 날
나의 도시
밤 산책
침대
온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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