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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십 세의 시편
박노진 시집 제9집
도서출판 새한 | 부모님 | 2026.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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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 전깃불 오던 날

봄이 오는 소리


당신은
저기 산 아래로부터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양지쪽 비탈에서 잔설 녹는 소리
골짜기 바위 밑에서 얼음 풀리는 소리
들판의 지열에 아지랑이 일렁이는 소리

남풍에 실려 오는 봄의 기척
둥우리 암탉의 알 품은 소리
개나리 숲 병아리의 아장아장 걷는 소리

할머니의 지나간 달력을 찢어내는 소리에서
무거운 겨울옷 벗는 가벼움에서
동치미 얼음 녹는 소리에서

초등 입학생들의 콧수건에서
새내기 대학생 설레는 가슴에서
지하철 처녀들의 화사한 옷에서

저기 봄이 오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봄비

입춘이 지나
차가운 봄비가
소리 없이 내 뺨을 적시고

참아 온 세월만큼
숨겨 둔 설움이
한 방울씩 흘러내린다

사랑을 가르쳐 주고
겨울바람처럼 떠난 사람
붙잡지도 미워하지도 못하고

이름 하나
마음속에 묻어 두었건만
이렇게 가슴 시릴 줄이야

사랑한 만큼 아팠고
아픈 만큼 무너졌다
무너진 높이가 사랑의 깊이였나

봄비 뒤에
봄이 올까
이 깊은 상처에 새싹이 돋을까

흘러간 강물처럼
돌아오지 않을 마음을
가슴에 간직한 채

오늘도
너를 생각하며
젖은 길을 걷는다

숲속의 아침

무엇이 이렇게 싱그러울 수 있으랴
하늘과 구름 산과 강 나무와 풀 햇빛과 바람
온도 습도 상쾌한 분위기를 누가 만들랴

구름 사이를 비추는 칼날 빛에 눈이 확 뜨이고
상큼한 공기 한 사발에 코가 뻥 뚫린다

계곡에 흐르는 강물 소리는 베토벤 교향곡보다 승하며
나무 위 새소리는 영혼을 깨우는 천사들의 노랫소리

온 천지의 녹색은 눈을 시원케 하고
혼란한 마음을 평안케 하며
광활한 창공에서 영혼이 자유를 누린다

물아일체요 신인합일이니
부족한 게 없으며 아쉬울 게 없구나

여기가 에덴의 동쪽이요
낙원에 흐르는 생명수 강가로다

  작가 소개

지은이 : 박노진
경북 문경에서 태어났고, 계명대 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교육학 박사를 받았다. 총신대학교 신학대학원을 졸업하고 목회자의 길을 걸으면서 청소년 사역으로 소년 분류 심사원, 소년원, 교도소 사역을 통해 뒤안길을 걷는 인생들의 삶을 사색해 왔다.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여러 나라에서 강의로 순회 선교를 하면서 외로운 이들을 돌보다가 캄보디아에서 국민훈장을 받았다. 여러 대학과 신학대학원에서 강의를 하며, 삶과 죽음, 신학과 철학, 교육학과 인문학을 통해 삶을 돌아보고 흔들리는 갈대의 울음에 잠을 깨며 당신이 있는 곳을 향하여 길 떠나는 나그네로 살아간다. [문학의 봄]에서 “밤낚시”로 시 부문 신인상을 받았고, 첫 번째 시집 『걷는다는 것은』, 『우리 엄마』, 『접시꽃을 심으리라』, 『구절초 피는 언덕』, 『구월이 되면(피는 꽃은 아프다)』, 『저 구르는 돌은 언제 바다로 가는가』, 『안개처럼 올라 구름처럼 살고 싶다』, 『진실한 사람은 변명하지 않습니다』를 냈다. 2023년에는 총신문학회에서 시 부문에서 [문학상]을 수상하고 문학회와 대구 기독시인문학협회를 섬기고 있다. 지금도 매일 걷는 시인으로 끝없는 길을 걸으며 사색하고, 문제를 제기하며 해답을 찾아 사고(思考)의 밭을 간다. 현재는 대구 온세상교회에서 성도들과 함께 행복하고 건강한 신앙의 길을 걷고 있으며, 세계 고전 문학에 심취하여 <세계문학 기독교 고전반>과 기독교 세계관적인 눈으로 세상을 보는 <시와 인생> 교실을 운영하며, 보이지 않는 아름다움을 찾고 버리는 것을 공부하며, 거꾸로 가는 시간을 경험하고, 집회, 강의와 세미나를 인도하며 사람들과의 만남을 즐기며 그르치지 않는 대화로 아름다운 시간들을 경험하며 산다.

  목차

제1부 전깃불 오던 날 15

봄이 오는 소리 13
봄비 14
숲속의 아침 16
지금도 울고 있네 17
고향 산 18
허수아비 20
미루나무 21
가시오이 22
가을 냄새 23
출렁다리 24
시골 쥐 25
도시락 26
고추나무 27
수제비 28
느티나무 29
전깃불 오던 날 30
삼복더위 32
재두루미 33
굴렁쇠 34
가래떡 35

제2부 부지깽이 37

할아버지의 점심 39
다슬기 40
호롱불 41
네잎클로버 42
갈구리 43
모탕 44
꼭지 누나 45
쑥버무리 46
어부바 47
입학식 48
금계랍 49
두루마기 50
활쏘기 52
부엌비 54
손칼국수 55
부지깽이 56
꺼먹솥 58
호미 59
제비꽃 60
길마와 할매 61
아기가 된 엄마 62

제3부 아우구스티누스여 63

그 나무 65
나의 그리스도 66
십자가의 마음 68
부활절 새벽 70
그날이 오면 72
이 땅의 선지자들이여 74
미네르바의 부엉이 76
고백록 77
아우구스티누스여 78
일사각오(一死覺悟)로 80
양심은 82
탕아의 기도 83
식사기도 84
사월 85
예배자 86
새벽 종소리 88
주님 음성 90
말씀 앞에서 92
할아버지의 하루 93
칠십 세의 시편 94

제4부 갈색 여행 99

침만남 101
불면증 102
사랑과 욕망 104
소나기 105
사랑은 106
오해 107
지게꾼 108
갈색 여행 109
모모치 해변 110
소박한 삶 111
벌침 112
욕심 114
부족과 채움 115
잠 116
뉴스 117
칸트 형 118
조시(弔詩), 故 이율희 목사 영전에 119
고향교회 설립 77주년 송가 122
그를 생각하면 (오창섭) 124
2026년 기독신보 신년 축시 125

|평설|
삶의 추억이 직조한 선률(線律)의 미학(美學) / 127
김남식(신학자 시인 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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