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길 위의 삶이 우리를 바꿔 놓기까지 떠난다는 것은 때로 아주 짧은 한마디에서 시작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삶의 방향을 바꾸는 진짜 결심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듯 찾아오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마음 한구석에서 조용히 자라나고,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형태를 갖추다가, 더는 미룰 수 없는 순간에 이르러 비로소 선명한 문장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 가족의 떠남도 그랬다. 2020년 10월의 마지막 날, 남편과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떠나자. 캘리포니아를.” 그 짧은 한마디는 충동이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안에서 무르익어 온 마음의 결론이었고,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답답함과 상처, 오래 이어진 기도의 시간을 지나며 가까스로 닿은 선택이었다. 그 무렵 우리 가족은 이전과는 다른 삶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겉으로는 여전히 평범 한 일상이 흘러가는 듯했지만, 우리 안에서는 이미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출판사 리뷰
길 위의 삶이 우리를 바꿔 놓기까지 떠난다는 것은 때로 아주 짧은 한마디에서 시작되는 듯 보인다. 하지만 삶의 방향을 바꾸는 진짜 결심은 어느 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지듯 찾아오지 않는다. 오래전부터 마음 한구석에서 조용히 자라나고, 보이지 않는 시간 속에서 조금씩 형태를 갖추다가, 더는 미룰 수 없는 순간에 이르러 비로소 선명한 문장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우리 가족의 떠남도 그랬다. 2020년 10월의 마지막 날, 남편과 나는 서로를 바라보며 말했다. “떠나자. 캘리포니아를.” 그 짧은 한마디는 충동이 아니었다. 이미 오래전부터 우리 안에서 무르익어 온 마음의 결론이었고, 말로 다 설명하기 어려운 답답함과 상처, 오래 이어진 기도의 시간을 지나며 가까스로 닿은 선택이었다. 그 무렵 우리 가족은 이전과는 다른 삶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절실히 느끼고 있었다. 겉으로는 여전히 평범 한 일상이 흘러가는 듯했지만, 우리 안에서는 이미 많은 것이 달라져 있었다. 아이들을 더 가까이 지켜야 한다는 마음, 가족이 함께 숨 쉴 수 있는 시간을 다시 세워야 한다는 갈망, 익숙한 자리에 머무는 것만으로는 더 이상 회복할 수 없으리라는 막막한 예감이 우리를 조금씩 한 방향으로 이끌고 있었다. 바로 그때 세상은 팬데믹이라는 거대한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당연하던 일상은 멈추었고, 익숙했 던 자유는 낯선 제한 속에 갇혔다. 집에서 멀지 않은 산타모니카 해변조차 마음껏 걸을 수 없었고, 학교의 문은 닫혔으며, 사람들은 서 로를 경계한 채 살아가야 했다. 평범한 하루가 얼마나 귀한 것이었는지, 자유롭게 숨 쉬고 움직이며 살아간다는 일이 얼마나 큰 은혜 였는지를 그때 우리는 새삼 절실히 깨달았다. 이미 마음 깊은 곳에서 흔들리고 있던 우리 가족에게 그 답답한 시간은 불편함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었다. 몸을 지키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마음도 살아야 했고, 가족도 함께 숨 쉬어야 했다. 우리는 더 이상 익숙한 자리에서 회복만을 기다릴 수 없다고 느꼈다. 같은 풍경, 같은 공기, 같은 기억 속에 머무는 것만으로는 우리에게 필요한 새로 움을 얻을 수 없었다. 그렇게 환경을 바꾸어야 한다는 생각은 서서히, 그러나 분명하게 확신이 되어 갔다. 되돌아보면, 그 떠남은 삶을 버리고 도망치는 선택이 아니었다. 오히려 무너진 자리에서 다시 살아 보기 위한 몸부림에 가까웠다. 우리 가족에게는 멈춰 있는 것보 다 움직이는 일이 더 절실했고, 익숙함에 기대는 것보다 낯선 길 위에서 다시 숨을 배우는 일이 더 필요했다. 그렇게 우리는 길 위의 삶을 선택했다. 그때는 미처 알지 못했다. 그 선택이 우리 가족을 이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들로 빚어 놓으리라는 것을. 바퀴 달린 집에 서의 시간은 우리에게 자유만이 아니라 책임을 가르쳐 주었고, 떠남만이 아니라 머무는 법도 가르쳐 주었다. 무엇보다 상처를 지나 다 시 서로를 믿고 사랑하는 일이 무엇인지, 아주 천천히 다시 배워 가게 했다. 지금 와 돌아보면, 그 길은 우리 가족에게 그저 도피가 아 니라 회복으로 향하는 통로였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비로소 알게 되었다. 가족이란 아무 일도 없는 상태를 뜻하는 것이 아니 라, 흔들리고 무너지는 시간 속에서도 끝내 서로를 놓지 않으려 애쓰는 이름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