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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신과 침묵당하는 사람들
고통 속에서 발견하는 침묵의 영성
비아토르 | 부모님 | 2026.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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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서 소개

침묵은 가장 취약한 곳에서 들려오는 신의 음성, 폭력의 세상을 향한 저항의 언어다!
예수의 빈 무덤에서 우리 시대의 절규까지, 침묵이 저항과 기쁨, 연대의 언어가 되는 여정
신마저 침묵하는 듯한 고통의 순간, 우리는 어디에서 신의 현존을 발견할 수 있을까. 저자는 침묵을 강요당하는 이들의 삶에서 그 실마리를 찾는다. 에바그리오와 하데위히의 신비주의, 시몬 베유의 철학, 차학경의 예술, 아룬다티 로이의 문학을 가로지르며, 침묵이 어떻게 지배적 질서에 균열을 내고 저항과 기쁨, 연대의 언어가 되는지를 드러낸다.
침묵하는 신은 침묵당하는 사람들 곁에 현존한다. 말을 내려놓는 바로 그 자리에서, 신학의 새로운 언어가 시작된다.

  출판사 리뷰

“침묵은 가장 취약한 곳에서 들려오는 신의 음성, 폭력의 세상을 향한 저항의 언어다”
신비주의와 세월호, 인종 정의 운동을 잇는 독창적 신학
“침묵당하는 이들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강렬하고 독창적이며 용기 있는 역작”

조지타운대학교의 한국인 가톨릭 신학자 조민아 교수의 신작이 출간되었다. 이 책은 침묵을 단순한 말의 부재가 아니라, 고통받는 이들이 지배적 서사에 맞서고 서로를 붙드는 저항과 연대의 언어로 읽어 낸다. 예수의 빈 무덤에서 시작된 신학적 질문은 세월호 참사와 조지 플로이드의 죽음, 세계 곳곳에서 이어진 침묵시위로 확장되며 오늘의 현실과 만난다.
저자는 4세기 사막의 교부 에바그리오, 중세 신비가 하데위히, 사상가 시몬 베유, 한국계 미국인 예술가 차학경, 인도의 실천적 작가 아룬다티 로이에 이르기까지 폭넓은 사상과 예술의 지형을 가로지르며 침묵의 신학을 새롭게 구축한다. 신비주의와 관상 전통을 현실의 고통과 분리하지 않고, 사회의 주변부로 밀려난 이들의 경험 속에서 신의 현존을 발견하려는 시도다.

■ 소음의 시대, 왜 다시 침묵인가?
팬데믹 기간 도시를 뒤덮은 적막, 세월호 유가족이 광장에서 견뎌 온 시간, 조지 플로이드의 마지막 숨, 아르헨티나 군부 독재 시절 실종자들을 기억하기 위해 광장을 메운 얼굴 없는 형상들. 저자는 이러한 침묵의 순간들을 단순한 공백이 아니라 우리 시대의 가장 절박한 언어로 읽어 낸다. 이 책에 따르면 침묵은 체념이 아니다. 언어가 미처 가닿지 못하는 고통의 자리에서 비로소 드러나는 특별한 현존이며, 지배 권력의 언어를 거부하는 저항의 몸짓이다. 저자는 이를 ‘외침의 침묵’, ‘우울의 침묵’, ‘저항의 침묵’이라는 세 층위로 분석한다. 외침의 침묵은 고통 앞에서 터져 나오는 침묵이고, 우울의 침묵은 상실을 온전히 애도하지 못한 채 남겨진 슬픔의 침묵이며, 저항의 침묵은 지배 권력의 언어를 거부하는 침묵이다. 서로 다른 이 침묵들은 결국 신비적·관상적 침묵 안에서 만난다. 그리고 그 자리에서 고통받는 이들과 함께하는 신의 얼굴이 드러난다.

■ 신비주의와 현실 정치를 잇는 독창적 시선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기독교 신비주의 전통과 동시대 현실 정치를 하나의 사유 안에서 통합한다는 점이다. 에바그리오, 하데위히, 마이스터 에크하르트, 시몬 베유로 이어지는 침묵의 영성을 세월호 참사, 아르헨티나 실종자 가족들의 저항 운동, 남아프리카공화국 마리카나 광산 학살 추모, 인종차별 반대 시위와 연결하며 침묵이 어떻게 공적 삶의 자리에서 변화를 만들어 내는지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특히 한국계 미국인 예술가 차학경과 세계적인 인도 작가 아룬다티 로이의 작품을 신학적으로 읽어 내며, 유색 인종 여성과 주변화된 이들의 경험을 신학의 중심으로 가져온다. 그들의 침묵은 더 이상 주변의 목소리가 아니라, 세계를 다시 이해하게 하는 중요한 증언이 된다.

■ 범람하는 말의 시대, 경청과 연대의 회복
말은 넘쳐나지만 경청은 사라져 가는 시대다. 소셜 미디어는 끊임없이 발화를 요구하고, 침묵은 무관심이나 동조로 오해받기 쉽다. 그러나 저자는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말이 아니라, 고통받는 이들의 침묵 앞에 머무르는 일이라고 말한다. 그 침묵이 무엇을 말하고 있는지 끝까지 귀 기울여 듣는 일 말이다.
이 책은 침묵을 통해 신을 이야기하는 책이 아니다. 오히려 침묵당하는 사람들 곁에서 신을 다시 발견하는 책이다. 말이 멈춘 자리, 모든 설명이 무너진 자리에서 우리는 비로소 서로의 고통을 듣기 시작한다. 그곳에서 신학의 새로운 언어가 태어난다.

끝없는 소음과 발화만을 요구하는 시대에, 타인의 아픔에 귀 기울이고 깊이 연대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강렬한 이정표가 되어줄 책.

오늘날 침묵은 영적 추구의 대상으로 과도하게 소비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침묵을 갈등과 고통에서 벗어난 자유로운 공간으로 여기며 논하고 실천한다. 그러나 내가 팬데믹 동안 마주한 침묵은 그보다 훨씬 무겁고 공허했다. 세계 곳곳의 도시들이 텅 비고, 수백 구의 시신을 실은 냉동 트럭만이 뉴욕 거리에 줄지어 늘어서 있던 그 침묵. 전 지구적 비극 속에서 이미 잃을 것이 아무것도 남지 않았음에도 모든 것을 잃고 황량한 거리에 주저앉은, 사회에서 가장 힘없는 이들의 침묵. 유리창 너머로 죽어 가는 부모와 마지막 작별을 나눠야 했던 아들딸들의 침묵. 백인 경찰관 데릭 쇼빈의 무릎 아래서 숨을 잃어 가던 조지 플로이드의 마지막 말을 삼켜 버렸으나, 마침내 인종 정의를 외치는 수백만 명의 함성으로 터져 나온 그 침묵.

침묵의 규정할 수 없는 본성은 침묵을 인간의 언어와 이성을 넘어서는 경험들을 표현하는 데 가장 적합한 수단으로 만든다. 침묵은 한편으로 신의 말할 수 없는 신비를 표현할 수 있는 수단이며, 동시에 극한의 고통 속에서 모든 것을 빼앗긴 인간이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수단이기도 하다. 침묵은 말할 수 없는 신의 신비와 말할 수 없는 인간의 고통, 이 두 가지 경험을 함께 품는다. 그렇다면 이런 물음이 떠오른다.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의 시간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침묵하는 신에게 귀 기울이는 동시에 우리 자신과 타인의 고통이 빚어내는 침묵과도 함께할 수 있을까?

침묵을 대하는 이러한 안이한 태도는 침묵의 가치를 알고 이 세상의 고통을 덜어 내는 일에 능동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이들에게 하나의 딜레마를 안긴다. 내가 몸담은 활동가 집단과 학술 공동체에서는 “고요히 자기 내면을 성찰하는 시간과 세상 한복판으로 뛰어드는 일 사이에서 어떻게 균형을 찾을 것인가?” 하는 질문이 자주 제기된다. 이러한 고민은 ‘자기 성찰’과 ‘사회 문제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일’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려는 갈망을 반영한다. 과연 우리는 세상과 깊이 연결된 채로 내면의 성찰에 전념할 수 있을까? 침묵 실천은 더 나은 세상을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우도록 우리를 격려하는 동시에, 우리자신의 목소리와 관점에만 매몰되지 않도록 붙들어 줄 수 있을까? 어떻게 하면 나 자신만의 문제에 사로잡히지 않고 타자의 고통에 귀 기울이는 법을 배울 수 있을까?

  작가 소개

지은이 : 조민아
가톨릭 신학자이자 조지타운대학교 교수. 구성신학과 그리스도교 영성을 연구한다. 한국에서 태어나 한국과 미국에서 수학했으며, 페미니즘과 탈식민주의, 그리스도교 신비주의를 학문의 토대로 삼았다.그의 시선은 늘 거대한 제도 교회와 신학의 언어 뒤에 가려진 취약하고 소외된 이들을 향한다. 고정된 교리를 넘어 삶의 현장에서 길어 올린 신학적 언어와 영적 은유, 예술적 실천이 어떻게 신에게 닿는 새로운 통로가 되는지가 그의 오랜 탐구 주제다. 개인의 영성과 제도의 가르침이 충돌하며 만들어 내는 균열 속에서, 소외된 이들의 영성이 어떻게 새로운 세계를 열어 보이는지에 주목해 왔다. 서로 다른 문화의 틈을 잇고 다양한 목소리가 서로에게 닿도록 돕는 것을 학문적 소명이자 교육 철학으로 삼고 있다. 세인트캐서린대학교와 맨해튼대학교를 거쳐 현재 조지타운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대표 저서로 《일상과 신비》, 《대화를 위한 여성신학》 등이 있으며, 영어와 한국어로 다수의 공저를 출간했다.

  목차

한국어판 서문
서문

1. 침묵과의 만남
일상의 침묵, 영성의 침묵

2. 사랑 안에 머물며 사랑으로 흘러 나가기
성서, 전례, 신비주의가 전하는 침묵의 지혜

3. 예수의 빈 무덤이 품은 침묵
고통의 자리에서 소리 없는 울음을 듣다

4. 침묵하는 여성들과 빈 무덤
지워진 목소리들이 서로에게 닿다

5. 빈 무덤의 고요한 기쁨
비어 있음에 온 마음을 기울이다

에필로그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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