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서 소개
한국 독문학 연구의 원로 오한진 한국외대 명예교수가 구순을 넘긴 나이에 독일 문학의 거장들을 마주하며 써 내려간 지적 회고이자 문학적 산책이다. 저자는 독일 본대학 유학 시절의 은사들과 당대 독문학자들이 남긴 학문적 성취를 떠올리며, 자신이 평생 독일 문학을 공부하고 가르쳐 온 시간의 의미를 되묻는다. 괴테가 말한 “우리에게 마주치는 모든 일은 흔적을 남긴다”는 구절처럼, 이 책은 저자의 삶과 연구 여정에 남은 문학적 흔적들을 따라가며 독일 작가들의 정신적 본질과 시대적 진실을 더듬어 보는 기록이다.저자가 이 책에서 다루는 인물들은 한국의 독자에게도 낯설지 않다. 괴테, 하이네, 그림 형제, 실러, 귄터 그라스는 모두 독일 문학과 사상사를 대표하는 작가들이지만, 저자는 이들을 단순히 위대한 작가로 기념하는 데 머물지 않는다. 괴테의 임종을 둘러싼 말들과 가족애, 여성들과의 관계에 담긴 인간적 면모를 살피고, 하이네가 무명 시절 가명으로 발표한 초기 애정시들을 통해 젊은 시인의 상처와 문학적 출발점을 짚는다. 또한 귄터 그라스의 미완성 시 「봄」을 직접 번역해 소개하며 전후적 상상력의 실마리를 발견한다. 익숙한 이름 뒤에 가려진 인간적 고뇌와 시대적 조건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저자는 독일 문학을 보다 생생한 교양으로 불러낸다.
출판사 리뷰
괴테와 하이네의 재발견
숨겨진 인간적 면모와 국내 최초 번역 시
1장에서 저자는 국내 독자들에게 친숙한 거장들의 베일에 싸인 삶의 궤적을 치밀하게 추적한다. 특히 임종을 앞둔 괴테가 말 대신 허공에 손가락으로 반복해 그렸던 의문의 글자 ‘W’에 대해, 기존 평론가들의 해석을 넘어 젊은 며느리와 어린 세 손주의 장래를 안타까워한 ‘애틋한 가족애의 표현’이라는 독창적인 해석을 제시한다. 이에 더해, 2장에서는 19세 무명 시절의 하인리히 하이네가 반유대적 정서가 강했던 함부르크에서 작품을 발표하기 위해 ‘리젠하르프(Riesenharf, 거대한 현)’라는 가명으로 발표했던 초기 애정시들을 국내 최초로 전편 번역하고 분석하여, 거장의 청년기 불행했던 사랑과 서사적 정서를 입체적으로 부각했다.
시대의 한계부터 미학적 구원의 서사,
전후적 상상력의 실마리까지
이어지는 장들에서는 거장들의 성취 뒤에 숨은 시대적 한계와 극복의 역사를 성찰한다. 세계적인 ‘그림 동화’에 담긴 옥에 티인 유대인 차별 동화 「가시덤불 속의 유대인」을 오늘날의 시선으로 냉철하게 짚어 보는 한편, 프랑스혁명의 참혹한 살상에 환멸을 느끼고 인간의 의식 혁명을 위해 ‘미적 인간 교육론’을 주창한 실러의 미학 세계를 밀도 있게 조명한다. 나아가 스위스 자연과 일체화된 독립 투쟁을 다룬 『빌헬름 텔』의 창작 비화와 괴테와의 돈독한 우정, 그리고 제2차 세계대전 직후 귄터 그라스가 명작 『양철북』의 모태로 삼았던 미완성 서사시 「봄」을 최초로 발굴·번역하여 독일 문학의 굵직한 분수령들을 일목요연하게 엮어 냈다.
시대를 초월한 인간적 진실과 희망의 메시지
이 책은 단순한 학술적 비평서에 머무르지 않고, 대문호들의 삶에 얽힌 소박한 일화와 격언, 예술적 고뇌를 저자만의 대범한 시선으로 풀어내 독일 문학의 대중화를 이끈다. 작가들의 일화를 통해 시대적 흐름이라는 전체를 꿰뚫는 노학자의 통찰은 독자들의 사유를 한층 더 깊고 넓게 확장한다. 무덤에 가서라도 인간은 희망을 식목해야 한다고 노래했던 실러의 어록처럼, 급변하는 시대 속에서 삶의 방향을 고민하는 모든 이들에게 이 책은 지적이고도 깊은 여운을 남기는 독일 문학의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
괴테는 그의 『원리와 성찰』(Maximen und Reflexion) 작품 속에서 “빛과 정신에 있어, 빛은 물리적으로 지배하고 정신은 윤리적으로 지배하고 있다지만 빛과 정신은 서로 나누어질 수 없는 것으로 사려(思慮)되는 최고의 에너지”라고 언급함으로써, 빛과 정신이 어두움을 밝혀 줄 수 있는 최고의 윤리적 덕성을 지닌 에너지로 보았다. 괴테의 『색채론사』(Geschichte der Farbenlehre) 3부에서는 빛이란 본래가 신에 의해 창조된 힘과 윤리적 덕성이라 했다. 그리고 만일 “빛이 침울한(Trube) 순수한 물질을 관통해 비춰지면 빛은 색채로 나타난다.”라고 언급한다. 색채론적 광학을 신(神)에 의해 창조된 빛의 힘과 덕성에 의해 색깔이 나타난다는 ‘빛의 형이상학’적 신의 작용으로 괴테는 수용한 바 있는 것이다.
(제1장 괴테)
하인리히 하이네가 기독교로 개종하기 이전 이름은 하리 하이네(Harry Heine)다. 그런데 그의 가명은 ‘지 프로이트홀트 리젠하르프’(Sy Freudhold Riesenharf)로 되어 있다. ‘지’(Sy)부터 보면, 중세어로 (Si)란 경칭어에 해당되는 것이고 영문식 경칭어로는 써 하리(Sir Harry)가 되기에 S와 y를 모아 Sy로 축소된 경칭어가 되었다. 그리고 ‘프로이트홀트’는 ‘기쁜 성스러움’이란 뜻이고 성명 ‘리젠하르프’는 ‘거대한 현(鉉)’이란 뜻이다. 따라서 가명의 본명은 ‘거대한 현’인 ‘리젠하르프’다. 그런데 ‘리젠하르프’는 당시 기후 환경 변화를 감지할 수 있는 장치로서 기상 변화에 따라 바람 소리와 같은 묘한 음향으로 울려 퍼지는 거대한 철사(鐵絲) 현을 뜻하기도 한다. 이 현은 거대한 두 개의 버팀목에 길게 걸려 있고, 기상 변화에 따른 음향을 내서 ‘기상학적 하모니카’라고도 했다. 울리는 음색에 따라 기상 상태의 변화와 징후를 예고할 수 있었기에, 하이네는 이러한 기상학적 울림 소리를 시대적 정신과 징후를 예고하는 음호적(音號的) 울림으로 비유했던 것이다
(제2장 하이네)
독일 낭만주의 본류가 중세 이후부터의 무한한 신비적 영적 세계와 독일의 민족혼을 추구하려는 보편적 이상주의에서 출발하고 있었기에 이민족에 대한 신앙관이나 정신세계에 대한 적대적 성향이 없지 않았다. 그래서 그림 형제의 동화에 나타난 반유대주의 정서도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이해되어야 하며, 독일 낭만주의란 사상도 독일적인 민족혼을 문학화시키는 이론에 충성하는 문학운동이었기에 그림 형제의 동화 속 유대인 혐오 표현들도 이러한 시대 정서에서 빚어진 무의식적 참사라 볼 수 있다.
(제3장 그림 형제)
작가 소개
지은이 : 오한진
1935년생. 1966년 독일 본대학교에서 독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국무성과 독일 외무성의 초청으로 고등교육을 시찰했으며, 한국독어독문학회 회장과 한국외국어대학교 부총장 등을 역임했다. 1979년 국민훈장 석류장, 2000년 녹조근정훈장을 받았으며, 현재는 한국외국어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저서로 『쉴러의 미학 논문 연구』(독일 본대학 출판부), 『하이네 연구』(문학과지성사), 『독일 사회소설론』(전예원), 『독일 참여작가론』(기린원), 『독일 교양소설 연구』(문학과지성사), 『독일 에세이론』(한울림), 『독일, 독일인 그리고 유럽인』(한울림), 『유럽 문화 속의 독일인과 유대인, 그 비극적 이중주』(한울림), 『아픔의 시인 하인리히 하이네』(지학사) 등이 있다.
목차
제1장 괴테
1. 괴테의 마지막 말들
2. 괴테의 여성들에 대한 애정과 연민의 편력
샤를로테 부프 | 릴리 쇠네만 | 그레첸 | 안나 카타리나 쇤코프 | 클레텐베르크 부인 | 『빌헬름 마이스터의 수업시대』 요약 | 브리온 프리데리케 | 바이마르의 안나 아말리아 공작 부인 | 샤를로테 폰 슈타인 | 괴테의 부인, 크리스티아네 폰 불피우스 | 빌헬미네 헤르츠리프 | 마리안네 폰 빌레머 | 괴테의 며느리, 오틸리에 폰 포크비슈 | 울리케 레베초브 | 「마리엔바트의 비가」에 대하여 | 아들 아우구스트를 잃은 슬픔
3. 나가는 말
홀로 남은 며느리를 위한 조치와 연민의 정 | 괴테가 남긴 마지막 말들 | 오틸리에의 인생행로는? | 마지막 체언으로 남긴 W의 의미는? | 마지막 체언 W에 또 다른 뜻은 없을까? | 덧붙여 남기는 이야기
제2장 하이네
1. 가명으로 발표된 하이네 초기 시에 대한 고찰
유대계 독일 소년이 시인이 되기까지 | 사랑의 아픔이 짙게 채색된 하이네 초기 시
제3장 그림 형제
1. 그림 형제 동화에 나타난 옥에 티 고찰
유대인에 관한 아쉬운 시선 | 반유대주의적 동기 | 중세시대의 유대인 학살 | 마르틴 루터의 기대와 실망 | 계몽과 해방 | 사교적 행위 | 살롱 문화 | 지성적 살롱 마담들-도로테아 | 다락방 살롱 마담-라헬 레빈 | 미모의 마담-헨리에테 헤르츠 | 사교성 매체로서의 시문학 | 낭만주의 작가들과 골렘 전설 | 그림 형제의 반유대주의 | 전설과 동화 수집 동기-옥에 티가 된 반유대주의 정서 | 위대한 그림 형제의 업적들
제4장 프리드리히 실러
1. 들어가는 말
2. 텔 전설에서 추적되는 정치적 자유의 흔적들
피어발트슈테터 호수를 중심으로 발생한 사건들 | 텔의 전설 | 텔 고향의 역사와 문화 | 텔 죽음에 관한 울란트의 담시 | 텔 예배당과 게슬러 거성의 유래 | 순결한 자연권의 발로였던 게슬러 살해 | 뤼틀리 마을에서의 동맹 결성 정신-실러의 정신적 어록 | 자유 투쟁 양상에 나타난 프랑스혁명과의 비교 | 횔덜린의 비가와 괴테 및 빅토르 위고의 여행 소감 | 마크 트웨인의 풍자적 여행 소감 | 자연과 문화간의 조화
3. 자유를 추구한 시, 「산책」
비가로서의 「산책」 시 본문 | 시의 사상적 배경과 전개 과정-자연에 대한 예찬 | 실러의 미학론과 문예론과의 관계-미적 인간 교육론과의 시대적 배경 | 상상력의 자유를 통한 「산책」의 시학적 모형 선택-소박 문학과 감상 문학 | 감상 문학 중 최고의 문학은 전원문학 | 「산책」 시에 대한 감상적 음미 | 희랍의 신화적 신들 | 이분법적 표현 방법
4. 덧붙이는 말
고귀한 전원적 자연, 호메로스의 태양이여 | 헤르더와 루소의 자연과 문화적 이해 | 목동시와 낙원시
제5장 귄터 그라스
1. 시대적 성찰을 일깨우는 귄터 그라스의 문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