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리뷰
★PEN/포크너 상 노미네이트★ ★워싱턴 포스트 선정 올해의 책★
진실을 외면하는 대가로 유지되는 기괴한 낙원,
우리는 무엇을 보고 무엇을 보지 않기로 선택했는가?
페이지를 넘겨도 결코 휘발되지 않는 최고의 유머
SF판 『걸리버 여행기』, 우주에서 재현된 〈트루먼 쇼〉!커트 보니것의 날카로운 유머와 조지 오웰의 서늘한 통찰을 결합해 SF의 새로운 지평을 연 미국의 작가 매트 존슨의 소설이 현대문학(폴라북스)를 통해 국내 독자들에게 처음 선보인다. 아프리카계 미국인 어머니와 아일랜드 가톨릭 아버지 사이에서 태어난 매트 존슨은 전작 소설들에서 인종과 특권 등의 주제를 코믹하게 다루며 미국 사회 내의 미묘한 갈등을 풍자해왔다. 이번 작품에서는 무대를 우주로 옮겨 상상력을 더욱 확장한다.
장기간 격리된 우주선 내 집단 역학을 연구할 목적으로 우주 탐사선에 오른 사회학자의 시선으로 전개되는 이 소설은 고전적인 SF의 장치와 예측할 수 없는 상황 전개를 통해 시트콤 같은 재미와 아이러니로 웃음을 유발한다. 최고의 엘리트인 우주인들이 우주 탐사선에서 벌이는 유치한 파벌싸움으로 막을 올린 이 소설은 그들이 불시착한 기괴하지만 낯설지 않은 장소를 통해 현대 미국 사회를 비유하는데, 빈부, 인종, 정치, 종교 등을 둘러싼 인간 집단 내의 온갖 갈등과 이를 다루는 다양한 인간 유형이 유머러스하게 그려진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보이지 않지만 존재하는 것이 뒤섞인 이곳에서 그들은 무사히 빠져나갈 수 있을까?
매트 존슨은 한 인터뷰를 통해 이 작품의 날카로운 풍자가 트럼프 정권 당시 그가 목격한 정치적 격랑과 그 과정에서 느낀 강렬한 감정들에서 기인했다고 밝힌 바 있다. 극단적인 가치가 일상으로 파고드는 현실을 지켜보며 느낀 당혹감이 소설 속 디스토피아를 설계하는 결정적인 단초가 되었다는 것이다. 『보이지 않는 것들』은 그가 현실에서 겪은 감정적 소용돌이를 ‘뉴로어노크’라는 낯선 행성으로 이식해낸 결과물이며, 이는 곧 우리 시대의 광기에 대한 문학적 응답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한국어판은 필립 K. 딕, 제임스 그레이엄 밸러드, 로버트 A. 하인리히 등 장르 문학의 거장들을 국내에 소개해온 조호근 역자의 정교한 번역으로 소설 특유의 날카로운 위트와 긴장감을 온전히 살려냈다. 장르적 쾌감과 인문학적 통찰을 동시에 갈구하는 독자들에게 이 책은 2026년 가장 강렬한 독서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목성 위성 표면의 이상 현상 감지!
정체불명의 돔에 끌려 들어간 우주인들이 발견한 것은? 인류 최초의 목성 유인 탐사선 ‘딜레이니호’에 승선한 사회학자 날리니 잭슨. 그녀는 지구에서 가장 유능한 인물들로만 선발된 탐사선의 승무원들이 과연 인류라는 종이 지닌 사회적 한계를 넘어설 수 있는지를 검증하는 임무를 맡는다. 승무원들은 인류를 초월한 정예 요원이지만 날리니가 목격한 진실은 처참했다. 냉동수면에서 깨어나자마자 시작된 것은 원대한 연구가 아닌, ‘M.I.T.파’와 ‘칼텍Caltech파’로 나뉜 치졸한 파벌싸움과 괴롭힘. 폭발 직전의 긴장감이 감도는 우주선, 인류는 지구 밖에서도 여전히 구태의연한데……. 그러던 차에 목성의 위성 에우로파에서 기이한 징후가 감지된다. 지표면 위로 솟아오른 거대한 투명 반구 속에는 놀랍게도 거대한 도시가 들어 있다!
미지의 힘에 이끌려 돔 내부로 피랍된 승무원들. 멀리서 보면 완벽한 유토피아지만 가까이서 보면 조악한 장난감 같은 이 거울 세계는 오직 소비와 침묵으로만 굴러가는 기묘한 자생 도시다. 이름하여 ‘뉴로어노크’! 미국의 카운티 하나를 통째로 복제한 듯한 이 사회는 필요한 물자 대부분이 외부에서 조달되고, 계속해서 새로운 사람들이 ‘거두어져’ 들어와 최신 소식을 업데이트해주는 식으로 어영부영 굴러가고 있다. 누군가 미국을 흉내 내 만든 것 같은 이곳은 멀리서 보면 유토피아지만 가까이서 보면 장난감처럼 조악한 구석이 있고 민주주의와 정당정치가 작동하지만, 물리력을 행사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가 실재한다. 하지만 시민들은 안락한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그 위협을 집단적으로 부정하며 침묵하기로 암묵적 동의를 한다. 질문이 사라진 도시에 감도는 공포 자체는 시스템을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규칙이 된다. 이곳은 외계인의 사육장인가, 아니면 인류 최후의 방주인가?
한편, 외계인에게 납치된 아내를 찾기 위해 지구 앨버커키에서 우주로 몸을 던진 운전기사 체이스 유뱅크스. 그의 무모한 구조 작전은 뉴로어노크의 견고한 침묵에 균열을 내기 시작한다. 그러나 탈출하려는 자와 안주하려는 자, 그리고 그 혼란 속에서 도약할 기회를 찾는 자들이 엉키며 현실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폭주한다. 가장 먼 우주에서 마주한 가장 적나라한 인간의 자화상. 우리는 이 안온한 감옥을 떠날 준비가 되었는가?
“사람들은 사실Fact이 아니라 각자의 현실realities 자체를 두고 싸우게 됐다”
커트 보니것의 재치와 레이 브래드버리의 상상력을 잇는 매트 존슨의 역작매트 존슨의 『보이지 않는 것들』은 우주 모험극의 외피를 두르고 있으나, 그 내밀한 속살은 현대 사회의 병폐를 해부하는 날카로운 메스로 가득하다. 일찍이 커트 보니것이 『타이탄의 세이렌』을 통해 우주적 허무 속에서 인간의 가치를 길어 올리고, 레이 브래드버리가 『화성 연대기』로 지구 문명의 고독과 필멸성을 예견했다면, 매트 존슨은 이들의 유산을 계승하는 동시에 우리 시대의 가장 거대한 함정인 ‘침묵의 카르텔’을 향해 기발한 농담 같은 질문을 던진다.
작가는 외계 행성 에우로파라는 낯선 무대를 빌려 우리가 외면해온 사회적 진실을 마치 거울처럼 비춘다. 여기에 소설의 핵심 설정인 ‘보이지 않는 존재’를 통해 분명히 실재함에도 인식하기를 거부하는 현대 사회의 구조적 모순과 권력의 작동 방식을 예리하게 해부한다. ‘뉴로어노크’라는 폐쇄된 돔 도시는 이러한 모순이 응축된 상징적 공간이다. 이곳의 시민들은 실체를 알 수 없는 위협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기존의 안락한 질서를 수호하기 위해 질문을 멈추고 자발적인 침묵을 선택한다. 이 기묘한 질서는 독자에게 서늘한 긴장감을 선사하는데, 그 결과 공포는 해소되지 않은 채 오히려 사회를 유지하는 보이지 않는 통제 원리로 고착된다. 이 작품이 도달한 탁월한 지점은 정체불명의 존재가 주는 근원적 불안 자체보다 그 불안을 대하는 인간의 태도 즉, 순응과 회피, 그리고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잔혹함을 집요하게 포착해낸다는 데 있다.
이처럼 매트 존슨은 오늘날 우리를 분열시키고 집착하게 만드는 불평등, 양극화, 정치적 극단주의 그리고 실존적 위기라는 동시대적 불안을 에우로파에 이식함으로써 고전 SF가 가졌던 비판적 우화의 힘을 21세기적 감각으로 재현하는 데 성공한다. 결국 『보이지 않는 것들』은 가장 먼 우주를 비추는 듯하면서, 실상은 우리 발밑의 차가운 현실을 가장 적나라하게 폭로하는 지독하고도 기발한 현대적 잔혹극이라 할 수 있겠다.

나는 인간이라는 존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아. NASAx의 응용사회학 박사후 계약직 연구원이자 응용과학 박사학위소지자인 날리니 잭슨은 마침내 이런 불편한 결론에 이르렀다. 심우주에서 냉동수면 우주선 SS 딜레이니호의 사회동학을 수개월 동안 집중적으로 현장연구한 후의 일이었다. 자신의 연구 대상이 인간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참으로 새삼스러운 깨달음이었다. 치아를 싫어하는 치과의사 비슷한 것은 아닐까 두렵기도 했다. 게다가 이 우주에서는 대화를 나눌 다른 지성체를 찾아보기 힘드니 끔찍하게 고독하기도 할 터였다.
인간 집단의 규모가 일정 정도에 이르면 피할 수 없는 진실이 드러난다. 규모가 불어난 인간 집단 내부에서는 마치 끊임없이 재발하는 포진처럼 부족 의식이 발생하고, 결국 호모 사피엔스의 진정한 본성이 드러나는 것이다. 부족이 생성되면 하찮은 언쟁, 원한, 극단주의 사이의 투쟁, 사상적 쌍둥이 사이의 내부 알력, 경험적 증거 대신 마음을 달래는 미신과 당파적인 거짓말을 선택하는 현상이 모두 나타난다. 날리니는 인류의 단점을 온종일 읊을 수도 있었다. 그런 단점들은 조금 뻔하기는 해도, 여전히 흥미를 유발했다. 가끔 그녀는 자신이 속한 종을 순수하게 희극적인 즐거움을 위해서만 연구하고 싶다고 생각하곤 했다. 그런 온갖 단점이 종족의 절멸을 불러올 것이라는 끔찍한 사실을 외면한 채로 말이다. 인류는 계몽의 역사 속에서 수없이 많은 존재론적 의문을 겪어왔지만, 날리니는 운 나쁘게도 오로지 한 가지 존재론적 의문만 남은 시대를 살고 있었다. 우리 손으로 이 행성을 파괴하기 전에 여기서 탈출할 방법을 발견할 수 있을까?